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식의터치다운] 21세기 첫 NFL시즌 감상법
2001-09-13
14:18:13
| 글 : LA지사 봉화식 기자
지난달 말 대학 미식축구(NCAA)의 개막에 이어 프로 풋볼리그(NFL)도 10일(한국시간) 전국에서 일제히 킥오프하며 4개월간의 정규레이스에 돌입했다.
NFL은 21세기 첫 페넌트 레이스라는 상징성이 의미하듯 개막전부터 언더독이 대거 승리하는 이변이 속출하며 풋볼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프로리그는 아마추어 대학경기와 달리 똑같은 패싱공격이라도 훨씬 빠른 속도로 전개되며 와이드 리시버의 다이빙 캐칭능력도 남다르다. 최저연봉은 33만달러로 규정돼 있으며 쿼터백들이 1,000만달러 이상의 최고액을 받고 있다.
그러면 과연 풋볼의 어떤 점이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일까.
‘미국의 혼’으로 불리는 NFL은 라이벌 종목인 메이저리그 야구(162경기)·프로농구(NBA·82경기)·북미 하키 리그(NHL·82경기)에 비해 훨씬 적은 16경기만을 치르며 12강 플레이오프도 종착역인 수퍼보울까지 5전3선승제·7전4선승제가 아닌, 단판 토너먼트로만 벌어진다. 한마디로 다른 종목과의 차별화가 두드러진 ‘미국만의 국기’인 것이다.
입장료도 웬만한 자리는 100달러에 육박하며 4인가족 기준으로 식음료값·주차비·기념 티셔츠 구입까지 따질 경우 한 경기당 최소한 300달러 이상이 소비되는 ‘귀족 스포츠’인 셈이다. 이때문에 농구와 마찬가지로 주전의 절반이 흑인이면서도 대다수 입장객은 부유한(?) 백인일색의 기형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했던가. 격렬한 몸싸움이 특징인 풋볼은 활동기간이 가장 짧은 종목이기도 하다. 30세 이상의 주전선수를 구경하기 어려우며 경기수에 비해 엄청난 연봉을 받는 덕분에 실수가 이어지면 즉각 퇴출당한다.
80년대 UCLA 브루인스의 전성기를 주도한뒤 한인 최초로 NFL 애리조나 카디널스(당시 세인트루이스)에 2라운드로 입단한 키커 잔 리는 남부 출신의 완고한 진 스톨링스 감독의 편견으로 1년만에 조기하차하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당시 LA타임스는 스포츠 섹션 톱기사로 잔 리의 ‘억울한’ 입장을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사족이지만 명색이 미국 제2의 도시인 LA에 프로팀이 하나도 없다는 점도 아이러니로 꼽힌다. NFL 입장에서는 막대한 마케팅 시장을 다른 종목에 빼앗기고 있는 셈이다.
과연 31개 구단중 어느팀이 내년 1월28일 제36회 수퍼보울(뉴올리언스 수퍼돔) 무대를 밟을지 궁금하다.
2001/9/13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