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할 때 원하는 아이를 낳는다
여자의 일생 중 가장 화려한 시기는 언제인가. 여성의 몸에서 성호르몬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분비가 가장 증가하는 시기, 임신과 출산기이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아이를 많이 낳기는 꺼리지만, 여성들은 부모의 책임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다. ‘제 밥그릇은 제가 갖고 태어난다’며 무작정 생기는 데로 아기를 낳는 여성은 더 이상 없으며, 원할 때 원하는 터울로 원하는 수의 아기를 낳고, 그 아이는 확실히 잘 키운다.
철저한 계획임신인 만큼,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과정을 충분히 즐긴다. 자신의 임신과 출산과정에 남편의 관심을 요구하고, 가정적인 남편은 기꺼이 동반자로서 출산의 고통과 기쁨을 공유한다. 성균관의대 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김문영 교수는 “무대에 오르는 배우가 열심히 대사를 연습하듯 임신부도 분만이라는 인생의 클라이맥스를 위해 공부하라” 고 권한다. 산부인과 전문 병원에는 아내 손에 이끌려 점점 더 많은 남편들이 산부인과 진료실을 찾고 있으며, 분만실에서 아내가 분만하는 동안 많은 남편들이 아내의 손을 맛사지하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재혼이 늘면서 30대후반 심지어 40대 원기왕성한 여성들의 고령출산 증가도 임신출산 문화의 새로운 풍경이다. 임신관련 상식도 풍부해, 예민한 임신부들은 임신반응 테스트로 임신사실을 재빨리 알아내고 태낭이 보이기도전에 산부인과를 찾아 의사들을 당황하게 할 정도다.
임신 출산이 가져오는 여성 몸의 변화
가슴은 아래로 처지고 배는 무거워지지만 임신이 꼭 여성의 몸에 마이너스 작용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많은 신비스런 장점들은 임신이 여성에게 확실히 축복임을 입증한다.
임신 기간중 여성의 섹스능력은 향상된다. 임신 중반기 여성의 골반 주위로 혈액 흐름이 증가하면서, 외부자극에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일부 여성은 임신 기간중 첫 오르가슴을 경험하기도 한다. 물론 임신 전반기 입덧을 겪을 때나 임신 후반기 분만예정일이 다가오면서 여성에게 섹스는 귀찮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배우자에게 발이나 등, 어깨를 맛사지 하거나 머리를 빗겨달라고 요청함으로써 배우자와 친밀한 접촉을 나눌 수 있다고 권한다.
임신은 여성에게 평소 가지고 있던 나쁜 습관, 예를 들면 흡연을 중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당뇨 같은 지병에 대한 임신기간중 관리, 태아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섭생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과거의 라이프스타일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많은 여성은 임신 기간중 월경을 중단했다 출산 후 재개하면서 처녀적 극심했던 월경통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아직 의학적 메커니즘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출산을 통해 자궁내 프로스타글란딘 수용체가 일부 제거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연구에선 임신이 유방암과 난소암을 예방하며, 임신횟수가 많을수록, 젊은 나이에 아이를 가질수록, 그 효과는 상승한다고 밝힌다.
점점 개선되는 출산문화
과거 분만실의 주역은 의사였고 산모는 수동적 관찰자에 머물렀다. 의사가 출산을 용이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산모의 팔은 가죽끈으로 묶어졌고, 두다리 역시 분만용 침대에 묶여 허공을 향해 쩍 벌린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산모의 수치심이나 불편함은 안중에도 없던 분만실의 침대구조는 최근 산모를 배려한 형태(더 이상 다리를 올리지 않아도 되고 손도 묶지 않는다)로 바뀌고 있다. 심지어 출산의 전과정을 남편과 친정어머니가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족분만실까지 생겨나고 있다. 김교수는 “이제 의사는 출산과정의 보조자일뿐 주역은 산모”라고 말했다.
출산의 고통으로 신음하던 임신부의 목소리도 점점 작아지고 있다. 소프롤로지분만 라마즈분만 르봐이에분만 수중분만 기(氣)분만 그네분만 아로마분만 공분만등 다양한 통증 조절 분만법의 도입은 산부인과 병원들의 수익증대 전략일 수 있지만, 산모들이 직접 출산법을 선택하고, 한결 분만의 고통을 덜게됐다는 점에서 임신출산 문화에 기여한 바가 크다. 차병원의 경우 산모의 90%가 통증조절을 위한 분만법을 선택하고 있다.
고령임신 안전한가
고령임신이란 의학적으로 35세이상 임산부를 말한다. 삼성제일병원에 따르면 고령분만은 전체 분만 건수 가운데 11%대. 1993년 9.6%에서 1998년 11%로 상승했고, 2001년 13.7%까지 뛰어올랐다가 2002년 11.8%, 2003년 10월현재 11.9%를 기록했다. 김교수는 “고령임신의 50~60%는 늦은 결혼과 계획임신, 18~20%는 불임의 원인 치료로 인한 것”이라면서 “35세 이상 산모가 첫 임신을 할 때는 정상임신부보다 유산 및 조산 빈도도 높고 기형아 출산율도 높지만, 특별 관리를 통해 대부분 건강한 아기를 집으로 데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20. 30. 40대 출산의 차이
20대는 가장 임신율이 높은 시기로, 임신을 시도한 지 두 달안에 임신에 성공할 수 있다. 자연유산의 위험도도 10%이하로 낮다. 다운신드롬 같은 염색체 이상아를 낳을 확률도 낮다. 그러나 젊었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저체중아를 낳을 확률은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보다 높다. 20대는 흡연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무리한 체중감량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30대초반은 여성들이 임신의 적기로 여긴다. 심리적, 경제적으로 안정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30대에는 배란이 20대에 비해 활발하지 않다. 특히 35세 이후부터는 출산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35세 이상으로 6개월 이상 임신 시도를 했으나 성공할 수 없다면 의사를 찾는 것이 좋다. 35세 이상 여성은 산전진단에서 태아의 염색체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40대는 30대에 비해 다운증후군 아기를 출산할 가능성이 9배나 높다. 다운증후군 아기가 태어날 확률은 20대에서는 1,000명, 30~34세에서는 600명, 35~39세는 400명, 40대가 넘으면 100명에 한명꼴이다. 또 이 시기에는 임신중독증을 일으킬 가능성도 5배나 높아진다.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40세가 넘어 첫 출산하는 여성의 43%는 제왕절개를 한다고 보고한다. 40~45세는 자연유산율도 51%나 된다.
건강한 임신을 위해 할 일
김교수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임신 전보다 9~10㎏정도 체중증가가 이상적이며 12㎏이상 증가할 경우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신 중 체중이 느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당질의 과다섭취는 비만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충분한 섬유소와 물의 섭취는 변비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 균형잡힌 식사를 한다면 엽산 비타민 같은 영양소도 골고루 섭취할 수 있겠지만, 철분섭취는 임신 중 혈액량이 늘어나므로. 충분히 보충하는 것이 좋다. 빈혈이 있다면 임신 초기부터, 그렇지 않다면 임신5개월부터는 철분제제를 복용한다.
임신중에는 쉽게 피로해져 운동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여성이 많으나, 건강한 아기를 낳으려면 1주에 3회는 운동하는 것이 좋다. 김교수는 “적절한 운동은 태아의 뇌발육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수영이나 빨리 걷기 같은 운동을 추천했다. 스키 볼링 골프처럼 허리와 배 동작이 큰 운동은 임신부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불임 왜 증가하나
불임이란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면서 1년 내에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임신을 원하는 정상적인 부부라면 피임 없이 성교할 때 1년내 90%이상은 임신이 된다.
불임의 빈도는 보고자마다 차이가 있으나 흔히 전체 부부의 10~15%정도. 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궁미경교수는 “불임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이유는 만혼과 결혼 후 피임 등으로 인해 35세 이후 첫 아이를 갖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기 때문”이라면서 “여성이 나이가 들면 난자 수가 감소하고 난자의 질도 나빠져 수태능력이 감소하고, 기형아를 가질 확률도 올라간다” 고 말했다. 자연임신이라면 45세, 시험관아기 시술이라면 43~44세가 출산의 마지노선이라는 것.
궁교수는 “자궁내막증, 난소기능 부전, 정자이상, 조기폐경 등이 불임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이라고 밝혔다.
출처: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