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개의 구슬 (행시)
여린 꿈결 따라 은은히 흐르는 달빛 아래
덟은 별처럼 반짝이는 인연의 숨결이 머물고
개울가 물비늘처럼 고운 마음 하나씩 엮이어
의미 깊은 사랑과 그리움이 구슬마다 스며듭니다
구름 위를 걷듯 아련한 세월의 자락 속에서
슬며시 피어나는 팔선녀의 웃음은 향기 되고
행여 잊힐까 손끝으로 소중히 모아 담으니
시간마저 머물러, 한 알 한 알이 꿈이 됩니다
[九雲夢]
3. 여덟 개의 구슬
성진이 동정호에 이르러 물결을 헤치고 수정궁(水晶宮)에 들어가니, 용왕은 대사의 사자가 오는 것을 미리 알고, 문무백관을 거느리고서 몸소 궁문 밖에 나와 맞아들여 자리를 잡은 다음 성진이 엎드려 대사의 말씀을 상주하니, 용왕이 사례하며 잔치를 베풀어 성진을 대접할새, 성진이 자세히 보니 다 인간 음식이 아니오, 선과진채(仙菓珍彩)이더라 용왕이 친히 잔을 권하였다.
“다섯 가지 계율 가운데 술을 금함을 내 어찌 모르리오마는, 과인의 술은 인간계의 광약(狂藥)과는 크게 달라서 마음을 호탕케 아니하고 다만 사람의 기운을 돋을 따름이니 스님은 사양치 말라.”
성진이 용왕의 후의에 감격하여 감히 사양치 못하고 잇따라 석잔을 기울이고서, 용왕께 하직하고 수부를 떠나 바람을 타고 연화봉을 향하여 돌아오다 산 밑에 이르니, 자못 취기가 올라 눈 앞이 어른거리고 어지러운지라 홀로 생각하되,
‘스승이 만약 내 얼굴에 술기를 보시면 어찌 꾸짖지 아니 하시리오/’하고
냇가로 내려가 옷을 벗어 정한 모래 위에 놓고 두 손으로 물을 움켜 취한 낯을 씻는데, 이 때 문득 신기한 향내가 바람결에 코를 찌르므로 자연 정신이 호탕하여져 성진이 홀로 지껄이기를,
“이 시내 상류에 무슨 신기한 꽃이 있기에 이토록 고운 향기가 물을 따라오는가? 내 나아가 찾으리라,”하고
다시 의복을 정제한 다음 시냇물을 따라 올라가니 돌다리 위에 앉아 있던 팔선녀와 성진이 더불어 만나니라. 성진이 육환장을 버리고 합장하여 공손히 사례하되,
“모든 보살님은 잠깐 천승의 말씀을 들으소서, 소승은 연화봉 도승 육관대사의 제자로서 스승의 명으로 용왕궁에 다녀오는 길인데 좁은 다리에 보살님이 앉아계시니 천승의 갈 길이 없사옵니다. 아뢰옵나니 잠시 길을 비켜주소서.”
팔선녀들이 대답하기를,
“첩들은 남악산 위부인(魏夫人)의 시녀들로서 부인의 명으로 육관대사께 문안하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이곳에 쉬었사오나, 예법에 이르기를 ‘행로에서는 남좌여우(男左女右)’라 이 다리가 본래 협소한데 첩들이 먼저 앉았으니 화상(和尙)은다른 길로 가기를 바라나이다.”
성진이 다시 부탁하되,
“다른 길은 없사옵고 물은 깊은데 어디로 가라 하시나이까? 길을 잠깐만 열어 주소서.”하니
팔선녀들이 답하기를,
“옛날에 달마존자(達摩尊者)는 엽귀잎을 타고 물을 건넜다 하던데 화상이 진정 육관대사의 제자라면 도를 배웠을 것인데, 어지 이 조그만 시냇물 건너길 무슨 어려움이 있다고 아녀자와 더불어 길을 다투나이까?”
성진이 웃으며 대답하되,
“모든 낭자의 뜻이 필연코 행인한테서 길 값을 받으려 함인즉 다른 보화는 없고 마침 여덟게 명주(明珠)가 있으니, 이것으로 길 값을 대신 드리겠나이다.” 하고는
복사꽃 가지를 꺾어 팔선녀 앞에 던지니, 그 꽃이 여덟 개 명주로 되어 찬란히 빛나며 향내가 진동하는지라, 팔선녀들이 각기 한 개씩 받아 가지고서 성진을 돌아보며 웃고는 몸을 솟구쳐 구름을 타고 공중을 향하여 날아가는지라 선진이 석교 위에 나아가 사방을 둘러보니 팔선녀는 간데없고, 이윽고 구름이 흩어지며 향내 또한 사라지더라.
첫댓글 [구운몽] 여덟 개의 구슬
여린 달빛 아래 고운 꿈 하나 피어나고
덟은 별빛 같은 인연이 마음에 머뭅니다
개울가 맑은 물결처럼 정다운 숨결 흐르며
의미 깊은 그리움이 구슬마다 맺혀 갑니다
구름 위를 걷는 듯 아련한 사랑의 자락 속에
슬며시 번지는 미소는 향기 되어 감돌고
행복처럼 반짝이는 추억을 두 손에 모으니
시간마저 머물러 한 알 한 알 꿈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