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별아란 작가는 내가 구독하는 신문에서 처음 알았다.
짧은 신문 컬럼에 담기는 그이의 생각이 너무 좋아서 그 컬럼이 실리는 날을 늘 기다리곤 했다.
산문이라서인지 작가의 사생활을 은근슬쩍 엿보기도하고,미루어 짐작도 하는 소소한 재미도 있었다.
그이는 40대 초반의 여자, 연대 국문과를 나오고, 80년대 학번답게 운동도 했으며 외동아들을 대안학교에 보냈다.
낯가림도 심해 이웃과 잘 어울리지 않으나 나름 운동도 즐기고, 아이들에게 글쓰기도 가르친 적이 있다.
이 정도의 정보와 그이의 글로 팬이 되었다면 좀 억지스러운가?
암튼 그이의 소설 한 권 읽지 않고, 그 소설가의 팬이 된 나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란 책으로 처음 인사를 나눴다.
이 책은 백두대간 종주기다.
산행기라고 산이야기만 쓴 게 아니다.
그날 한 산행 이야기에 심리치유 에세이가 보태졌다. 아주 시의적절하게.
작가는 아이의 학교인 분당의 이우중학교의 백두대간 종주팀의 일원이다.
(이우학교는 도시의 기숙사가 없는 대안학교다.
서울대 철헉과 출신들이 모여 만들었다.
3년동안 독서로 아이들을 훈련시킨다.)
이 종주팀은 한 달 두 번의 놀토 때 백두대간을 산행한다.
학부모와 아이들이 40차의 산행으로 백두대간 종주를 하며, 이미 5기를 배출했다고 한다.
이 책은 16차까지의 산행기다.
작가 스스로 자기는 평지형 인간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산에 갈 때마다
"다시 내려갈 이 짓을 내가 왜 하지 ?"
" 이것 미친 짓이지?"
이렇게 수없이 되뇌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위성은 있다. 딱 두 가지.
아이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하자는 것과 자기의 40대를 다시 시작해보자라는 것.
결국 작가는 본인의 성실함을 믿고 밀어붙였다.
한 번의 결석도 없이 16차까지 왔고, 책도 냈으며 그 산행은 아직도 계속된다.
초등학교 교사였단, 바쁜 어머니를 둔 어린 시절, 작가는 늘 외로웠다.
친구도 없고 말도 없던....그러나 공부는 잘해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간을 반장을 했다.
내성적이고, 죽고 싶단 말을 일기장에 즐겨 쓰던 자기가 반장을 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라고 말한다.
어른이 된 후 심리치료를 받고, 그때의 자기는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는 걸 알았단다.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와 아픔을 고백하며 지금도 울고 있을 자기와 같은 '어른 아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일주일에 세 번 요가를 하고, 하체가 부실하다 여겨서 종아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걷는 여자.
아이의 등굣길에 같이 나와 한 시간 이상씩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걷는 여자.
지금까지 한 번도 원고 마감일을 넘긴 적 없는 무서운(?)작가.
그는 강박적일 정도로 성실하며 본인에게 야박하다.
그러나 난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닮고 싶은 점도 많았다.
적어두고 싶은 금언도 여러 개 있었다.
이 책을 누군가에게 선물도 하고 싶어졌다.
이 책은 나른한 오후보단 명징한 오전에 읽는 게 좋겠다.
뒹굴뒹굴하며 읽을만큼 가볍진 않다.
곳곳에서 다시 돌아가 읽기도 해야 한다.
영혼을 채찍질하고, 나를 돌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겐 딱 좋다.
많은 살집도, 번지르한 기름기도 쫙 빼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미루었던 다이어트의 충동을 느낄 것이다.
갑자기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싶어져도 난 책임 못 진다. ㅎㅎ
첫댓글 이 책을 읽고 감동을 전했더니, 윤목사님이
카페 '사마리아 우물가'라는 난에 이 책 제목인 <이 또한 지나가리라>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올리셨군요.
책에 나오는 내용이지만 더 일목요연하네요.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