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교당에서 그렇게 멀지 않는 곳에 위치한 대성농장. 이곳 복숭아 밭에서 만난 한명오(60) 교도회장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늘 즐겁게 살고 있다는 것이 얼굴에 나타나 있다. 이런 그를 두고 복숭아 농가들은 한농 선생이란 별칭으로 부른다. '한가한 농부'라는 뜻이다. 그의 생활철학을 들어보면 짐작이 된다.
"저는 아무리 몸이 바빠도 편안한 마음 갖기에 노력합니다. 농사짓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실패하면 내년은 잘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삽니다. 농사는 걱정한다고 되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이것이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길입니다."
그는 이야기를 하던 중 금방 따낸 복숭아를 연이어 건네준다. 황도와 작년에 심은 신품종 복숭아 맛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가 건넨 복숭아 한 입을 베어 물자 단물이 흐른다. 맛있다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그만큼 당도가 높다. 그는 즐거운듯 미소를 띠고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복숭아 맛에 대해서는 자신 있다는 표정이다.
"농가에서 맛있는 복숭아를 생산해 주어야 소비자들도 마음껏 사 먹을수 있습니다. 이것은 결국 농가들이 다 같이 사는 길입니다. 맛이 있으면 값을 더 쳐줍니다. 지금은 양보다 질입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농가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느낌이 전해온다. 소비자가 외면하는 복숭아는 서로에게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맛있는 복숭아 생산을 위해 좋은 품종 선택과 나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우리나라에 출하되는 복숭아 품종이 50여종류지만 좋은 품종은 몇 종류되지 않습니다. 이런 품종들을 식재했으면 자연스럽게 햇빛이 들게 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광합성 작용이 잘되게 하는 것이죠. 그래야 나무도 자연스럽고 당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잘 기른 복숭아 한 그루가 7∼8년이 되면 50상자도 문제 없습니다."
그는 거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절대적이 아니라 보조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히려 나무를 기르는 영양생장과 열매를 따기 위한 생식생장이 균형을 이뤄야 맛있는 과일이 생산된다고 보았다. 그의 이런 노하우는 하루 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직장을 다니다 30대 젊은 나이에 귀농할 때만 해도 그동안 해 오던 방법으로 복숭아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러다 15년 전에 독자적인 농사기술울 개발했고 새롭게 연구된 기술들도 전국에 전해지기 시작했죠."
그는 이런 기술들을 기꺼이 공개하고 있다. 현재 4천명 회원을 자랑하는 전국적인 조직인 복숭아사랑 동호회 회장을 2대째 맡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만큼 회원들에게 신뢰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모든 기술은 인터넷을 통해 회원들에게 알려줍니다. 1년에 2∼3차례 기술교류를 위해 오프라인에서 만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 농가들은 제가 농사를 짓고 있는 전주와 김제 농장을 다녀 갔어요. 직접 보면서 느끼라는 것입니다. 이 사람들이 복숭아 역사를 바꾸고 있으니까요. 그외에 묘목도 자가 생산할수 있는 기술을 보급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 마음을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농가들이 서로 잘 살 수 있는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자기도 이롭고 다른 사람도 이롭게 하는 보살정신은 그의 인성에서 알게 모르게 배어있다. 회원들이 최고 품질로 인정 받았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오히려 자신이 더 기뻐한다.
"복숭아 재배 역사는 오래 되었으나 최근 4년 만에 회원들로 인해 엄청 바뀌고 있습니다. 농가들의 의식이 전환되었다는 것입니다. 전국 어디를 가도 우리 회원들의 나무는 틀립니다. 멀리서도 알수 있어요.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로인해 회원들이 출하한 복숭아는 공판장에서 최고가격을 받습니다. 그만큼 품질이 좋다는 이야기죠."
그의 복숭아 사랑은 과수협회 이사, 전주 복숭아영농조합법인 대표를 맡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는 한결같이 그를 뒷받침해 준 부인인 백은주(55) 교도의 내조도 빼 놓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