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이찬호.김상진.서형식.김성룡 기자]
"절 근처는 가지도 않을 건데 관람료는 왜 받습니까."
2일 오후 강원도 속초시 설악산 국립공원 매표소 앞. 인천에서 부인과 함께 설악산에 온 정모(56)씨는 공원 입구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한다"며 입장을 제지하는 신흥사 측 직원과 입씨름을 벌였다. 정씨는 "신흥사엔 들르지 않고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만 다녀오려는데 왜 문화재 관람료를 받느냐"며 따졌다.
1일부터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됐지만 일부 사찰이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자 등산객이 항의하는 등 전국의 국립공원 곳곳에서 마찰을 빚었다. 등산객 대부분은 문화재 관람료를 사찰 입구가 아닌 기존 매표소에서 징수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사찰 측은 "그동안 공원 입장료와 함께 징수하다 보니 관람료를 새로 받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서 마찰=이날 종일 설악산 매표소와 탐방지원센터 앞 입구에서는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둘러싼 승강이가 계속됐다. 입구에서 관람료 표를 확인하는 직원은 "멱살까지 잡히는 등 너무 힘든 하루였다"고 말했다. 신흥사 측은 조계종 종단에서 만든 '문화재 관람료 묻고 답하기' 등이 인쇄된 전단지를 나눠 주며 등산객의 이해를 구하느라 진땀을 뺐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쌍계사를 찾은 등산객들도 매표소에서 관람료를 받는 사찰 측 직원과 언쟁을 벌였다. 절에 들르지 않고 3㎞쯤 떨어진 불일폭포까지만 등반하려던 이들은 문화재 관람료 1800원을 낼 수 없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속리산 법주사를 찾은 등산객들도 공원관리사무소에 20여 통의 전화를 하며 문화재 관람료 징수에 항의했다. 이모(45.여.대전시 서구 탄방동)씨는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한 줄로 알고 등산을 왔는데 문화재 관람료 명목으로 돈을 받는 것은 횡포"라며 "국립공원과 법주사는 등산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표소를 절 입구로 옮겨라"=속리산을 찾은 조한영(52.경기도 수원시)씨는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됐지만 매표소 위치를 그대로 두고 있는 것은 절을 들르지 않는 등산객에게도 문화재 관람료를 받겠다는 의도"라며 "매표소를 절 입구 쪽으로 옮겨 문화재를 보는 사람에게만 돈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사찰이 문화재 관람료를 큰 폭으로 인상한 것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설악산 신흥사와 오대산 월정사는 지난해 1800원(어른 기준)이던 문화재 관람료를 2500원으로, 속리산 법주사는 2200원에서 3000원으로, 치악산 구룡사는 1600원에서 2000원으로 30% 안팎으로 올렸다.
◆"관람료 현행대로 유지"=신흥사 측은 "사찰 입구가 아닌 기존 매표소에서 징수하는 것은 매표소 인근에 향성사지 3층 석탑(보물 제443호)이 있고, 권금성 케이블카를 타고 가면서 보이는 지역 대부분이 문화재 보호구역이므로 관람료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불교계 최대 종단인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은 1962년부터 받아온 문화재 관람료를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조계종 총무원은 "문화재를 보유한 507곳의 사찰 중 67곳에서만 관람료를 받고 있으며, 이들 사찰도 연간 유지.관리 비용 807억원 중 320억원을 관람료로 충당하고 있다"며 "문화재 관람료는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라 주장했다.
총무원은 "매표소를 사찰 입구 등으로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곳은 이른 시일 안에 이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첫댓글 입장료는 폐지되고 문화재관람료는 올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