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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인간의 마음, 그 불가사의
위선의 허무함
사람의 '마음'은 손으로 집어 내어 볼 수도 없는 것인다.
이것이 '마음'이다, 라고 해도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람은 '마음'을 누구나 갖고 있고, 그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고, 또한 그런 '마음'이야말로 진짜 자기 자신인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어디든지 자유스럽게 갈 수 있고, 국경도 물질적인 장해 조차도 없다.
사상에 의한 속박도 스스로의 의지로써 이를 해방시킬 수 있고, 미래의 나라에도, 현재의 나라에도, 그리고 과거의 나라에도 자유스럽게 왕복할 수 있는 이상한 힘조차 가지고 있다.
너무나 자유스럽기 때문에, 또한 위험도 뒤따른다고 말할 수가 있다.
생각할 수 있는 자유, 그릴 수 있는 자유는 있지만 그 자유속에도 엄연한 법칙이 있음을 많은 사람들은 잊고 있다
이 법칙을 무시했을 때부터, 사람들은 마음 속에 고뇌를 만들어 작은 자기 자신 속에 불행에 빠진 듯한 새로운 자기를 탄생 시키는 것이다.
그 좋은 증거로 이 땅 위에는 이기심과 욕망이 소용돌이쳐서, 계속 싸움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일단 사람의 마음이 육체라고 하는 5관을 뒤집어 쓰게 되면, 육체가 자기라고 생각하게 되고, 육체를 움직이고 있는 자기의 마음을 소흘히 여기게 된다.
앞을 못 보는 캄캄한 인생은 그리하여 우리들의 일생을 지배하게 되어 온갖 괴로움이 많은 드라마가 엮어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들의 마음은, 육체를 뒤집어 쓴 순간부터 중용이라고 하는 하느님 자녀의 본성을 나타내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 중용의 본성은 항상 선아에 의해 뒷받침이 되어 있다.
5관을 통해 여러 가지 것을 생각하고 그리고 또 하나의 자기는 이 선아의 지배 아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점차 선아를 마음 속 깊이 밀어 넣고, 5관에 바탕을 둔 아집인 가짜 위선이 마음 속을 점령하게 된다.
위선적인 자기는 자기 본위이다.
욕망에 마음을 휘둘린다.
남은 어떻게 되든 자기 자신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이 사회를 뒤덮어 땅 위는 더욱 더 혼란을 거듭하게 된다.
물질중심의 사상이 생겨나서 사람들은 더욱 더 진실에 어둡게 된다.
그러나 물질중심과 오관중심, 중용을 잊은 위장된 자기가 시키는 대로 따라가는 생활이 얼마나 허무하며, 아무 것도 얻는 것이 없음을 사람들은 머지 않아깨닫게 될 것
이다.
극심한 노이로제
1972년 12월 --.
나의 친구의 소개를 받았다면서 어린 두 아이를 거느린 젊은 부인이 나를 찾아왔다.
얼굴은 여위고 화장도 제대로 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얼른 보아서 생활고가 몸 전체에서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괴로움 같은 것은 아랑곳없이 두 어린이는 순진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이 세 사람을 본 순간, 이 어머니를 구해 주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녀의 뒤에는 창백한 얼굴의 악령이 버티고 서 있어서 이대로 뒀다가는 이 모자의 장래는 암담해질 게 틀림없다고 생각이 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악령이 근처에 있다는 것은, 그녀의 마음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용케' 나를 찾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경우 같아서는 여간해서 찾아올 수가 없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주머니 용케 저를 찾아오셨군요. "
나는 우선 이렇게 가볍게 말을 걸어 보았다.
"네, 친척되시는 아주머니께서 꼭 한번 찾아가서 의논을 드려보라고 몇번씩이나 권했기에 이렇게 찾아온 것입니다. 실례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아주머니의 체면도 있고 해서요. "
그녀는 자기 자신의 문제때문에 나를 찾아왔건만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했다.
무지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그럼 아주머니는 할 수 없이 오신 거로군요. "
"좋습니다. 모처럼 오셨으니까 찾아오신 보람이 있을 겁니다. "
"대단히 죄송합니다. "
머리를 가볍게 조아리기는 했으나 매우 쌀쌀한 태도였다.
상대가 그렇다면, 이쪽도 쌀쌀하게 대하리라는 생각을 갖기가 쉬운데, 이대로 버려 두면 이 부인은 가족들과 함께 집단자살을 하고 말 것이 분명했다.
두 어린아이와 함께 말이다.
나는 마음 속으로 어떻게 해서든지 그녀의 마음에 등불을 켜 주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아주머니, 살아 간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그 힘든 것을 뛰어 넘으면 인생은 즐거운 것입니다.
지금의 환경에 져서는 안됩니다.
이 귀여운 어린애들을 위해서도 말입니다. "
"그렇습니다.
이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을 모질게 먹어야 한다고 스스로 채찍질하고 있습니다. "
이 부인은 허영심이 강한 성격인 게 분명했다.
자기의 지나온 과거와 교양이라는 것에 마음이 꽁꽁 묶여서 자기 마음을 벌거벗게 할 수가 없었다.
부인의 이름은 24세의 야마자끼 히로꼬, 히로꼬는 중앙선, 연선에 자리잡고 있는 고급주택지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유명한 병원의 외과부장을 하고 있으며, 맏딸로서 풍족한 환경 속에서 자라났다.
어린 시절에는 명랑하고 솔직하여 학교 성적도 항상 상위에 속해 있었다.
학교 생활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어, 유명한 사립대학에 입학하겠다는 꿈도 이루어져서 포근한
마음으로 대학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같은 대학에 야마자끼 가이찌라는 동급생이 있었다.
그는 얌전해 말이 없는 학생이면서, 성적은 남달리 뛰어나서 대학에서도 장래를 촉망받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다니는 대학의 교수로 재직했고, 가이찌의 희망에 따라서는 대학에 남아서 교수가 될지도 모를 입장이었다.
히로꼬는 가이찌로부터 늘 친절한 대접을 받았고. 모르는 게 있으면 그에게서 배우곤 했다.
가이찌는 히로꼬의 집에도 초대받아서 히로꼬의 양친으로부터 친절한 대접을 받은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이런 일로 해서 히로꼬와 가이찌의 사이는 급속히 가까워져서 학교에서도 두 사람의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하지만 가이찌의 부모는 아들에게 그런 여자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히로꼬와의 관계를 가이찌는 집에서는 전혀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가이찌의 아버지는 학교 안에서 아들에 대한 소문을 듣자 무섭게 화를 냈다.
학생은 공부가 첫째이며, 히로꼬와의 교제는 당장 끊어야 한다고 엄명을 했다.
가이찌의 집안은 엘리트 가정이며, 그는 어려서부터 공부만 하느라고 놀 시간이라고는 없이 자란 처지였다.
교육자인 아마지는 유난히 엄격하여, 가이찌는 아버지에게 꾸중을 들으면 가슴 속까지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심한 꾸중을 듣고는 거기에 반항할 수도 없어 더욱 더 고독해지고 말았다.
가이찌는 아버지의 꾸중에도 불구하고, 집안 내에서의 외로움을 달래는 뜻에서도 히로꼬에 대한 애정은 점점 더 두터워졌고, 그는 부모 몰래 히로꼬와 교제를 계속했던 것이었다.
가이찌는 부모의 희망과는 다른 길을 걸어 대학을 졸업한 뒤, 일류기업체에 취직을 했다.
그리고 머지 않아 히로꼬와 결혼하여 새로운 인생을 출발했다.
부모의 반대를 물리치고 결혼한 가이찌였기에 두 사람은 새집을 마련하여 독립을 했다.
독립을 해 보니까 부모 밑에서 살던 이른바 온실생활과는 달라서 사회인이라는 무거운 짐이 가이찌의 어깨를 무겁게 눌렀다.
대학을 나오기가 무섭게 모든 생활이 완전히 바뀌고 말았기에 그 생활이 바귄 것만도 그에게는 부담이었다.
결혼생활은 조금도 즐겁지가 않았다.
그러자 아이가 태어나게 되고, 두번째 아이도 태어났다.
해외출장이 거듭됨에 따라 일과 가정의 무거운 짐이 그의 어깨를 내려 누르듯 실려 왔다.
가이찌는 또다시 외로워졌다.
대학생활에서의 고독은 히로꼬가 보충해 주었으나, 이제는 그 히로꼬 조차도 그에게는 무거운 짐이 되어 있었다.
가이찌는 아주 심한 노이로제가 되고 말았다.
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낮에는 머리가 무거워서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그는 회사를 쉬는 일이 많아졌고, 의사의 치료를 받아도 조금도 나아지지가 않았다.
가이찌의 마음에는 부모에 대한 반발이 크게 작용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히로꼬는 남편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전혀 말이 없는 남편을 어떻게 하면 명랑하게 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두 어린이를 거느리고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었고, 차라리 죽어 버릴까, 이런 차거운 가정은 나로서는 견딜 수 없다고 줄곧 생각해 왔다.
그리하여 그녀는 나를 찾게 되었던 것이다.
"주인 어른은 지금 노이로제를 앓고 계시군요. "
나는 히로꼬의 얼굴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네, 지금 아주 심한 노이로제입니다.
주인의 병은 좋아질 수 있을까요?"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이렇게 대답하지는 않았을 게 분명했다.
그녀는 의사의 딸이며, 자부심 때문에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을 게 틀림없었다.
"회사는 휴직중이시군요. "
"그렇습니다. "
"정신과 의사에게 다니고 계시군요. 의사는 뭐라고 말하던가요?"
"정신피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신안정제와 위장약을 먹고 있습니다. "
"지금으로서는 그 밖의 다른 도리가 없는 것 같군요. "
나는 생각하기를 남편을 만나보지 않고서는 이 사건을 처리하기 어렵다고 보았으므로 우선 집으로 돌아가게 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뒤에, 남편인 가이찌를 데리고 히로꼬가 내 앞에 나타났다.
키가 훤칠하게 크고 바싹 여윈 얼른 보기에도 몹시 약하게 느껴지는 가이찌는 나의 방에 들어와서도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의 방에서 나갔다 들어왔다 하면서 침착하지 못한 행동을 나타냈다.
그의 머리 주위는 희끄므레한 악령이 지배하고 있는 모습을 분명히 두 눈으로 알아볼 수가 있었다.
하지만 가이찌는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말은 하지 않지만 그는 마음 속으로,
'뭐야... 이런 데 사람을 다 끌고 오고'
하고 중얼거리면서 사람을 멸시하는 태도를 나타내고 있었다.
가이찌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만 강요받은 엘리트 가정의 희생자가 되어 있었다.
지식을 마구 쓸어 넣는 것이 얼마나 인간성을 잃게 하여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그 주위를 파괴해 가는가 하는 아주 좋은 견본이 가이찌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는 완전히 사신의 포로가 되어 있었다.
가이찌의 마음은 부모에 대한 증오심과 자기 상실로 차 있었으며, 그것도 오랜 세월에 걸쳐서 자기 마음을 썩게 만든 것이기 때문에, 아주 간단하게 되살리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히로꼬를 한때 사랑했던 것처럼 가이찌의 마음 속에 따뜻하게 피가 통하는 것이 있다면 그래도 구해 낼 수 있는 길이 있기는 하다.
그의 마음에서 악령을 떼어 놓고, 자기 자신을 잃게 되기 전에 그의 마음으로 되돌아 가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는 하지만, 설사 본래의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그 돌아온 상태가 오래 계속될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먼저의 자기 상실의 상태로 되돌아 가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일념삼천이며, 그 일념삼천의 마음의 바늘(그리는 것, 생각하는 것의 방향)을, 인간으로서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노력이 없으면 괴로움은 항상 자기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법이다.
괴로움과 슬픔은, 다름아닌 자기 자신이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어떤 환경에 놓여지더라도, 사람에 따라서는 그 환경에 지배를 당하지 않고, 행복을 만들어 내는 사람도 있다.
행복과 불행의 갈림길은 무엇일까?
다름아닌 본인의 마음 자세에 달린 것이며, 나타나 있는 여러 가지 사실들을 본인의 마음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서 소화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 현실을 받아 들이는 방법, 소화시키는 기준이 무엇인가 하면,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사물에 집착하는 마음이 강하면 불행을 만들고 집착심이 적으면 마음은 항상 밝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젊은 히로꼬의 비참한 모습을 보았을 때, 비록 잠시 동안이라도 그녀의 남편에게 붙어 있는 사신을 제거하리라고 생각했다.
가이찌의 뒤에 붙어 있는 악령에게 나는 빛을 보냈다.
그리고 그 악령에게 가이찌에게서 떨어지라고 했다.
악령이 떨어진 순간, 가이찌는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어쩐지 머리가 가벼워졌군요.
가슴 있는 데도 편해진 것 같습니다. "
그의 머리를 점령하고 있던 검은 악령은 이제는 없다.
없어졌기에 몸과 마음이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가이찌씨, 당신은 본래의 자기 마음을 되찾아야 합니다. "
"본래의 마음이란 무엇입니까?"
"그것은 말입니다.
당신은 지금 회사에서의 장래에 대한 걱정이라든가, 부모님에 대한 미움 등이 머리 속에 가득차서 혼란스럽습니다.
그것을 전부 버려야 합니다.
자기는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엘리트 의식도 버리고 첫걸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는 것입니다.
지금의 당신은 정신적인 무거운 짐을 너무 많이 짊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버리면, 당신은 그때부터 명랑해져서 본래의 당신 마음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입니다. 마음을 잃어버린 지식이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마음의 공해를 뿌릴 따름입니다. "
가이찌에게는 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 했다.
"정신적인 무서운 짐이란 자기가 항상 마음 속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을 뜻하는 것이며, 해결되지 않는 여러 가지 문제를 말하는 것입니다.
생각해야 소용없는 일을 너무 생각하면 신경도 피로해지고, 마음도 초조해져서 가슴이 답답해집 니다
그러한 정신적인 짐을 부등켜 안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사람들의 성격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따라서 나는 아무래도 너무 골똘히 생각을 한다.
정신적인 부담을 많이 느낀다고 생각하거든 그러한 성격을 떨쳐 버리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즉 자기 자신의 결점을 수정해 가는 것입니다.
용기와 결단과 노력으로서 말입니다.
자신의 결점이란 다름이 아니라,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과 행동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 치우친 것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남에게는 거짓말을 할 수 있어도 자기 마음에게는 거 짓말을 할 수 없을 테니까 그 거짓말 할 수 없는 마음으로 수정을 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대체로 자기의 이기심과 욕망이 자신의 결점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반성해 보아서 자기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이 되거든 하느님께 솔직하게 사과를 하는 것입 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똑같은 잘못을 범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이 자기 자신의 결점과, 스스로의 불 행에서 멀어져 갈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셈입니다. "
가이찌는 내가 하는 이야기를 말없이 듣고 있었다.
"반성은 어렸을 때 자기를 키워 준 어머니에게 대해서 받은 것과 어머니에게 해드린 것을 하나 하 나 기억해 내면서 마음에 낀 어둠을 없애는 것입니다.
우선 대부분의 경우는,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이 많게 마련이고, 어머니에게 해드린 것은 적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법입니다.
똑같이 아버지에 대해서도 반성을 해 보는 것입니다.
어머니와 자기와의 관계에 대해서 기억을 해 내는 데도 여러 날이 걸리게 마련입니다.
생각이 완전히 날 때까지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애써 보는 겁니다.
이와 같이 해서 학교의 선생, 동창생, 그리고 사회에 나온 뒤의 대인관계 등에 대해서 반성해 가 면, 자신의 괴로움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를 알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마음의 무거운 짐과 집착심을 제거했을 때, 마음 속에 끼었던 어두운 구름은 없어지 고 하느님의 빛으로 차게 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마음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지혜와 노력, 그리고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 다는 것입니다. "
내가 이야기하면서 그의 마음을 읽어 보니까,
가이찌는 내가 하는 이야기에 잔뜩 반감을 가지고 건성으로 듣고 있는 게 분명 했다.
그는 마음 속으로,
"이 괴로움은 마음에 있는 게 아니고 머리에 있다.
머리가 무겁기 때문에 정신이 맑아지지 않는 거다.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를 해도 나는 믿지 않는다. "
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가이찌가 아무리 반박을 하고, 내가 하는 이야기를 부정한다고 해도, 노이로제의 원인은 마음의 무거운 짐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리고 또한 이 병을 고치려면 자기의 마음가짐을 수정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퇴원할 수 있었다고 해도, 마음 속에 또다시 조화를 이루지 못한 상태를 만든다면 병은 재발하게 마련인 것이다.
가이찌는, 수학, 물리, 법률, 사회. 어학에 걸쳐서 우수했었다.
즉 무엇이고 소화시킬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성은 풍부해도 그 지성때문에 교만한 마음이 싹트게 되면, 배운 지식이 오히려 자신에게 해가 되어 마음을 멍들게 한다.
배운 학문은 이것을 실천에 옮겨서 체험을 함으로써 지혜로 바꿀 수 있는 것이지만,
가이찌의 경우는 지식만으로 판단을 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마음을 바로 가져야 한다고 해도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를 않았던 것이다.
그의 마음 속에 또다시 교만함이 머리를 쳐들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가이찌 가까이에 또다시 악령이 다가들었다.
마음의 작용이란 정말 무서운 것이다.
마음의 바늘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서 그 자리에서 현혹되고 마는 것이다.
보통은 이런 사실을 모른다.
악령은 아까와는 다른 인상이 나쁜 악마였다.
가이찌는 머리를 얼싸안고 몸이 약간 흔들리고 있었다.
조금 지나니까 조용해지고 머리를 얼싸안고 있던 손을 무릎 위에 올려 놓았다.
"몸은 괜찮습니까?"
내가 말을 걸었다.
가이찌의 얼굴은 약간 일그러질 뿐 대답은 물론 없었다.
"이봐요,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요."
나는 그의 두 눈을 보았다.
그는 두 눈을 숙이고 있을 뿐, 나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의 얼굴을 보니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악령과 마음 속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게 분명 했다.
"가이찌씨 ! 가이찌씨 "
나는 소리쳤다.
"네,네,네--"
나의 목소리가 겨우 들린 모양이었다.
"이봐요, 지금 마음 속에서 당신에게 이야기를 걸어오고 있는 것은 이 땅 위의 사람은 아니오. 악령이란 말이오.
그 이야기를 믿어서는 안돼오. "
"아니 저의 친구입니다. "
"그럴 리가 없소.
당신의 친구는 여기 없지 않소?
있는 것은 부인과 나뿐입니다. "
"아니 조금 전에 저의 등을 두들겨서 저에게 알려 왔습니다. "
"그것은 지옥에 떨어져 있는 악령입니다.
믿어서는 안됩니다. "
"친구는 아무 것도 나쁜 짓을 하지 않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
"당신은 살아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악령의 달콤한 말에 마음을 팔아서는 안됩니다.
악령과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자기 마음을 어지럽히게 됩니다. "
"그렇지 않다.
너는 그런 말을 믿어서는 안된다.
우리들은 친구다.
이런 방에서 빨리 나가도록 하라. "
악령이 가이찌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가이찌가 혼자 중얼거리는 말같이 들린다.
"가이찌씨, 자기의 마음을 등글게 상상하세요.
뚜렷이 자기를 지켜보세요.
그곳에 있는 악령, 너는 가이찌씨에게 가까이 가서는 안된다.
너도 괴로을 게다.
그럴듯한 말을 해서 마음 속으로 가이찌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너는 가이찌씨를 지옥의 친구로 삼으려고 생각하고 있다
하느님이시여,
가이찌의 마음에 평온을 주소서.
이 불쌍한 악령에게 빛을 비추어 주소서.
이 악령의 죄를 용서하여 주소서."
나는 정성껏 기도를 드렸다.
가이찌의 몸은 또다시 앞뒤로 흔들렸다.
악령은 몸 뒤로 이동했다.
"가이찌씨, 당신은 자기의 마음을 악령에게 팔아 넘겨서는 안됩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서도 안됩니다. "
"아, 없어졌다.
이야기 소리가 멀어졌다.
그러나 별로 나쁜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
"그것이 좋지 않은 거요.
당신은 육체를 가진 사람과 이야기를 해야 하오.
그들을 절대로 믿어서는 안되오.
그들을 믿으면 당신은 산 채로 폐인이 되고 맙니다. "
내성적이고 고독한 가이찌였다.
악령의 달콤한 이야기에 걸려 들어서 자기의 마음을 그들에게 팔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 악령에게는 자비도 사랑도 없다.
자기 자신의 이익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악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악령을 불러 내는 것은 다름아닌 가이찌 자신이며, 일그러진 마음인 것이었다.
그러니까 거기에서 빠져 나오려면 자기 자신이 속으로 그리는 것, 생각하는 것을 우선 옳게 바로 잡지 않으면 안된다.
"가이찌씨, 조금 전에 당신과 이야기를 나눈 자는 자살한 사나이인 거요.
당신을 자기 짝패로 끌어 들이려고 악착같이 따라붙고 있는 게요.
만일 내가 하는 이야기에 의문이 있다면 다시 한번 마음 속으로 물어보라구요."
그러자 그는 눈을 아래로 내려 깔고 혼자 마음 속으로 묻고 있는듯 했다.
"사찌오군, 자네는 자살해서 지옥에 떨어져 있는가?
사실을 이야기해 주게. 사찌오군, 사실을 말해 주게. "
가이찌는 사찌오라고 하는 조금 전에 나타났었던 지옥의 친구에게 열심히 말을 건네고 있었다.
여기서 밝혀 둘 것은, 나에게는 가이찌가 소리를 내지 않아도, 그가 마음 속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있는 것이다.
그는 마음 속으로 몇 번이고 되풀이 하여 사찌오라는 사신에게 이야기를 걸고 있었던 것이다.
가이찌 자신이 이미 이렇게 되기 전부터 인간사회에서 도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왔던 터였다.
악령은 가이찌의 마음속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는 정말 자살을 했다.
여기는 분명히 지옥이다.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곳이야.
너도 이리로 오지 않겠느냐?
좋은 친구들도 있단다. "
나는 조금도 여유를 주지 않고,
"이봐, 가이찌 틀림이 없지.
자네는 절대로 저승의 악령이 하는 이야기를 믿어서는 안되고 이야기도 절대로 나누어서는 안되 네."
하고 말하자 가이찌는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머리를 꾸벅해 보이는 것이었다.
사신을 불러 들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아주 이상한 것이어서, 마음이 집착해 이리저리 흔들리고 부조화를 이루게 되면, 막바로 지옥과 통하고, 반대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해야한다는 마음이 싹터서 자비와 사랑의 마음이 가득차게 되면 광명의 천국과 통한다는, 말하자면 아주 자유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다.
진짜 자유스러운 마음이라고 하는 것은 아무 것에도 구애 되는게 없는 밝은 마음인 것이며, 그렇게 되면 지옥의 세계도 천국의 마음도 분명하게 이해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항상 제3의 입장에 서서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진실한 마음으로 매일 매일의 생활을 해야만 한다.
가이찌는 어린 두 자식을 데리고 나의 방에서 나갔다.
히로꼬는 남편과 두 자식을 지켜보면서, 마음의 작용이 한 번 잘못되면 터무니없는 결과가 온다는 사실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부인, 정신을 바싹 차리지 않으면 안됩니다.
자신의 마음과 생활을 정도에 바탕을 두어야 합니다.
미안한 이야기입니다만 주인어른은 지금 매우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정도를 이해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부인만이라도 분명하게 그것을 깨닫고 실행해 주셔야겠습니다. "
"네, 어떻게든 노력을 해 보겠습니다. "
히로꼬에게도 악령이 따라 붙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다.
히로꼬는 남편이 매우 위험하다는 말에 걱정이 되어,
"남편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하고 나에게 물었다.
"그것은 말씀입니다.
아주 분명히 말씀드리지요.
자살한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가족들을 함께 죽게 만들 위험이 있는 것입니다. "
히로꼬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나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어떻게 하면 좋죠? 정 말 난처하군요."
"우선 큰 아이를 친정댁에 맡기십시오.
가스는 원선을 완전히 잠거 놓고 주무셔야 합니다.
칼 종류, 끈 등 흉기가 될 만한 것은 전부 주인어른이 찾아 낼 수 없도록 숨겨 놓고 주무십시오.
주인에게는 큰 아이는 친정에 맡기고 저는 당신의 병간호에 전념을 하겠노라고 이야기하세요."
"어떻게 좀 구해 주실 수 없으실까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방법은 있습니다.
주인어른의 부모님과 당신의 부모님들의 협력으로, 남편의 마음 속에 만들어져 있는 불신감, 원망하는 마음, 초조해하는 생각을 없애 주는 것입니다.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는 일체의 집착을 풀어 없애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
"시부모님들은 아들이 병들게 된 것은 며느리 탓이라면서 저하고는 이야기도 하려고 하지를 않습 니다. 정말 난처합니다. "
"어쨌든 대화를 나누는 일 외에는 없습니다.
책임을 남에게 미루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이대로 두면 반드시 자살하고 말 것입니다.
그런 눈치가 보이거든 곧 입원시키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마음이 안정이 되면 제정신이 되돌아올테니까요. "
경계는 충분히 해 두는 게 좋으리라고 생각하여 굳이 가이찌를 입원시킬 것을 권유해 보았다.
그로부터 4개월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가이찌는 힘없이 히로꼬에게 이렇게 호소하는 것이었다.
"히로꼬, 함께 죽어다오.
아이들도 데리고 갑시다.
나는 살아갈 수 있는 자신을 잃었소.
이제는 지칠대로 지쳤소.
제발 함께 죽어 주오. 이렇게 부탁이오. "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이었다.
가이찌는 가스의 꼭지를 틀어 놓고 있었다.
그는 자리에 힘없이 눕더니 두 눈을 감았다.
"이봐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어린애들까지 함께 데리고 갈 수는 없어요.
당신이 그런 생각을 하면 정말 난처합니다.
어떤 괴로움이 있더라도 아이들을 위해서 살아 주세요.
제가 일하겠어요.
당신의 병이 완쾌될 때까지 제가 돈을 벌겠어요. "
히로꼬는 떨어지는 눈물을 씻으려고 하지 않고, 어린아이를 품안에 꼭 부등켜 안고 곧 친정에 연락을 하고 구급차를 불렀다.
가스 전은 이런 경우에 미리 대비해서 원선이 잠겨져 있었기 때문에 가이찌가 아무리 꼭지를 틀어도 가스는 홀러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가이찌는 그런 사실을 모른다.
이윽고 가스가 방 안에 가득차서 구급차가 달려올 때까지는 집안 식구는 모조리 죽으리라고 그는 생각했던 것이다.
히로꼬의 부모와 구급차가 달려 왔다.
가이찌는 구급차에 실려 정신병원으로 직행했다.
집에 남은 히로꼬는 겨우 마음을 놓았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평소부터 집안 식구가 모조리 죽지 않도록 신경을 쓴 때문에 위기를 넘긴 것이었다.
만일 4개월 전에 자살하게 되리라는 것을 믿지 않고 지냈더라면 히로꼬 자신의 마음도 생활에 의욕을 잃고 남편의 말을 따라서 집안 식구들이 모조리 집단자살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 었다.
마음을 놓은 것도 잠시였다.
그로부터 1주일 뒤였다.
경찰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무슨 일인가 수화기를 들어 이야기를 듣자, 그녀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
가이찌는 집에 볼 일이 있다고 병원에서 빠져 나오자, 자기 아버지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 근처의 역 부근에서 철도자살을 했다는 것이었다.
가이찌의 시체를 인수받으러 히로꼬는 현장으로 급히 달려 갔다.
교육자인 시부모도 왔는데, 무참하게 죽은 아들의 시체를 보고도 시체를 처리하는데 거들어 주려고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마치 남의 일 보듯이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고 한다.
이런 냉혹한 부모 밑에서 자란 가이찌는 불행한 젊은이였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을 비관해 짧은 인생을 끝내지 않을 수 없었던 가이찌의 마음가짐에도 커다란 문제가 있었던 것이었다.
결국은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고 하겠지만, 자기 마음을 상실한 생활의 종착역은 보기에도 끔찍한 결말밖에 남겨져 있지 않나 한다.
가이찌는 끝내 죽음의 신에게 붙잡혀 간 것이었다.
악령 - 다카하시 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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