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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조계사에 봇짐을 풀다” |
1958년에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 입학이 되었다고 말했지만 학과를 정하는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당시 서울대학교에 원자물리학이 생겨 학문의 새로운 길을 열어 주고 있었다. 나는 물리학이나 화학에 흥미가 있었고 과학적 소질이 강했다. 고등학교 때도 이런 방면에 취향이 있었고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학과인 서울대 원자물리학 쪽으로 진학할까하는 생각도 있었다.
또한 광주에 새로 건립된 조선대학에서 전액 장학금을 준다는 신문광고가 연일 크게 나오고 있었다. 대학을 다니려면 등록금이 문제인데 조선대로 가면 이런 문제가 해결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하였다. 그러니 대학선택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장래 학문의 방향은 원자물리학이 제일 마음에 끌렸고, 등 록금 해결은 조선대의 장학생이 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는데, 대각사 선배들이 좋은 의견을 주었다. 내가 다닌 해동고등학교는 종립학교이니 만약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 합격만하면 종립장학금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였다. 종립장학은 모든 것이 면제되고 성적이 좋으면 계속 장학금을 수령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생각을 새롭게 하기로 하였다. 원자 물리학을 전공하는 것보다 인간 심리학을 밝혀보는 공부를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번득 났다. 인간 심리학이란 무엇인가. 사람의 마음은 조석으로 변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시간으로 바뀌고, 또한 찰나 찰나 생멸하는 것이다.
순일하고 무구하고 한결같은 마음을 지속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이러한 인간의 마음을 바르 게 깨치도록 설파하신 부처님의 교설을 배우는 것이 앞서 걱정한 모든 것이 다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나는 동국대학을 지망하였다.
대각사 선배 조언으로 동국대 불교학과 선택
생각 생각으로 번민하고 헤매다 한순간에 해결을 짓고 보니 온 세상이 환하게 보였다. 사람은 하나의 문 제를 바르게 빨리 해결하게 되면 하늘을 나는 듯 가벼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조그만 문제가 풀 어지지 않고, 그 번민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 눈이 쑥 들어가고, 입맛도 없고 잠도 오지 않게 된다. 어떻게 하든 모든 문제를 자신이 해결하게 되면 좀 의젓하게 되고 성숙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내가 불교학을 선택한 것은 눈먼 거북이가 큰 바다에서 나무를 만난 것과 같은 행운이었다. 입학시험을 치르기 위해 처음 서울을 향했다. 부산역에서 밤 열차를 타고 올라왔다. 아침 일찍이 서울역에 도착하였 는데 어디로 가야 조계사로 향하는지 방향을 알 수 없었다. 6.25전쟁으로 파괴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 었다. 남대문을 중심 잡아 곧장 향했는데 을지로통, 종로통도 파괴된 건물, 폐허로 있는 광경은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어렵사리 조계사를 찾았다. 우선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양청우 주지스님에게 인사하고 서울 온 사정을 말씀을 드렸더니 조계사 뒤 양철지붕집에 머물면서 시험을 보라고 하셨다. 그리로 안내받아 갔더니 뜻 밖에 한 어른을 뵙게 되었다. ‘짝 잃은 거위를 곡하노라’를 집필하신 공초 거사 오상순 선생을 만나게 됐 다. 공초 선생은 양철지붕의 뒷방을 쓰고 계셨다. 나는 공초 선생께 인사드리고 한 몇 일 동안 머물게 된 이유를 말씀드렸더니 “그래 그래 장한 일이네” 하고 하면서 연방 담배를 피워 무시면서 웃음 짓곤 했다.
나는 처음부터 부처님의 은덕을 크게 입었다. 대각사에 다니지 아니 하였다면 조계사에 봇짐을 풀고 필 동 동국대학을 향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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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 9월1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