옛날에 컴퓨터수리점을 운영했습니다.
손을 놓은지 20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시대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목회하느라 바쁘기도 하고
옛날기술 가지고 요즘 컴퓨터를 고칠 수 없어서 의뢰가 오면 사양합니다.
간신히 내 PC만 조작하는 수준으로 전락했습니다.
그러나 딱 한군데만 다릅니다.
모(母)교회에서 전화가 오면 만사 제쳐놓고 출동합니다.
다른 수리점도 있을 텐데 꼭 나한테만 SOS를 칩니다.
네트워크, NAS, 윈도우, MS오피스, 한컴, CCTV, 프린터, 한나프로그램 등 각양각색의 문제로 호출합니다.
"목사님, 오피스가 이상해요."
"아, 그래요? 무료급식 마치고 건너가겠습니다."
사실 머릿속에는 "어떻게 고치지"라며 걱정이 앞섭니다.
그러나 막상 가보면 쉽게 고칩니다.
모든 문제가 마음가짐부터라서 "까짓 부딪혀보지 뭐"란 굳은결심으로 수리에 임하면 안 될 게 없더라고요.
또 모교회 운영 메커니즘이 머리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30년 전, 담임목사님의 은총을 받아 모든 네트워크를 친분이 있던 KT기사와 함께 설계했습니다.
그리나 이제는 한 발 떼야할 것 같습니다.
내 손에서 떠나야할 것 같습니다.
옛날 사람이 들락거리는 게 좋지 않는 것 같습니다.
눈치보입니다.
그래서 갈 때마다 스스로 운영될 수 있도록 꼼꼼히 살펴봅니다.
비상시 대처 메뉴얼도 일목요연하게 적어둡니다.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