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93만명 고양시의 중심터미널은 어디에 있을까?
고양시의 중심이 일산이기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산에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일산에는 이렇다할 버스터미널이 없다.
일산이 아닌 덕양구의 중심지, 화정에 버스터미널이 자리잡고 있다.
1996년 개장 이래로 벌써 13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화정터미널은 아직도 사람들의 기억 속을 겉돌고만 있다.
고양시를 대표하는 터미널이 '일산'이 아닌 '화정'에 터미널이 있는 까닭에
수많은 고양 지역 주민은 터미널이 아예 없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 서울역이나 강남고속터미널 등까지 나간다.
화정에 터미널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데다,
설령 안다 할지라도 편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주요 생활권인 서울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웃한 파주, 김포에는 터미널이 아예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잠재력은 무척 높은 편이다.
그러나 화정터미널은 이래저래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옆동네 백석에서 거대 규모의 터미널을 공사중인 이유도 있겠지만...
애초에 백석터미널이 예정되어있던 상황에서 개장을 했던 것이 의문으로 남는다.
과연 백석 개장 이후로 철저히 버려질지, 아니면 임시로라도 운영될지...
단 한번도 빛을 볼 수 없는 기구한 운명의 터미널이다.
비록 화정터미널의 규모는 작을 지언정, 화정동 자체의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화정역을 양 옆으로 감싸고 있는 중심상권의 규모는 오히려 주엽역, 마두역보다 훨씬 크다.
인구 40만의 덕양구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인데다,
상권이 이렇게 발달한 곳은 여기뿐인지라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규모를 이루고 있다.
화정역 인근에만 할인마트가 세 개(세이브존, 롯데마트, 이마트)가 자리잡고 있고,
화정 로데오거리에서 놀기 위해 일산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도 상당하다.
화정역의 이용객은 하루 4만명이 이용하여 일산 5개역 평균보다 2배 이상 많다.
신도시 지정만 안 되었을 뿐, 실질적으로 평촌, 산본, 중동과 맞먹는 규모의 신도시인 셈이다.
주변의 높은 빌딩 숲의 구석에 박혀있는 화정터미널은 초라해보이기만 한다.
화정역 1번출구와 바로 연결되고 화정, 행신, 능곡 마을버스의 기종점이기 때문에
일산, 원당, 행신 등에서 찾아오기는 무척 편하지만,
이렇게 좋은 교통의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는 못하고 있다.
세련되고 멋진 건물들의 숲을 이루는 곳에서,
지은지 무척 오래된 듯한 2층의 건물은 이질감마저 느끼게 한다.
신도시 한복판에 20년 넘은 건물이 아직까지 남아있나 싶은... 그런 느낌이다.
더욱이 건물에 붙은 간판들마저 너무나도 정신없게 붙어있어 더욱더 낡아보이고 초라해 보인다.
마침 부산, 울산에서 올라온 차량들이 연이어 화정터미널에 들어오고 있다.
무려 5시간 30분이라는 대장정을 마치고 힘겹게 올라온 그들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경남고속이 최근 들어 화정에 부쩍 관심을 보이고 서서히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데,
시외버스임에도 28인석 우등버스를 투입하는 등 질 좋은 서비스로 호평이 자자한 노선들이다.
무궁화호보다 저렴한 요금 등으로 승객 확보를 위한 노력을 아낌없이 쏟고 있다.
이렇게만 보면 정말 인구 93만명을 대표하는 터미널이 맞긴 한건지...
고양시의 윗 동네 파주(30만), 옆 동네 김포(22만)에는 이렇다할 터미널이 없어
총합 50만이 넘는 이들의 수요를 모두 끌어모을 수 있을 법한데,
지리적인 입지가 좋지 않기 때문에 전혀 수요를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파주, 김포, 저 멀리 강화까지 합하면 잠재수요 150만이라는 거대한 배후수요를 두고 있는 곳.
하지만 파주에서도 김포에서도 화정까지 한 번에 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백석동에서 갈아타야만 여기를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각각 서울, 인천으로 배후수요가 모두 빠져버린다.
하긴... 고양시 자체 수요도 잡지 못하는데 더 이상의 무언가를 바라는건 무리다.
90년대 중반에 형성된 신도시 지역의 터미널임에도 불구하고,
내부는 정형적인 80년대 터미널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아무리 봐도 지은지 15년도 채 안 된 젊은 터미널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양 옆으로 길쭉한 내부, 일렬로 이어진 상업시설 등 나름 정돈된 구조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깔끔해보이기 않고 오히려 조잡해 보이는 것은 무슨 이유에설까...
화정터미널은 정말 단순한 구조다.
화정역 1번출구 쪽으로 들어와서 바라보면,
왼쪽부터 상업시설-대합실-승차장 이렇게 일렬로 이어지는 구조다.
다른 신도시 터미널들과는 달리 지상에 있어 훨씬 아담한 분위기를 내기는 하지만,
오히려 이런 아담한 모습들이 주변과 전혀 어울리지 못하고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터미널에 단 하나밖에 없는 매표소.
정말 단촐하고 아담한 그림이다.
얼핏 시골터미널의 훈훈한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화정터미널은 시골터미널의 인심과는 정반대인 불친절로 악명이 높은 곳이다.
전화를 통한 노선 문의, 기사 관리 부재 등의 서비스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서비스 문제는 둘째치고, 일단 노선망부터가 심각하게 열약하다.
고속버스라고는 광주, 전주, 강릉행이 전부지만 전부 기본적으로 배차가 1시간을 넘어가고,
그나마 청주, 수원, 부천이 1시간 내외로 가장 조밀한 배차를 이루고 있다.
고양, 파주지역은 서울역의 영향이 워낙 거센지라 영남쪽의 교통망이 무척 열약하다.
부산, 울산이 하루 2회, 창원-마산, 경주-포항이 각각 6회, 5회일 정도면 말 다했다.
사정은 영남뿐만 아니라 호남쪽도 마찬가지로 광주, 전주행 배차가 1시간을 넘어가고,
그 외에는 군산, 정읍밖에 버스망이 확충되지 않았다.
목포, 익산, 순천 등 기타 주요도시로 가기 위해선 영등포나 센트럴시티로 가야하는 것이다.
그나마 충청권과 강원권은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대전, 청주 같은 경우는 남부럽지 않은 배차간격이고,
천안, 보령, 당진-서산-태안, 공주-논산행 버스도 꾸준히 운행중이다.
하지만 충주행처럼 수요가 적어 폐선된 노선도 몇 보인다.
화정터미널의 노선들은 '시외버스'의 정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고속도로만 거치는 노선보다 국도를 경유하는 노선이 훨씬 많은데,
특히 성남-이천-여주행, 태안-서산-당진행은 그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
그나마 고속도로를 주로 경유하는 군산, 정읍, 논산, 보령행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역시나 여기서도 고속도로를 경유하냐 미경유하냐에 따라 차이가 심각한데,
주로 강원권으로 이어지는 버스들의 요금은 말 그대로 상상을 초월한다.
청량리-남춘천이 5,500원인데 비해 화정-춘천은 두 배가 넘는 11,100원을 받고,
화정-원주 10,100원, 화정-제천 14,100원, 화정-영월 17,800원, 화정-태백 24,900원 등...
특히 화정-태백의 경우는 화정-부산보다도 요금이 더욱 높을 정도다.
반면 서울역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영남권은 요금이 저렴한 편인데,
화정-부산, 화정-대구와 같은 경우는 무궁화호 이하의 요금을 받는 저가공세에 질 좋은 차량을 투입한다.
고속버스 계에서도 호남권이 상대적으로 요금이 저렴한 편인데,
화정-전주가 화정-강릉보다 더 적은 요금을 받는다.
화정터미널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한 둘이 아니다.
일단 인지도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만큼 이름을 널리 알리는게 시급한데,
입지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여 아직까지 무존재로 남아있다.
1994년 이래 아직까지 공사중인 백석터미널 논란도 한 몫 하고 있다.
그 동안 수많은 운영권 교체, 불법 로비로 인한 공사 지연 등등...
안 좋은 악재들이 수없이 쌓이며 이제서야 삽을 파기 시작한 백석터미널.
백석터미널이 워낙 논란이 거셌기에,
상당수의 주민들은 고양시의 터미널은 공사중인 백석터미널이 전부인 줄 안다.
화정터미널은 안다 할지라도 그저 얼핏 스쳐지나갈 때 보았던 터미널이나,
심지어 '시내버스터미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까지도 종종 있다.
백석터미널의 완공 목표년도는 2010년이다.
하지만 9층의 대형 복합상가로 지어진다는 거창한 계획에 비하면,
아직까지도 기초공사만 진행중인지라 2010년에 개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백석이 개장되면 화정은 어떤 입장이 처해질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백석 개통 이후에 화정터미널은 폐쇠될 것이라는 의견에 입을 모은다.
실제로 고양시의 움직임을 살펴본다면 그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기는 하지만,
우려되었던 성남터미널 개장 이후 모란이 간이정류소 형식으로 남은 것처럼,
화정터미널이 간이정류장 형식으로 남아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이미 백석터미널이 예정되었던 상태에서 화정터미널이 개장되었던 점을 생각한다면,
백석터미널 완공 전까지 임시형태로 이용당하다가 철저히 버려질 운명이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애초부터 임시형태로 이용할 것을 감안해서였는지,
홍보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현재는 고양시민에게조차 외면당하는 현실이다.
단 한 순간도 제대로 빛을 볼 수 없던 터미널.
참으로 불쌍하고 기구한 비운의 운명을 타고난 것만 같다.
첫댓글 화정에 거주하는 한사람으로서 잘보았습니다 ^^
고맙습니다. 저도 일산에 거주하는 지역 주민이기에 화정-백석과 관련한 일들이 다른 곳보다 더욱 절실히 와닿습니다...
잘보았습니다. 일산에 거주하는 사람으로 잘 정리 하셨네여~^^ 참고로 정읍행과 보령행은 부천안양 다 들리고 목적지로 가죠!^^
이 외에 북대구 노선은 부천,안산,서수원,수원,오산을 경유하며 동대구,창원 노선은 부천을 경유하여 목적지로 가고 있습니다.
서산에서 1,600원만 추가하면 태안, 공주에서 1,400원만 추가하면 논산까지 갈 수 있군요ㅎㅎ단순히 공주에서 논산가는데 3,300원입니다.
잘 읽었습니다.성남터미널이 야탑에 있으니,간이정류장으로 있는 곳은 모란이 아닐까요.
계속 느낀거지만, 일산에서 지하철타고 한번에 강남고속터미널로 간다는 것도 화정터미널이 활성화가 못 된 이유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산선, 3호선이 돌긴 하지만, 환승없이 한방에 간다는 사실을 무시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작년에 한번 구미에서 고양까지 갔었는데 터미널이 정말 지방어느 시골 분위기가 나더군요 주위건물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건물
덕양구의 주민으로서 잘보았습니다. 다만 지적한점이 있다면. 상권은 화정쪽뿐만이 아닌 일산신도시쪽에 상권이 몰려있답니다. 화정보다 범위가 넓고요. 다만 지금 일산신도시에서 짓고 있는 신터미널의 활성화가 빨리 시급화되었으면 좋겠네요.
제가 상권이 몰렸다고 표현한 것은 덕양구 내에서의 상권을 말한 것입니다. 일산하고는 당연히 비교가 불가하겠지만, 덕양구 내의 상권 발달 지역을 살펴본다면 화정의 야성을 뒤흔들만한 중심상권이 없죠. 그나마 구도시의 명맥을 잇는 원당 정도를 제외하면 제대로 상권이 형성된 곳이 없기 때문에 중앙로에 전반적으로 분산된 일산지역보다 밀집도가 높은 현상도 나타나는 겁니다.
마을버스들 정류장으로 이용해도 될듯 싶네요 화정역이 워낙 마을 버스들 노선이 많아서 길가가 좀 복잡한거 같기도 하구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