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이라기 보다는 제 경험과 생각을 좀 정리해 보았는데 댓글로 쓰기는 좀 길어서 별로로 올립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부터 비행기를 좋아했던터라 양력 발생에 관해 관심도 많았고 또 초등학교(제가 다니던 당시에는 국민학교라고 불렀지요) 5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양력 발생의 원리는 4학년이 되기 전 부터 달달 외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교과서에 나오는 원리(베르누이 정리 어쩌고 하는)를 철떡같이 믿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당시에 만들었던 모형 글라이더 같은 것들의 날개가 윗부분이 불룩한 그러니까 Clark-Y 익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요.
그러나!!!
무선 조종 모형 비행기를 취미로 하게 되면서 베르누이 정리로 설명이 안되는 비행기들도 많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즉 초보자 비행기는 거의 대부분 날개 윗면이 불룩하고 아랫면이 평평한 Clark-Y 익형인데 중급자 정도 되면 반대칭 날개, 그리고 고급 패턴기는 완전 대칭인 것입니다.
그런데 완전 대칭이라고 붙임각이 1도 정도 위로 들어가 있더군요. 그래서 날개단면이 완전 대칭이라도 붙임각 때문에 비행할 때는 받음각이 있어서 하여간 잘 날아 다닙니다. 배면 비행도 아주 잘 하고.
그리고 엔진 장착 각도를 보면 약간의 사이드 트러스트와 약간의 다운 트러스트가 들어가 있습니다. 사이드 트러스트는 프로펠러 회전의 반작용을 상쇄하기 위해 기체를 위에서 보면 엔진축의 부착 각도가 약간 우측으로(그래서 Right thrust라도도 부르지요).
그런데!! 어떤 패턴기는 날개의 부착 각도로 0도 이고 사이드 트러스트나 다운 트러스트와 완전 0 도인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잘 날지요. R/C쟁이들 하고 이야기 하다 보면 비행기의 날개 부착각도라는 것은 도면상 그런 것이고 실제로 비행할 때의 날개 받음각은 그 때 그 때 달라지는데 부착각이 0도라도 일단 비행할 때는 약간이라도 양의 받음각을 갖게 마련이고 배면 비행할 때는 반대로 음의 받음각(그러나 비행기가 뒤집혀 있으니까 양력 발생은 하늘 방향이 되겠지요)을 갖게 되기 때문에 결국 양력 발생의 원리는 베르누이 정리가 아니라 작용 반작용이란 얘기가 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외국의 R/C 잡지를 보니 날개 단면이 완전 평면인 비행기 도면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이거 신기하군.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모형 비행기는 값비싼 재료인 Balsa라는 나무로 만들었는데 이 평판 비행기는 재료가 스치로폼 이더군요.
관심만 있었지 실제 만들지는 않고 있다가 어느날 모형 비행기를 날리러 대방동 공군 사관학교(지금의 보라매 공원 자리)갔는데 당시 한국 모형항공 협회 회장으로 있던 분이 세련된 곡예 비행기와 함께 평판 비행기도 하나 만들어서 나왔더군요. 잡지에서 도면으로만 봤는데 실물을 보니 엄청 반갑더군요. 그날은 바람이 몹시 불었습니다.
당시 공군 사관학교 연병장을 서울에서 보기 드물게 아주 넓은 잔디 운동장이 있었는데 그래서 해마다 공군참모총장배 모형 비행기 대회가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렸지요. 그러나 평소에는 특별한 빽이 있거나 KRC라는 협회에 가입된 회원만 들어가서 비행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KRC회원은 아니었고 빽도 없지만 그때 같이 비행기 날리던 친구 아버지 빽으로 하여간 들어갔습니다.
KRC 회원 한 분이 '어. 회장님 이거 공군 사관학교에서 비행기 날리러들어 오라고 그랬지 언제 방석 날리랬어요?' 하면서 농담을.. 그랬더니 회장님은 '어허.. 이게 얼마나 잘 나는데'
저는 그 비행기가 잘 날 것으로 어떤 확신이 서더군요. 베르누이 정리로 비행기가 뜬 다는 것은 그간의 모형 비행기 날린 경험으로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베르누이 정리는 종이 비행기가 나는 것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종이 비행기는 그야말로 날개가 평평하쟎아요.
기대를 걸고 구경하고 있는데 드디어 그 평판 비행기의 시동이 걸렸습니다. 바퀴가 달려 있지 않아서 보조자가 손으로 들고 있다가 던져서 이륙시켜 주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바람에 휙 뒤집히면서 땅에 떨어져 날개가 쪼개지고 말았습니다.
날개가 쪼개진 단면을 보니 그냥 스치로폼 그대로 더군요.
하여간 언젠가는 나도 만들어 보리라 생각했습니다.
인터넷에는 양력 발생 원리에 대한 공방이 마치 플심이 실기 조종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 공방 처럼 한 때 불 붙었다가 결론 못 맺고 사그러지기를 반복하였고 저는 평판 비행기를 실제로 만들어서 날려 보고 실험적으로 결론을 얻고 싶었습니다.
모형 비행기라게 날리다 보면 비행기를 추락도 시키고 또 새로 만들기도 하고 그러면서 각종 부품이나 재료 남을 것들이 쌓여 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발동이 걸려서 회사 이틀 휴가를 내고 스치로폼 가게를 찾았습니다.
두께 약 4 cm 정도 되는 아주 평범한 스치로폼 사다가 둥글게 오려서 날개 만들고 일부러 테두리를 평면으로 짤라 냈습니다.
그러니까 비행기 이렇게 생겼습니다. (첨부 파일 참조)
엔진이나 각종 부품은 그동안 날리던 비행기에서 사용하던 것이고 새로 구입한 자재는 스치로폼 한장과 동체를 만들기 위한 얇은 베니어판이 전부 입니다.
익형은 완전 평판이고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한 어떤 노력도 의도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날개 단면은 완전 직사각형인 셈이지요.
날개와 동체가 마치 프랑스의 미라지 전투기나 콩코드처럼 꼬리 날개가 따로 없는 방식이라 에일러론 엘리베이터가 따로 없고 엘레본을 달았습니다. RC용 조종기에는 Elevon Mixer기능이 이미 내장되어 있어서 별도로 엘레본 믹서를 기계적으로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참고로 엘레본은 같이 움직일 때는 엘리베이터 효과가 나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 에일러론 효과가 나타납니다.
책에서 처음 엘레본에 관해서 읽었을 때 도저히 그 동작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종이 비행기를 만들어서 실험해 봤더니 그 때서야 이해가 가더군요.(대학 2학년 때 입니다)
둘쨋날 아침까지 원반 비행기 완성하고 오후에 비행기 날리러 갔습니다. 평일이나 비행장도 한산하고 차도 별로 막히지 않았습니다.
도면에서 유심히 본 것이 있는데 사이드 트러스트와 다운 트러스트를 적당히 줘야 하고 또 중요한 것이 수평 비행을 위해서는 엘레본이 일정 각도로 상향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지요. 즉 강제로 다운와시를 만들어 주어야 수평 비행이 되고 그냥 조종면이 날개와 같이 평평하게 되어 있으면 수평비행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점이지요.
그래서 처녀 비행을 앞두고 엘레본 트림은 상향 조정해 두었습니다.
음.. 대망의 처녀비행.. 가슴이 두근두근.. 왜 처녀(?) 비행이라고 하는지.. 이거 RC해 보면 금방 느낌이 확 오지요.
엔진 시동 걸고.. 흠.. 썩은 엔진인데도 파워 강력 하구만.. 참고로 모형 비행기 엔진 파워.. 정말 무식합니다. 보통 비례적으로 볼 때 실기 경비행기에 사용하는 엔진의 4~5배 파워입니다. 그러니까 모형비행기..엔진 깡으로 난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여기에는 좀 복잡하게 설명하자면 레이놀즈 넘버가 나오고.. 등등.. 그런데 이건 너무 복잡하니까 넘어 가고.
가뿐 하게 이륙해서 너무도 부드럽게 잘 날아 주었습니다. 루프나 롤 같은 곡예도 합니다. 날개에 상반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뭐.. 베르누이 정리 완전 무시.. 항공공학 교과서에 나오는 각종 복잡한 양력 항력 곡선.. 몽땅 무시..
그런데 잘 날던 비행기 엔진 소리가 갑자기 고음으로 바뀌었습니다. 경험상 이럴 때는 프로펠러를 고정하는 너트가 풀려서 엔진이 무 부하상태에서 RPM이 너무 올라가는 것이지요. 잽싸게 트로틀 스틱을 최대로 내렸습니다. 엔진이 꺼지고..
잘 날던 판때기 비행기는 상당히 고도가 높았는데 제 가 있는 곳까지 활공으로 끌어 오지를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한참 떨어진 지점에 불시착 했습니다. 엔진에서 떨어져 나간 프로펠러와 스피너 뭉치는 비행기가 불시착한 지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중요한 경험을 했지요. 판때기 비행기는 잘 날지만 엔진 꺼지면 거의 돌덩어리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 비행기는 외관이 미끈해야 합니다. 그래야 항력이 적게 발생해서 잘 날지요. 그런데 미끈하지 않아도 항력이 커서 그렇지 앞에서 강력한 엔진이 끌어주면 날긴 납니다. 날개 역시 미끈한 유선형 구조에 날개 윗면이 불룩하면 발생하는 양력에 비해 항력이 적기 때문에 엔진 꺼져도 먼 거리를 활공 합니다.
판때기 비행기는 날개 면적이 넓어서 항력만 이겨 주면 강한 양력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훨훨 잘 날아 다닙니다.
판때기 비행기의 장점은 만들기 쉽다는 점이겠지요. 보통의 모형 비행기는 날개를 만들기 위해 날개 단면형상의 리브와 뼈대를 조립해서 만들기 때문에 제작이 복잡합니다. 그런데 스치로폼 판때기 비행기는 그냥 4000원짜리 스치로폼을 커터 나이프로 둥글게 오려내면 끝입니다. 그냥 날리면 엔진의 배기 가스에 포함된 연료 윤활류가 떡처럼 들어 붙기 때문에 닦아 내기 좋으라고 1000원짜리 박스테이프를 붙인것 뿐입니다.
날개의 형상에 따라 양력이 0 이 되는 받음각이 있습니다. 평판 날개는 받음각 0 도 에서는 양력도 0 이 됩니다. 그런데 Clark-Y 날개에서는 받음각이 0도 라도 약간의 양력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 받음각일 때 양력이 0 이 되지요.
또한 Clark-Y 날개는 양력 발생에 비해 항력이 적게 발생하기 때문에 엔진이 꺼져도 먼 거리를 활공 합니다. 그런데 활공비가 가장 좋은 날개는 언더 캠버 날개이고 실제로 고성능 글라이더는 언더캠버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항력이 크기 때문에 난기류나 하강기류 지역을 빨리 통과해서 또 다른 상승기류 지역으로 빨리 이동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성능 글라이더의 날개는 날개가 얇고 반대칭입니다. 모형 글라이더의 경우 RG15 같은 익형을 사용하는데 산에서 날릴 때 죽이지요. 쎅쎅~~ 바람 가르는 소리 정말 듣기 시원 합니다.
즉. 양력 발생의 원리를 이론으로 파다 보면 그거 정답 딱 떨어지게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모형 비행기를 다양하게 만들어 날려 보면 감각적으로 알게 되지요.
실기의 경우 함부로 실험 하다가 죽을 수도 있지만 모형을 다양한 실험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이미 다양한 많은 실험이 이루어졌고 모형의 입장에서 어떤 경우에는 비행의 효율을 어떤 경우에는 제작의 효율을 어떤 경우에는 제작비용의 최적화를 추구하게 됩니다.
요즘은 쉽고 간단하게 제작해서 날릴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 나왔는데 크게 두가지로 나누면
1. 공력 효율이 중요한 글라이더
2. 동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공력 효율 대충 무시하고 저렴하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소형 전동기
위의 두가지는 모두 비행 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날개의 형상은 극단적으로 다릅니다. 1번은 날개가 가장 중요하고.. 즉 날개가 심장이지요. 2번은 동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동력 장치가 심장입니다. 날개는 대충 평판을 사용합니다.
실기에서 평판 익형의 비행기가 없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공력 효율이 나쁘고 실속 특성 아주 나쁘고 안정성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즉 같은 양의 연료로 다른 비행기가 200 Km를 날아 가는데 평판 날개 비행기는 20Km 밖에 못 난다면 그걸 만드는데 간편하고 비용이 저렴하다고 해도 만들만한 가치가 없겠지요. 그런데 모형 비행기는 그런거 신경쓰지 않고 그냥 재미로 날리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모형 비행기로 만들어서 실험하다 보면 양력 발생의 원리를 체험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동안의 경험으로 정리해 보면
베르누이 정리나 작용 반작용 원리나 둘다 어느 정도 맞습니다. 음.. 조금 전에도 Clark-Y 익형의 비행기 날리고 왔는데요.. 고도를 높인 다음 모터를 완전히 정지시키고도 한참을 날았습니다. 빙빙 선회하다가 발 앞에 착륙을..
항공용어에 추력대 중량비 라는게 있습니다. 엔진에서 나오는 추력과 항공기 무게와의 상관 관계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항공기는 정지상태에서 수직으로 상승하지 못합니다. 모형항공기는 추력대 중량비가 높아서 정지상태에서 수직으로 상승합니다. 즉 스턴트기나 컴벳, 아크로벳 같은 기종들은 엔진힘이 좋아서 비행기를 끌고올라갑니다.그래서 상하 대칭익형을 쓰기도하고 받음각이 없기도하고 판때기로 만들기도 합니다.
추력대 중량비가 1:1이 되지 않지만 완전 대칭 날개를 쓰는 실기도 있지요. 이 기체가 제작될 때 양력 발생에 관한 수많은 토론이 오고 갔는데 지금도 잘 날아 다니고 있습니다. 모형 비행기에 대칭 익형을 사용하는 이유는 추력이 남아 돌아가서는 아닙니다. 그것이 곡예에 유리하기 때문이지요.
첫댓글 모형비행기도 정말 좋아하시는군요. 수많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양력에 대한 이해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항공용어에 추력대 중량비 라는게 있습니다. 엔진에서 나오는 추력과 항공기 무게와의 상관 관계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항공기는 정지상태에서 수직으로 상승하지 못합니다. 모형항공기는 추력대 중량비가 높아서 정지상태에서 수직으로 상승합니다. 즉 스턴트기나 컴벳, 아크로벳 같은 기종들은 엔진힘이 좋아서 비행기를 끌고올라갑니다.그래서 상하 대칭익형을 쓰기도하고 받음각이 없기도하고 판때기로 만들기도 합니다.
추력대 중량비가 1:1이 되지 않지만 완전 대칭 날개를 쓰는 실기도 있지요. 이 기체가 제작될 때 양력 발생에 관한 수많은 토론이 오고 갔는데 지금도 잘 날아 다니고 있습니다. 모형 비행기에 대칭 익형을 사용하는 이유는 추력이 남아 돌아가서는 아닙니다. 그것이 곡예에 유리하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