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새 신발을 신게 되면 짝이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다.
어릴 때 배운 동요.
"새 신발을 신고 뛰어 보자 . 폴짝 .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
어린 애 발은 금방 자라고 활동량이 많지 않아 신발이 잘 닳지 않으니 주변에 신던 신발을 얻어서 신겼다.
그런데 막내 상익이가 자라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달라졌다.
친구들 대부분이 영화나 텔레비젼에 나오는 캐릭터 신발을 신고 다니는 걸 본 거다.
특히 남자 아이들 신발은 로봇이 그려진 게 많다.
그게 부러웠나보다.
지난 여섯 살 때 서울에 행사가 있어 <성미산 학교>선생님 댁에 머무른 적이 있다.
상익이가 같이 다니기엔 피곤할 것 같아서 여선생님한테 상익이를 맡겼다.
상익이랑 시간을 보내면서 여선생님께서 재활용가게 <되살림가게>서 파워레인저로봇이 그려진 신발을 사 주셨다. 천원 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기차에서 상익이는 그 신발을 보고 또 보았다.
그러더니 나보고 사진기를 달라고 했다.
나중에 보니 파워레인저 신발 사진을 찍고 또 찍고 무려 여섯 번을 찍었다.
상익이는 파워레인저 신발 밑창이 닳고 닳을 때까지 신었다.
너무 많이 닳아 이제 버리려고 하니, 사촌동생한테 주자고 했다.
그러나 상익이 맘은 알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일곱살이 된 여름, 날씨가 조금씩 더워지니 친구들이 하나 둘 샌달을 신고 다니는 걸 보고 샌달을 신고 싶다고 했다.
신발장에 찾아보니 형 친구가 신다가 준 신발이 마침 있었다.
까만색. 조금 크지만 신을만 했고 디자인은 어른들이 보기엔 괜찮은 모양이었다.
그걸 본 상익이는 영 마음이 가지 않는 눈치였다.
한가지 색깔로만 된 거 말고, 여러가지 색깔로 된 걸 신고 싶다고 했다.
친구들은 여러가지 색깔로 된 반짝이는신발을 신고 다닌단다.
신을 수 있는 신발이 있는데 새 신발을 사면 '지구가 아파한다'고 얘기해도 통하지 않았다.
틈만 나면 여러가지 색깔로 된 반짝이는 신발을 사 달라고 졸랐다.
까만 샌달은 발에 맞지 않아 불편하다고도 했다.
그래서 재활용 나눔가게에도 알아보고 주변에 알아봐도 샌달은 구하지 못했다.
날이 더워져도 그냥 계속 운동화를 신고 다니다가,
유치원 여름 물놀이 때는 까만 샌달을 신겨 보냈는데, 별로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물놀이 마치고 친구 엄마가 데려 오면서 상익이 신발 멋지다고 해도 아무 반응이 없더란다.
(친구 엄마는 사정을 모르고 어른눈에 보기에 튼튼하고 세련돼 보여서 한 말이었다)
날이 더 더워지고 여름 장마가 시작될 무렵,
첫째 수연이와 둘째 한주도 새로 신발을 사야 될 상황이 되었다.
신발 가게에 가니 정말 알록 달록 예쁜 신발이 어찌나 많은지...
물론 값이 엄청 비쌌다.
결국엔 상익이에게도 '반짝이는 샌달'을 사 주었다.(그 중에서 값이 저렴한 걸로^^)
그 날 저녁 상익이는 그림일기에 신발 사러 간 이야기를 적었다.
시내 볼 일 보러 갔다가 <아름다운 가게>에 들렀다.
지난 번 신발 가게에서 본 요즘 유행하는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샌달이 단 돈 '500'원에 나와 있었다.
밑바닥 고무가 좀 닳긴 해도 집에서 편하게 신을 수 있을 거 같아 반가운 맘으로 샀다.
지난 번 산 반짝이는 샌달은 외출용으로 신고...
여름동안 상익이는 500원짜리 신발을 아주 즐겨 신었다.
반짝이는 새 샌달보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