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세대는 핸드폰이 없으면 못 사는 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없는 형편에도 꼭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 핸드폰. 이 이동전화의 급물결 속에 교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이슈가 있으니, 그것은 ‘수험생에게 힘이 되는 100일 작정기도’이다. 이것은 언뜻 무척 평범한 기도행사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뜯어보면 우리가 늘상 접하는 그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독교 언론들에서는 이것을 ‘수능 100일 기도문 모바일 서비스’라고 부르는데, 그 이름만으로도 64화음 핸드폰 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CBS 뉴스에 따르면, 이 기도문 모바일 서비스를 신청하면 수능당일까지 100일 동안 100명의 목회자들의 육성 기도를 핸드폰으로 들을 수 있다고 한다. 100일 동안의 회비는 3만 원이며, 30명 이상의 단체 회원에게는 10%를 할인해 준다. 한 기독교 언론은 ‘오늘의 기도(www.todaypray.com)’가 주최하는 이 일을 두고 “말썽”이라는 표현을 썼다. 기도를 유료화하는 그들에게 적지 않게 실망했다는 한 교인의 말도 모 신문에 올라있었고, 이에 대한 기독인들의 의견은 ‘기복주의적 무속행위’라는 판단을 보이고 있다.
‘오늘의 기도’ 측은 이와 같은 기독 언론사들의 보도에 대한 반박문을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렸다. 그들이 수험생을 위한 100일 기도를 시작하게 된 것은 오늘의 기도를 듣고 있던 어떤 교인이 자신의 수험생 자녀가 목사에게 기도를 받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서 받지 못하니 수험생을 위한 기도를 오늘의 기도에서 해주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온 일이 발단이 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일부 언론의 ‘상술’ 비난, ‘무속행위’ 비난 같은 ‘악랄한’ 보도와 달리 그들의 시작이 순수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모든 “말썽”은 ‘능력 있는’ 기도를 목사들의 전유물처럼 보는 현 기독교의 비성경적인 작태와, 목사에게 기도만 받으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처럼 생각하는 무지한 교인들의 ‘수요’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것이고, 요즘 성업하는 모바일 서비스가 이에 이용된 것이다. ‘오늘의 기도’ 측의 처음 동기야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나름대로 순수했을지 모르지만,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100명의 목사들의 기도를 받게 하는 그 일의 본질은 가히 ‘기복주의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교회는 이미 은사주의로 인해 기복주의적 무속신앙의 터가 잡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기도문 유료 모바일 서비스 문제는 별로 신선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은사주의에 잠식된 한국 교회가 낳은 여러 가지 병폐 중 하나일 뿐, 기독 언론들이 이를 비난하고 나선다고 해서 이 뿌리 깊은 고질병은 고쳐지지 않는다. 스스로 하나님의 종이라 하는 거짓 목자들을 우상화하여 그들의 기도로 뭔가를 얻어보려고 하는 전반적인 비성경적 작태를 완전히 뿌리 뽑지 않는 한 오늘과 같은 일들은 꼬리를 물고서 그 모습만 바꿔 계속 등장할 것이다. 기독 언론들이 ‘오늘의 기도’ 측의 문제만을 다룬다는 것은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 일이다. 기도의 유료 서비스가 웬 말이냐느니, 기복주의적 무속 행위라느니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들은 일개 홈페이지를 문제 삼기 이전에, 한국 교회 전체적으로 팽배해 있는 기복주의적 무속신앙과 ‘사역의 유료화’를 바로잡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 하나님의 이름을 도용하는 거짓 목자들을 표면에 드러내어 그들의 신성모독적인 행태를 고발하고, 우롱할 수 없는 하나님을 헛되이 우롱하려 하는 ‘가짜들’이 이 나라 교계에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 한승용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