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禮)와 예(藝)란 무엇인가?
궁도에 대한 정의를, 활에 입문한 사람들에게 흔히 사용하는 말로 “궁도는 예(禮)로 시작하여 예(禮)로 끝난다!”는 말을 흔히 사용하는데. 예(禮)에 대한 의미를 유가사상의 삼강오륜(三綱五倫)적인 내용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실제는 활을 쏘는 사법에 대한 바른 형(形)을 말한다.
예(禮)란 넓은 의미로는 풍속이나 습관으로 형성된 행위 준칙, 도덕, 규범, 등으로, 사회질서를 위해 만들어진 윤리규범을 지칭하나, 본시 고대사회에서 복을 받기 위해 신을 섬기는 일에서 비롯되었으며 ‘예(禮)’자의‘示’는‘神’자에서,‘豊’은 그릇에 곡식을 담은 모양으로 풀이한다.
예의 종류로는 국가에서 행하는 국조오례(國朝五禮)라 하여 ①길례(吉禮:나라에서 정기적으로 지내는 행사로 규모에 따라 대사(大祀), 중사, 소사로 구분/ 민가에서는 혼례) ②흉례(凶禮:국장을 포함한 상례) ③군례(軍禮:軍에서 행하는 의식) ④빈례(賓禮:외교 의식과 관련한 의전예절) ⑤가례(嘉禮:왕가의 즉위식이나 결혼 등의 의식 예절)를, 민간에서는 구례(九禮)라 하여 ①관례(冠禮:상투나 갓을 쓰는 의식)· ②혼례(婚禮:결혼식)· ③조례(朝禮:다른 사람의 상사(喪事)예절)· ④빙례(聘禮:결혼)· ⑤상례(喪禮:초상)· ⑥제례(祭禮:제사)· ⑦빈주례(賓主禮:손님접대)· ⑧향음례(鄕飮禮:술과 관련한 예절)· ⑨군여례(軍旅禮:군과 관련한 예절)를 말하지만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례(四禮), 곧 관례, 혼례, 상례, 제례를 일컬어 주자가례(朱子家禮)라 하여 조선시대 가례의 표준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예법은 주로 상류계층에서 지켜졌으며, 조선시대의 지나친 예의 준용은 당쟁이나 사화를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여 사회에 끼친 부정적 영향이 매우 커진 원인은 공자가 강조한 예(禮)의 본질은 차츰 퇴색하고, 예의 형식이 위세를 떨쳤기 때문이다. 본래 예(禮)가 있는 곳에는 악(樂)이라는 즐거움이 있다는 표현처럼, 예(禮)는 백성의 마음을 절(節)하고, 악(樂)은 백성의 소리를 합하여 정치를 행하여 제왕의 도(道)를 갖추는 것이라 하였다.
현재 한국 국궁(弓道)에 대한 인식은, 유교적 권위주의와 의식주의에 깊이 빠져있음에 비하여, 학문적 바탕은 물론 전통과 관련한 역사적 바탕이 빈약하고, 전통문화로서의 정체성을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에서, 국궁이 권위주의의 탈을 벗지 못하고 있는 배경은, 국궁은 분명 무예종목 중, 가장 상위에 속하는 기예(技藝) 종목으로, 학문적 바탕을 통하여 예술과 같이 승화될 수 있는 수준의 깊고 높은 기술이나 기법을 갖고 있음에도, 학교 스포츠로서의 기반을 갖추지 못한 유일한 민속종목으로 명맥을 유지한 채, 시대를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소외계층의 전유물로 전락되고 있으며, 전 국민과 함께 호흡을 같이 하기 위한 시도는커녕, 각궁만이 우리의 전통문화라면서 소수 특권의식의 도취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국체전 종목 중, 여자는 배제한 채. 남자 위주로만 운영되고 있으며, 유단자와 유급자가 동일한 경기를 하고 있으며, 악을 쓰는 듯 한 앰프소리를 통하여, 마치 난장(亂場)과 같은 모습과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궁도에서 언급하고 있는 예(禮)란 활쏘기 전반에 대한 자세의 형태를 말하며 시작과 끝 동작은 하나의 춤사위로, 활을 밀고 당기는 동작이 새의 날개 짓처럼 일정한 춤과 같은 사위로 이루어져야 하는 품세를 말하는 것이다.
무예동작에 대한 형태를 오늘날에 와서는 형(形) 또는 품세라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지만, 형(形)이란 부분 동작을 말하며, 품세란 사대에 서는 동작에서 부터 발시 후 잔신(殘身) 동작까지의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해 놓은 연속 동작 형식을 말하며, 동작 속에 정성을 다한다는 마음의 자세를, 활쏘기 제반동작에 대한 내용을 엄격한 격식처럼 예(禮)를 다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동안 권위주의적 위상이었던 인문주의도 과학으로 무장하지 못한다면 괴멸될 것이라는 내용에서 알 수 있듯, 인문학의 위기는 최근 사회적 관심사가 됐지만, 인문학 위기의 타개책 중 하나로 흔히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학제(學際)간 연구가 강조되고 있다.
2004년 정부기관인 인문사회연구회가 펴낸 인문정책연구총서를 보면 “학제간 연구는 인문학이 보다 높은 현실 적합성을 가지면서 자연과학과 함께 더 높은 수준의 발전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준다.” 는 내용과 함께, ‘인문학 선언’에도 “참신한 학제간 연구방법론의 개발에 소홀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학제 간 연구로 인지과학, 진화심리학, 복잡성과학 등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인지과학은 컴퓨터의 정보처리 개념에 입각해 마음을 연구하면서, 철학, 심리학, 언어학, 인류학, 신경과학, 인공지능 등 여섯 개 학문이 뇌와 마음의 관계를 밝혀내기 위해 공동 연구를 한다.
이제 한국 국궁도 권위주의적 늪에서 벗어나, 국궁의 대중화를 위한 국궁의 인문주의 부흥을 위한 운동을 펼쳐야 한 시점이 도래하였음은, 주변국 일본이 2007년 5월 자국의 국궁을 세계문화로 발돋움하겠다고 선언한지 30여년 만에 세계궁도연맹을 구성하여 세계대회개최를 발표하였고, 몽고도 국가 전통문화 축제행사인 나담축제 행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려 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사용하였던 전통 활의 성능은 사거리가 500m라는 역사적 자료를 통하여, 자국의 국궁문화에 대한 위상을 높이고 있다.
국궁에서 언급하고 있는 예(藝)와 예(禮)에 대한 내용의 바른 이해는 국궁의 본질을 알기 위한 기본적인 내용으로, 활을 쏘기 위하여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활을 잡는 자세를 확실히 알지 못하고 활을 쏘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활쏘기에서 예(禮)는 이미 언급한 내용을 통하여 설명하였지만, 예(藝)에 대한 내용은 예술과 같은 의미로, 기예와 학술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아름답고 높은 경지에 이른 숙련된 기술을 이르는 말이다.
활을 쏘아 과녁을 곧잘 맞혀, 명궁이란 호칭을 득하였다고 하여도 자신만의 독특한 기교가 남들에게 감동의 대상이 되는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이상이 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진정한 명궁이란 적중된 화살의 수가 아닌, 아름다운 궁체를 통하여 감동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경기장에서 느낄 수 있는 내용이지만 백인백색(百人百色) 품세로 출전하고 있는 우리의 국궁문화를 표준 국궁품세를 통한 예(禮)문화의 확립을 통하여 국기문화로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