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거의 모든 사찰에서 조그만 불상을 조성해 놓고 그 불사의 정수리 즉 머리 부분에 물을 뿌리는 의식을 행하는데 이를 관정 또는 관불, 관욕, 욕불이라고 합니다.
관정의식은 부처님이 탄생하셨을 때 아홉 마리 용이 나타나 오색향로수로 부처님을 씻어 주었다는 설화에 근거하고 있는데 본래 인도에서 왕위를 계승할 때 시행하는 중요한 의식 중의 하나였으나 후에 부처를 이룬 이의 상징의 하나로 변했습니다.
관정의식에서 물을 뿌리는 것은 중생에 대한 부처님의 자애로움을 나타내는 것이고, 정수리에 물을 뿌리는 것은 중생에 대한 최고의 자애로움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아함 세기경』<세본연품>에 의하면 '머리에 물을 붓는 종족'이라고 해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출신 계급인 왕족 즉 찰제리종(크샤트리야)이 관정을 행했음을 알 수 있고, 『현우경』에도 관정의식에 관해 소개되어 관정의식이 왕위를 상속하는데 중요한 의식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왕이 자신의 아들이 성숙하여 적당한 나이가 되어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지위에 오를 때 관정을 한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화엄경탐현기』에 의하면 부처님 오신 날 사찰에서 시행하는 관정은 과거 여러 생동안 수행을 하고 공덕을 닦으셨던 보살이 정각을 이루어 부처가 되었을 때 법 즉 진리의 비가 내려 이마에 뿌려지는 것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하고 있는데 즉, 부처님 오신 날 행하는 관정의식은 과거 보살로 계셨던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무명에 싸여 있는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신 날, 중생 모두 부처를 이루어야겠다는 원을 세우며 행하는 것입니다.
이 의례는 먼저 부처님께서 탄생하신 룸비니 동산의 화원을 상징하여 많은 꽃으로 불단을 장식하고 그 중앙에 탄생불을 모신 다음 법사스님과 그 자리에 참여한 대중들이 순서대로 돌아가며 감로수를 아기 부처님의 정수리에 붓는 의식입니다. 갓 태어난 부처님의 몸을 씻겨 드리며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하고 그와 같은 공덕으로 우리 모두가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서 하루 속히 깨달음을 이루기를 기원하는 행사인 것입니다.
예로부터 관불을 하고 난 길상수(또는 감로다)에는 특별한 공덕이 깃들어 있다고 하여 각자 집으로 가져가서 그날 하루동안 마시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