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대포집의 경우엔 고기 굽는 연기가 분위기를 띄워 주는 역활을 할 수도 있지만, 그 연기가 손님들을 불쾌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 고급스런 분위기의 고기집일 경우 연기가 많아서는 절대로 안된다. 이런 고기 굽는 연기를 잡아 주는 것이 바로 닥트,환기 시설이다.
고기집을 시작할 때 닥트를 먼저 설치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내가 할 고기집의 주 메뉴가 무엇인지를 우선 정확히 해야 한다. 생고기로 갈지 소금구이로 갈지, 삼겹살인지 양념구이인지,그리고 숯불에 구울지,연탄불에 구울지, 가스불에 구울지를 세세하게 정한 다음 닥틀를 정해야 한다.
고기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불이며,그 불의 종류에 따라 닥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기를 뽑아내는 닥트에는 상향식과 햐향식 두 가지가 있다. 상향식은 위에서 연기를 뽑아내는 것이고, 하향식은 불판 옆에서 빨아들여 아래로 연기를 뽑아내는 방법이다. 상향식은 아무리 완벽하게 설비를 한다 해도 80퍼센트의 연기만 뽑아내기 때문에 닥트 외에 또 다른 환기 시설을 하지 않으면 실내에 연기가 찰 수밖에 없으며, 반면 하양식은 연기를 거의100퍼센트 가까이 뽑아낼수 있다.
이렇게 연기만 생각하면 하향식이 나을 듯도 싶지만,고기 맛은 이 닥트에 따라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고기를 맛있게 구워 먹는 데도 요령이 있는데, 숯불에 고기를 올리면 거기서 떨어진 기름이 타면서 다시 연기로 올라와 고기를 한번 끄슬리듯 익혀야 가장 맛있다.연기가 많이 나고 냄새도 심하지만 그래도 이게 가장 맛있게 고기를 굽는 방법이니 어쩌랴. 연기가 전혀 나지 않는다면 실내 공기는 깨끗할지언정 고기 맛은 떨어지고, 또한 연기가 나지 않게 반사열로 구워도 훈연이 안 되기 때문에 맛이 없다. 직화구이의 장점인 훈연을 하지 않으려면 굳이 숯불구이를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상향식 닥트는 훈연을 시키며 고기를 구울 수 있기 때문에 연기가 나더라도 맛있게 고기를 구울 수 있고,하향식 닥트는 고기를 감싸 훈연하기도 전에 연기를 모두 뽑아내기 때문에 훈연이 되지 않고,고기에서 흘러나온 육즙이 말라 버려 쾌적한 분위기는 유지할 수 있지만 고기 맛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니 고기 맛으로 승부할지, 분위기로 승부할지 고민을 해야 하는 대목인 것이다.
일명 고급 음식점에 속하는 비싸고 유명한 쇠고기 전문점에 가보면,테이블당 한 명씩 서빙하는 직원이 배치되어 직접 고기를 구워 준다.그들은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상향식 닥트를 달아서 고기 맛을 살리고, 부지런한 서빙으로 연기가 최소로 나도록 하는 것이다.즉 숯불에 올린 고기가 익어 가면서 고기 사이에 있는 기름이 녹아내리기 직전에 뒤집고,다시 뒷면의 기름이 녹아내리기 직전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지금 드셔야 제일 맛있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손님들에게 먹기를 권하는 것이다. 하지만 쇠고기는 연기가 좀 자욱하더라도 속까지 다 익혀서 기름이 지글지글하게 활성화시켜야 제 맛이 난다는 사실을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향식 닥트를 달면 정말 고기 맛이 떨어질까? 연기가 고기를 감싸면서 촉촉하게 해주어야 하는데, 하향식 닥트는 즉시 연기가 빨려 들어가는 바람에 고기가 금방 마를 수밖에 없다.육즙이 마르니 맛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양념구이가 주 메뉴일 경우에는 하향식 닥트를 다는 게 적당하다. 양념이 고기 자체에 배어 있기 때문에 약간 말라도 고기 맛에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난 하향식보다는 상향식 닥트를 권하고 싶다.
닥트 설치를 할 때는 대개 중앙시장 쪽이나 업자들을 바로 찾아가는데,모르고 가면 낭패를 당하기 일쑤다. 대부분의 업자들은, 기계 자체에 닥트가 설치되어 있어 구우면서 연기가 빠지는 제품을 추천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쓰면 고기가 너무 말라 정말 맛이 없다. 닥트를 설치하는 초기 비용을 아끼는 방법이라며 필터를 바꾸는 제품을 권하기도 하는데, 그것 역시 잘못된 선택이다.더 맛이 없을 뿐더러 매번 필터 바꾸는 비용이 장안 아니게 비싸다.
고기집은 일단 닥트에 돈을 아끼면 안 된다.
또 하나, 닥트 업자를 선정할 때는 공사를 많이 해본 경헙보다는 어디를 공사했는지부터 묻는 게 좋다. 그 업자가 공사한 음식점을 직접 찾아가서 연기가 잘 빠져 나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그곳에서도 정말 그가 직접 공사를 한 것인지, 그냥 했다고만 말하는 것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인테리어 업자들에게 닥트 설치까지 맡기는 것은 정말 큰 실수를 하는셈이다.사무실이나 카페의 닥트라면 모를까,고기집의 닥트는 그것들과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연기가 많을 테니 카페보다 조금 바람을 세게 설치하는 정도인데,그렇게 하면 바람만 세지,들어오는 공기 조절이 안 되어 문에서 소리가 나기 십상이다.고기집에 메뉴를 뭘로 할지 정한 뒤에는 진짜 고기집 닥트 업자에게 맡기는 가장 중요하다.
닥트는 연기가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들어오는 공기까지 신경 써야 된다. 다른 공사도 마찬가지지만,특히 닥트 공사는 공사비의 잔금을 되도록 많이 남겨 두는 것이 좋다.닥트 업자에게는 미안하지만, 공사 대금의 50퍼센트 이상을 남겨 두길 권한다.잔금 결제 조건도'연기가 잘 빠지면 잔금을 지불한다'는 식으로 애매하게 계약해선 안 된다. 닥트 만큼은 꼼꼼하게 세세한 것까지 조건을 들어 명시해야 한다. 내 경험으로 볼때 '연기가 잘 빠진다'에 대한 해석이 업주와 닥트 업자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음식점의 전체 테이블에 불을 피우고, 그 위에 불판을 얹고, 주 메뉴를 두세조각씩 모두 올려 놓고 ,시험에 보았을 때 누가 보아도 연기가 80퍼센트 정도는 빠진다고 보일 때로 정하는 게 좋을 것이다.
첫댓글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