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들은 나이들수록 꽃 사진을 많이 찍는다./일러스트=박상철
많은 어머니 사진첩이 꽃밭이다. 흔한 벚꽃, 장미부터 이름 모를 들꽃까지 각양각색의 꽃들이 온라인 정원을 이루고 있다. 노래까지 있을 정도다. 가수 김진호 씨는 '엄마의 프로필 사진은 왜 꽃밭일까'라는 노래를 불렀다. 실제로 메신저를 넘기다 보면 어머니, 어머니 친구, 이모, 고모, 할머니 등 중년 여성 프로필 사진은 대부분 꽃이다. 왜 우리 어머니들은 꽃만 보면 사진을 찍으시는 걸까?
◇ 여성, 꽃 선호하도록 진화돼
일단 통상 여성이 남성보다 꽃을 좋아한다. 실제로 꽃과 펜을 각각 선물로 주고 그 즉시 변화한 남녀 얼굴 표정을 분석했더니, 여성이 꽃 선물에 훨씬 크게 반응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색이 화려하고 선명한 꽃을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색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색은 상이 맺히는 망막 속 원추세포가 구분하는데,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원추세포가 더 많다. 남성은 전체 인구의 10%가 원추세포가 2종류뿐인 색약, 색맹 등을 앓지만, 이 질환을 앓는 여성은 1%도 안 된다. 일부 여성은 무려 4종류의 원추세포를 갖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늘에서 색을 구분하는 조류가 4종류의 원추세포를 갖는다.
학계에서는 원추세포 관련 유전자가 주로 X염색체에 존재하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이런 변화는 진화심리학적으로 설명된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원시 시대 때 남성은 수렵, 여성은 채집 활동으로 먹을 거리를 구했다"면서 "꽃은 곧 열매를 맺는다는 것을 암시하는 중요한 신호이기에, 여성은 꽃에 민감하도록 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현대로 올수록 꽃은 여성에게 어울린다는 일반론이 학습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 나이 들면 꽃 더 좋아져… 신체적·환경적·사회적 변화 영향
그렇다면 여성이 나이 들수록 사진으로 간직할 만큼 꽃을 더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신체적·환경적·사회적 변화가 종합적으로 미친 결과다. 먼저 신체적으로는 갱년기에 접어들 시기다. 다양한 신체 기능 변화가 이어지는데, 대표적으로 호르몬 분비량이 변해 감정 기복이 커진다. 주변 환경에 예민해진다. 마침 환경적으로는 여유가 생겨 꽃이 눈에 들어올 때다.
곽금주 교수는 "젊을 때는 취업, 근무, 육아 등 당장 닥친 일을 해결하느라 꽃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며 "나이 들면서 주변이 눈에 들어오고, 그중 감정을 편안하게 하는 꽃에 흥미를 보이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시기 중년 여성은 지나가 버린 젊음에 대한 그리움과 유한한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데, 이 사유와 딱 맞아떨어지는 상징물이 바로 꽃이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사람은 중년기에 들어서면 시간이 제한됐다는 것이 느껴지고, 삶에 대한 재평가를 하게 되고, 죽음과 생명에 가치 부여를 하게 된다"며 "이때 꽃은 인상 깊은 객체일 수 있는데, 폈다가 지는 꽃을 보며 젊었을 적을 회상하게 되고, 순간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계절이 지나 다시 피는 꽃을 보며 위로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꽃이 폈을 때 생생하게 느껴지는 젊음의 순간을 남기고 싶어 사진을 찍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슬비 기자
카메라처럼 세상을 바라보면
'순간을 포착해 생각을 표현하라.' 이 한 문장을 보고 사진 수업을 신청했다. 빠르게 휩쓸려 가는 세상 속에서 무엇을 포착하며 살아야 할지 답을 찾고 싶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선명히 보일 것 같았다. 카메라를 잡는 자세부터 새로 배웠다. 무턱대고 셔터를 누르는 게 아니라, 팔꿈치를 최대한 몸에 붙이고 한 손으로 카메라 아래를 포근히 감싼 뒤 다른 손으로 침착하게 찰칵. 여러 번 찍어 보니 마치 내 몸이 삼각대인 것처럼 흔들리지 않아야 좋은 사진이 나온다는 걸 알게 됐다. 남산 한옥 마을로 야외 실습을 나간 첫날, 무엇을 찍어야 할지 막막했다. 눈에 보이는 대로 연못, 정자, 꽃을 찍었다. '나만의 사진은 도대체 어떻게 찍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걷다가 나뭇잎에 시선이 멈췄다. 자세히 보니 나뭇잎의 잎맥이 손금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나뭇잎 옆에 가만히 손바닥을 대고 찍었다. 우리가 연결돼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일주일 뒤, 회고 시간에 선생님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느냐고 내 시선을 칭찬했다. 그 덕분에 사진에서는 더 솔직해져도 되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수업을 들을수록 공감이 가는 말이 있다. "사진은 건지는 게 아니다." "사진은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다." 같은 피사체를 찍어도 결과물은 사람마다 다르다. 거칠게 혹은 섬세하게, 의도에 따라 빛으로 정성껏 그려 낸다. 선생님은 내가 사진을 찍는 의도를 피사체는 이미 알고 있다고 했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동식물이든 이들이 놀라지 않게 예의를 갖춰 대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찍은 사진을 되돌아보니 벌어진 틈 사이로 피어난 풀들이 유독 많았다. 고군분투하며 온전한 자신으로 피어나려 애쓰는 생명체들, 그렇게 단단한 아스팔트를 용케 뚫고야 마는 여리디 여린 존재들이 어느새 내 카메라에 가득 담겼다. 든든한 동기들도 생겼다. 나이도 직업도 다르지만, 사진을 잘 찍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똘똘 뭉친 이들과 이화 벽화 마을, 해방촌 등에서 함께 비를 맞으며 사진을 찍었다. "어떻게 찍어야 할지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무엇을 찍어야 할지, 무엇을 찍고 싶은지는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3개월간의 벅찬 수업이 끝나고 졸업 작품을 제출하며 선생님에게 말했다.
사진을 배운 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이제는 사각형 틀로 세상을 본다. 그러면 찰나의 순간이 더 깊고 아름답게 보인다. 아무리 별 볼 일 없는 풍경일지라도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걸 카메라는 가르쳐 줬다. 휴대 전화로 빠르게 사진을 찍을 수도 있지만, 무게감 있는 카메라를 들고 나서면 또 다른 하루가 펼쳐진다. 담고 싶은 대상이 보이면 앞뒤, 좌우로 이동하고 조리개 버튼을 조절하며 사진에 어떻게 담을지 고민한다.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찰칵, 오늘도 나만의 반짝이는 이야기 한 장을 그려 낸다.
글 | 선세영
사진을 찍을 때 한쪽 눈을 감는 것은 마음의 눈을 뜨기 위해서다. _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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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휴일 아침에 고맙게 잘 감상했습니다...망실봉님!
감사합니다.
여성들은 꽃을 좋아하도록 진화된 것 같아요.
저희 집사람도 꽃만 보면 사진을 찍습니다...ㅎ
사실은 저도 꽃들은 많이 좋아하지만요.
오늘도 많이 덥다고 합니다.
시원하게 휴일을 보내셔요.
반갑습니다
바다고동 님 !
고운 걸음으로
고견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조석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
무더위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는 것 같아요 ~
즐거운 주말보내시고
건강하세요
~^^
좋은글 감사 합니다
고운 걸음으로
공유하여주셔서
감사합니다 ~
조금만 더 기다리면
가을이 성큼 우리곁에
다가올 것 같습니다 ,,
힐링 가득한
주말지내세요
동트는아침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