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귀가 희한하게 생겼다. 어느 누구하나 빼놓지 않고 모두 귀가 이상하게 생겼다. 마치 끓는 물에 아무렇게나 뜯어 넣는 수제비 반죽처럼 생겼다. 레슬링 선수들도 마찬가지이다. 귀가 제 각각 다르다. 심지어는 오른 쪽과 왼 쪽 귀가 다르다.
얼마나 혹독한 훈련을 거쳤으면 저리 생긴 것일까? 훈련장 매트 위에서 얼굴을 부비고 귀를 밀어 제끼니 성할 턱이 없다. 특히 광대뼈 부위의 피부는 항상 까져 있다. 심지어 발가락의 모양들도 엉망이다. 유도 훈련과 시합 중, 기술 들어가다 서로에게 부딪히며 발가락과 정강이뼈가 심하게 다친다. 내 형이 그랬다. 보성 중학교 유도부에 어머니 몰래 가입하고 유도 2단까지 땄는데, 3단에서 막혔다. 중학생에게는 삼단을 주지 않는 룰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번은 집에 돌아온 형의 발가락을 보니 부러진 것 같았다. 집에 말은 못하고 유도부 훈련은 계속되고,....얼마나 고생을 했을 까? 지금도 그 이름이 잊혀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나의 형과 유도 훈련을 했던 양반 들. 물론 실력은 비교도 되지 않게 그들이 월등하지만 말이다. 조재기, 이창호 등등이 그들인데 특히 조재기 선수는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왕기춘 선수의 결승전을 보며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메스컴에서 떠들기 전에 나는 짐작했다. '아마 갈비뼈가 몇 개 나간 것 같다'고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대단히 위험한 상황인데도 왕기춘 선수는 결승에 출전 했다. 이원희를 누를 실력이면 엄청난 선수인데, 올림픽을 위해 하 많은 나날들을 피와 땀을 흘린 그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십초도 안되서 한 판을 내어 준 그의 허탈함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귀가 그 지경까지 되었고, 작은 부상은 수도 없었을 것이며, 승부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대표 선발까지의 어마 어마한 연습량과 시합의 수 등등, 비단 왕기춘 선수만이 아니라 모든 대표 선수들이 겪은 일들이리라.
양궁 결승에서 애석하게 한 발의 차이로 금메달을 중국 선수 장 쥐안 쥐안에게 내어 준 우리나라의 박성연 선수의 입술을 수직으로 가르는 검은 자국을 보았는가? 활을 당기면서 생긴 자국이다. 놀랍다.
왕기춘 선수의 수제비 귀는 얼마 살아오지 않은 젊은 영웅의 인생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의 귀는 아름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