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외도
2017101239 철학 김해솔
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꿈속의 세계는 하늘이 땅이 되고 앞과 뒤가 바뀌고 좌와 우가 바뀐 공간이었습니다. 나는 하늘을 걸으면서 모래가 가득 담긴 위를 봤습니다. 아마도 여기는 사막인 것 같습니다.
뒤로 걸으면 앞으로 걷게 되는 세계에서 걷던 도중 나는 무언가를 보았습니다. 멀리서 무언가 나에게로 오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벌거벗은 아이와 당나귀였습니다. 아이는 당나귀를 타고 나에게 왔습니다. 아이는 나에게 선과 악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고민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선과 악을 아이에게 말해주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아이는 불처럼 생긴 거울을 들고 나의 모습을 비춰주었습니다. 그 속에서 나는 약탈자가 되어 누군가의 재산을 약탈하고 사람을 살해하고 강간하였습니다. 그러다 그 죄가 무서워져서 용서를 구하며 제사를 지내고 보시했습니다. 노인이 된 나는 어느 날 약탈자가 내 집을 침입하여 나의 재산을 약탈하고 내 가족을 죽이고 강간하고 마침내 나를 죽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너무나 짧은 순간이었으나 그것을 본 나는 진이 다 빠지고 무서워졌습니다. 그런 나를 보던 아이는 웃으며 다시 나에게 물었습니다. “선과 악이 있습니까?” 나는 이번에는 그 말에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는 다시 당나귀를 타고 나에게서 떠나갔습니다. 아이가 떠나자 나는 긴장이 풀리고 나른해졌습니다. 구름이 옆에 있는 게 보였고 나는 그 구름에 누워 잠을 잤습니다.
나는 꿈속에서 같은 공간에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나의 옆에 아까와는 다른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수세미로 된 옷을 입고 나의 주위를 돌았습니다. 나는 정 가운데에 있으면서 나의 주변을 뱅글뱅글 도는 아이를 바라봤습니다. 아이는 어느 순간 불이 되고 물이 되었다 모래가 되더니 바람으로 변해 사라졌습니다. 아이가 사라진 후 그 불과 물과 모래와 바람이 내가 알면서도 모르는 세 가지 요소와 합쳐져 청년이 되었습니다. 청년은 나의 앞에서 칼을 들더니 나를 베어 냈습니다. 그러나 나는 베어짐과 동시에 베어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불과 물과 모래와 바람 그리고 세 요소의 집합이기 때문입니다. 그 칼은 나를 지나갔을 뿐입니다. 청년은 마치 소년처럼 나의 주위를 뱅글뱅글 돌았습니다. 이번에 청년은 내가 아는 것과 알면서 모르는 것과 있는 것과 있으면서 모르는 12가지로 변하더니 다시 합쳐져 노인이 되었습니다. 노인은 손가락을 들어 하늘에 있는 모래를 하나씩 떨어지게 하였습니다. 그러고 나에게 아주 거대한 주머니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이 주머니에 떨어지는 모래를 한 알씩 넣으라 하였습니다. 나는 그 주머니를 받아서 모래를 하나씩 줍기 시작하였습니다. 내가 모래를 줍기 시작했을 때 바닥에 있는 하늘로 작은 마을이 보였습니다. 그 마을에는 소년과 개가 있었습니다. 소년은 청년이 되고 마을 여자와 혼인하였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고 늙은 개가 된 개는 죽었습니다. 태어난 아이가 소녀가 되었을 때 노인은 죽었습니다. 그 마을은 전쟁이 나고 없어졌다 사람들이 모여 다시 생겼습니다. 나의 모래주머니가 반쯤 채워졌을 때, 그 마을에는 그 소년과 개가 있었습니다. 소년은 청년이 되고 마을 여자와 혼인하였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고 늙은 개가 된 개는 죽었습니다. 태어난 아이가 소녀가 되었을 때 노인은 죽었습니다. 나의 모래주머니가 다 채워지는 순간까지 그 마을의 모든 생명은 다시 태어나고 다시 살아가고 다시 죽었습니다. 모래주머니를 다 채운 후 나는 노인에게 모래주머니를 주었습니다. 노인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내가 하늘 아래서 본 마을의 소년이었습니다.
늙은 소년이 모래주머니를 들고 떠난 후 나는 너무나 힘이 들어 다시 잠을 잤습니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누군가가 나에게 무릎베개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사람에게 지금까지 내가 겪은 모든 일을 말했습니다. 그 사람은 나의 이야기를 들은 후 자신에게 질문을 하면 대답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질문을 해도 대답해 줄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에게 이곳은 어디인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이곳은 이곳이라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이곳이 꿈인지 물었습니다. 그는 이곳이 꿈이라고 답했습니다. 나는 그에게 이곳이 꿈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이곳이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아니라고도 생각하지 않고 다르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아닌 것이 아니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 대답을 들은 나는 무섭고 막막해졌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어떻게 해야 하냐 물었습니다. 그는 나에게 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의 표정을 통해서 이런 질문이 허무하고 부질없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이번에는 잠들지 않고 일어나 걸어갔습니다. 뒤에는 그가 있었으나 뒤에 있는 것이 아니었고 나는 앞으로 가고 있으나 뒤에 있었습니다.
나는 걸으면서 나의 머리카락을 하나씩 뽑았습니다. 나의 머리에 있던 모든 털은 사라지고 오로지 피부만 남았습니다. 나는 걸어 다니면서 보이는 사람에게 구걸하여 먹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살다 보니 나는 아무것도 가지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그래서 내가 가진 것을 나보다 더 필요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주기 시작했고 마침내 나는 나의 몸만 있게 되었습니다. 나체가 된 나는 이 육신조차 무겁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이 육신을 벗어나기 위해 고행을 시작했습니다. 또 나는 규율을 만들어 지켰습니다. 다른 생명을 해치는 일을 하지 않았고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며 소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성적 절제를 지켰습니다. 동시에 나는 걷는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나는 사물에 대한 인식이 변화함을 느꼈습니다. 어떤 것이든 그것에 대한 인식은 여러 가지로 고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어느 날 나는 내가 무언가에 묶여 여섯 개의 세계를 한없이 걷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머리카락이 없었고 옷이 없었고 집이 없었습니다. 음식조차 먹지 않게 되었고 남은 건 육신뿐이었습니다. 그때 나는 업이 나의 영혼을 해방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는 걸음을 멈췄고 나의 육신에서 나는 해방되었습니다.
첫댓글 고행은 인간 존재를 한계상황으로 몰아부침으로써 과연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진리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꿈으로 풀이한 것이 인상적이네요. 그것을 찾아 떠나고 결국은 육신으로부터 해방된 "나"는 무엇일까요? 육신마저도 벗어버린 "나"가 있을까요? 육사외도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힌두교의 계율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다면, 불교의 경우, 물론 훗날 대승불교와 선불교로 전개된 이후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것에서부터도 자유로워질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당연하게도 지금의 나를 넘어선 새로운 나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것을 성취해낼 때 비로소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진리를 찾아냈다고 자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것은 꿈입니다. 프로이드의 꿈이 아니더라도, 그것은 나의 기대가 반영된 허상입니다. 따라서 꿈에서 깨어나고 나면 변함 없는 현실에 서글퍼 울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조차도 나이고, 나의 인식의 반영이며, 이 모든 것이 실재하면서도 부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물론 아직 그곳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내 삶의 의미를 찾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