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구촌교회 퇴임 후 케냐로 떠나는 진재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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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석 | unique44@naver.com
▲ 지구촌교회를 사임하고 케냐 선교사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진재혁 목사가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 크리스찬리뷰 |
지구촌교회 성도들은 2018년 9월 16일 아브라함 시리즈 설교를 하던 때의 당혹감을 잊지 못한다. 시리즈 마지막 설교 도중이었다. 진재혁 목사가 아름다운 결단을 선포한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에 대한 온전한 믿음과 순종으로 떠났듯이 자신도 안정적이고 편안한 담임목사로서의 사역을 마무리하고 다시 케냐 선교사로 섬기기 위해 떠나겠다고 밝힌 것이다.
지구촌교회는 진 목사의 결단을 존중하며 10월 21일 임시제직회를 통해 진 목사의 사임을 받아들이기로 결의했고, 지난 2019년 4월 7일 사무총회에서 미국 타코마침례교회의 최성은 담임목사를 최종 청빙대상으로 인준했다. 본지는 케냐 선교사로 파송을 받은 진재혁 목사와 전격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2019년 4월 12일 지구촌교회 목양실에서 진행했다.
9년간의 담임사역, 그리고 목회
- 목사님 바쁘신 가운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9년간 지구촌교회를 담임하신 목사님께 궁금한 게 많습니다. 가장 먼저, 지구촌교회 1대 담임이신 이동원 목사님의 큰 배경 속에서 목회하기 만만치 않으셨을 거 같습니다. 지구촌교회의 후임으로서 좋았던 점과 부담스러웠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목사님께 ‘목회’란 무엇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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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는 하나님이 제게 맡기신 성도들을 주님이 기뻐하는 사람들이 될 수 있도록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훌륭한 원로 목사님이 계셔서 부담이 되지 않았다고 말할 순 없어요. 그러나 힘든 부분보다 기쁨이 많았고 목회를 배우는 좋은 과정이었어요. 굉장히 행복한 목회시간을 하나님께서 허락하셨다고 생각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점들이 있었다면 한국교회, 특히 대형교회들이 많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구촌교회가 어떤 모습으로 세워져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로 힘들었던 거 같아요. 또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하나님의 교회로 제대로 서 갈 것인가가 저에게는 가장 큰 부담이었던 것 같습니다.”
- 2010년 10월 26일 부임하셨고 만 9년째인데, 10년을 채우고 싶은 마음도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종종했어요. 그런데 10년의 의미가 연수의 의미 외에 특별한 게 있을까요? 정말 중요한 건 ‘하나님의 때가 언제냐’라는 것이죠. 오래 있을수록 더 좋고 풍성한 목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이동원 목사님이 세운 지구촌교회는 성숙한 교회예요. 이것저것 계산을 하고 정리를 하려 했다면 떠날 수 없었을 겁니다. 하나님의 뜻 가운데 살면서 하나님의 시간에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 곧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성도가 마땅히 행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2019년 1월 29일부터 3월 31일까지 2개월 동안 안식의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이 기간 동안 케냐도 다녀오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궁금합니다.
“지구촌교회에 부임한 후 안식년을 못 가졌어요. 이번에 안식월을 보내면서 케냐를 방문했어요. 앞으로 해야 할 사역과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들을 마음에 품고 준비하는 시간들을 가졌습니다. 저에게는 너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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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몇 년 만에 케냐를 방문하신 건가요?
“제가 20년 전에 케냐 나이로비에서 3년 동안 선교사로 사역했지요. 그 후 두 번 정도 더 방문했어요. 다른 사역을 하면서 간 케냐와 이번에 선교사로 갈 계획을 갖고 방문한 케냐는 조금 다르게 와 닿았어요. 케냐를 사랑하는 마음을 하나님께서 부어 주셔서 제게는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 목사님의 비전은 가족들과도 공유가 됐는지 궁금합니다.
“아, 그럼요! 저희는 우리 가정에 대한 하나님의 콜링이 하나님이 만드신 가정을 통해서 함께 온다고 생각합니다. 제 아내는 물론이고 자녀들도 기쁜 마음으로 기도했던 부분이어서 저희들이 기쁘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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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냐를 가신다고 했고, 2018년 10월 21일 임시제직회에서 목사님의 사임을 받아들였습니다. 인간적으론 내심 섭섭하고 서운함도 있었을 거 같은데요. 또 말리는 성도들도 있었을 거구요. 목사님 마음은 어떠셨나요?
“서운하고 섭섭한 것은 없었어요. 사실은 죄송한 마음이 가장 컸지요. 저는 무엇보다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하나님의 계획을 받아들이는 것을 최선의 인도하심이라고 보고 있었죠. 그러나 그것이 바로 이해가 안 되는 많은 성도들의 아파하는 모습이 저에겐 더 큰 아픔으로 다가왔어요. 그런 면에서 정말 너무 죄송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전에 제가 뉴비전교회를 떠나서 지구촌교회로 올 때도 그런 시간들이 있었지요. 그런데 이번 떠남은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더 깊고 더 큰 아픔이 있었어요. 그래서 성도들께는 너무너무 죄송하고 그 모습을 보는 목자로서 굉장히 마음이 아픈 것 같습니다.”
- 성도들의 아픔을 보면서 목사님의 마음도 많이 아프고 힘든 시간을 보내셨군요. 목사님께서는 지구촌교회 담임으로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9년 동안 목회를 했습니다. 가장 보람되고 기뻤던 일, 기억에 남는 일,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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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고 기뻤다는 것은 하나로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지구촌교회 성도들과 함께 성장하고 하나님의 임재하심 가운데 나아감을 경험한 게 가장 큰 기쁨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성도들이 주는 신뢰, 보람과 기쁨은 컸어요.
성도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제 자신의 부족함도 많이 느꼈고 하나님의 신실하심도 많이 깨달았습니다. 힘든 것이 있었다면 뭐니 뭐니 해도 제 자신의 부족함에서 오는 어려움이었죠. 하나님이 맡기신 일을 감당하면서 저의 연약함도 많이 느꼈거든요.”
- 케냐로 가시면 자식들을 떼어놓고 가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겠습니까?
“떼어놓고 간다기보다 하나님이 저를 부르신 것처럼 성도들도 더 크고 좋으신 주님을 신뢰하고 더 좋은 길로 인도를 받으실 거라 믿어요. 사실은 ‘이렇게 저렇게’ 떠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이야기하는 분들도 많이 계셨어요. 그러나 제가 온전한 신뢰를 하나님께 드리고 완전히 내려 놓으며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다면 거기에는 순종이 동반돼야 해요.”
- 목사님의 목회를 한마디로, 9년 동안의 목회를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유명한 목사님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분들이 가진 은사가 다 달랐어요. 독특한 자기만의 특징을 살리는 목사님들이었어요. 열정도 있었구요. 저분은 뭐가 뛰어나, 저분은 저런 걸 많이 해, 어디에 집중해.
그래서 저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그럼 나는 어떤 목사가 돼야 될까.’ 그렇게 기도했던 적이 있었죠. 그런 기도 가운데 하나님이 제 마음에 주시는 확신이 있었어요. 제가 지구촌교회를 떠날 때 저의 마지막을 보면서 ‘진 목사는 뭐를 참 잘했다, 진 목사는 뭐를 참 열심히했다’ 라는 이야기보다 ‘진 목사는 정말 우리를 사랑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케냐행은 이미 다 결정이 된 건지 아니면 사임하신 이후에 기도하면서 변경도 가능하신건지 궁금합니다.
“하나님 부르심에 순종하며 가고, 하나님 인도하심 가운데 있는 거구요. 다른 계획이나, 그 다음 무엇을 생각하고 그런 게 없습니다. 하나님이 보내시는 곳이라고 믿고 준비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 목사님 후임으로 최성은 목사(미 타코마침례교회 담임) 청빙이 사무총회에서 인준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최종 청빙 대상으로 결정되신 분께 하고 싶은 말씀과 기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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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너무 좋고 훌륭한 목사님이에요. 1대 이동원 목사님께 하나님이 부어주신 놀라운 역동성, 2대인 부족한 저의 조직 정비와 비전 세우기의 과정을 거쳐 3대로 최성은 목사님이 오시게 된다면 1대와 2대의 사역이 합쳐져 더 풍성하고 충만한 목회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어요. 그로 인해 저는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 대부분 우리나라 교회의 분쟁의 원인이 원로목사와 후임 목사와의 문제인데요. 후임 목사가 오셔서 그런 분쟁이 생길만한 요소는 혹시 없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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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전혀 없을 겁니다. 1대와 2대는 아무래도 첫 변화가 가져올 상호 간 긴장감이 어쩔 수 없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3대는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리더십을 전공했지만, 3대는 거기서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교회 분쟁 사례를 보면 20년, 30년 목회하셨던 원로 목사님과 그 다음 2대가 가져올 첫 변화와 적응기가 참 어려운 부분들이죠. 그것이 지나가면 3대에서는 그런 이슈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더 크고 풍성한 축복이 있습니다.
저도 성도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3대 목사는 더욱 더 많이 사랑을 받고 교회의 더욱 왕성한 성장을 이뤄가실 줄 믿어요. 게다가 저는 선교지로 가기 때문에 후임 목사에게 전혀 부담이 되지 않을 거예요. 3대 목사는 정말 마음껏, 주님이 주신 은사를 갖고 하나님의 교회를 귀하게 섬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목사님 사임하신 이후에 어떤 시간을 보낼 계획인가요? 잠시 휴식하시는지, 아니면 바로 사역지로 가시는지요?
“일단은 바로 사역지로 가는 건데요. 배편으로 짐을 부치면 2개월이 걸려요. 두 달이란 시간을 이제 어디선가에서 보내지 않으면 안돼요. 이제는 지구촌교회의 담임목사가 아니라 선교사예요. 저도 선교사 후원과 기도 요청을 하면서 다녀야 해요. 그래서 한 달 반 정도는 미국 등 교회들을 다니면서 기도 제목을 나누고 기도 부탁을 하는 시간을 갖게 될 거예요. 그리고 7월 중순쯤 케냐에 들어 갈 계획입니다.”
- 케냐에서 특별히 사역적으로 염두에 두신 게 있나요?
“케냐는 영어권 국가입니다. 영어를 사용해서 바로 사역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제가 주로 생각하는 사역은 현지 목회자들 훈련과 양성입니다. 현지 목회자들 생존이 힘들어요.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목회를 하고 목양을 하다 보니 신학교육과 또 목회 재교육에 부족함이 참 많은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제가 해야 될 가장 큰 사역은 현지 목회자 훈련, 멘토링과 양성이에요. ATMN(Africa Trainning & Meontoring Network)이라는 사역 이름도 만들었어요. 아내는 고아원 사역을 위해 같이 기도하는 가운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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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니새순장로교회(담임목사 송선강)에서 개최하는 선교 세미나 강사로 초청받아 5월 말 호주를 방문하실 예정인데 이번 선교 세미나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시나요?
“이번 초청은 사실 굉장히 독특합니다. 저는 대다수 연합 집회 강사로 초청을 받아왔어요. 그런데 이번엔 시드니새순교회에서 연락이 온 거예요. 특별히 선교에 대한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저는 이번에 호주에 지구촌교회 담임목사로서가 아니라 선교사로서 가요. 선교에 대한 생각을 많이 나눌 계획입니다.”
- 호주 한인교회 성도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말씀 해주시길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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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요즘 저는 정말 믿음으로 산다는 게 뭔가, 성숙함이란 뭔가,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해요. 정말 많은 일과 많은 타이틀, 직분과 사역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요. 그건 성숙한 성품이에요. 그게 그리스도인들의 삶에 나타나야 해요.
그런 사람이 하나님 안에서 진정한 행복을 누리고 자신이 누리는 진정한 축복을 그리스도의 향기로 나타낼 수 있거든요. 이민자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겪어보지 않은 분들은 잘 몰라요. 그런 가운데도 정말 기쁨과 감사가 터져나오는 축복의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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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재혁 목사는?
케냐 선교사로 떠날 준비 중인 진재혁 목사는 미국 버지니아 주립대학교, 트리니티 신학대학원, 미드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 풀러신학대학원에서 공부했다. 풀러 신학교에서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바라본 리더십에 대한 연구>로 Ph.D. 학위를 받았으며 선교와 리더십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아 한국에 있는 신학대학교와 학회 등에서 초빙교수와 외부강사로 활동했다. 2010년 12월~2019년 5월까지 지구촌교회 담임목사, 2005년~2010년 미국 뉴비전교회를 담임했다. 미국에서 목회할 당시 뉴비전교회 2천300여 명의 교인이 출석하는 북가주에서 가장 큰 한인교회이자 미주에서 가장 큰 한인침례교회가 됐다.
뉴비전교회 목회 전 지구촌교회 국제부 담당목사를 맡았고 3년 동안 아프리카 케냐 선교사로 헌신했다. 이때는 나이로비 국제선교교회를 개척해 담임목사로 목회했으며 나이로비 국제신학교 주임교수를 역임했다. 미국과 한국뿐만 아니라 다문화를 이해하는 진재혁 목사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식견과 안목을 가진 목회자로 평가받아왔다.
그는 탁월한 언어의 능력과 말씀의 은사에 힘입어 영어와 한국어의 이중 언어를 사용한 감화력 있는 설교로, 한국어와 영어권의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열정적으로 전하고, 모든 연령의 사람들에게 알맞은 사역과 관계를 개발하여 3대(조부모, 부모, 자녀)가 함께하는 조화로운 목회 리더십을 추구했다. 주요 저서로는 <리더가 죽어야 리더십이 산다>(더난출판사 2002), <부모의 리더십이 자녀의 미래를 결정한다> (생명의 말씀사 2007), <세상 중심에 서는 영성 리더십>(두란노 2015>, <일상 은혜의 힘>(2017, 두란노), <떠남의 축복>(2019, 두란노) 등이 있다.〠
글/정윤석|크리스찬리뷰 한국 주재 기자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호주 크리스찬리뷰 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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