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客 나그네
金時習
有客淸平寺유객청평사 청평사에 들린 나그네
春山任意遊 춘산임의유 춘산에 뜻대로 노니는데
鳥啼孤塔靜 조제고탑정 탑 고요한데 새는 울고
花落小溪流 화락소계류 꽃이 떨어져 작은 시내에 흐르며
佳菜知時秀 가채지시수 아름다운 나물 때를 알아 돋아나고
香菌過雨柔향균과우유 향긋한 버섯 비 맞아 부드럽네
行吟入仙洞행음입선동 길가며 읊조리고 선동으로 들어서니
消我百年憂소아백년유 나의 백 년 근심이 녹는구나
我生(나의 인생 )
時習金(김시습)
我生旣爲人 아생기위인 내가 나서 이미 사람이 되어 있었네
胡不盡人道 호부진인도 어찌 사람의 도리 다하지 않으리오
少歲事名利 소세사명리 젊어서는 명리를 일삼았고
壯年行顚倒 장년행전도 장년이 되어서는 자빠지고 넘어졌네
靜思縱大뉵 정사종대뉵 고요히 생각하면 크게 부끄러우니
不能悟於早 불능오어조 일찍이 깨닫지 못한 탓이라
後悔難可追 후회난가추 후회해도 돌이키기 어렵고
寤擗甚如搗 오벽심여도 깨달으니 가슴이 다듬이질 하 듯 하다
況未盡忠孝 황미진충효 아직 충효를 다하지 못했거늘
此外何求討 차외하구토 그 밖에 또 무엇을 구하고 찾으리오
生爲一罪人 생위일죄인 살아서는 한 사람의 죄인 되고
死作窮鬼了 사작궁귀료 죽어서는 궁색한 귀신 되겠네
更復騰虛名 갱부등허명 다시 헛된 이름 또 일어나니
反顧增憂惱 반고증우뇌 돌아보니 근심번뇌만 더하니
百歲標余壙 백세표여광 백년 후에 이내 무덤 표할 적에는
當書夢死老 당서몽사로 꿈속에 죽은 늙은이라 그렇게만 쓸지어다
庶幾得我心 서기득아심 행여나 내 마음 알아주어
千載知懷抱 천재지회포 천년 뒤 이내 회포 알아나 주소
閒中記聞한중기문
金時習
可憐門閥皆佳族가련문벌개가방 슬프다 문벌은 모두 훌륭한 집안으로
虛老風塵獨可悲허노풍진독가비 세월에 헛되이 늙으니 홀로 구슬프도다
五老峯下論理坐오로봉하론이좌 오로봉 아래에서 이치 논하며 앉았자니
世人皆稱道也知세인개칭도야지 세상 사람 모두 도를 안다 일컫네
벌레먹은 어금니
金時習김시습
伊昔少年日이석소년일 옛적 젊은 시절에는
당眉決체肩당미결체견 눈 부릅뜨고 돼지다리 뜯었는데
自從牙齒우 자종아치우 어금니 벌레먹은 뒤로는
已擇脆甘嚥이택취감연 무르고 단 것만 가려서 먹는다네
細芋烹重爛 세우팽중란 작은 토란도 삶은 걸 또 삶고
兒鷄煮復煎아계자부전 어린 닭도 익히고 또 익히네
如斯得滋味여사득자미 이렇게 해야 먹을 수가 있으니
生事可堪憐생사가감련 사는 일이 참 불쌍타 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