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노스탤지어, 아중리 <기찻길 옆 오막살이>
문화로에서 아중역 가는 길, 그 길 끝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토담집이지만 꽤 규모가 큰 건물 하나가 오롯이 서 있다.
빽빽이 그늘을 이루고 있는 진초록의 나무들, 운치 있는 벤치 사이로 오솔길처럼 난 기찻길을 따라가면, 바로 민속주점 <기찻길 옆 오막살이>가 있다.
송재문(50)대표가 운영하는 이 곳은 개업한지 12년 된 곳으로
저녁에는 민속주와 함께 라이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입구부터 대문까지 나란히 놓여있는 기찻길을 따라 걷다보면 마치 미지의 세계로 들어서는 기분이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라는 상호나 기차선로를 깐 이유는 단순하다.
아중리역이 근처에 있고, 기찻길이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발상에서다.
송 대표는 건축업에 10년 정도 종사했는데... IMF로 인해 경기가 어려워지자
과감히 업종을 바꿨다. 위기를 기회로 삼은 것!
토담집을 직접 짓게 된 이유는 건축업을 하던 당시에 서울 일대에 불기 시작한
전원주택열기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처음 집을 지을 당시 아중리 일대는 허허벌판이었다.
뾰족한 건물하나 없는 곳에 토담집을 짓다보니 이웃들은 자연히 호기심을 갖고 기웃거렸다.
손님대접이라도 할 요량으로 동동주와 두부김치만 내어놓고, 오다가다 드시라고 했다. 그 넉넉한 인심이 개업도 하기 전부터 입소문을 탔고 한창 영업이 잘 될 때는 “ 여기 자리있어요? ” 가 인삿말이 될 정도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초가지붕이라는 독특한 외관으로 이목을 끌고, 낭만적인 분위기와 라이브 음악, 민속주와 음식 맛으로 금새 손님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기찻길옆 송대표는 그만큼 깐깐하다!! 오막살이를 지을 때, 서까래서부터 작은 소품하나까지 본인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바닥이나 기둥도 그냥 무늬만 나무인 것이 아니라 통나무가 그대로 쓰였고, 황토벽돌도 규격화 된 것이 아니라 일일이 수작업으로 빚은 자연 그대로의 품이다.
고재(高材) 구하기가 어려울 때는 개발로 헐리는 집을 찾아가 직접 재료를 구해왔고, 직접 황토를 바르고, 그렇게 고된 발품과 정성으로 지은 집이라 애착이강하다. 지금 다시 하라면 도저히 못 한다며 손사레를 칠 만큼 열정으로 가득했던 시절의 결과물이다.
송대표는, 기찻길옆 오막살이 뿐만 아니라 아중리에 대한 애착도 강하다
가게가 들어설 때만 해도 아중리 일대는 허허벌판에 가까웠다고 한다.
황무지를 개간하는 심정으로 첫 삽을 뜨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아중리에 개발붐이 일었다. 스스로 아중리 개발의 일등공신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또한 송대표는 고집이 세다
민속주만 고집하고, 대추차는 고산 대추를 정성껏 달여 만들어야 하고
쌍화차 역시도 직접 달여만들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는다.
민속주점 답게 민속주(민속주, 동동주, 맑은 동동주, 누룽지 동동주)가 다채롭고 맛있는데....그 중에서도 으뜸은 누룽지 동동주, 해물파전과 곁들이면 일품 요리가 따로 없다.
구수하고, 달착지근한 누룽지 동동주를 한 잔 만 마셔보면 그 맛에 반하고 만다.
단, 맛있다고 무턱대고 마셨다간 금방 취기가 올라와 낭패를 겪을 수 있으니 주의하자.
한결같은 음식맛의 비결은 단 하나, 갖가지 재료를 아끼지 않고 푸짐하게 내놓기도 하거니와 주방장의 한결같은 솜씨 때문이다
<개업때부터 함께 해 온 주방장>
빠르게 변화하고 자고 나면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요즘에...
기찻길 옆 오막살이만큼은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다
개업한지 12년이 지난 지금도 음식값이 크게 변하지 않았고
함께 일하는 주방장도 그대로, 정감어린 분위기도 그대로다.
다만 12년전 개업당시 심었던 느티나무만이 세월을 말해줄 뿐이다.
라이브 가수들도 길게는 5~6년씩 같은 무대에 선다니....생명력이 짧은 라이브무대를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다.
그만큼 정이 있고 끈끈한....의리를 중시하는 송대표의 성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뒷 싸리문을 돌아나가면 벽을 타고 참나무 장작이 빼곡하다.
겨울철, 벽난로를 지펴 서비스로 내놓을 군고구마를 위한 것이고,
특별한 음식을 조리할 때 쓰기 위해 직접 팬 장작을 보면서
그 부지런함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12년째 단골들이 수두룩한 곳, 멀리 이사갔던 사람들도 반드시 한번은 들리게 된다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 텁텁한 민속주 한잔에...세상살이의 고단함을 잊게 만들고 시름도 잊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곳,
아중리 <기찻길옆 오막살이>는 누구나 ‘일단멈춤’하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