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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자천의학 원문보기 글쓴이: 계지
의서에 없는 '혈행침법' 창안해 암 등 고질병 고쳐 줘│악성 두통 · 류머티스 침 맞고 나은 사람 수없어 간암 등 난치병 나은 사람들이 주고 간 감사장 즐비│끝없이 이어지는 암 · 중풍 등 난치병 구료 목격담 시술비 받기 커녕 병 고쳐 주고 집까지 사 주기도│불우한 이웃과 병자에게 자선으로 일관한 침술 인생 |
◈ 노인의 침 맞고 신경통·타박통·관절염 나아
경기도 벽제읍의 성기윤(成基允, 취재 당시 87세) 옹은 침술의 달인(達人)이다. 성 옹의 뛰어난 침술 능력은 벽제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쉽게 들을 수 있다.
일례로 시장 옆에서 밥집을 하는 여인은 몇 해 전 겨울에 문 앞을 나서다 빙판에 미끄러져 다리를 삐었는데, 성 옹의 침을 한 번 맞자 그야말로 감쪽같이 나았다고 한다.
식사를 하던 허름한 차림의 40대 남자는 일전에 척추를 다쳐 꼼짝 못했는데, 성 옹에게 침을 맞자 이내 몸이 시원해져 오며 며칠 지나지 않아 말짱하게 나았다고 들려준다.
또 앞에 앉아 있던 이는 관절염으로 제대로 발도 못 떼던 사람이 노인의 침을 3~4일 맞고 걸어 다니게 되었다고 자신의 목격담을 들려준다.
또한 제법 사람 통행이 잦은 길목에서 생맥주집을 하는 최정수(취재 당시 41세 남자) 씨는 지난해 맥주 상자를 나르다 새끼손가락을 찧어 손가락이 구부러지지도 않고 펴지지도 않을 정도의 타박상을 입었다고 한다.
하루 이틀 지나면 나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증상은 점점 악화되어 손가락이 퉁퉁 붓고 자꾸 구부러져 갔다. 그런데 노인에게 침을 맞고 하룻밤 자고 나니 씻은 듯이 나았다며 다친 손가락을 펴 보인다.
이 밖에도 성 옹에 대한 이야기는 종잡을 수 없을 정도이다. 노인이 침 하나로 멀쩡한 사람을 주저앉히기도 하고 앉은뱅이를 일으키기도 한다는 둥, 노인이 침을 놓으면 뜨거운 불이 일어난다는 둥, 집안 대대로 수 대째 침술을 이어 오고 있다는 둥, 계룡산에 가서 도사에게 비법을 전수받았다는 둥 각양각색이다.
소문이 본래 그럴 듯하게 과장된 면이 있고, 전해지는 이야기가 그럴 듯하게 각색되는 점은 있지만,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성 옹의 침술이 대단하다는 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 병 나은 사람 고마움 잊지 않고 자원 봉사하기도
성 옹의 집은 벽제체육사 옆 골목을 따라 10여 미터 내려간 곳에 있다. 허름한 슬레이트 집은 볼품없이 이웃집과 마주 기대어 있다. 안쪽 대기실(?)에는 낡은 소파가 3개 있고, 그곳에서 40대 중반의 아주머니가 탈지면을 뜯고 있었다.
그는 수년간 고생했던 디스크를 성 옹이 돈도 제대로 받지 않고 낫게 해 주어 너무 고마운 나머지 틈틈이 와서 자원 봉사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그는 자원 간호사인 셈이다.
세 평 남짓되는 방 안에는 예닐곱 명의 침 맞으러 온 사람이 옹기종기 앉아 있고, 꾀죄죄한 옷차림의 노인이 중년 남자에게 굵은 동침(銅針)으로 침을 놓고 있었다. 남자는 웃통도 벗고 아래도 짧은 속바지만 입은 채, 동침으로 찌르는 게 몹시 아픈지 눈을 질끈 감고 인상을 찡그렸다.
침을 놓는 노인의 손놀림은 아주 빨랐다. 동침으로 새가 먹이를 쪼듯이 혈자리를 따라 톡톡 찌르면서 내려가는 손길이 번개 치듯 날렵하게 움직였다. 침을 찌른 자리 여기저기에서는 검붉은 피가 툭툭 터져 흘러나왔다. 그때마다 몇 사람의 자원 간호사가 탈지면으로 번갈아 가며 흘러나오는 피를 닦아 주었다.
그들은 노인의 뜻을 대신해 환자에게 침을 놓기 좋도록 자세를 잡아 주는 등 간호사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그들은 모두 어려운 병에 걸렸다가 노인의 침을 맞고 나아 그 은혜를 잊지 못해 틈틈이 와 노인을 돕는 사람들이다. 성 옹은 침을 다 놓았는지 남자의 손목을 잡고 신중하게 진맥을 하였다.
“됐소, 이제 일어서서 걸어 보소.”
남자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짧은 속바지만 입은 채 조심스레 걷는다. 디스크 때문에 왔다는 그 남자는 통증이 많이 가셨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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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 성기윤 옹의 집(좌)과, 치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환자들(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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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년간 고생한 악성 두통과 견비통 사라져
남자가 끝나고 나자 또 다른 남자가 앞에 와 앉는다. 그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옷을 훌훌 벗는다. 아마 이곳에서는 당연하고 익숙한 일인 듯하였다. 서울 구파발에서 왔다는 45살가량 된 그는 머리가 쏟아지고 어깨가 쪼개질 듯한 고통으로 여러 해 고생하다 성 옹의 침을 맞고 많이 나았다고 한다.
노인은 예의 민첩한 손놀림으로 남자의 머리에서부터 등·어깨·팔·다리·손·발·가슴 할 것 없이 사정없이 동침으로 톡톡 찌르며 순식간에 훑어 내려갔다. 침을 찌르는 게 1백 군데도 넘을 듯싶다.
그리곤 중간중간 손목의 맥과 가슴을 짚어 보더니 다시 수십 군데 더 침을 찌른다. 인체에 주요 혈이 3백65개 있다고 했는데, 아마 그것을 다 찌르지 않나 싶다. 그리고 그 손놀림이 어찌나 비호같은지 눈 깜짝할 사이에 침을 다 놓았다.
침을 찌른 자리는 불긋불긋 솟아올랐다. 마치 재봉질한 듯 침을 찌른 자리가 온몸 여기저기에 일렬로 죽 불룩불룩 솟아난 게 인체의 혈행도를 보는 듯하였다. 노인의 손놀림이나 촘촘히 일렬로 침자리가 난 걸 보고 사람들은 노인의 침법을 ‘재봉틀침법’이라 부르고 있었는데 가히 그 말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침을 다 놓고 나서 노인은 남자에게 머리와 팔을 흔들어 보라고 말한다. 남자는 아무렇지 않은 듯 힘차게 휘두른다.
“또 한 번 올까요?”
“시간이 나면 오고 안 와도 그만이여.”
◈ 침 맞은 후 반신불수 중풍 거의 사라져
남자가 끝나자 이번에는 여자 차례이다.
“손을 폈다 오므렸다 해 보소.”
여자는 손을 경미하게 떠는 중풍 환자이다. 그는 처음에는 반신불수의 중증이었다고 한다.
“이젠 거반 다 나았소.”
노인은 그 여자에게도 머리·등·팔다리·가슴 할 것 없이 백 군데도 넘게 침을 찔렀다. 그곳에서 앉아 지켜본 바로는 중풍·관절통·디스크·속병 환자 모두에게 1백 군데도 넘게 침을 찔렀다. 특히 뚱뚱한 사람에게는 2백 군데가 넘게 침을 찔렀다.
침놓는 부위는 환자에 따라 몇 군데 혈 자리가 달라지기는 했으나 대동소이했다. 침이란 원래 필요한 혈 자리만 찌르는 법인데 저렇게 많이 놓아 무슨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겁이 덜컥 났다. 그러나 환자들은 침을 맞고 나서 “몸이 개운하다”며 고통이 가셔진 얼굴로 방문을 나선다.
어떤 원칙에 따라 침을 하는지 그 자리에 앉아서 미처 파악은 되지 않지만, 침을 맞은 사람의 반응이나 앞서 저잣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로 보아 성 옹의 소위 ‘재봉틀침법’은 효과가 있음은 분명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성 옹의 의술 능력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일까. 환자들에게 직접 확인해보기로 하였다.
◈ 경기도 고양군에 사는 최춘자(취재 당시 60세 여자) 씨.
◈ 서울 역촌동에 사는 김영수(취재 당시 60세 남자) 씨.
◈ 경기도 광주군에서 온 박을순(취재 당시 64세 여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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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젖 밑에 암이 생긴 여자가 침을 맞고 다 고쳐 갔다.” “간암에 걸린 사람이 나아 너무 고마운 나머지 불상(佛像)을 사 왔다.” (참고로 성 옹은 집 안에 불상을 모셔 놓고 아침저녁으로 불공을 드리고 있다.
대개 환자들의 쾌유를 마음으로 기원한다고 한다. 필자에게도 항상 무운장구를 빌어 주겠다는 말을 한다.) “속초에서 온 젊은 여자는 등뼈가 튀어나와 등이 완전히 구부러졌는데 침을 맞고 등이 펴졌다.”
“뱀에 물려 병원에서 다리 자르자는 사람을 주저앉혀 놓고 고쳐 냈다.”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기 직전의 사람을 살려 냈다.” “심한 두통으로 20년 넘게 고생하던 익산에서 온 남자는 침을 맞고 나아 절을 백배하고 갔다.”
“뼈를 삔 사람은 침 한 방에 그 자리에서 걸어 나간다.” “어릴 적부터 7살이 될 때까지 하루에도 몇 번이나 경기를 하던 아이를 며칠 만에 완전히 고쳐 주었다.” “아이 못 낳은 여자에게 양기를 북돋아 주어 아들 낳게 해 주었다.”
이렇듯 취재하러 간 날 만난 환자들은 그들이 치료하러 다니면서 목격한 난치병을 고친 사례를 정신이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서 말해 주었다.
그들은 성 옹이 산에 가서 침술을 닦아 ‘도통한 분’으로 그의 침을 맞고 낫지 않은 예가 거의 없다고 한다. (성 옹은 1969년부터 매달 한두 차례 산 정상에 올라 정화수를 떠놓고 올곧게 살게 해달라고 참선 기도를 한다고 한다.) 더구나 병의 뿌리를 뽑아 버려 한번 고치고 나면 재발을 하지 않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성 옹이 너무 뛰어난 명의인데 나이가 많아 안타깝다고 한다. 그들의 바람이라면 성 옹이 5백 살까지 살아 아직까지 성 옹을 알지 못해 병고에 시달리고 있는 모든 환자를 다 고쳐 주었으면 하는 것이라고 한다.
◈ 의술은 본래 덕을 쌓은 수단이 되어야
침을 맞은 사람들은 방문을 나서기 전에 대가로 돈 몇 푼씩 노인 앞에 내어 놓았다. 5천 원이 가장 많은 액수이고 몇천 원 주는 사람도 있다. 개중에는 더러 인사만 하고 ‘뻔뻔스럽게’ 그냥 가는 사람도 있다.
한마디로 주면 받고 안 주면 안 받는 식이다. 그런 것은 이미 이곳에서 일상화된 일이었다. 오히려 가난하게 보이는 사람이 돈을 내놓으면 그는 차비까지 얹어 되돌려 주었다. 오늘도 70~80명의 환자가 다녀갔는데 20명 남짓만 돈을 주고 갔다고 한다.
성 옹은 의술이란 본래 돈 받고 하는 게 아니고, 덕을 쌓겠다는 마음 자세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군다나 침술은 경비 들 것도 없는 의술이라고 말한다. 그는 늙은 나이에 몸만 축내며 봉사하고 있는 것뿐이라며 웃는다.
이러한 성 옹의 인술 자세에 대해 벽제에 사는 정양자(취재 당시 60세 여자) 씨는 노인이 불쌍한 사람들에게는 구세주 같은 분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오는 사람들 절반 이상은 병원에서 수백만 원 주고도 못 고칠 병을 돈 한 푼 없이 고친 사람들이에요. 할아버지가 가난한 사람에겐, 돈 없이 병든 것만큼 불쌍한 일 없다며 돈을 받지 않아요. 그리고 환자들에게 받은 돈도 어느 정도 모이면 집 없는 가난한 사람에게 집을 사 주거나, 양로원과 고아원 등지에 보내요. 집을 사 준 사람만도 여럿 돼요.”
◈ 가난한 환자에게 병 고쳐 주고 집까지 사 주기도
정 씨도 성 옹에게 집을 받은 장본인이다. 그는 평생 어렵게 살며 뼈 빠지게 일을 하다 3년 전 살살 길 정도로 심한 허리디스크가 생겨 고생했는데, 노인이 돈 한 푼 안 받고 고쳐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에 더 보태 사는 게 너무 불쌍하다며 집까지 사 주었다고 한다.
환자를 고쳐 주고도, 더구나 수백만 원 주고도 못 고칠 병을 고쳐 주고도 돈 한 푼 받지 않고 오히려 집까지 사 준다니……. 참으로 믿기 힘든 일이요, 어디에서도 없는 일이라 하겠다. 더구나 자신은 누추한 집에 기거하면서 말이다. 환자가 오면 한 푼이라도 더 뜯어내기에 바쁘고, 돈 없으면 환자를 내쫓는 요즘 세태에 성 옹의 행동은 가히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정 씨 외에 다른 사람들도 끼니 때가 되면 침 맞으러 온 사람에게 성 옹이 밥까지 먹여 보내는 게 다반사라며 성 옹의 인자한 마음 씀씀이에 대해 칭송을 아끼지 않는다. 가족들이 고령을 감안하여 침술을 그만두고 쉬라고 하는 것도 찾아온 환자를 돌려보내는 것은 벌 받는 짓이라며 노고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 실제 체험을 통해 침술 깨우쳐
성 옹의 고향은 현재 살고 있는 벽제이다. 이곳에서 증조부 때부터 살아오고 있다. 세종 때의 명신(名臣) 성삼문이 그의 직계 조상이다. 침은 소문대로 그의 집안에서 4대째 내려오고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조부와 선친의 어깨 너머로 침을 배웠다. 어깨 너머로 배운 침이지만, 재주가 있어 그의 조부나 선친보다 침술이 뛰어났다. 조부나 선친이 못 고치는 환자도 그가 손을 대면 신기하게 나았다. 조부와 선친이 ‘별난 애’라고 그의 침술을 인정하였다.
그는 침술에 대한 집착이 특이해 소에게도 침을 놔 보고 개구리·개·토끼·쥐를 가지고 침술을 연구하기도 하였다. 논에서 일을 하다가도 미꾸라지나 물고기가 눈에 띄면 침을 놓았다.
어디에 놓으면 죽고, 어디에 놓으면 살고, 어디에 놓으면 잘 가고, 어디에 놓으면 못 가는지 관찰하였다. 그리고 침술을 잘 한다고 소문난 사람이 있으면 쫓아가 배웠다. 그렇게 그는 침구서나 의서를 보지 않고 실제 체험을 통해 침술을 배웠다.
특히 그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 스승으로 계룡산에서 수도한 노인이 있다고 한다. 스승은 그보다 7살 연상으로 20여 년 전에 만났는데, 관상도 잘 보고 침술도 능하다고 한다.
스승 역시 많은 혈에 침을 하는데 어찌나 손놀림이 빠른지 번개 치듯 눈 깜짝할 사이 침을 다 놓는다고 한다. 그는 스승에게 주로 혈맥을 조절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 어느 의서에도 없는 독창적인 ‘재봉틀침법’
‘재봉틀침법’이라 칭할 만큼 동침으로 무수히 혈 자리를 찌르는 침법은 어느 의서에도 없다. 현재의 침법은 여러 경험을 통해 그가 자작으로 고안한 것이라 한다.
‘침 한 구멍이 소 한 마리 잡아먹는다’ 는 말이 생각나 침을 그렇게 많이 놓으면 환자의 체력이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맥에 따라 침 방향이나 순서를 정해 힘을 잡아당기기도 하고 놓아주기도 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한다.
침을 많은 혈에 놓는 것은 아픈 부위뿐만 아니라 그 나머지의 혈행도 풀어 주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는 그의 침법을 조리 있게 설명하지는 못했다. 노인의 80여 평생 경험으로 얻어낸 침법을 논리와 과학으로 접근하려는 게 무리한 점이 있으리라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침법이 맞는지에 대해 의구심도 들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많은 난치병 환자들이 그의 침을 맞고 나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침법은 앞으로 연구해볼 대상이란 생각이 든다. 참고로 필자가 본 성 옹의 기본 침법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 무수한 자극으로 혈맥이 막히지 않도록 조절
먼저 이마 정중앙에서 시작한 침은 인체의 중심을 타고 머리→뒷머리→뒷목→등→어깨→팔 뒷면→다리 뒷면→얼굴→목→가슴→복부→팔 앞면→다리 앞면의 순서를 따라 약 2cm 간격으로 쪼듯이 침을 한다. 이런 순서로 하다 보니 대부분 1백 군데가 넘는 혈에 침을 하게 된다.
침놓는 순서는 환자의 맥을 보아 몸 앞부터 놓기도 하고 몸 뒤부터 놓기도 하는 등 달라질 수 있지만, 머리를 먼저 놓는 것은 항상 변함이 없다고 한다. 그것은 혈압부터 고치고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튼 성 옹의 침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지만, 필자 나름대로 해석해보았다.
인체에는 무수한 경혈과 혈맥이 있다. 이것이 막히지 않고 순환이 순조로울 때 신진대사가 원활히 이루어지고 건강이 유지된다. 병이란 어떤 원인에 의해서건 경혈과 혈맥이 막히는 걸 말한다.
요즘은 공해나 화학약으로 인한 독성이 심해 여기저기 경혈과 혈맥이 막히기 쉬운 상황이다. 요즘 부쩍 늘어나고 있는 각종 성인병은 그런 현상이라 하겠다. 성 옹도 요즘 병의 원인은 먹는 것이나 생활하는 것이 오염되었기 때문이라 말한다.
따라서 그가 어려운 병을 많이 고쳐 낼 수 있는 건 전신에 걸쳐 많은 혈 자리를 자극하여 막힌 경혈과 혈맥을 많이 뚫어 주는 작업을 했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적절히 침을 보사(補瀉)하여 환자의 체력을 조절하기 때문에 많은 혈에 침을 하고도 부작용이 없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그의 침은 혈의 흐름에 따라 모든 혈에 침을 한다는 점에서 ‘혈행침(穴行鍼)’이라 명명할 수 있겠다.
◈ 국회의장·독립기념관장 등 많은 환자 고쳐
그는 자신의 침법으로 암·위장병·간장병·중풍·디스크·신경통·관절염 등 난치로 꼽는 병에 걸린 환자들의 고통을 해결해 주었다고 한다. 그 중에는 전 국회의장 백두진 씨, 전 독립기념관장 안춘생 씨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안춘생 씨의 소개로 한동안은 광복회에 나가 침술을 해 주기도 했다.
난치병에 걸렸다가 그의 침을 맞고 생명을 되찾은 사람들은 돈을 받지 않으려는 그에게 고마움의 뜻으로 감사장을 전달하기도 하였다. 그가 보관하고 있는 수십 장의 감사장을 보니 “병으로 고통을 받다 선생님의 침술로 완치되었다”라는 간암·폐암·중풍·디스크 등을 나은 사람들의 글이 적혀 있다.
개중에는 막대한 금액의 사례비를 내놓는 사람도 있는데, 성 옹은 그때마다 그 돈을 양로원과 고아원에 보낸다고 주위 사람들은 들려준다. 일전에도 간암을 고친 사람이 5천만 원을 선뜻 내놓았는데, 그는 이를 양로원과 고아원에 헌납하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성 옹은 남의 것을 공것(?)으로 먹으려는 마음은 결코 옳지 못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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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뇨병에 해당화나 진달래 뿌리가 효과
그는 암에 걸린 사람이나 중증의 병에 걸린 사람에게는 침술 이외에도 집에서 약을 달여 먹으라고 일러 주기도 한다.
일례로 암이 있는 사람에게는 박속을 장복케 하는 한편, 체질별로 옻나무 껍질이나 뽕나무·해당화·진달래 뿌리를 달여 먹으라고 한다.
냉이 있는 사람에게는 약쑥으로 훈증을 하면서 옻나무 껍질이나 뽕나무 뿌리를 달여 먹으라고 하고, 디스크가 있는 사람에게는 진달래 뿌리를 달여 먹으라고 일러 준다.
또 풍기 있는 사람에게는 뽕나무 뿌리를 달여 먹으라고 하고,
체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옻나무 껍질과 닭을 함께 넣어 종일토록 끓여 아침 식전에 국물만 먹으라고 이른다.
또한 당뇨가 있는 사람에게는 해당화나 진달래 뿌리를 먹으라고 하고,
간장병이 있는 사람에게는 미나리 생즙을 먹으라고 일러 준다.
한편 그의 소문을 듣고 이따금씩 그의 침술을 배우러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들에게 그는 따로 배움을 주지도 않고 막지도 않는다. 꼭 배우겠다면 그가 했던 대로 곁에서 많이 보고 경험을 쌓으라고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그의 침법이 너무 어려웠던지 모두 중간에서 포기하고 돌아가곤 한다고 말한다. 그도 이제는 나이도 들고 하여 그를 대신할 사람을 찾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은 적당한 사람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물건도 적재적소에 있어야 가치를 발휘하듯이 의술을 하려면 마음이 올곧아야 하는데,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 면허 없어 곤혹 치르기도
그는 뛰어난 침술 때문에(?) 경찰서나 검찰청에 불려 가 여러 번 곤욕을 치른 적도 있다. 인근에 한의원이 여러 군데 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환자들이 한의원에서 침을 맞으면 신통치 않고, 그에게 침을 맞으면 쉽게 나았기 때문이다. 자연히 환자들은 그에게 몰렸고 환자를 뺏긴 한의원들은 그가 의료 면허가 없는 것을 트집잡아 고발한 것이다.
고발을 당해 조사를 받을 때 그는 답답한 나머지 경찰이나 검찰에게 앞으로 침을 놓지 않겠으니 “차라리 당신이 침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걸 서면으로 한 장 써 달라” 고 요구한 적도 있다고 한다. 환자들이 왜 침을 놓아 주지 않느냐고 항의하면 보여 주어야 할 것 아니냐는 것이다.
◈ 고발당한 후 의술하지 않으려 해도 환자 매달려
아무튼 고발을 당해 곤욕을 치르고 나면 그는 침술을 포기한 채 외지로 떠돌아다니기도 하고, 문을 닫고 들어앉아 있기도 한다. 그러나 환자들은 그를 귀신같이 찾아내 병을 고쳐 달라고 매달린다고 한다.
요즘은 나이가 들어 피해 다니지도 못한다고 한다. 집에 있다 보니 그의 입장은 헤아리지도 않고 부쩍 많은 사람이 밀어닥쳐 아흔이 다된 나이에 고생이 심하다고 말한다.
필자가 취재 기간 중에 직접적으로 만나지는 못했지만, 환자들의 증언과 감사장의 내용을 토대로 본다면 그는 오늘날의 대표적인 난치병인 간암·폐암 등 암을 고쳤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세계적인 뉴스감이요, 만방에 자부할 만한 일이다. 또 병에 걸린 가난한 사람을 무료로 고쳐 준 일이나, 환자로부터 받은 돈을 자선의 목적으로 썼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칭송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그는 의료 면허가 없는 촌늙은이란 멸시와 함께 모든 업적과 선행은 무시당하고, 오히려 무면허업자로 추궁당했을 뿐이다.
◈ 국민이 선택한 훌륭한 '의사'
물론 그가 얼마나 훌륭한 ‘의사’인지 단시간에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환자들이 숨어 사는 그에게 하루에도 1백 명 이상씩 찾아온다는 점이다.
만약 그가 엉터리였다면 그토록 많은 사람이 그렇게 오랫동안 찾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면허가 없음으로 인해 법적인 제지를 받고 환자를 피해 다녔음을 생각한다면 환자의 발길이 끊어졌어도 벌써 끊어졌을 법한 일이다.
그러나 없애려 해도 없어지지 않고, 저지하려 해도 저지되지 않고, 결국 환자가 밀려들어 성 옹의 침술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건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면허’보다는 자신의 생명을 구해 줄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의사를 선택하겠다는 환자들의 갈망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환자들은 성 옹을 '능력' 있는 훌륭한 의사로 인정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면허’보다는 ‘능력’에 따라 의사를 선택하겠다고 국민의 의료 선택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쨌든 성기윤 옹은 국민이 선택한 훌륭한 의사임이 분명하다고 하겠다.
그는 많은 환자가 자신을 의지하고 찾아오고 있는데, 이제는 체력이 달려 안타까울 뿐이라고 한다. 나이를 감안해 침놓는 일을 가족들이 반대하고 있지만, 환자들이 놓아 주지 않아 뜻대로 될 것 같지 않다며 말을 맺는다.
1.필자가 성기윤 옹을 발굴 취재한 때가 1993년 3월입니다. 그리고 월간 <신시> 1993년 4월 호에 '향토명의열전'이란 제목의 기획 연재기사 중 15번째로 발굴한 명의로 글을 실었습니다. 기사가 나가자 경향 각지의 많은 난치병 환자가 그의 집을 찾아가 병고를 벗었습니다. 성 옹은 90 고령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난치병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 쏟다 기력을 잃고 갑자기 몸져누운 지 보름 만인 1997년 3월에 91세를 일기로 아쉽게도 작고하였습니다. |
◈ 치료 단방 ◈
성기윤 옹은 환자들에게 질병에 따라 침을 맞으면서 몇 가지 단방약을 복용하라고 처방을 일러주기도 한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병 증 | 단 방 처 방 |
암 | 박속을 장복하는 한편, 체질별로 옻나무 껍질이나 뽕나무·해당화·진달래 뿌리를 달여먹는다. |
냉 | 약쑥으로 훈증을 하면서 옻나무 껍질이나 뽕나무 뿌리를 달여 먹는다. |
디스크 | 진달래 뿌리를 달여 먹는다. |
풍기 | 뽕나무 뿌리를 달여 먹는다. |
체증 | 옻나무 껍질과 닭을 함께 넣어 종일토록 끓여 아침 식전에 국물만 먹는다. 닭은 목과내장과 발목을 빼고 넣으며, 끓인 후 옻나무나 닭은 먹지 않는다. |
당뇨 | 해당화나 진달래 뿌리를 달여 먹는다. |
간장병 | 미나리를 생즙 내서 먹는다. 미나리에는 거머리나 거머리알이 붙어 있을 수 있으므로1~2시간 동안 천일염을 푼 물에 담가 놓았다가 흐르는 물에 씻어 사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