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아시아 최강'이라 불리우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아무래도 공식적으로는 1956년 홍콩에서의 제1회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그리고 1960년 서울에서의 제2회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연거푸 우승을 차지하면서부터 아시아 최강으로 꼽히게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글
| 고두현(스포츠 칼럼니스트) 사진 | 한국축구백년사(축구협회 발행)
소나기가 한국 선수들의 생기 되살려
한국은
전반전에서만 홍콩에게 2점을 빼앗기고 있었다. 1956년 9월 6일 홍콩에서 막을 올린 제1회 아시아축 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하필이면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안은 홍콩과 첫 대결을 벌여 괴롭힘을 당하고 있 었다. 그날 새벽 5시 홍콩에
도착한 한국팀은 쉴 새도 없이 하오 2시에는 경기를 치러야만 했다. 이 대회는 아시 아를 동부·서부·중부의 3개 지구로
나누어 예선을 치러 각 지구의 우승팀이 본선에 진출, 개최지인 홍콩 과 함께 패권을 겨루기로 돼있었다. 동부 지구에
속한 한국은 대만, 필리핀을 제치고 본선에 나갔으며 서부 지구 대표로는 이스라엘, 중부 지구 대표로는 월남이 각각
출전했다. 경기 방식은 4개 팀이 풀 리그로 겨뤄 가장 성적이 좋은 팀이 우승을 차지하기로 돼있었다. 첫 번째 대결에서
여독이 아직 안 풀려 피로가 쌓여있는 한국은 정력적으로 움직이는 홍콩과 무더운 날씨 에 시달리면서 2점을 잃고 있어,
패배는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런 경우를 '하늘이 도왔다'라 고 하는 것일까? 후반전에 접어들자 하늘에
갑자기 시커먼 먹구름이 퍼지더니 굵은 빗줄기가 그라운드를 때리기 시작했다. 이 소나기로 더위가 가시자 한국선수들은
생기를 되찾아 펄펄 날기 시작했다. 끝내 한국 은 후반에 2골을 넣어 '졌다싶었던' 경기를 2:2 무승부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두 번째 상대는 이스라엘이었다. 이스라엘은 유럽 프로축구에도 여러 명의 선수를 진출시킬 만큼 강한 체력
과 뛰어난 기술을 지닌 강호였다. 그래서 홍콩의 신문들은 보나마나 이스라엘이 한국을 쉽게 이기리라고 내 다보았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한국은 2:1로 이스라엘을 물리쳐 버렸다. 마지막으로 대결한 월남은 몸 움직 임이 부드럽고 잽싼
팀이었지만 한국은 거세게 몰아붙여 5:3으로 이겼다. 결국 2승1무로 우승한 한국은 4년 뒤의 제2회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개최권도 함께 차지하고 개선했다.
요꼬야마 주심 "장내 정리 안되면 경기 못한다"
일본의
요꼬야마 주심이 황급히 경기 본부를 찾아왔다. 무슨 일인가 하고 의자에서 일어나는 임원들을 향해 요꼬야마 주심은 심각한
표정으로 "경기장 라인이 사람으로 덮여서 보이지도 않는 이런 상황에서는 경기를 치를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제서야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임원들은 일제히 그라운드로 달려나가 경기장 안까지 들어온 관중들을 밀어내느라 진땀을
뺐다. "이 터치라인이 보이지 않으면 경기를 시작할 수 없습니다." "자아, 뒤로 좀 물러나 주세요. 질서를 지킵시다!"
1960년 10월 17일은 사흘 전에 효창운동장에서 막을 올린 제2회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이스라 엘과 대결하는
날이었다. 사실상의 결승전과 다름없다고 신문들이 한결같이 보도한 탓인지 이날은 새벽부터 많은 인파들이 효창운동장에
몰려들었고, 경기가 임박해서는 경기장 라인이 안보일 만큼 관중들이 바짝 바 짝 다가선 채 맨바닥에 앉아버려 요꼬야마
주심을 깜짝 놀라게 만든 것이다. 이 날 입장권을 가지고도 입장 을 못해 담을 넘은 국회의원이 있는가 하면, 입장을
못한 관중들이 담을 부수고 엉키는 바람에 21명의 부상 자가 나오기도 했다. 개막 첫날인 10월 14일에도 이른 아침에
입장권은 모두 매진되어 버렸고 2만 명밖에 담지 못하는 경기장에 10만의 인파가 몰려들어 큰 혼잡을 이루었다. 경기장
안에 못 들어간 사람들은 둘레 의 언덕 위에 새카맣게 몰려 서서, 좀 멀긴 하지만 공짜 구경을 즐겼다. 첫 경기에서
한국은 월남과 맞부딪쳤다. 월남은 몸집도 작고 체력도 강하지 않았지만 재빠른데다 잔재간을 지녀, 종종 한국을 골탕먹인
팀이었다. 더구나 1년 전의 메른데카컵 축구대회에서 한국은 이기고있던 경기 를 월남에게 2:3 역전패 당한 쓰라린
경험을 겪었기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최정민, 문정식, 우상권, 조윤옥 등으로 이루어진
한국의 공격진은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에 힘입었는지 월남 의 수비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5:1의 대승으로 첫 경기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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