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소염전ⓒ부안21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 소금인 자염은 일제에 의해 선보인 천일염에 밀리게 된다. 갯벌을 써래질하고, 갯벌 한가운데 웅덩이를 만들고, 걸러진 함수를 퍼나르고, 8시간 이상 불을 지펴 굽는 등 엄청난 노동력을 요구하는 자염은 드넓은 갯벌에 바닷물을 가두어놓고 햇볕과 바람에 증발시켜 만드는 천일염에 경제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자염에서 천일염으로 바뀌는 이 시기 천일염의 짜고, 쓴맛에 적응하지 못해 고생들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천일염을 왜염이라고 부르는 노인들이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나라를 강점한 일본은 서남해안의 드넓은 갯벌 곳곳에 염전을 만들고 천일염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부안의 곰소염전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일제는 줄포항이 포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자 1942년에 범섬, 까치섬 등의 무인도와 곰소를 연결, 제방을 쌓아 육지로 만들고 곰소항을 축조하여 줄포항을 대신해 물자를 수탈해가는 한편 칠산어장의 어업전진기지로 삼았다. 그리고 제방 안쪽으로 염전을 축조하던 중 8.15를 맞아 중단하고 물러갔다. 그 후(1946년) 전북지역 주주들이 모여 남선염업을 창업하고 95정보에 달하는 드넓은 염전을 완성하여 천일염을 생산해 오고 있다.
서해안의 광활한 간석지는 지형, 토질, 기후 등 천일염 생산의 적지로 꼽히는데, 특히 곰소만은 주위가 산지로 둘러싸여 있고 큰 강이 유입되지 않으며 인근에 공장이 없어 갯벌도 바닷물도 오염되지 않았다. 곰소 천일염은 바로 이 깨끗하고 영양분이 많은 바닷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자염에는 견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쓴맛이 덜하고, 소금발이 가늘며, 특히 미네랄 함량이 높은 양질의 소금이다.
곰소염전에서 생산되는 천일염 뿐 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서해안 천일염의 우수성은 근래 들어 속속 밝혀지고 있다. 2006년 9월14~15일 영암군 삼호읍 소재 ‘호텔 현대’에서 열린 ‘천일염과 건강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에서 목포대 함경식 교수는 한국산 천일염의 미네랄 함량이 외국산에 비해 크게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함 교수는 국내산 천일염과 프랑스 게랑드염전 천일염, 멕시코 천일염을 비교 연구한 결과, 칼슘은 1,335ppm으로 다른 천일염에 비해 1.4~2.7배, 칼륨은 4,226ppm으로 3.6~13.5배, 마그네슘은 12,300ppm으로 2.8~25.5배 가량으로 국산이 외국산 천일염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고 밝혔다.
또한 함 교수는 “고온 가열을 통한 국산 천일염의 가공염은 사염화탄소에 의한 산화반응을 억제해 간 보호 등 성인병 예방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일본 쓰쿠바대학의 후지모리 교수도 한국산 천일염의 구운소금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인체는 생리기능을 함에 있어 미네랄, 나트륨, 칼륨, 니켈, 철, 아연 등을 절대 필요로 한다. 미네랄은 깨끗한 물속에도 소량이 존재하지만, 음식물을 통해서 공급되는데, 미네랄의 주공급원은 바로 소금이다.
/허철희/huh@buan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