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도 집중력 결핍 환자 많다
아이들만의 증상으로 알려져 왔지만 처방약 찾는 성인들 늘어
로버트 투디스코(40)는 뉴욕시의 형사 담당 검사였던 당시에는 자신이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환자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의 직업은 “자극적 사건이 끊이지 않고 법정 활동으로 눈코 뜰 새가 없었기” 때문에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면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했다. 그러나 투디스코는 지방검사직을 그만두고 변호사 개업을 하고 나자 도무지 시간 관리가 안 되고 진중하게 서류를 처리하지 못했다. 그렇게 허둥대며 몇 년을 보낸 뒤 정신과 의사를 찾았다. ADHD 진단이 나왔고, 결국 흥분제를 처방받았다. 법정에 서는 날은 약을 먹지 않지만 재판 서류를 정리해야 할 때는 처방약이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다. 이제 ADHD는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 ADHD 진단을 받는 어른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처방약 공급관리 업체인 메드코 헬스 솔루션스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64세 성인 중 약 150만 명 정도가 주의력 장애 문제를 치료하기 위해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2000년에는 75만8000명). 더구나 나이가 한참 들어서 그런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볼티모어 ADHD 성인 환자 센터 소장인 데이비드 굿먼 박사에 따르면 ADHD 약을 복용하는 아이들이 여전히 많지만(약 350만 명) 성인 환자 수도 계속 늘어간다. “수년 동안 게으르다, 정신이 좀 이상하다, 혹은 아둔하다 등등의 얘기를 들어온 많은 성인들이 자신의 문제가 실은 뇌에 그 원인이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굿먼은 말했다.
아동 ADHD 환자는 운동 과잉이나 집중력 부족 혹은 둘 다의 특징을 보이며 주로 또래 친구들과 혹은 학교에서 싸움을 벌이면서 발견된다. 어른의 ADHD 진단은 좀 더 까다롭다. 성인 환자들은 대개 자꾸 일을 미루고 고질적으로 주위를 어지럽히고 시간을 효과적으로 운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마감시간을 놓치거나 자동차 열쇠를 어디다 놓았는지 자꾸 잊어버린다고 해서 모두 다 환자는 아니다.
미국 정신의학협회(APA)에 따르면 직장과 가정을 망칠 정도로 증상이 심각해야 한다. ‘성인기 개시형’ ADHD는 없다. 의사들은 성인들에게 ADHD 치료약(암페타민계 약품, 리탈린, 콘체르타, 스트라테라 등의 약품)을 처방하기 전에 필수적으로 어린 시절로 돌아가 전조 증상들을 꼼꼼히 살펴본다. 제약회사는 ADHD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많은 수익을 냈다. 2000년 7억5900만 달러였던 ADHD 약품 판매액은 2004년 31억 달러까지 올랐다.
[Newsweek 한국판]
주의력 결핍’ 어린이 비행 청소년 되기 쉬워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조사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ADHD)'가 청소년 비행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생명공익재단 사회정신건강연구소(소장 이시형)가 지난 3~5월 삼성서울병원 소아정신과 연구팀과 함께 서울보호관찰소에 입소한 청소년 2백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19%가 ADHD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전국 중.고생 1천22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는 7.4%만 ADHD 증상을 보여, 비행청소년의 ADHD 유병률이 일반청소년에 비해 3배 가까이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여자의 경우 비행 청소년의 ADHD 유병률이 33.3%로 일반청소년의 5.5%에 비해 무려 6배로 높았다.
연구팀은 "ADHD를 아동기에 치료하지 않은 채 청소년기에 이를 경우 비행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ADHD를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학습부진 해소.생활 적응력 향상뿐 아니라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도 크다"고 주장했다.
또 ADHD 증상이 있는 비행청소년이 ADHD 증상이 없는 비행청소년에 비해 폭력적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더 많았다. ADHD 증상이 있는 비행청소년 중 48.3%가 강도.폭력.성폭행 등 폭력적인 범죄행위로 보호관찰소에 입소한 반면 ADHD 증상이 없는 경우는 36.6%만 폭력적인 범죄를 저질렀다.
이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소아정신과 김지혜 박사는 "이는 ADHD 증상을 갖고 있는 청소년의 경우 그렇지 않은 또래에 비해 충동적.공격적.반사회적 행동성향이 훨씬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박사는 "비행청소년 중 ADHD 유병률이 높은 만큼 보호관찰소에 입소하는 청소년들에게 단순한 처벌이나 사회봉사명령보다는 정확한 정신과적 진단과 치료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뇌의 미세한 손상이나 유전적인 원인 등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ADHD는 환경 변화.행동 수정과 약물치료로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다. ADHD는 대개 만 5~7세쯤 충동적인 성향과 주의력 결핍 등의 성향을 보임으로써 드러나며,어린이 ADHD의 절반 정도는 청소년기로 이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