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북부
참가자미・대구・오징어, 입맛대로 골라 낚는 재미가 있다
▲고성 아야진 앞바다에서 참가자미를 낚아내고 있는 낚시인.
피서철 백미는 참가자미 배낚시
동해북부 피서낚시의 백미는 참가자미 배낚시다. 참가자미는 동해 북부뿐 아니라 동해안 전역에서 올라올 정도로 자원이 풍부해 절대로 꽝이 없다.
또 회 맛도 좋아서 이맘때 최고의 횟감으로 사랑받는다. 현재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항에 10척, 거진항과 아야진항에 각각 몇 척씩의 낚싯배가 영업 중이다. 한편 겨울에 많이 낚이던 어구가자미는 여름철엔 잘 낚이지 않는다.
선비는 1인당 2시간에 2만원, 3시간에 3만원을 받으며 12살 이하 어린이는 반값을 받는다. 만약 부부와 자녀 등 4인 가족이 2시간짜리 배낚시를 즐긴다면 미끼 값을 모두 포함해도 5~6만원이면 배낚시를 즐길 수 있다. 본격 피서철로 접어들면 참가자미 채비에 보리멸도 함께 올라온다.
휴일에는 낚시객이 폭주하므로 일찌감치 예약을 끝낼 필요가 있다.
▲청갯지렁이는 바늘만 감쌀 정도로 짧게 꿴다.
카드채비로 낚는 대구낚시도 별미
동해북부 앞바다의 또 다른 대상어는 대구다. 대구하면 으레 미터급에 육박하는 대물을 떠올리지만 피서철에 낚이는 대구는
‘조기급’으로 잘다. 씨알이 잘고 참가자미의 인기에도 밀리다보니 여름에는 출조가 뜸하긴 하지만 정원만 맞추면 언제든 출조할 수 있다.
여름 대구는 카드채비로 낚는다. 바늘 10개짜리 카드채비에 30~40cm급 대구가 예닐곱 마리씩 올라타는 경우도 흔하다.
올해는 수온 상승이 더딘 탓에 대구가 예년만큼 잘 올라오지는 않지만 수온이 정상 수준을 회복하는 7월이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게 현지 선장들의 전망이다.
대구는 참가자미보다 멀고 깊은 바다에서 낚이므로 파트타임 출조로는 낚기 어렵다. 오전 6시에 출항해 오후 2시에 들어오는 패턴이 일반적. 선비는 1인당 6만원을 받는다. 배낚시 경험이 많은 직장, 동호회 등에서 단체로 낚싯배를 대절하는 경우가 많다.
3년 전 호황 보인 오징어낚시도 기대해볼 만
피서 인파가 늘어나는 7월로 접어들면 오징어(살오징어)가 낮부터 올라와 낚시객들을 즐겁게 한다. 원래 오징어는 밤에 잘 낚이지만 3년 전 6월에는 밤보다 낮에 더 잘 낚이는 현상을 보였다. 공현진항에서 장명호를 운영하고 있는 최상용 선장은 “올해는 수온 상승이 더뎌 오징어가 올라올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오징어가 올라온다면 참가자미보다 더 큰 인기를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미 배낚시 장비와 채비
●장비
초여름 참가자미는 30m 내외의 얕은 수심에서 낚이는 만큼 봉돌도 50호 정도로 가볍게 쓴다. 따라서 값싼 장비로도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요즘은 릴에 원줄까지 감긴 릴낚시 세트를 2~3만원에도 살 수 있는데 이런 장비로도 충분히 낚시가 가능하다. 만약 이마저도 부담스럽다면 낚시점에 비치된 장비를 빌려 써도 된다. 대여료는 1만원 수준. 만약 릴낚시도 사용하기 버거운 왕초보라면? 낚싯배에서 무료로 빌려주는 자새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채비
현지 낚시점에서 파는 편대 채비를 쓴다. 봉돌과 편대가 일체형으로 돼 있으며 개당 가격은 1천원. 편대의 양 끝에 바늘이 달린
목줄을 연결하면 된다. 바늘은 직접 묶어 써도 되지만 묶어져 있는 기성 제품을 사용하면 편리하다. 목줄은 편대 양쪽 끝에 한 가닥씩 묶는게 원칙이나 마릿수 조과를 위해 길이를 달리한 목줄을 양쪽에 두가닥씩, 모두 네 가닥을 쓰기도 한다. 현지 낚싯배에
따라 채비는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있다
●낚시 요령
선장의 지시에 따라 채비를 바닥까지 내린 뒤 입질을 기다린다. 입질은 대개 ‘토독’하는 작은 느낌으로 전달되는데 이때 바로 올리지 말고 잠시 기다리면 나머지 바늘에도 참가자미가 걸려든다. 한 지점에서 입질이 뜸해지면 뱃전에서 계속 자리를 옮겨가면서
낚시하면 된다. 미끼인 청갯지렁이는 두세 시간 낚시에 한 통이면 충분하다.
청갯지렁이는 바늘만 감쌀 정도로 짧게 꿴다.
강원도 고성군 앞바다 -참가자미 선상낚시
강원도 고성군 앞바다에는 참가자미 배낚시가 한창이다. 가자미류 중 가장 맛있다는 참가자미는 뼈회(세코시) 맛이 일품이며
현지 횟집에서 킬로그램당 4~5만원에 팔릴 정도로 비싸다. 거진항, 공현진항, 아야진항 등이 동해북부 참가자미 배낚시의 대표적 출항지다. 이 포구들에서는 여름이면 두세 시간 단위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파트타임 배낚시’가 상품으로 등장해 가족낚시
코스로 인기가 높다.
▲“요 녀석들이 참가자미래요!” 부모님을 따라온 이다은(왼쪽), 이아령이 편대채비로 낚은 참가자미를 들고.
배낚시를 가고 싶어도 식구들이 배멀미를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망설이거나 포기한 적 있는가? 그렇다면 공현진 앞바다의
참가자미 배낚시를 적극 추천한다. 초여름 바다는 잔잔한데다 포구 앞 10분 거리에서 낚시하므로 멀미약 한 병만 꼴깍 마셔두면 말 그대로 ‘멀미 안녕!’이다.
특히 초여름부터 성행하는 파트타임 배낚시 출조는 손님이 원하는 낚시시간을 예약하는 방식. 점심 무렵에 예약하면 아침 일찍부터 낚싯배를 탈 필요가 없어 덜 피곤하고, 낚시에 할애하는 시간이 짧아진 만큼 남는 시간에 주변 관광을 추가로 즐길 수 있다.
공현진의 경우 파트타임 선비는 성인 기준 2시간 낚시에 2만원, 3시간 낚시에 3만원이며 12살 미만 초등학생은 어른의 절반만
받는다.
‘겨우 두세 시간 낚시로 무슨 고기를 낚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도 된다. 이맘때 동해 앞바다에는 참가자미가 지천으로 널려 4인
가족이 2시간 동안 낚시하면 횟감에 구이감까지 충분히 건진다.
▲“씨알은 잘지만 재밌는데요.” 초보조사 이안의 솜씨.
두세 시간만 낚시해도 횟거리 충분
지난 5월 28일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에서 온 ‘주님의 음성교회’ 신도들과 함께 참가자미 배낚시에 동행했다. 신도들을 공현진항
으로 인도한 이영태 권사는 평소 공현진낚시마트를 통해 가자미 배낚시를 자주 다녔던 단골꾼이다. 이영태 권사는 “서울에서 오전 7시에 출발했는데도 출항시각 전에 넉넉하게 도착했다. 파트타임 배낚시 출조는 새벽부터 서두르지 않아도 돼 좋다”고 말했다.
이영태 권사 부부 외에 전용철씨 부부, 안신일씨 가족 등 모두 11명이 배를 탔는데 초등학생인 이인과 이아령은 처음 경험하는
배낚시가 신기한 듯 배를 타기 전부터 신이 나 있었다. 이들은 나름대로 중요한 ‘임무’를 띠고 있었다. “오늘 오후에 춘천에 있는 펜션에서 신도 모임이 있어요. 그런데 기왕 강원도까지 왔으니 신도들에게 귀한 참가자미 회 맛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미리 횟감을 준비하기 위해 시간이 나는 신도끼리 선발대로 나선 겁니다.” 이영태 권사가 말했다.
▲공현진 참가자미 배낚시에 나선 '주님의 음성교회' 신도들.
참가자미 배낚시 요령은 지극히 단순하다. 50호 봉돌이 달려있는 저울 형태의 일자 편대채비 양 끝에 바늘이 달린 20cm 길이의
목줄을 연결하는 것만으로 채비 준비가 끝났다.
낚시 방법은 미끼를 꿰는 것보다 더 간단하다. 릴대나 자새의 원줄에 연결한 편대채비를 바닥까지 내린 뒤 “토독”하는 느낌이 오면 감아올리는 게 전부다. 참가자미 입질은 너무 미약해 투박한 낚싯대를 쓰거나 손 감각이 무딘 사람은 이 감각을 전혀 못 느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참가자미는 먹이 욕심이 강해 미끼만 보면 바늘째 꿀꺽 삼키므로 가끔씩 채비를 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낚아낼 수 있다.
▲회맛이 일품인 참가자미. 간단한 장비로 쉽게 낚을 수 있다.
활성 좋을 땐 채비 바닥에 닿자마자 몽땅걸이
공현진항을 벗어난 장명호가 5분 정도 난바다로 달려 나가자 거대한 정치망이 나타났다. 매년 이맘때 근해로 몰려드는 참가자미와 각종 잡어들을 잡기 위한 정치망이었다. 장명호가 서서히 속력을 줄이며 접근하기에 ‘정치망을 넘어가려나보다’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최상용 선장이 로프를 정치망에 묶더니 “여기가 포인트입니다. 이제 낚시를 시작하세요”하고 말했다. 그래도 명색이
배낚시인데 20~30분 이상은 배를 타야 배낚시 기분이 나는 것 아닌가? 선장 말이 이맘때는 멀리 가지 않아도 잘 낚인다고 한다.
그런데 5분이 지나도록 고기를 낚아내는 사람이 없다. 내가 의아해하자 최상용 선장이 웃으며 말했다
“모두 채비를 올려보세요. 적어도 두 마리씩은 물고 있을 겁니다.”
선장의 말대로 채비를 걷어 올리자 배의 앞뒤에서 비명에 가까운 환호가 터져 나왔다. “와! 도다리다 도다리, 아니 가자미가 진짜 물었어요. 그것도 무려 두 마리씩이나. 이거 먹는 거 맞지요?” 이승직씨의 딸 아령이 난생 처음 낚아보는 참가자미가 신기하다는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전용철, 김광숙씨 부부가 동시에 채비를 걷어내자 전용철씨의 채비에 3마리, 김광숙씨의 채비에 2마리의 참가자미가 낚여 올라왔다. 김광숙씨는 “방금 전 토독 하는 느낌이 났거든요. 그게 입질이었나 봐요. 난 미끼만 따먹고 도망간 줄 알았는데 이렇게 꿀꺽
삼키고 있었을 줄은 몰랐어요”하고 신이 나서 말했다.
첫 포인트에서 10마리 정도의 참가자미가 올라온 뒤 입질이 뜸해지자 최 선장이 정치망에 묶은 로프를 풀고는 포인트를 이동했다. 한번 옮길 때마다 10마리 이상씩 참가자미가 올라왔다. 내가 “이 정도면 평균 조황이냐”고 묻자 최 선장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요 며칠 새 냉수대가 밀려오는 바람에 마릿수가 급격히 떨어졌어요. 원래는 채비가 바닥에 닿자마자 바늘 네 개에 참가자미가
몽땅 매달려야 정상이거든요.”
아무튼 2시간 동안 낚아낸 참가자미는 50여 마리. 낚시한 일행이 회 맛을 보는 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지만 춘천에서 기다리고
있을 40여 명의 신도들을 배불리 먹이기엔 부족한 양이었다. 결국 최상용 선장이 소개한 어부에게 참가자미를 추가로 구입했다.
공현진항으로 철수하자 오후 1시 출조를 예약했던 팀들이 장명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아이들과 여성들이 뒤섞인 가족낚시객이었다. 오전에 설악산에서 등산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렀다고 했다.
▲“배만 타도 즐거워요!” 출항 직전부터 신이 난 이아령, 이안, 이다은(왼쪽부터).
씨알, 손맛보다 맛으로 승부해야
만약 참가자미 배낚시가 처음이라면 다음 두 가지 사항을 기억해두는 게 좋다. 첫째, 참가자미는 맛 하나는 끝내주지만 씨알과 손맛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게 좋다는 사실이다. 정확히 말해 좀 굵다는 녀석이 어른 손바닥만 하고 낚은 고기의 절반은 손바닥보다 작을때가 많다. 둘째, 투박한 바다 배낚싯대보다 연질의 민물 릴대나 루어낚싯대가 훨씬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참가자미는 20~30m 수심에서 낚이므로 중소형 스피닝릴이면 되며 전동릴 같은 ‘중장비’는 불필요하다. 아무 장비가 없어도 낚싯배에 준비된 자새를 이용해 낚을 수 있으니 문제가 없다. 오히려 초보자에겐 릴낚싯대보다 자새가 다루기 쉽다.
▒ 출조문의 고성 공현진항 공현진낚시마트 033-632-6692, 016-352-6692.
▲편대채비에 낚여 올라온 참가자미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저항 하고있다.
참가자미 잘 낚으려면
잦은 고패질 대신 지긋이 놔두는 게 낫다
지금껏 참가자미 배낚시 테크닉을 소개한 자료들을 보면 ‘잦은 고패질로 모래 먼지를 일으켜야 참가자미가 잘 몰려든다’고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내 경험으로는 참가자미낚시 만큼은 고패질이 별 도움이 안 됐다. 오히려 봉돌이 바닥에 닿은 뒤 지긋이 그냥
놔둘 때 더 많은 참가자미가 걸려들었다. 아마도 참가자미가 미끼를 향해 달려드는 동작이 굼뜬 게 이유가 아닐까 싶다. 손님들도 “고패질을 하지 말고 그냥 놔두라”는 나의 주문에 처음엔 의아해하다가 다른 낚싯배보다 월등한 조과를 거두는 경우가 잦자 이
방식을 따라하고 있다.
공현진낚시마트의 ‘맛있는 서비스’
참가자미 물회를 양념값에 만들어주고 횟거리는 무료로 다듬어 줘
장명호를 운영하고 있는 공현진낚시마트에서는 손님들이 낚아온 참가자미를 다듬어 물회를 만들어주는 비용으로 양념값 5천원만 받고 있다. 게다가 식사 시간에 먹을 만큼의 즉석 횟거리 정도는 무료로 다듬어주고 있다. 결국 미끼, 채비 값, 선비 포함해 총 3만원이면 배낚시는 물론 맛있는 물회와 참가지미 회도 모두 즐길 수 있으니 결코 비싼 비용이 아니라는 게 단골꾼들의 얘기다.
▲참가자미 물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