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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영화 | 사랑이 담겨진 영화촬영지를 찾아서
남한의 최북단 거진, 대진항, 화진포
대진은 7번 국도의 끄트머리인 통일전망대 바로 남쪽에 있는 작은 항구다. 이 땅의 최북단 항구인 대진항의 위도는 대략 38도 30분. 동해에서 몰아치는 갯바람과 설악 금강 산자락을 훑어 내린 재넘이(山風)가 때없이 부딪치는 이곳은 파이란이 ‘남편’, 강재에 대한 그리움과 제 몸 속의 병마를 동시에 키워가던 곳이다.
돈을 받고 위장결혼을 해 준 건달 사내를 사랑하는 착한 여자. 추억할 만한 로맨스는 커녕 얼굴 한 번 제대로 본 적이 없는 사진 속의 남편에게 그녀는 서툰 글씨로 사랑의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처음 바다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생겼습니다…
당신이 가장 친절합니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보고 있는 사이, 당신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아마도 외로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낯설고 힘겨운 타국의 항구에서 생의 끝자락을 보내던 그녀가 사내에게 사랑을 느낀 것은. 실낱처럼 가늘지언정 세상에서 자기와 관계를 맺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에, 그녀는 삶에 대한 애착만큼이나 간절한 정을 사내에게 보냈을 것이다. 그녀에게 느껴지는 사내의 존재감은 오직 하나, 머플러뿐이다.
결혼기념으로 무심코 건네진, 빨래 위에 번지는 혈흔만큼이나 붉은 핏빛 머플러.
대진항, 거진항 주변에는 스크린 속의 쓸쓸한 풍경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파이란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해변도로, 어깨 너머로 언뜻언뜻 보이던 등대, 그리고 유서로 남은 ‘아내’의 편지를 읽으며 사내가 오열을 토해내던 방파제. 죽은 뒤에야 비로소 서로를 만날 수 있었던 슬픈 남녀의 이야기를 그려내기에 여기보다 더 어울리는 장소는 달리 없을 것 같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음미해야할 시가 한 편 있다. 바다를 베개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 바다가 삶의 현장인 바닷가 거진 사람들의 자궁인 <거진항에서>의 시는 아름다움과 고달픔이 교차한다.
사람은 바다를 배경으로 거느릴 때
아름답다는 걸 알았습니다.
저렇게 넓고 푸른 바다를 거느리려면
절벽과 싸우는 하얀 파도가 있어야 한다는 걸.
밤길을 위해 늘 자신에게 경고하는
외로운 등대를 세우고 있어야 한다는 걸.
귀항하는 거진항의 어부들을 보고 알았습니다.
누구나 다
그런 바다를 배경으로 거느린 건 아니지만
진정으로 바다를 거느린 사람들은
결코 높은 데를 오르려 하지 않고,
깊이를 사랑할 줄 안다는 걸.
물결을 거스르는 법 없이
바다와 함께 흔들리며 산다는 걸.
김영남 시인의 「거진항에서」 전문
영화 <파이란>과 위의 시가 어울리는 대진, 거진항 바닷가 풍경은 앨범에 고이 간직하고 싶은 곳이다.
>> 〈파이란〉의 봄바다 화진포
사내는 왜 울었을까? 조직의 보스로 성장한 뒷골목 동기에게 온갖 구박을 받으면서도 천연덕스럽던 그가, 까마득한 후배들이 던지는 멸시와 조롱을 비굴한 웃음으로 견뎌내던 그가, 고깃배 한 척 마련해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희미한 꿈 외에는 가진 게 없는 3류 건달이 왜 한 여자의 편지 앞에서 그토록 목놓아 울었던 것일까?
해답은 편지의 마지막 구절에 있다. ‘당신을 사랑해도 되나요?’ 마지막까지 사랑을 놓지 않았던 그녀의 한마디가 사랑이라고는 도무지 모를 것 같던 한 사내를 울렸던 것이다.
영화의 원작인 <러브레터>의 작가 아사다 지로도 “인간의 아름다움은 사랑을 놓지 않는 데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세상은 나를 3류라 하고 이 여자는 나를 사랑이라 한다…’ 영화 포스터에 적힌 사내의 독백이야말로 그가 흘린 눈물의 근원이었을 터이다.
영화 끝 무렵에 등장하는 ‘파이란의 봄바다’ 비디오 테이프의 촬영지는 대진항 남쪽에 있는 화진포 해수욕장이다. <가을 동화>에서 은서가 숨을 거둔 곳, 그리고 <태양은 없다>에서 주인공들이 축구를 하던 곳.
봄에는 온 해변이 해당화로 붉게 물들고 가을이면 너른 갈대숲이 바람에 서걱이는 이곳은 수려한 풍광으로 말미암아 해방 이전부터 외국인들의 별장터로 각광을 받았다고 한다. 예전에 건립된 김일성의 별장과 한국전쟁 이후 지어진 이승만의 별장이 지금도 언덕 위에서 앞 바다의 바위섬을 내려다보고 있다.
사내는 비디오를 보다가 죽는다. 자기를 위해 수줍게 노래를 부르는 여자를 바라보다가 미처 행복한 웃음을 거두지도 못한 채 남모르게 죽는다. 이미 죽은 아내를 영상으로 만나는 남편, 그리고 죽어가는 남편을 화면 너머로 바라보는 아내. 가장 슬픈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이 장면의 배경이 된 화진포 바닷가에서 물새들이 무심히 하늘과 바다를 넘나들고 있다. 겨울이 오면 이 바다엔 또다시 고니와 백로가 떼지어 날아들 것이다.
>> 최북단 청정지역, 화진포 해수욕장
소재지 :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초도 1리
화진포호의 정취와 해변이 잘 어우러진 화진포 해수욕장, 국내 해수욕장 가운데 가장 북쪽인 고성군 현내면 초도리에 있는 해수욕장으로 광활한 호수 위에 울창한 송림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자연경관이 매우 수려한 곳이다.
화진포는 겨울에 천연기념물 201호인 고니와 같은 철새가 많이 날아와 장관을 이루는 곳으로 화진포의 정취와 해변이 잘 어우러진 곳이다.
해변은 수심이 얕고 청정한 곳으로 경사가 완만한 해변이 1km 정도 펼쳐져 있다. 서울 상봉터미널에서 거진까지 5시간 30분 가량이 소요되며 거진에서 해수욕장까지는 시내버스로 10∼20분 거리. 통일 전망대가 가까이에 있어 둘러볼 만하다.
남으로 3km정도 떨어진 곳에 거진 해수욕장이 있다. 7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거진읍을 지나 6km 정도 달리면 이정표가 보이고, 이정표를 따라 우측으로 진입하면 호수와 해수욕장이 펼쳐진다.
어느 곳보다도 넓은 주차장을 자랑하는 화진포 해수욕장은 차에서 내려 열 발짝 정도만 옮기면, 백사장을 밟을 수 있다.
1m 가량의 낮은 수심이 넓게 펼쳐져 있어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그만이며, 모래도 고운 떡모래로 전혀 발바닥의 감촉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 화진포는 고성군에서 시범해수욕장으로 지정한 곳이기도 해 샤워시설, 급수시설 등 각종 편의시설도 완벽한 편이다.
청정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화진포 해수욕장에서는 해수욕장 앞에 있는 금구도(섬)를 배경으로 떠오르는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 주변볼거리
■ 산길 끊어진 쓸쓸한 옛 가람, 건봉사
건봉사는 7번 국도와 46번 국도가 갈라지는 대대리 검문소 삼거리에서 서쪽으로 10km 쯤 떨어진 곳에 있다.
신라 법흥왕 7년(520)에 아도화상이 창건했다는 이 절집은 한때 설악의 신흥사와 백담사, 양양의 낙산사를 말사(末寺)로 거느리며 이 땅 4대 사찰 중 하나로 이름을 떨쳤던 대가람이지만 한국전쟁 때 거의 폐허가 되어 지금은 절터만 남은 작은 사찰로 변한 지 오래다.
곳곳에 남아있는 긴 석축들과 무지개 모양의 능파교 돌다리에서 희미하게나마 옛 모습을 떠올릴 수 있을 뿐이다.
이 절집을 지나 능선길을 따라가면 북쪽으로는 금강산에, 서쪽으로는 향로봉에, 그리고 남쪽으로는 설악산에 닿는다. 봉우리에 오르면 짙푸른 동해바다도 한눈에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그 옛날 승려와 보살들이 무시로 지나다녔을 그 길들 중 하나를 지금 우리는 가지 못한다. ‘금강산 건봉사’라는 현판이 무색하게도, 우리는 한때 가람의 뒷산이었던 그 산으로 가지 못한다.
잡초들 무성하게 우거진 옛 가람의 풍경은 길 끊어진 산맥으로 인해 더욱 쓸쓸하고 황량해 보인다.
그리고 인천 신포동 거리
낯선 땅, 삼류인생에게도 사랑은 있다
인천의 신포동 거리, 과거 ‘중국인 거리’로 알려진 이곳에서 <파이란>의 막바지 촬영이 진행되었다. <파이란>의 중국음식점으로 쓰인 건물과도 가까운 이곳은 한 세기 전 서해를 건너온 중국인들이 처음 마을을 형성한 곳이다.
지금은 공장지대로 둘러싸여 바다 내음조차도 맡을 수 없는 곳이 됐다. 제작팀은 이곳의 한 창고를 빌려 비디오테이프와 만화책들을 사다 빼곡히 채워 주인공 강재의 비디오 대여점을 완성했다.
원래 보름 기한으로 임대를 했지만, 제작년 겨울 유난히도 많이 내린 눈이 촬영을 방해하는 바람에 이곳은 두 달 이상 비디오가게로 남아 있다. 이제는 오가는 주민들마저도 진짜 비디오가게로 알 정도다.
가게와 가게 주변은 모두 강재의 생활터. 이날 촬영은 강재(최민식)가 불법포르노비디오를 유통시키다가 경찰에게 연행되는 장면이다.
최민식은 촬영이 연일 지속되어 지칠 법도 하건만 아침부터 나와서 쉬지도 않고 단역배우들과 촬영장면을 연습하고 있었다.
아직 연기가 어색한 중학생 배우에게 대사가 씹히지 않도록 말하는 법과 연기의 이동방향까지 지도했다.
심지어 취재온 사진기자들을 위해 여러 번의 리허설까지 해주었다. 오락실과 비디오가게를 전전하며 시시껄렁한 생활을 하는 강재에게도 아내가 있다.
중국 여인 파이란(장백지)의 취업을 위한 위장결혼이지만. 영화에서 이강재와 애절한 사랑을 만들어가는 장백지. 영화 속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녀에게 한국은 낯선 땅이다.
꽉 찬 일정(홍콩에서만도 두개의 영화를 찍고 있는 중이다)과 홍콩과는 다른 추운 날씨 탓에 장백지는 몸이 쇠약해져 토하기까지 해 보는 사람이 안쓰러울 정도. 현실과 영화의 중첩이 그녀의 연기에 무거운 실감을 얹어놓는다.
뒷골목 삼류인생의 진한 삶과 사랑을 그리는 멜로영화로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가 아닌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다. 원작자 아사다 지로의 단편 소설 ‘러브레터’를 각색했고, 우리 자본과 홍콩 인기스타 장백지를 투입해 만든 범아시아 프로젝트. 송해성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아시아 최대 배급사인 골든하베스트를 통해 홍콩, 중국, 대만, 싱카포르, 필리핀 등 아시아 5개 국에 통산 30만 달러의 사전 판권 계약이 성사되었다.
movie story 줄거리
세상은 나를 삼류라 하고 이 여자는 나를 사랑이라 한다.
가진 거라곤 몸뚱이 하나와 꿈 같은 희망 하나 뿐인 남자. 이강재 동네 오락실 한구석, 담배하나 꼬나 물고 괜한 공갈만 일삼는 사내.
뒷골목 동기인 친구는 어엿한 조직의 보스가 돼있지만 그에게 떨어진 건 작은 비디오가게 하나 뿐이다. 하지만 주먹만큼이나 마음도 약해 ‘삐리’들을 상대로 하는 포르노 사업도 늘 위태롭기만 하다.
덕지덕지 달린 눈곱에 벌겋게 충혈된 눈. 그런 그의 눈이 반짝 빛을 발하는 건 정신 없이 돌아가는 오락기 앞에서 뿐이다. 그래서 그는 그냥 건달도 아닌 ‘삼류’ 건달이다.
어느 날 우연찮은 사건에 휘말려 조직의 보스와 인생을 건 계약을 하게 되는 강재. 꿈에 그리던 금의환향을 위해 그는 어려운 결심을 하게 되는데…
그런 그에게 영문 모를 한 통의 편지가 날아든다.
“강재 씨... 고맙습니다. 강재 씨 덕분에 한국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여기 사람들 모두 친절합니다. 그치만 가장 친절한 건 당신입니다. 왜냐하면 나와 결혼해 주셨으니까요...”
결혼... 아내... 파이란? 인간 이강재에게도 아내가 있었다. 그런 혼란스러움 뒤로 돈 몇 푼에 위장결혼을 해준 기억이 떠오르는 강재. 한 장의 편지에서 전해지는 낯모를 따스함은 강재를 낯선 인연의 자락과 마주하게 되는데…
첫댓글 [만능]한번도 가보질 못했는데.. 이글을 보니~ 한번 가보고 싶네요~ ^_^
<無女> 만능형~ 같이가여~~! 나두 데려가~~ ^^
나도 데꼬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