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대, 자르지 말고 뽑아 불태우세요.’ ‘아주심기는 5월10일이 적당합니다.’ ‘퇴비, 미리미리 사두셔야 해요.’ 일손 부족과 기상 변화 등 농촌의 영농여건이 크게 변함에 따라 고추를 재배할 때 예전에는 발생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들이 속출, 이에 대해 원인을 올바로 이해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추 씨앗 보급과 기술지도 등 농업인 접촉 기회가 많은 세미니스코리아에 따르면 해를 거듭할수록 역병이 극성을 부리는 것은 일손 부족 등으로 가을 밭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무리하게 정식시기를 앞당기기 때문이다. 또한 아주심는 시기에 임박해 축분퇴비를 구입해 밭에 넣다보니 가스장해를 받는 농가가 크게 늘고 있다. 문제점과 대책을 정리한다.
◆역병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밭 정리=고추 재배농업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병원균으로 탄저병과 바이러스·역병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 탄저병은 방제가 가능하고, 바이러스는 전적으로 병에 강한 품종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2000년대 들어 피해가 급증하면서 가장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역병이다.
역병은 병원균이 병든 고추 몸 안에서 영양체(균사)나 홀씨(포자) 상태로 겨울을 난 뒤 다시 발아하여 1차 전염원이 된다. 또한 물을 좋아해 물 속을 헤엄쳐 다니다가 다른 고추에 전염된다. 따라서 병든 포기는 뽑아 태워버리고, 뿌리 주변의 흙도 함께 제거해야 한다. 밭이 습하지 않도록 물빠짐에 유의하고 두둑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오염된 토양에서는 3년 이상 옥수수나 콩·밭벼 등 다른 작물을 재배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고령화 등으로 일손이 달리면서, 가을에 고춧대를 뽑지 않고 예취기로 밑둥을 잘라버리는 농가가 상당히 많다. 이로 인해 역병이 일부 발생했던 밭의 오염된 고추 뿌리가 제거되지 못하고, 로터리 작업을 하면서 잘게 부서져 전체 밭을 오염시킨다. 대규모로 재배하는 지역일수록 이런 현상이 심하다. 다소 힘에 부치더라도 고춧대는 반드시 뽑아 태워버려야 한다. 또한 ‘비가림 하우스 재배를 하면 역병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역병 오염 토양에 하우스를 짓는 경우와 ‘고추나무(고춧대)도 거름이 된다’며 뽑아내지 않고 그대로 로터리 치는 농가가 있는데 모두 그릇된 믿음이다.
◆아주심는 적기 지키기=고추 아주심기는 4월15일쯤 전남 해남지방에서 시작되어 5월15일쯤 중북부 산간지역에서 끝나는데 4월 하순~5월 상순에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이는 5월10일(중부지방 기준) 전후로 고추 모종을 심었던 예전보다 5~10일 빨라진 것이다.
이처럼 아주심기가 앞당겨진 것은 일손 부족 탓이 크다. 특히 벼농사를 많이 하는 지역일수록 모내기를 위해 고추 아주심기를 무리하게 서두르고 있다. 도시로 나간 자식들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농가는 5월 하순~5월 초순의 일요일에 아주심기를 하는 것으로 굳어진 상태다.
또한 기상 변화로 3~4월에 한두차례 반짝 더운 날씨가 찾아오곤 하는데 이로 인해 아주심기를 앞당기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5월은 일교차가 큰 해가 많아 서리 피해와 활착부진·생리장해로 이어지기 쉽다. 게다가 근래 들어서는 이 시기에 비도 자주 내려 역병 발생이 크게 번지기도 한다.
◆퇴비 묵혀서 사용하기=경운기와 관리기·트랙터가 보급되면서 일소를 먹이는 농가가 대부분 사라졌다. 쇠똥을 거름으로 이용하지 못하다보니 땅심 저하, 생산량 감소, 병해충 발생 증가 등의 결과를 초래한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인근 축산농가로부터 쇠똥·돼지똥·닭똥 등 각종 축분을 구입하거나, 농협 혹은 일반상회에서 퇴비를 사들여 밭에 뿌리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 아주심기 시기에 임박해 사넣다보니 가스장해를 입게 된다. 과거와 달리 축분과 퇴비를 모두 구입해 쓰면서 정확한 재료와 성분·부숙기간을 몰라서 발생하는 일이다. 믿을 수 있는 거래처에서 구입하고, 1년 정도 묵힌 다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윤덕한〉
dkny@nongmin.com
◆도움말=임영빈 세미니스코리아 서울지점 개발팀장 ☎031-529-8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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