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은 해남신문사 박영자기자가 저술한 『이데올로기에 갇힌 해남의 근·현대사』출판기념회에서 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진상규명범국민위원회 해남군유족회장의 축사내용입니다.
축 사
오늘 2005년 12월 23일은 특별하고도 영원히 기억되어야할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제국주의의 패망으로 인해서 조국의 광복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러나 미군정 3년에 이어서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었으나 청산하지 못한 친일문제 때문에 일제하 질곡의 세월 속에서 목숨을 바쳐 독립운동을 했던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였고, 정권은 다시 군부독재로 이어지면서 정권연장에만 혈안이 된 군부정권은 자기들의 반대편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이데올로기의 쇠사슬에 묶어 놓고 반쪽만의 역사로 이어지게 됩니다.
우리 고장 해남에는 이미 1920년대부터 당시의 지식인들이 농민과 어민이 처한 현실을 기본에 둔 생존권 투쟁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민족해방에 궁극적인 목적을 두고 사회주의 운동이 전개되기 시작하면서, 드디어 1930년대초에는 전남 최대 규모인 전남운동협의회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1946년 11월 11일 미군정에 불만을 품은 농민들이 화원면을 제외한 해남의 모든 면에서 자신들의 권익을 찾기 위한 추수봉기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와 같이 순수하게 일제에 항거하고 미군정에 항거했던 지식인, 농민, 어민들을 이데올로기의 올가미에 씌어서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을 전후해서 이승만 정권은 100만의 무고한 민간인을 무참하게 학살하는 인류역사 사상최대의 비극이 발생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해남에도 진도 갈매기섬 보도연맹사건을 비롯해서 나주부대사건, 마산면 붉은데기사건, 송지면 민간인 학살사건, 계곡 방춘마을 학살사건, 산이면 주산동 최기명사건 등 크고 작은 수많은 사건들로 인해서 희생자수는 전국 어느 지역 못지않게 많은 지역입니다.
그러나 이 많은 피해 사례들이 방송, 신문 등 여러 매체를 통해서 간헐적으로 보도 된 바는 있지만, 책으로 묶어서 어느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 사례는 오늘 해남신문사 박영자기자님이 내놓은 "이데올로기에 갇힌 해남의 근·현대사"가 처음이 아닌가 합니다.
지난 5월 3일에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며, 12월 1일에는 올바른 과거 청산을 위한 범국민 위원회가 발족해서 전국의 각급 행정관서에서 유족들의 피해 사례접수를 있으며, 이 접수가 끝나는 데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순서로 진행되게 됩니다.
이와 같이 중요한 시기에 맞추어서 오늘 세상에 빛을 보게 된 "이데올로기에 갇힌 해남의 근·현대사"는 해방전후 한국 근현대사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으며, 특히 우리 해남지역의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에 있어서 금과옥조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는 이 책을 받아 보고 밤을 세워 가면서 읽고 또 읽었습니다. 지난 반세기 입도 뻥긋하기 어려울 정도로 금기시 되었던 문제들을 박영자기자님이 사건 하나하나를 파헤쳐서 심층 취재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해남지역 민간인 학살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으며, 아직도 가장 가까운 시대에 일어 났던 비극의 역사를 묻어 두려고만 하고 억지로 외면하는 쪽이 많은 편인데 감히 한권의 저서로 세상에 내어 놓았다는 면에서 너무나도 고맙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박영자기자님!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해남신문이여! 영원무궁하길 기원합니다.
2005년 12월 23일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학살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
해남군 유족회장 오 원 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