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일본에 거주하는 햇살아빠의 외손녀가 학교에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쓴 글짓기를 옮겨 적은 것입니다-
사랑은 가까운 곳에 있다
대판 건국고등학교 1학년 D반 박예슬
제가 아주아주 사랑하고 존경하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저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지금 제주도에 계십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재작년까지 초등학교 선생님이셨습니다. 지금은 정년퇴임을 하시고 외숙모께서 하시는 어린이집에서 원장 선생님을 하고 계십니다.
노래와 춤을 좋아하시는 멋쟁이 할머니께서는 언제나 집안일을 즐겁게 하시고 작은 수집품들을 좋아하시는 분입니다.
두 분이 언제, 어디서 만나게 되었느냐 하면 할아버지께서 스무살 젊은 선생님이셨을 때, 할머니께서 열여덟 아가씨였을 때였습니다. 경상도의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수업참관이 있었습니다. 동생의 보호자로서 참석하게 된 열여덟 아가씨. 그 때 수업을 맡게 된 스무 살 젊은 선생님. 그 둘이 바로 할머니와 할아버지였습니다. 운명적인 만남을 한 두 분은 2년 후 결혼하셨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황홀한 기분에 휩싸였습니다. 그리고 정말 부럽다고 생각했습니다.
결혼한 두 분은 제주도에 살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제주도에는 일본 감귤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일본 감귤이 맛있다는 말을 들은 할아버지께서 그 연구를 하고 싶다고 하신 이유로 제주도에 살게 된 것입니다. 육지에서 내려왔다고 '육지년' 이라는 말을 들은 할머니께서는 가슴에 많은 상처를 받으셨고, 고생도 많이 하셨습니다. 그런 고통을 이기고 두 분은 아무 것도 없는 밭을 정성껏 일구고 밀감묘목을 심어서 과수원을 개간하셨습니다. 그 후 9년 동안 할아버지께서는 연구에 몰두하시고 10년 째에 선생님으로 복직하셨습니다. 지금 과수원에는 밀감나무들은 없어져버렸지만 그 자리에 할아버지 할머니와 외삼촌네 가족이 살고 계시는 집이 있고 바로 옆에 우리 엄마에게 나누어준 땅이 있습니다. 몇 년 후가 될 지는 아직 모르지만 우리 가족이 제주도로 돌아가면 그 자리에 집을 지어서 살게 될 겁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옆집에 살게 되는 날이 정말 기다려집니다.
지금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즐기시는 것은 '오름'입니다. 오름 동호회를 결성하여 매주 목요일에 부부 사이좋게 오름을 오르러 가십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최근에 책도 내셨습니다. 지금까지 오른 오름에 대한 감상과 사진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 사진들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은 새하얀 눈이 덮힌 오름 정상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뒤에서 꼬옥 껴안고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새하얀 이빨이 다 보일 정도로 환하게 웃고 계십니다. 할아버지에게 감싸인 할머니는 수줍은 듯 한 미소를 짓고 계십니다. 그 사진을 찍은 오름의 감상문에는 '행복하다' 라는 말이 쓰여 있었습니다. 저는 그 짧은 말에서 커다란 사랑을 느꼈습니다.
4년 전에 할아버지께서는 환갑을 맞이하셨습니다. 그 때 할아버지께서 '앞으로의 인생은 아내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살겠다' 라는 말씀을 하셨다는 말을 엄마에게서 들었습니다. 이렇게 커다란 사랑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다니......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은 처음입니다. 글로 쓰고 나니 저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얼마나 아름다운 분들인지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분의 커다란 사랑 안에 저가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녀딸로 태어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2006년 11월 일
첫댓글 역시나 그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녀군요. 먼 곳 일본에 있으면서도 할아버지 할머니를 그리는 마음이 그냥 배어 나오네요.글 맵씨며 사랑 가득한 마음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그냥 그대로 빼닮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어요,고마와요.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