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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동 제 5 시집
<횡설수설(橫說竪說) 뿔 없는 도깨비 뿔 아홉 도깨비>1
도서출판 세종 2002. 10
횡설수설(橫說竪說) 1
무슨 영문인지 갇혀 있었다.
수의(囚衣) 앞섶에다
“희귀종 뿔 없는 도깨비”란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내가 우째 도깨비냐구 패악을 쳐대도
먹혀들지 않았다.
호모 사피엔스로 분류된 거만도 오감하지 않느냐며
부아만 실실 돋워놓는 것 같았다.
허기 사 내 상통 누가 감상해도 도깨비가
형씨, 형씨 불러 세워 촌수를 따질 만했다.
감방은 어둑하고 퀴퀴했다.
실 올 같은 빛살 한 줄이 벽 틈으로 스며들 뿐이었다.
간수는 시도 때도 없이
범 눈을 부라리며
“이 새꺄! 뿔 없는 도깨빈 죽지 잘린 새만도 못해!”
방망이로 땅땅
민머리에 피멍을 내곤 했다
뿔따구를 빨랑 달아 주려는
자비심 때문인지
애시당초 미운 털이 박혀
물고를 내려는 수작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꿈마다 백 척 높은 나무 꼭대기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우듬지에는 까마귀가 울고 있었다.
손으로 나뭇가지를 잡지 않고
등걸에다 발도 대지 못하고
단지 이빨로 가지를 문 채였다
(*향엄상수(香嚴上樹) 법문과 닮은 데가 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나무 아래서 갑옷 입은 장수가
신궁(神弓)에 살을 매겨 겨누며 다그쳤다
“네 이놈 도깨비야 부모로부터 나기 전엔 무슨 옷을
걸치고 설쳤더냐 곤룡포더냐 누더기더냐?“ 한마디
바로 이르면 살려주겠지만 이르지 못하면 죽이리라!“
선문답(禪問答) 나부랭이 같은데
씨도 먹히지 않는 말 이었다.
주둥일 벙긋 대거리하다간
홍시마냥 떨어져 박살이 날 테고
우물꾸물 버티다간
화살이 두개골을 뽀개 버릴 것이다
사지를 아무리 뒤척여도 꿈을 깰 수 없었다
이럴 때 천행으로 도깨비 뿔따군가
그런 거 하나라도 쏙 불거지면
(천년 묵은 구미호처럼)
홀라당 땅재주나 넘어 볼 텐데
신통방통 둔갑해서
토까 버릴 텐데
토까 버릴 텐데
그런 맘뿐이었다.
*향엄상수(香嚴上樹)=선문(禪門) 공안(公案)중의 하나.
횡설수설(橫說竪說) 2
(뿔 하나 도깨비)
천신만고
뿔이 한개 불거지자
문득 바람나라였다.
도깨비 탈이 온데 간데, 없어지고
몸뚱이가 붕- 떴다.
벼라 별 바람 중에, 짱 바람인
태풍으로 태어난 건 운수대통이었다.
회오리 형(形) 고깔감투에다
동해바다쯤은 통째 덮어씌울
펄럭 펄럭
거대한 의상을 걸친 채, 어깻죽지론
별이 예닐곱쯤 되는
원수(元首)급 견장을 달고 있었다.
휘하에 낙뢰와 폭우로 무장시킨-
(900 헥토파스칼, 시속 300킬로짜리)
무대뽀 깡패 군단을 거느리고 있었다.
군호만 떨어지면 총알처럼 튕겨나가
어디고 무엇이고, 사그리
박살을 내버릴 태세로 투그리고 있었다.
심기만 찌뿌드드해도
시도 때도 없이 경보(警報)를 남발해서
애맨 민초(民草)들
가슴을 조이게 만들거나, 달달 볶았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주리를 틀거나
등가죽에 채찍질을 치며 문초했다. 초토화시켰다.
“살려주세요. 살려 주세요”
울부짖는 목청이 높을수록
(사디스트마냥)
쾌감의 황홀 곡선도 상승하곤 했다
(죽일 줄만 알았지 살릴 줄 모르는)
단지, *질 낮은 저 품질의 권세(權勢)로
군림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꿈을 꾸고 있었다.
별안간 무지 큰 손아귀가 정수리를 틀어쥐는 것 같았다
뜨거워서 팔딱 팔딱 뛸 판 이었다
(어떤 생쥐 같은 녀석이 발칙하게 상감의 상투를 건드려?)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자
아니, 이럴 수가
붉은 옷에 불방망이를 든
천적(天敵)인 화륜(火輪) 해님이 벙실 벙실
코웃음을 치면서 뇌까렸다
“이 새꺄! 그까짓 뿔 한 개짜리 수작으로야
암만 숨어봤자 부처님 코 구멍 밑인 걸?”
소시 쩍, 동화책 속에서
나그네 외투 벗기는 내기를 하자고 덤벼들다
죽사발이 된 뒤론
바람은 늘 해님 한 테만은 야코가 죽어있었다.
짱 바람 체면이 이만저만 구겨 진 게 아니었다
갑자기 화륜 해님이 찌렁찌렁 쇳소리로 다그쳤다
“네 이놈 도깨비야 네놈이란 대체 무엇이냐?
네 놈이라고 하는 그 당체(當體)란 게 뭐냔 말이다
누깔을 네놈이라고 그러냐. 코빼기를 네놈이라 그러냐.
간덩이를 네놈이라 그러냐. 염통이나 허파를 네놈이라 그러냐. 배꼽을,
불알을 네놈이라 그러냐. 뼈다귀를 네놈이라 그러냐. 소갈딱지를 네놈이라
그러냐. 이름 석자를 네놈이라 그러냐?
한마디 바로 이르면(이왕지사 붙여 논)
어깨 죽지 별이 사 떼지 않겠으나
이르지 못하면 불덩이 채 다가서서
피 한 방울 안남기고 말려버리리라.“
선문답 나부랭이 같은 데
씨도 먹히지 않는 말이었다.
팔다리를 아무리 흔들어도 꿈을 깰 수 없었다
이럴 때 천행으로 도깨비 뿔따군가
그런 거나, 하나 쑥 불거지면
홀라당 땅재주나 넘어 볼 텐데
신통방통 둔갑해서
토까 버릴 텐데
토까 버릴 텐데
그런 맘뿐이었다.
*질 낮은 저 품질의 권세=엘빈 토플러의 저서 권력이동에서 폭력을 가장 질 낮은 저 품질의 권력이라 지칭한 것을 인용
횡설수설(橫說竪說) 3
(뿔 둘 도깨비)
뿔이 두 개째 돋아나자
문득 돼지가 되었다
생김새가 튀기 같았다
주둥이랑 배때기는 꿀꿀인데, 항문으로
실을 뽑는 거로 봐선 영락없는 거미 같았다.
그물 짜는 솜씨랑, 먹 거리를
포획(捕獲)해서 잡아먹는 재주 말고는
달리 내세울 마음이란 내면(內面)이 없었다.
(살기위해 먹는 게 아니라 먹기 위해 사는 것뿐이었다.)
하늘은 메워도 욕심 주머닌 못 메운 다던가
삼켜도, 삼켜도 뱃속이 차지 않는
불감(不感)병을 앓고 있었다.
까치가 고목나무 꼭대기에서
“얀마! 부재지족(富在之足)이란 말도 못 들어봤냐?
금돈이 소나기처럼 쏟아져도
만족할 줄 모르면사 가난뱅인걸”
유식한척, 한 수 찔러주었지만
도야지 귀에 경 읽기였다.
웅덩이만한 그물에서
호수만한 그물
호수만한 그물에서
바다만한 그물로 어장(漁場)만 넓혀 갔다
송사리 한 마리 못 빠져나갈
저인망(底引網)에
(혼백(魂魄)마저 가둔 패)
덧셈으로, 덧셈으로 어장만 넓혀갔다
꿈마다 수술대위에 꽁꽁 묶여있었다
배때기가 남산만 해지는 부종(浮腫)증세였다
패랭이에 무의(舞衣)를 걸친 망나니가
의원이랍시고
침구(鍼灸)대신
숫돌에다 회칼을 갈고 있었다.
탐(貪)이라는 장기(臟器)하날 떼어낸다지만
속셈은 딴 데 있는 것 같았다
(도깨비 가죽으로 코트를 지으면 밍크 따윈 저리 가랄 거야)
혼자말로 중얼대며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비릿한 피 내음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바람벽에는 며칠사이에 벗긴 듯한
인피(人皮)가죽이 여남은 장 걸려있었다
망나니가 별안간 생뚱맞은 소리로 다그쳤다
“네 이놈 도깨비야 산송장 끌고 다니는 귀신을
타시귀(拖屍鬼)라 그러는데
그 치 모가지에 방울 다는 도리나 퍼뜩 말해보렴
한마디 바로 이르면 살려주겠지만
이르지 못하면
산채로다 홀랑 가죽을 벗기리라.
선문답(禪問答) 나부랭이 같은 데
씨도 먹히지 않는 말 이었다
사지를 아무리 뒤척여도 꿈을 깰 수 없었다
이럴 때 천행으로 도깨비 뿔따군가
그딴 거나, 하나 더 불거지면
데굴데굴 땅재주나 넘어 볼 텐데
신통방통 둔갑해서
토까 버릴 텐데
토까 버릴 텐데
그런 맘뿐이었다
횡설수설(橫說竪說) 4
(뿔 셋 도깨비)
뿔이 세 개째 돋아나자
문득 들개나라였다
개판 공화국이란 깃대가 나부끼고 있었다.
망측하게 시리, 황음(荒淫)을 국시(國是)로
교접(交接)을 일상(日常)의 생업(生業)으로 삼고 있었다.
왕 개를 뽑는 데도
변강견(犬)중에서 아랫도리 심이 센 개를
추대하는 조항(條項)을 둔 것 같았다
수캐 후보들이 저마다 암캐 눈에 들기 위해
(해구신(海狗腎)만큼 멋져 보이는)
연장을 까든 채 거리 유세를 하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양기를 돋우는 데야
구육(狗肉)만 한 것이 있으려구
*브리지트 할망구가 헐뜯거나 말거나
식인종마냥
개가 개를 잡아먹고 있었다.
드디어 (도깨비 개가) 대권을 거머쥐자
왕 개 한 마리에 배당된 궁녀개가 삼천이나 되었다
방방곡곡 암내가 진동하지 않는 골짝이 없었다.
주야장천 음경이 빳빳 서서
수그러들 기미가 안 보였다
새끼개가 낳은 손녀 개
손녀 개가 낳은 증손녀 개들이 지존(至尊)인
할배 개의 새끼를 배고 있었다.
상피를 붙는 통에 촌수가 뒤죽박죽이었다.
“*레스트(rest)면 루스트(rust)지!”
호기를 부리며 피스톤을 작동 시켰다
“감가상각(減價償却)으로 신(腎)이 닳아
문드러지는 걸 계산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꿈마다 깊은 산 속 토굴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꿈의 줄거리가 금강경에 나오는 *도할양무심(塗割兩無心)같았다)
“넌 도대체 뭘 하는 녀석이냐?”
“음심(淫心)을 잠재우고 싶어 수행하는 중입니다”
극악무도한 가리왕의 칼이 양팔을 싹둑 잘라버렸다
“넌 도대체 뭘 하는 녀석이냐?”
“음욕(淫慾)의 씨를 말릴까 싶어 수행하고 있습니다.”
양다리를 싹둑 잘라버렸다
“넌 도대체 뭘 하는 녀석이나?”
“*접이불루(接而不漏)라는 기술을 터득할까 해서
명상 중에 있습니다.”
(갈수록 양양이잖아)
머리끄덩일 치켜들곤 코를 싹 베어버렸다
양 귀를 싹 베어버렸다.
“접이불루라니 그딴 게 무슨 놈의 호랑말코냐?”
“교접 중에 사정(射精)을 하지 않으므로
몸을 축내지 않는다는 방사술(房事術)로 알고 있습니다.”
칼끝으로 양 눈을 쏙 도려내 버렸다
주둥이를 짓이기고 혀를 잘라버렸다
마침내 가랑이 사이의 송이버섯마저 토막쳐버렸다
가리 왕이 눈을 부릅뜨고 다그쳤다
“네 이놈 도깨비야 옛날 어떤 노파가 스무 해 동안이나 공양(供養)하던
중을 쫓아내고 암자를 불살라버렸다는 *파자소암(婆子燒庵)얘기를 들었느냐
어떻게 해야 중이 쫓겨나지 않고 암자도 불사르지 않았겠는지
한마디 바로 이르면 갈가리 찢긴 살점을 봉합해서 살려주겠지만
이르지 못할진대 재를 묻혀 흩어버리리라.”
선문답(禪問答)나부랭이 같은데
씨도 먹히지 않는 말이었다.
사지를 아무리 파닥파닥 몸부림을 쳐대도
꿈을 깰 수 없었다
이럴 때 천행으로 도깨비 뿔따군가
그딴 거나, 하나 더 불거지면
홀라당 땅재주나 넘어 볼 텐데
신통방통 둔갑해서
토까 버릴 텐데
토까 버릴 텐데
그런 놈의 꿍꿍이 뿐이었다
*브리지트 할망구=프랑스 영화배우 브리지트 바르도
*레스트(rest)면 루스트(rust)=쉬면(사용하지 않으면)녹 쓴다는 말
*도할양무심(塗割兩無心)=금강경에 나오는 말. 은인이거나 증오하는 사람이거나 양쪽 다 무심으로 대한다는 뜻
*파자소암(婆子燒庵)=옛날 어떤 중이 깊은 산속 암자에서 참선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한 노파가 스무 해 동안이나 한결같이 공양을 해주다가 어느 날 예쁜 딸을 시켜 중을 끌어안고“이럴 땐 어때요?”묻게 했더니 중이“마른 나무가 찬 바위를 의지하니 삼동(三冬)에 따뜻한 기운이 없구나”했다
딸이 돌아가 노파에게 전하니, 노파가
“내가 이십년 동안이나 순 속인(俗人)놈을 시봉하였구나”
그 중을 쫓아내고 암자를 불살라버렸다는 선종(禪宗)의 화두(話頭)
횡설수설(橫說竪說) 5
(뿔 넷 도깨비)
뿔이 네 개째 돋아나자
문득 새로 태어났다
필리버스트(filibuster)가 장기였다.
물 한모금 안 마시고 사흘 밤 나흘 낮을 쩨쩨거렸다.
난상토론(爛商討論),
말이 말을 잡아먹고, 말이 말에게 잡아먹혔다
정론(正論)에는 얄짤없이
반론(反論)이 쫓아와서 덜미를 낚아채고
반론은 또 십리도 못가서
사냥개라는 이름의
또 다른 논객(論客)에게 물어 뜯겼다
마침내 새들도 간간이
수사학적(修辭學的)색칠이나, 방편가설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의 논(論)만으론
참을 도출하는 데 한계가 있으리라.
깨닫기 시작했다.
노자(老子)영감이 도덕경(道德經)책갈피 속에서
코를 드렁드렁 골며
“아는 놈은 말이 없고 말하는 놈은 알지 못하지”
잠꼬대를 해쌓자, 서역(西域)땅의
귀머거리 달마 할배도
꿈결에 봉창을 두드리며 맞받았다.
“입을 열기 전에 삼천포라니까”
꿈마다 땅 밑 천길,
*발설지옥(拔舌地獄)에서 옥살이를 하고 있었다.
팔다리에 사슬을 채워 옴치고 뛸 재간이 없었다
이발용 가위를 든
고문 기술자라는, 지옥사자가
사시(斜視)눈을 모로 뜬 채
강아지 약 먹이듯이
강제로 입을 짝 벌려 놓더니, 불문곡직
혀를 싹둑 잘라버렸다.
그렇게 아파 본적은 배꼽 생기고 처음인 것 같았다.
까무러쳤다가 깨나고 깨고 나선 또 까무러쳤다
피를 두어 동이나 흘려서야
도로 붙여준다며 돗바늘로 짜깁기를 해주었다
뽑을 때보다 아홉 배는 더 아팠다
자비를 베풀어 차라리 숨통을 끊어 줄 낌샌,
쥐똥만큼도 없어보였다.
심심타 싶으면 수시로
잘랐다가 붙이고 붙였다가 잘라대길 반복 했다
(부모 죽인 오역죄(五逆罪)도 아니잖소, 허물이라 해봤자
세상에 있을 때 아는 척 좀해서 깝신댄 거 밖에 없는데
고만한 걸 무슨 중죄라고 혀까지 잘라대고 그런 다요?)
눈물 콧물 범벅으로 읍소를 폈으나,
돌아 온 거라곤
*개새끼! 한마디와
정강이가 부러지게 쪼인트를 까준 것뿐 이었다
쥐구녕처럼-
지옥 구덩이에도 볕들 날이 있긴 했다
과거 생의 작은 선행(善行)하나가
업경(業鏡)에 비쳤다던 가
밧줄 한 가닥이 공중에서 쭈르르 내려 왔다
오 마이 갓! 그럼 그렇지
(이런 양질(良質)의 혼도 몰라보는 눈 삔 신이 있을려구)
의기양양, 낑낑대며 올라가는데
흘깃 아래를 내려다보니, 맙소사
구름 뭉텅이만한 지옥 동료들이 바글바글 밧줄 꽁무니에
매달려 서로 먼저 오르려고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잖은가.
닭살이 팍 돋았다
만약 이 외가닥 줄이 끊어지면 모처럼 구원받은
목숨이고 뭐고 낙동강 오리알이 되고 말텐데.
“이놈들아 이 줄은 하늘이 나한테 내리신 은총의 밧줄인데
죄가 덕지덕지 붙은 네놈들이 무슨 낯짝으로 붙든다고 떼를 쓰냐?”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그 때였다.
“이승서나 저승서나
달라진 거라곤 개 코만큼도 없는 놈 이로고”
확성기 같은 큰 소리가 공중에서 쩡 울려 퍼졌다.
그리곤 잠시 목청을 가다듬는 것 같더니만
진동수가 큰 바이브레이션 말씨로 다그쳤다
“네 이놈 도깨비야 열반경(涅槃經)마흔 권 가운데 얼마만큼이
부처님 말씀이고 또 얼마만큼이 마귀의 말인지 알겠느냐
한마디 바로 이르면
천국 시민으로 맞아줄지 모르겠으나 이르지 못하면
꽁무니에 매달린 녀석들만 끌어올리되
네놈만은 내쳐서(혀 자르는)나락(奈落)으로 빠꾸시키리라.”
선문답(禪問答)나부랭이 같은데
씨도 먹히지 않는 말이었다.
사지를 아무리 뒤척여도 꿈을 깰 수 없었다
이럴 때 천행으로 도깨비 뿔따군가
그딴 거나, 하나 더 쏙 불거지면
데굴데굴 땅재주나 넘어 볼 텐데
신통방통 둔갑해서
토까 버릴 텐데
토까 버릴 텐데
그런 맘뿐이었다
*발설지옥(拔舌地獄)=입으로 나쁜 짓을 한 사람이 떨어지는 지옥
*(개새끼!)= 이 한마디 욕 말속에“네놈이 안다고 깝죽대는 그놈의 지식(知識)이나
학문으로야 기껏 세상 속에 묻혀있는 소재(所在)나 캐서 까발리는 것뿐이거늘, 어찌
전생을 내다볼 수 있는 지혜(智慧)로운 안목이 있다 하겠는고?“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횡설수설(橫說竪說) 6
(뿔 다섯 도깨비)
뿔이 다섯 개 째 돋아나자
문득 나무로 태어났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나을 테지
좀생이처럼
오래 살 거야! 오래 살 거야!
허구한 날 끙끙대며 용만 썼다
가늘면은 어떨 가봐, 기럭지만 길 면은 장 땡 인걸
물색없이, 훌쩍훌쩍 키만 컸다.
라이벌인 그 짜아식,
십 팔 만년이나 명줄을 이었다는
삼천갑자 동방삭보다
오기로라도 한 만년 더
나이테를 감아야 체면이 설 것 같았다
대붕(大鵬)새가 구만리장천을 나르다가
키 자라는 소린지, 용 소린지, 듣고
“송장 섬기는 놈이 로군”
잇새로 침을 찍 갈기며 조롱했다
(자존심을 구겨도 유분수구먼)
“보소 대붕 영감, 이거나 잡숫고 꺼져 버리 숑!”
공중에다 대고 팔뚝 용두질을 쳐대자
“네놈 곁엔 물이 얕아 다시는 배를 대지 않으려네.
그리고는 날개 짓에 가속을 붙여
가물가물 점(點)이 되어 하늘 저쪽으로 사라졌다
팔십년은 좋이 지난 후에 사
게송(偈頌)한 구절 적힌 엽서 한 장,
(*한량없는 오랜 겁(劫)이 곧 한 생각 찰나(刹那)요
한 생각 찰나가 곧 한량없는 겁이로세)
철새 입에 물려 보냈는데
*곤(鯤)이라는 물고기가 산다는 곳
*명해(溟海)라는 바다의 소인이 찍혀있었다
꿈마다 황량한 벌판에서 맹수에게 쫓기고 있었다.
“이 새꺄 *수자상(壽者相)에 집착해서 세상에
너무 오래 머문 건 죄 아닌 줄 아냐”
맹수는 헐떡거리면서도 줄창 씨부렸다
안수정등(岸樹井藤))얘기랑 줄거리가 비슷한 것 같았다
허겁지겁 깊은 우물 속에 몸을 숨기려고
등나무 넝쿨을 쭈르르 타고 내려가니
얼렐레
허리통이 한 아름이나 됨직한 능구렁이가
어두컴컴한 바닥에 똬리를 틀고 있다가
이게 웬 냠냠이람
혓바닥을 날름날름 군침을 삼키며
대번에 몸뚱아릴 칭칭 감아버렸다
우물 밖에서는 먹이를 놓친 맹수의 포효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구렁이가 목구멍에 김이 새는 듯한 허스키로 다그쳤다
“네 이놈 도깨비야 도마뱀을 토막 내면 동강동강 꿈틀댄다.
대가리와 몸통 꼬랑지 어느 쪽에 마음이 담겼는고.
한마디 바로 이르면 풀려날 수 있겠지만
이르지 못하면 새참거리로 꿀꺽 삼키리라”
선문답(禪問答)나부랭이 같았지만
씨도 먹히지 않는 말이었다.
아무리 팔다리를 휘저으며
개헤엄을 쳐대도 꿈을 깰 수 없었다
이럴 때 천행으로 도깨비 뿔따군가
그런 거 하나 쯤 더 불거지면
홀라당 땅재주나 넘어볼 텐데
신통방통 둔갑해서
토까 버릴 텐데
토까 버릴 텐데
그런 맘뿐이었다
*한량없는 오랜 겁(劫)=무량원겁 즉일념 일념즉시 무량겁
*곤(鯀)=상상상(想像上)의 매우 큰 물고기
*명해(溟海)=망망한 바다
*수자상(壽者相)=개체라는 생각. 생명 있는 것이라는 관념. 여기서는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심을 표칭 했음.
횡설수설(橫說竪說) 7
(뿔 여섯 도깨비)
뿔이 여섯 개째 돋아나자
문득 꽃으로 태어났다
만화방초(萬花芳草),
눈부신 꽃옷으로 치장한 요정(妖精)들이
눈웃음에 담긴 벼라 별 꽃말들을 뱉어내며
몸을 비비꼬고 있었다.
(제 이미지는 화려와 부귀거든요 격조가 쬐금 높걸랑요)
(어머 제가 청순 순결의 화신이란 걸 여태 모르셨어요)
(전 바람기가 브랜드라니까요)
(전요 잘난 체 하는 거 빼면 석녀(石女)거든요)
(제 캐릭터는 한마디로 질투라구요)
모양새며 개성은 각양각색이지만
타고 난 제시본성(提示本性)만은 모두들 닮아 보였다.
광장마다
“얼굴이 고와야 미녀지, 마음만 예쁘다고 미녀냐”
개사곡(改詞曲)으로 응원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연일 꽃 중의 꽃,
그랑프리를 뽑는다며 법석을 떨고 있었다.
꼴찌를 먹은 수선화가
호수 속에 비친 제 모습에 반해
“나야말로 진짜 (영원한) 퀸이야. 열여섯, 꽃띠부턴
결코 시들지 않기로 했으니까“
*코코샤넬의 말투를 흉내 내서
송알송알 넋두리를 토해쌓자
호박벌이 붕- 날아와서
“한치 앞도 못 보는 지지배군. 네년도 안 씻으면
사타구니 우물에서 꼬랑내 나는 거야“
아픈 곳을 찔러주고 달아났다.
도요새가 공중에서 눈살을 찌푸리며
“얀마 *부정관(不淨觀) 한 구절로 제도(濟度)하고말지,
천박스레 그따위 쌍소리로 훈도(薰陶)할게 뭐람”
핀잔을 주었지만
(수선화 가슴으로 헤아리긴)
턱도 없이 난해한 말 같았다.
뒤숭숭한 꿈이었다.
마녀사냥에 걸려 심문을 당하고 있었다.
몽당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난 게
죄목이라 그러더니만, 금방
분별심(分別心) 그게 또
이만저만 중죄냐구 윽박질러쌓곤 했다.
(여자를 인간과 짐승의 중간쯤으로 보던)
중세시대나 이조시대 같기도 했다
화형(火刑)장은 장터 같이 북적댔다.
기름을 흠씬 묻힌 장작더미 위에
춘향이 차림새로 목에 칼을 찬 채,
타령조로 *회심곡(回心曲)을 흥얼대고 있었다.
(여보시오 시주님네 이내말씀 들어 보소. 모양에 집착하면
어리석음 내게 되고 어리석기 때문에 애욕을 일으키고
애욕으로 인해 얽매이고 얽매이기 때문에 태어나고
태어나게 됨으로 죽게 되고 죽는 것 때문에
무상(無常)하다 안 카는기요)
구주죽히, 장마 비가 내리는 가운데, 나졸이
눅눅해진 성냥 대신 부싯돌로 불을 붙인다구
땀을 뻘뻘 흘려쌓자 양코배기 사또가 얼른
괴춤에서 일회용 불티나를 꺼내 던지려다 말고
무슨 속셈인지
힐긋 마녀 쪽을 향해 어눌한 조선말로 물었다.
“네 이년 도깨비야 사흘 굶은 호랑이가 산속에서 각시를
잡아먹었으나 각시 비녀가 호랑이 목구멍에 걸려
마침 지나가는 스님을 보고 살려달라고 애원했다는데
비녀를 꺼내주었다간
(십중팔구, 호랑이의 배은(背恩)으로)
스님이 도로 잡혀 먹힐 테고
내버려두었다간 산목숨을 죽이게 한
계(戒)를 범하게 될 테니 어떻게 해야 스님도 살고
호랑이도 살려줄 수 있겠는고?”
그리곤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다그쳤다
“입을 열면 그르치고, 열지 않으면
잃을 것이고 열지도 닫지도 않는다면 십만 팔천이나
어그러질 것이니 한마디 바로 이르면
칼을 벗겨 주겠지만
이르지 못하면 바비큐로 구우리라”
선문답(禪問答) 나부랭이 같은 데
씨도 먹히지 않는 말 이었다.
아무리 채 머리를 흔들어도 꿈을 깰 수 없었다
이럴 때 천행으로 도깨비 뿔따군가
그런 거 하나만 더 불거지면
홀라당 땅재주나 넘어 볼 텐데
신통방통 둔갑해서
토까 버릴 텐데
토까 버릴 텐데
그런 맘뿐이었다
코코샤넬=Gabrielle chanel (1883-1971)의 별칭. 프랑스의 의상 디자이너
샤넬 5번 향수로 유명하며 본문에서 그의 말투를 흉내 냈다는 것은 그의 어록,
(나는 젊다 30세부터는 나이를 먹지 않기로 했으니까)라는 원문을 인용했기 때문임
*부정관((不淨觀)=관법(灌法)의 하나. 육체의 더러움을 관상하여 번뇌 욕망을 없애는 방법
*회심곡(回心曲)=이조 중기 서산대사 휴정이 지은 노래. 불교의 이치와 인간의 무상함을
쉽게 노래로 부르게 한 것인데, 수록된 내용은 열반경에 있는 말씀으로 지은이가 임의로 바꿈
횡설수설(橫說竪說) 8
(뿔 일곱 도깨비)
뿔이 일곱 개 째 돋아나자
문득 구더기로 태어났다.
눈도 코도 귀도 없는데다
무식만 자그마치 구단 쯤 된 다던가 했다
낫 놓고 기역자뿐 아니라
동그라미 앞에 서서 이응자가 뭔지 몰랐다
기이하게도
땅바닥에 배를 대고 굼실굼실 기어 다닐 때만
자국, 자국
시구(詩句)같은 글귀를 새겨놓곤 했다
참회문(懺悔文) 같았다
(*욕지전생사(欲知前生事)면 금생수자시(今生壽者是)라,
내가 지나간 숙세(宿世), 까마득한 옛적부터
요행히 사람으로 태어나 불법(佛法)을 만났으나
사뙨 소견에 *정법(正法)은 팽개치고
잿밥에나 군눈을 팔며 농땡일 피우다가
뒈질 무렵에야 겨우 뉘우친 척, 했으니 어찌 금생에
까막눈 과보를 면할 수 있었겠소? 보시다시피 이지경이 되었구려.)
구더기가 배때기로 이런 글을 쓰다니
엽기황당, 듣는 이들마다 얼추 다 까무러쳐버렸다.
올챙이가 시샘배가 아파
“엇쭈! 구더기 주제에 시를 쓴다고? (육갑도 모자라)
칠갑까지 떨고 있네.”
조롱하는 통에 오장육부가 뒤틀렸으나
개구리 아재께서
“일자무식, *혜능(慧能)대사도 큰 도를 깨달았는데
구더기라고 왜 그런 재주가 없겠니?”
역성을 들어줘서 그런대로 반분은 실 풀렸다
마이더스 왕은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했다잖아
이 몸은 꿈틀대기만 해도 주옥같은 글이 나오네.
기고만장,
하마터면 구더긴 줄 잊어먹고 깡충깡충 뛸 뻔했다
올챙이가 끝내 남의 울화통에 불을 지필 셈으로
“이 새꺄 울림이 없는 시도 시냐? 맹꽁이 딸꾹질 이지?”
얄기죽거리자
구더기도 벨이 있다구! 참는 것도 이젠 한계야!
바디 랭귀진(body ianguage)가,
필봉(筆鋒)인가하는 거로 받아버려야지,
뱃바닥에 힘을 실어 꿈틀꿈틀 시동을 걸려고 그러는데
녀석 쪽에서 한 코 먼저
“혼(魂)부터 클리닝 하구 나서, 시 그거 쓰는 거야 임마!”
어퍼컷 한방을 속사포로 날려 보냈다.
꿈마다 구름 두른, 높디높은 산꼭대기
*은산철벽(銀山鐵壁)아래서
백일장(白日場)이 열리고 있었다.
(*야단법석(野壇法席)이라는 법회(法會)같기도 했다)
흐린 쪽 달이 낙락장송(落落長松)끄트머리에
간당간당 걸려있는 풍광 아래로
개미떼만큼 많은 사부대중(四部大衆)들이
거적위에 무릎을 꿇은 채 앉아있었다
홍포(紅布)두루마기에다
망건 갓에 옥관자를 단 시관(試官)이
다른 이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먹 묻힌 붓으로 코끝을 찌르며 물었다
“네놈 이름이 구더긴 줄 안다마는 성은 뭐시고?”
“이가(哥)올시다”
화선지에다 낼름 한문으로
二哥(이가)라고 받아 적었다
(시관이라면서- 구더기보담도 한자(漢字)실력이 빵이구먼)
“성(姓)이라 카몬 다 오얏 이(李)잔데 우째 두 이(二)자로
남의 성을 바꾼단 말인기요?”토를 달자,
“이 새꺄 바쁠 땐 보통 그렇게들 쓰는 거야!”
속 들여다보이게 시리
똥 뀐 쪽에서 버럭 성을 냈다.
괜스레 건드려서 괘씸죄에 걸려든 것 같았다
꼬투릴 잡으려고
별안간 가짜 시인 내음이 난다며
남의 턱밑으로 다가앉아 코를 벌름거렸다
돋보기로 가슴팍을 요리 조리 비춰보는 척하다가
“그럼 그렇지 요런 가슴에 시가 괼 리 없지”
양미간을 찌푸린 채
별안간 *찰간대(刹竿坮)에 매단 설렁줄을 당기니
사천왕과 빼닮은 텁석부리 사내가
손가락을 우두둑 꺾으며 한달음에 달려 나왔다
그리곤 거적으로 뚜르르
남의 몸뚱일 김밥처럼 말아놓더니만
해머 같은 떡메를 머리위로 치켜든 채, 상전의 명만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멍석말이 테러 같았다
시관이 품위 없이 뻐드렁니를 드러내 보이며
투박한 남도 사투리로 지껄였다.
“도깨비 이노마야 옛날 *조주(趙州)도인에게 어떤 중이
개한테도 불성(佛性)이 있는기요 없는기요 물으니
무(無)라고 그랬다, 안 카나,
목숨 있는 것이면 말끔 다 불성(佛性)이 있다고 해쌓던데
조주는 무슨 변덕으로 없다고 그랬는지
그 무자(無子)한자로 시제(詩題)를 삼아
오도송(悟道頌) 한 수 읊어 보거래이
*한 소식 감로문(甘露文)을 뱉으면 사
군말 않고 살려주겠지만
조미료로 맛이나 낸 고런 조런 잡 글이면
뼈도 발라내지 않고
멍석 채 으깨어 쥐포를 만들 테다”
선문답(禪問答) 찌끄러지 같은데
씨도 먹히지 않는 말이었다.
팔다리를 아무리 흔들며
만세를 불러 봐도 꿈을 깰 수 없었다
이럴 때 천행으로 도깨비 뿔따군가
그런 거 하나 만 더 불거지면
신통방통 둔갑해서
숨어버릴 텐데
숨어버릴 텐데
그 딴 놈의 꿍꿍이뿐이었다.
*욕지전생사(欲知前生事)면 금생수자시(今生壽者是)= 전생의 일을 알고자 하는가. 금생에 받은 이것이니라.
*정법(正法)=여기서는 참선(參禪)공부를 지칭했음. 관심일법(觀心一法)이 총섭제행(總攝諸行)이라, 마음을 관(觀)하는 한 법(法)이 모든 행(行)을 섭(攝)해 가지고 있다하니, 달리 헤매지 말고 사교입선(邪敎入禪)해서 마음 찾는 공부를 하라는 뜻
*혜능= 638-713 중국 승려 선종(禪宗)의 제6조
*은산(銀山)철벽(鐵壁)=은과 철은 뚫기가 힘들고, 높은 산과 견고한 성벽은 오르기 어렵다는 선문(禪門)용어. 참선하는 이들이 화두를 들고 일념으로 정진할 적에 분석하고 추리하는 분별의 작용은 여의였지만 아직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 중간 경계에서 은산철벽과 같은 정신상태를 경험하는 수가 있다고 함.
**야단법석(野壇法席)=들판에다 임시로 설법(說法)하는 장소를 만든다는 말인데 뜻이 변해 시끌벅적한 곳을 가리키게 됨
*찰간(刹竿)대=절 앞에 세워두는 긴 장대로서 설법이 있는 것을 표시하기위해 깃발을 건다고 함
*조주=778-897 중국 승려 남천보원의 법제자
*한 소식= 깨달음을 지칭함
횡설수설(橫說竪說) 9
(뿔 여덟 도깨비)
뿔이 여덟 개째 돋아나자
문득 신(神)이 되었다.
(신전(神殿)이 도깨비 아지트라니, 요번만은 제아무리
뒤져도 정체가 드러날 리 없을 것 같았다)
보좌에 앉아
아래세상 동정을 살피니
서당 훈장이 아이들과 *사략(史略)을 읽고 있었다.
“까마득한 태고 적에 *천황씨가 있었느니라.”
한 녀석이 데라지게 눈알을 굴리며 질문을 했다
“훈장님요 천황씨(天皇氏)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는데요?”
“*반고씨(盤古氏)가 있었느니라.”
“그럼 반고씨 이전에는 또 무엇이 있었는데요?”
훈장이 말이 막혀 헛기침만 거푸 해대자
신이 얼른 끼어들어 훈수를 했다
“말도 안 되는 걸 말이 되게 하는 로고스(logos)의 신,
조물주(造物主)인 내가 그 이전에 있었느니라.”
묻지도 않은 말까지 덧붙였다
“태초에 빛을 비롯해서 천지만물을 만든 뒤
여섯 째날, 내 모조품이랍시고 너흴 빚었느니라.”
그리곤 나치스(nazis)식으로 오른손을 번쩍 들며
선언했다.
“그 이외 궁금증 같은 건 (성령(聖靈)으로 쓴 내 저술(著述))
베스트셀라가 알아서 말끔 풀어주겠지만 나를 헐뜯고
씹는 자는 그 죄를 갚되, 아비 대(代)로부터 내리 삼, 사대까지
이르게 하거니와 나를 영접하고 계명을 지키는 자는
천대만대까지도 은총을 베 푸리라.”
아이 하나가 용포(龍袍)자락을 붙들며
“그건 그렇다 치고요 천지우주를 창조하기 이전엔 신(神)님은
어디서 무었을 했는데요?”
꽈배기 말투로 찍자를 붙자
“*고따위 질문으로 날 흔들려는 반동 놈을 조지기 위해 미리
지옥이란 곳을 만들어두었느니라.”
아이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럼 요것 하나만 더 물어보겠는데요, 신(神)님만이
만유(萬有)를 주재(主宰)하시는(오로지 한분뿐인),
유일신(唯一神)이라고 호언 하셔놓고, 한편으론 왜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고 핏대를 세우는기요
어폐가 좀 있는 거 아닌기요?”
갑자기 신 쪽에서 입을 꾹 다물었다
대거릴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옳거니 이제야 말이 막혀
백기를 드나보다, 내심 이겼다구 쾌재를 불렀으나
천만의 말씀이었다. 신은
왕 마귀 한 마릴 세뇌(洗腦)시켜
종질을 시키는 게 이로울지,
효시(梟示)삼아
(요 간덩이가 산(山)만한 맹꽁일)
도륙(屠戮)을 내는 게 덕이 될지
잠시 셈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꿈을 꾸고 있었다.
스크럼을 짠 (*안티 갓(anti god)) 군중들이
제단(祭壇)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태(胎)로 난 중생들만 해도
부지기순(不知其數)데
*알(卵)로 난 중생까지 합치니, 말 그대로
*중산중해(衆山衆海)였다
벼라 별 불경(不敬)스런 구호를 외치며
종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베일에 싸인 어떤 신(神)이
리모컨으로 군중을 선동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신이여 죽은 자를 살려보소!)
(*오병이어(五餠二魚)로 우릴 다 배불리 먹여주소!)
(죽은 뒤의 천국행을 당근삼아 산 사람을 옭아매지 말란 말요!)
하늘을 덮을 만치 큰 플래카드도 걸려있었다
(화약내만 풍기는 전쟁신은 회개하고 물러가라)
(당신이 관여하지 않는 지구촌 *분쟁지역이 대체 몇 군데냐?)
마침내 소문만 무성하던 (문제의)신이 중재 차
우거지상을 하고 있는 기존의 신 앞에 나타났다.
“당신이 (당신의)계명(誡命)에서 당신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던
그 신이 바로 나요. 먼저 당신의 교구(敎區)영역으로 부득이 범접한
무례부터 사과하겠소. 이제부터 당신과 본신간의 회담을 위해
그 쪽을 편의상 천신(天神),
이 쪽을 지신(地神)이라 구분해서 부르겠소만,
단, 이름 따위가 천신이라 해서 동격(同格)인 나를
업신여기려다간 코를 다칠 테니 그리 아쇼“
천신(天神)이라 불리 운 신이 같잖아서 코 구멍만 후벼 파자,
지신(地神)역시 캑 가래침을 뱉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끼리야 감추고 자시고 할 게 뭐 있겠소만
까놓고 말해서, 신이란 칭호는 본래 중생들의 능력이나
사고(思考) 한계를 넘어 선
초월자(超越者)를 존숭(尊崇)해서 붙여 준 걸로 알고 있는데
그쪽이나 나 역시 신의 반열에 올라있긴 해도 엄밀히 말해서
*연기소생(緣起所生)이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직
*육도(六道)를 윤회(輪回)하는 *범류(凡類)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별안간 천신(天神)이 정신을 차린 듯, 말허리를 꺾으며
“*시그발! 신들만이 알고 있는 그딴 거까지 함부로 발설 하냐”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으나
말은 이미 저만치 새나가고 있었다.
“그 동안 우리가 무지렁이 중생들을 노예로 부려먹기 위해
생사여탈권(生死與奪權)을 쥐고 있는 절대자인양 구라를 친 것부터
난 가책이 들어 도저히 양심선언을 하지 않고 못 베길 것 같소
더구나 우리가 그들에게 내려주었다는 사랑이란 것도
아무 조건 달지 않고
누구에게나 내려 준 선물이 아니고 항상
선결조건으로 그들 쪽에서 먼저 우릴 사랑하고 고분고분
순종하는 쫄따구 노릇을 해주어야만 비로소
(강아지 밥 주듯이) 던져 준 하사품이었던 점에 대해서도……”
천신(天神)이 다시 한번 꽥 소리를 지르는 통에
또 말허리가 부러져 동강이 나버렸다.
지신(地神)인지 빙신인지 이 주책바가지가
얼마나 더 밑 구린 델, (중생들 앞에)불어버릴지
좀이 쑤셔 더 이상 귀를 열고, 들을 수가 없었다.
신통술로 퍼엉- 연기처럼 사라져야지
버튼을 눌렀으나
아니, 이건 또 뭐야 지신(地神)이 영점 일초 차로 얍 하고
*비토(veto)권을 행사해버린 바람에
신통술(神通術)이 덜커덩 작동이 되지 않았다
별안간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 시작 했다
보스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관찰하던 집사가
“신께서 저럴 리가 없는데”
발만 동동 구르다가 군중 속으로 숨어버리고
(경호 역을 맡고 있는) 제사장마저 행불로 판명되자
“부루터스 너마저도?”
시저가 뱉었다는 말까지 써먹으며 절규했다.
지신(地神)이 코너에 몰린 천신(天神)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세에는 도깨비까지 신 흉내를 낸다던데”
넘겨짚는 말로 쓱 한번 찔러보더니만
이내 서릿발 같은 칼 소리로 다그쳤다
“네 이놈 도깨비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가죽옷이
해지면 다음번엔 또 무슨 옷을 걸치고 설칠 테냐?
소가죽 옷을 덮어쓸 테냐
말가죽 옷을 지어 입을 테냐 한마디 바로 이르면
고장 난 델, 손을 봐서
신통술이야 복원해주겠지만,
이르지 못하면 *신명사칭(神名詐稱)죄로
군중들 앞에서 볼기를 치리라.
판도라 궤짝에다 가둬 오만 년은 징역을 살리리라.”
선문답 나부랭이 같은데
씨도 먹히지 않는 말이었다.
사지를 아무리 뒤척여도 꿈을 깰 수 없었다
데모 떼들에게 짓밟혔다간
뼈도 못 추릴 판국 이었다
이럴 때 천행으로 도깨비 뿔따군가
그딴 거 하나라도 쏙 불거지면
신통방통 둔갑해서
내빼 버릴 텐데
내빼 버리고 말 텐데
그런 맘뿐이었다.
*사략(史略)=18사략. 중국 송말(宋末) 원초(元初) 증선지(曾先之)가 편찬한 역사서
*천황씨=중국 태고시대의 전설적인 임금
*반고씨=중국에서 천지개벽 때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다고 하는 전설사의 천자이름
*고따위 질문으로=중세신학자 성 어거스틴에게 우주가 창조하기 이전엔 신은 무었을 했는가, 라고 누가 묻자 당시 성급한 신학자들이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신께서 지옥을 만들었다고 협박했다는 일화를 인용함
*태(胎)로 난 중생=사생(四生)의 하나, 모태에서 태어난 것
*알(卵)로 난 중생=사생(四生)의 하나, 난생(卵生)
*중산중해(衆山衆海)=인산인해와 비슷하게 만든 말
*오병이어(五餠二魚)=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많은 무리를 먹였다는 성경에 나오는 말
*분쟁지역=현재 지구상에 일어나는 전쟁의 90프로가 종교와 관련된 것이라는 지적
*연기소생(緣起所生)=인연이 있어서 결과를 일으킨다는(원인 지어 결과라는) 이치에 따라 생겨난 것.
그러므로 영원불멸한 것이 아닌 결국 멸(滅)할 수밖에 없는 허망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뜻
*육도(六道)=중생이 업(業)에 의해 생사를 반복하는 여섯 가지 세계
*시그발!=신이 차마 시발이란 욕을 바로 하지 못하고, 시와 발 자 사이에 물 타기로 그자를 집어넣었다는 우스개
*범류(凡類)=뛰어나지 못한 평범한 무리들의 부류
*신명사칭(神名詐稱)=관명사칭이란 말을 본 따 신의 이름을 사칭한다는 말
횡설수설(橫說竪說)10
(뿔 아홉 도깨비)
뿔이 아홉 개째 돋아나자
문득 불상(佛像)이 되었다.
(도깨비가 숨을 은신처치고는 넘넘 로열(royal)이었다.
아방궁(阿房宮) 따위는 저리가라였다)
*삼십이상(三十二相),
*팔십종호(八十種好)마저 갖춘,
미남 부처로 두 눈썹 사이
*미간백호(眉間白毫)에서 광명을 놓고 있었다.
보살이라 불리 우는
*우바이(優婆夷) 부대들이 떼를 지어 몰려와서
*예배(禮拜)를 핑계 삼아
*오체투지(五體投地),
피붙이 권속(眷屬)들의 복을 빌고 있었다.
내 자성(自性)자리를 닦아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하겠다는 서원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그저 삼재(三災)팔난(八難) 용케 피해
무병장수(無病長壽), 부귀영화(富貴榮華)누리게 해달라는
소원 보따리만 풀어놓고 빌 뿐이었다.
도깨비 생전에 이만큼 호강을 해보기는 처음인 것 같았다
절만 받아먹고도 배가 부를 판인데
시줏돈이 산더미같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재(理財)에 밝은
가사(袈裟)걸친 *무본대상(無本大商)들과
짝꿍이 되었으니
황금 알을 낳는 노다지 호재(好材)를 놓칠 리 없었다.
(김선달 그 자슥만 한강 물 팔아먹으라는 법 있냐?)
몫이 좋아 보이는 구역마다
복(福)팔아먹을 불당(佛堂)을 조성하곤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방방곡곡, 체인점을 차리느라 법석을 떨곤 했다
*가릉빈가(迦陵頻伽)새가 공중에서
“혼은 죽구, 살덩이만 살아남아 돈독이 올랐구먼”
흉깨나 보더니만
금강경 사구게(四句偈) 한 구절,
*모양으로 나를 보려거나 음성으로 나를 찾는 이는
삿된 도나 행하는 무리거늘 어찌 참을 볼 수 있겠는고
귀담아 들을 가슴 없는, 허허로운 벌판에다
단비마냥 흠씬, 미성(美聲)을 적셔주곤
어딘지 모를 하늘 끝을 향해 사라졌다
꿈도 참 어지간히 해괴했다.
저승에서 돌아온 미친 중 *단하(丹霞)가
등덜미에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이란
먹물 문신을 한 채
“마음 밖에 부처가 있다고 후라이를 까는
외도(外道)놈을 사그리 잡아 족치리라”
씨부렁거리며
사리(舍利)를 찾으려는 건지
도깨비 사냥을 하려는 건지
불상(佛像)이란 불상은 모조리 까부수고 댕겼다
여의봉인가하는 막대기로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쇠로 만든 거나, 돌로 만든 거나
순식간에 분해 되어 가루가 되곤 했다.
졸지에 은신처를 뺏긴 도깨비가
혼겁(魂怯)을 집어먹고
이 불상을 부수면 저 불상으로 달아나고
저 불상을 부수면 요 불상으로 피난하다
바짓가랑이에 생 똥을 다 쌌다. 성질 같아서는
간이라도 꺼내 질겅질겅 씹고 싶다마는
부처님 위신(威信)인가 그런 거 땜에
냉가슴만 쓸어내리는데 땡추 놈 쪽에서 먼저
“사리(舍利)도 한 알 없는 고철덩어리가
무슨 놈의 부처라구 깝죽대냐?”
순 불한당 놈 말투로 비위를 건드렸다
허폐가 뒤집혀 더 이상 점잔을 빼고 있을 수가 없었다.
“부처님을 핫바지로 봐도 유분수지, 얻다대고
그리 불경(不敬)한고”
흰자위를 굴리며 노려보는데
땡추놈 대답이 홍두깨였다.
“엇쭈 *간시궐(乾屎橛)주제에 흰소릴 치고 있네!”
그 말 뿐이면 다행이었다. 엿장수 마음대로
제 쪽을 *선(禪), 불상 쪽을 *교(敎)로 갈라놓더니만
“법은 비록 한 맛이지만 뜻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벌어진 거라구!”
누가 누굴 감히 가르치려는지
*선가귀감(禪家龜鑑)에서 따온 말, 한 구절
아랫것들 들으라는 식으로 지껄여댔다
돌잔치 때 먹은 미역국까지 넘어 올 것 같았다
선방(禪房)밥, 고거 쬐끔 축낸 이력으로
하늘같은 부처님과 맞짱을 뜨겠다니
요런, *몰자비(沒字碑)같은, 골 빈 놈과
주거니 받거니 대거릴 하다간
신분상 격이 같아질까 덜컹 겁이 났다
똥을 어디 무서워서 피하더냐?
둔갑술로 얍! 날개 달린 천리마가 되어
공중으로 히힝 줄행랑을 치는 데 어럽쇼 이럴 수가,
땡추놈 역시 어느새 비룡(飛龍)으로 변해
눈 깜짝할 사이 꽁무닐 따라잡곤, 한입에 덥석
씹어버릴 듯이 아가릴 쩍 벌리는 게 아닌가.
어마 뜨거라!
얼른 하강(下降)키를 눌러 위기를 모면하고
백수(百獸)의 왕 호랑이가 되어
일전불사(一戰不辭), 발톱을 갈고 있는데
땡추놈이 이번에도 약빠르게 한 격(格)높은
집 채 같은 맘모스(mammoth)로 변하더니,
한 발짝에 문대버리려는 듯
포크레인만한 발바닥을 쓱 치켜들었다.
버마제비가 탱크 앞을 막아선 기분 같았다
옆도 뒤도 안돌아보고 존 나게 내빼다, 잔꾀로
*패(覇)나 써서 잽(jab)으로 승불 걸어봐야지
독침을 빳빳 세운 말벌로 둔갑해서
붕-웬수놈 눈탱이를 향해 돌진하려는데
(어럽쇼) 땡추놈 역시 전광석화,
알라딘이라나, 동화속의 아이로 변해
(세리머니로) 입술에 반지를 문지르자
펑 하는 연기 속에서 궁둥짝만한 두꺼비가 나타났다
“주인님 여기에 당신의 노예가 대령 했습니다”
말을 마치기도 전에
끈끈이 같은 혀로 또르르 말벌을 감아버렸다
“삼켜버릴 갑쇼. 씹어버릴 갑쇼?”
뜻밖에도 알라딘이 도리질을 치며
더 이상 둔갑술을 못 부리게
자물통만 채워두란 눈짓만 던져주곤
“똥구녕이 더럽다고 잘라낼 순 없지”
난수표 같은 암호말로 혼자 중얼댔다
그리곤 벌이 방안에서 나갈 문을 못 찾고
봉창에만 부딪치는 걸 측은한 듯이 쳐다보며
선시(禪詩)인 듯한 옛글 한 수 낭송했다
“문으로 나가려않고 봉창만 치니 크게 어리석구나.
백 년 동안 옛 종이만 뚫으니 어느 날에야 나갈 텐 고.”
(공문불긍출(空門不肯出) 투창야대치(投窓也大痴)
백년찬고지(百年鑽古紙) 하일출두시(何日出頭時))
벌이 종내 출구를 못 찾고, 날개를 접자
알라딘이 기다렸다는 듯이 어른 음성으로 다그쳤다
“네 이놈 도깨비야 나귀를 탄 채 나귀를 찾는다는
기려심려(騎驢尋驢)라는 말을 혹 들어봤느냐
무슨 도리(道理)인지 한마디 바로 이르면
불상(佛像)속에 숨어서
절을 받아먹든 시줏돈을 챙기든
상관치 않겠으나
이르지 못하면 *사중(四衆)들 앞에서 곤장을 치리라”
어두컴컴한 폐품창고에다 오만 년쯤 처박아 두리라.
선문답(禪問答) 나부랭이 같은 데
씨도 먹히지 않는 말이었다.
사지를 아무리 뒤척여도 꿈을 깰 수 없었다.
이럴 때 천행으로 도깨비 뿔따군가
그딴 거나, 하나 더 불거지면
구미호마냥
홀라당 땅재주나 넘어볼 텐데
신통방통 둔갑해서
토까 버릴 텐데
토까 버릴 텐데
그런 맘뿐이었다
*삼십이상(三十二相)= 부처님이 갖추고 있는 뛰어난 32가지의 신체적 특징
*팔십종호(八十種好)=부처님의 신체에 갖춰진 길상(吉相)으로 80가지의 부차적 특징
*미간백호(眉間白毫相)=부처님의 미간에 나 있다고 하는 흰털. 광명을 발한다고 함
*우바이(優婆夷)=속세에 있으면서 불교를 믿는 여자
*예배(禮拜)=선가귀감(禪家龜鑑)에서도 예배란 다만 참된 성품(性品)을 공경(恭敬)
하고 무명(無明)을 굴복(屈伏)시키는 일이라 했다. 천경만론(千經萬論)을 펼쳐 봐도
내 자성(自性)자리를 닦아 견성성불(見性成佛)하고, 중생교화(衆生敎化) 하라는 말
뿐이니 복비는 행위를 예배라 부른다면 옳지 않으리라
*오체투지(五體投地)=양팔과 양 무릎과 머리를 땅에 대는, 예배드릴 때의 절
*무본대상(無本大商)=도둑을 비꼬는 말, 자본 없이 하는 큰 상인이란 뜻
*가릉빈가(迦陵頻伽)=히말라야 산중에 있는 미성(美聲)의 새로 그 소리를 듣는 자는
질리는 일이 없다고 함
*모양으로 나를 보려거나=약이색견아(若以色見我) 이음성구아(以音聲求我)
시인행사도(是人行邪道) 불능견여래(不能見如來)
*단하(丹霞)=739-824 중국승려. 단하선사가 추운 겨울 어느 암자에 이르러 법당에 모셔놓은 목불(木佛)을 끌어내려 불을 때고 있었다 암주(庵主)가 대경실색 꾸짖자 단하는 막대기로 재를 헤치면서 사리를 얻으려 그런다고 했다 목불에서 어찌 사리가 나오느냐니까 사리가 안나오면 나무토막이지 무슨 부처냐구 빈정거렸다는 일화가 있다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자기 본성을 파악해서 깨달으라는 뜻으로, 번잡한
교학(敎學)에 휩싸일 것 없이 인간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불성을 바로 보고 체득하라는 것
*간시궐(乾屎橛)=마른 똥 막대기, 무문관(無門關)22측에 나오는 공안(公案)으로 한 중이 운문(雲門)선사에게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물으니 (간시궐)이라고 대답한데서 연유했음
*선(禪), *교(敎)=참선과 교학.
*선가귀감(禪家龜鑑)=서산대사 휴정이 지은 책. 선(禪)의 진수와 불교를 배우고 수행하는 이에게 본이 되게 하고자 지은 것으로 대장경과 조사어록 가운데서 요긴한 곳을 추려 모아 저자가 주해를 달고
송과 평을 붙였다
*몰자비(沒字碑)=무식쟁이의 낮은 말
*패(覇)=바둑에서 서로 한수씩 걸러 가며 잡고자하는 한집
*사중(四衆)=사부대중(四部大衆)의 준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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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후동 오늘은 제5시집의 대가리와 꼬랑지만 훑었다네 .축하합니다. 다음 또 봅세. 왜 이리 바쁜지..! 이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