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찻그릇의 배열
물이 끓었으면 찻그릇을 펼치고, 차의 등급에 따라 물을 식히고, 찻그릇을 끓는 물로 데워야 한다. 찻그릇을 벌여 놓음에도 설이 분분하나, 예나 지금이나
차를 즐겁게 마실 수 있으면 좋을 것이고, 찻그릇은 다관과 찻잔 서너 개면
족하리라 생각된다.
찻그릇의 배열은 초의의 제자인 범해각안(梵海覺岸)의 「다구명(茶具銘)」이란 시를 참고할 만 하다.
내 일생 청아하고 한가하니 生涯淸閑
차 두어 말이면 족하다네 數斗茶芽
일그러진 화로 벌여 놓고 設苦竄爐
문무화(文武火) 지핀다네 載文武火
다관은 오른쪽에 벌여 놓고 瓦罐列右
다완은 왼쪽에 있다네 資怨左左
오직 차 마시는 일 즐기니 惟茶是務
무엇이 나를 유혹하리 何物誘我
위에서 보듯 다관을 비롯해서 물 식힘 사발, 개수 그릇 등은 오른쪽에, 찻잔과 잔 받침, 차통, 찻숟갈 등은 왼쪽에 배열하는 게 우리 전통의 방법이 아닌가 한다.
②물 식힘과 찻그릇의 예온
끓는 물을 다관, 찻잔, 물 식힘 사발에 부어 미리 데워 둔다. 이는 차 맛도 좋아지지만 찻그릇의 소독도 되므로 위생적이다. 어떤 이는 여름에는 찬물로
냉각시켜야 한다지만 더운 차를 부었을 때 차의 안팎 온도가 달라지면서 차
맛이 아래. 윗물이 져서 좋지 않다.
차를 우려낼 물은 차의 품질에 따라 알맞게 식혀 사용한다. 고급차(세작)는
50∼60。C, 중급차는 70∼90。C, 하급차 즉 홍차, 오룡차(반발효차) 등은
끓는 물 그대로 사용한다. 찻그릇의 예온과 물 식힘은 한꺼번에 이뤄지게 된다.
③ 차 넣기
예로부터 식힌 물과 차를 다관에 넣는 것을 투다법(投茶法)이라 하여, 계절에
따라 방법을 달리했다.
봄. 가을 : 중투법(中投法)이라 하여 다관에 알맞게 식힌 물을 1/2 붓고 차를
넣은 다음 나머지 1/2을 붓는다.
여름 : 상투법(上投法)으로 물을 모두 붓고 난 다음 차를 넣는다.
겨울 : 겨울에는 하투법(下投法)으로 차를 넣은 다음에 물을 붓는다.
이러한 투다법은 '찻물 온도'와 '기온에 의한 차 그릇의 온도 변화'와의 상관관계를 오랜 기간의 경험에 의해 파악하고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한 방법이라
생각된다.
④ 차 우려내기와 따르기
<차 우려내기의 표준 제원표(1인분)>
위의 표는 김명배 교수와 월간『다원(茶苑)』 등이 제시한 차 우려내기의 표준 제원표이다. 고급차 상급품의 수량 12ml는 병아리 눈물의 양이다. 작은 소주잔의 양이 45ml정도이니 12ml은 작은 소주잔의 1/4 정도이다. 고급차의
차(茶)는 목구멍으로 넘길게 없다는 주장이다. 차의 양과 수량, 시간, 온도 등을 일일이 달고, 되고, 재고 할 수도 없다. 오랜 차 생활의 반복으로 나름대로의 손대중과 손끝의 감각과 감촉 등에 의존할 수 있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
차를 따를 때는 찻잔을 늘어놓고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반복해서 따른다.
이는 각 잔마다 찻물의 농도가 고르게 하기 위해서이며, 찻물은 찻잔의 60%를 넘지 않도록 한다. 차를 따를 때는 다관의 찻물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따라야 한다. 이는 재탕 때에 너무 많은 탄닌이 우러나와 차 맛이 쓰거나 떫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⑤ 차 마시기-오관(五官)을 통한 즐거움
차를 마시면 오관이 즐겁다. 각각을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 귀 : 솔바람 소리 또는 전나무에 비가 뿌리는 소리에 비유되기도 하는, 탕관의 찻물 끓는 소리에 귀가 즐겁다.
- 눈 : 아담한 찻잔의 색, 아름다운 찻물의 연두색을 눈을 기쁘게 한다.
- 코 : 차가 우려지면서 퍼지는 은은하고 그윽한 향기는 코가 즐겁게 한다.
- 입 : 인생의 맛 그대로를 담고 있는 차의 오미(五味:쓰고 짜고 시고 달고 매운 맛)는 입을 기쁘게 한다.
- 촉감 : 찻잔의 부드러운 선과 손으로 전해지는 따뜻함은 촉각이 즐겁다.
잎차에 관한 최고의 저술이라고 평가되는 『다소(茶疏)』의 저자인 명나라
허차서(許次서)는 중국 최고의 녹차 산지인 용정(龍井)의 절에서 용정차를 먹고는, 머리를 깎고 용정의 승려가 되려고까지 했다.
『다소』에 보면 차를 마시기 좋은 때 24종, 마시면 안 될 때 8종, 사용하면
안 되는 것 11종,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것 7종, 차의 좋은 친구 4종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시기 좋은 때는 여러 곳에 소개되었으니, 마시면 안 될 때를 보면 다음과
같다. |
1. 일을 할 때
1. 대우대설(大雨大雪) 때
1. 인사(人事)가 다망할 때
1. 연극을 볼 때
1. 손님이 많은 술자리에 있을 때
1. 편지를 볼 때
1. 오래 끄는 잔치에 있을 때
1. 서적을 열람할 때
1. 먹어서 좋은 때와 반대되는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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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茶頌』도 인용되어 있는 바와 같이, 다산(茶山) 선생은 그의 『걸명소(乞茗疏)』에서 차 마시기 좋을 때를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1. 아침에 일어났을 때
1. 맑은 하늘에 구름이 둥실 떴을 때
1. 낮잠에서 깨어났을 때
1. 밝은 달이 시냇가에 떠 있을 때
차 마심을 노래한 시(詩)가 많으나 당나라의 노동(盧同)의 「일곱 사발의 차노래」(원제는 「붓달음질로 맹간의가 부쳐 준 햇차에 사례하다」)가 유명하다.
첫째 잔은 목구멍과 입술을 적시고
둘째 잔은 외로운 번민을 씻어 주네
셋째 잔은 메마른 창자를 찾나니, 생각나는 글자가 5천권이네
넷째 잔에 가벼운 땀이 솟아 평생의 불평도 모두 털구멍으로 흩어지네.
다섯째 잔에는 기골이 맑아지고
여섯째 잔에는 선령(仙靈)과 통하였다네.
일곱째 잔은 채 마시지도 않았건만 양쪽 겨드랑이에서 맑은 바람이 솔솔 일어나네.
봉래산이 어디매뇨, 옥천자(노동 자신의 호)는 이 맑은 바람을 타고 돌아가려
하네.
명(明)나라 장원의 『다록』에 보면 차를 마실 때, 사람의 많고 적음에 따른
분위기를 적고 있다(『동다송』의 끝머리에도 그대로 인용되어 있다).
음다법에는 손님이 적은 것이 좋다.
손님이 많으면 떠들썩하고, 떠들썩하면 아취가 없다.
혼자 마시면 신(神)이요, 둘이 마시면 승(勝), 3∼4 명이 마시면 취(趣),
5∼6 명이 마시면 범(泛)이요, 7∼8 명이 마시면 시(施)이다.
임어당은 혼자서 마시면 이속(離俗)이라 일컫고, 둘이서 마시면 한적(閑寂)이라 일컬으며, 셋이나 넷이 마시면 유쾌(愉快)라 일컫고, 다섯이나 여섯이 마시면 저속(低俗)이라고 일컬으며 일곱이나 여덟이 마시면 비꼬아서 박애(博愛)라 일컫는다.
⑥ 재탕과 다식
첫 번째 잔을 마시고 나면, 좋은 차는 재탕. 삼탕까지 우려먹고, 질이 낮은 차는 재탕에서 그친다. 재탕. 삼탕 시에는 초탕보다 탕수의 온도를 약간 높여
쓰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떫은 탄닌의 침출을 도와 상쾌한 차 맛을 즐길 수
있다.
다식은 보통 초탕과 재탕 사이에 먹으면 된다. 중국의 다식은 땅콩, 해바라기씨, 호박씨, 수박씨 등이고, 일본은 과자류가 발달되어 그 종류가 300가지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다식은 송화(松花)가루나 마른 밤 가루, 깨, 녹말 등을 꿀이나 조청으로 반죽하여 다식판에 찍어내는 것 등이 있다.
허차서의 『다소』에는 삼탕을 적고 있다. 즉
첫째 잔은 산뜻하고,
둘째 잔은 달고 진뜩하고[다미감순(茶味甘醇)],
셋째 잔은 담백하고 맛 모를 맛이 있다[담이무미(淡而無味)].
한편, 임어당은 그의 『생활의 발견』에서,
첫째 탕[1차전(次煎)]은 13세의 소녀에 비하고,
둘째 탕은 묘령의 16세의 처녀에 비하며,
셋째 탕은 성인이 된 여자에 비한다.
차의 전문가는 이론적으로는 같은 차로 셋째 탕까지 내는 것을 허용하지 않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이 '성인녀(成人女)'와 동거하려고 애를 쓴다. 고 적고,
실제로는 둘째 탕이 제일
풍미가 좋다고 덧붙였다.
임어당은 그의 『생활의 발견』 중 「생활의 즐거움」 편에서 "다도 기술은
다음과 같은 여러 요소를 바탕으로 해서 성립한다."고 하였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차는 냄새나는 것과 같이 두지 않고 항상 청결하게 취급할 것.
둘째, 차는 항상 한랭 건조한 곳에 저장할 것.
셋째, 차 다리는 기술의 절반은 좋은 물을 구함에 있다.
넷째, 진기한 찻잔으로 조용한 몇 명 벗들과 즐길 것.
다섯째, 차의 색깔은 연한 황금빛이어야 한다.
여섯째, 최상의 차는 후미(後味또는 회미(回味)라고 함)가 있다. 차를 마시고
30초 뒤쯤 뒷맛을 음미할 것.
일곱째, 차는 신선한 걸로 곧 바로 마실 것.
여덟째, 물은 곧바로 길어 온 물로 달일 것.
아홉째, 차에 혼합물은 일체 금물.
열째, 최상의 차에 바랄 수 있는 향기는 어린애의 살결에서 풍기는 향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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