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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사랑한다] 13
1. # 거리
넋이 나가서 죽어라고 열심히 달리고 있는 은채, 귓가에 가시처럼 번갈아 박히는.
무혁(E) : 내가 살려주께. 윤이 내가 살려 주께.
대천(E) : 무혁이는 아무것도 없어! 그냥 손 놓구 있다 죽는 거 밖엔 방법이 없대! 무혁인!!
무혁(E) : 내 심장 떼서 윤이 줄테니까, 너, 나한테 올래?
대천(E) : 무혁이 그냥 놔 둬....남은 생이라두 외롭지 않게...서럽지 않게 살다 가게 해 주자, 제발.
무혁(E) : 내가 살아 있는 시간까지만 나한테 올래?!!
뛰다가 숨이 차고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길바닥에 넘어지며 나동그라지는 은채. ...아예, 길바닥에 드러 누워 버린다.
지나가던 사람들, 의아하게 보고 가고.
은채(E) : 윤이만 살려준다면....뭔들 못하겠어?....온 몸을 바쳐 충성하지, 내가! 잠두 같이 자주께.
2. # 플래시백 (11회 #45. 모텔방 안)
은채 : (눈물이 그렁해서 위악적으로 웃으며) 아저씨가 제대루 봤어. 난 윤이를 위해선 뭐든지 다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머리 잘 썼어, 아저씨.
무혁 : ......(속으로 이를 앙물지만...웃는)
은채 : 윤이를 위해 죽을 수도 있는데, 이깟 몸뚱이, 하나두 아깝지 않어!
무혁 : (표정이 서늘해지는...방안으로 들어선다)
은채 : 꼭 죽어, 아저씨! 윤일 위해서 꼭 죽어줘, 아저씨!!
무혁 : (점점 더 서늘해지는 표정)
은채 : 우리 윤이...
무혁 : (O.L. 낮지만, 서늘하게) 윤이 얘기 하지 말라 그랬지!
은채 : 우리 윤이!!
무혁 : (분노에 찬 눈빛으로 은채의 어깨를 꽉 잡는다) 하지 말라 그랬지!!!
은채 : (고집스럽게) 우리 윤이도 이해 할거야....널 살리기 위해....어쩔 수 없었다구....거래를 했기 땜에 어쩔 수 없었다구....
이해 할거야, 우리 윤이.
무혁 : (눈빛이 파르르 떨리며 은채의 외투를 거칠게 벗기고 블라우스를 벗기려 하는데)
은채 : (무혁의 손을 거칠게 쳐 내며) 더러운 손, 치워! 내가 벗어!!
무혁 : (당황하는)
은채 : (손으로 블라우스를 꼭 잡더니..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단추 하나를 푼다) ..고마워, 아저씨.
무혁 : (부르르 떨리는 눈빛.....은채를 야속하게 보는)
은채 : (다시 다른 단추 하나를 푼다...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우리 윤이 살려 준 거...
무혁 : .......(원망스럽다)
은채 : ...이 은혜, 평생 안 잊으께....(바들 바들 떨리는 손으로 다시 하나를 푸는데)
무혁 : (원망스럽게 보다가....휙 돌아서 나가 버린다)
은채 : (철퍼덕 방바닥에 주저 앉아 버린다) .......
3. # 거리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그대로 드러누워 있는 은채, 먹먹한 표정으로 하늘을 보는.....
4. # 서경 마당 (12회의)
무혁, 서경, 갈치와 함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하고 있다.
서경이 술래를 하다가...“앗, 외삼촌 움직였어요” 하고.....무혁이 걸린다.
무혁 : 아...못 봤는데, 분명히... (꿍얼대며 마루 기둥 있는 곳으로 가 선다...눈을 가리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빠르게 말하고, 휙 돌아보는)
서경과 갈치, 아예 움직이지를 않는다....무혁을 향해 약오르지? 혀 쏙 내밀고.
무혁 : (저것들...하는 표정으로 씨익 웃고 다시 등을 돌리고 눈을 가리고, 천천히 말하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하고 휙 돌아서다가 당황하는 표정)
무혁의 눈 앞에 은채가 서 있다.
무혁 : (당황한다...눈 앞에 은채가 믿어지지 않는 듯한 표정)
은채 : (아무 말도 않고 주먹으로 무혁의 가슴팍을 힘껏 때린다...비로소 참아 왔던 울음이 폭포수처럼 터져 나온다)
무혁 : (어이없는 표정으로 한동안 맞고만 있다가....은채의 두 팔을 잡는다....갑자기 왜 이러냐는 표정)
은채 : (원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눈물 흘리며 무혁을 노려본다)
무혁 : ...왜?...왜 이래, 은채야?...무슨...무슨 일 있어?
은채 : (꾹 다문 입술이 사정없이 떨린다....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무혁 : (은채의 어깨를 달래듯 잡고) 무슨 일인데?...무슨 일이야? 응?
은채 : ....... (고개를 젓는다)
무혁 : 은채야.
은채 : (무혁을 야속하게 보다가....무슨 말도 못하고....천천히 발걸음을 돌려 휘청휘청 걸어간다)
무혁 : 은채야!!
은채 : (그대로 천천히...걸어가는)
무혁 : .......은채야.
서경과 갈치, “은채야!”“은채 누나!” 부르지만, 은채, 힘겹게 걸어 대문 밖으로 나간다.
무혁 : (.....혹시....다 알았나?......흠칫...표정)
이때, 은채의 짧은 비명 소리, 철퍼덕 땅에 부딪히는 소리 들린다. (은채가 계단에서 떨어지는)
무혁, 그 소리에 얼른 밖으로 뛰어 나간다.
5. # 서경집 계단
은채, 계단 밑에 쓰러져 넘어져 있다.
무혁, “은채야!” 소리치며 놀라서 뛰어내려 가 넘어져 있는 은채를 일으켜 안는다.
은채, 얼굴을 찧었다. 이마에서 피가 흐른다.
무혁 : 은채야.... (당황해서 옷 소매로 은채 이마의 피를 닦으며) 들어가자. 들어가서 약 바르자....
다른 덴? 다른 덴 다친 데 없어?...조심 좀 하지, 바보야!! (은채를 일으켜 안으려 하는데)
은채 : 놔!! (무혁의 손길을 거부하며 힘껏 밀어버린다)
무혁 : (바닥에 주저 앉으며 당황하는)
은채 : 괜찮아요....괜찮아.
무혁 : 은채야.
은채 : 괜찮다구요!!...아무렇지도 않아!!
무혁 : (당황하는)
은채 : (손바닥으로 이마의 피를 닦으며) 이까짓 거 하나두 안 아퍼...괜찮아요.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무혁 : (바닥에 주저 앉은 채 어쩌지 못하고...지켜만 보는데)
은채 : (무혁을 쳐다 보지도 않고...그대로 돌아서서 절룩거리며 간다. 다리를 삐었다)
무혁 : (혹시....알았나....설마...믿고 싶지 않다)
어느새 계단을 뛰어 내려 온 서경과 갈치, 무슨 일인가 당황해서...눈이 동그래서 은 채를 보고.
갈치 : (울상) 은채 누나 다쳤나부다....많이 다쳤나봐요...
서경 : (같이 울상되어) 어뜩해....어뜩해, 외삼춘.....
무혁 : (은채가 알았나....설마...그럴 리가 없다....믿고 싶지 않다......힘겹게 절룩거리며 가는 은채를 그저 보는)
은채 : (이 앙물고 있지만...터져 나오는 울음....다리를 절룩거리며 가는...)
무혁 : ........(은채가 넘어졌던 자리...은채의 머리핀이 떨어져 있다...주워 들어 보는)
6. # 거리
은채, 흘러 내리는 눈물을 연신 닦으며 절뚝이며 걸어가고 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자꾸만 쏟아진다. 이마엔 어느새 피딱지가 앉았다.
7. # 서경 마루
무혁, 은채의 머리 핀을 손바닥에 놓고 보고 있다.
서경과 갈치, 한쪽에 서서 잔뜩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 눈빛 부딪히며 무혁의 눈치만 보고 있다.
무혁, 벌떡 일어나더니 대문 밖으로 뛰어 나간다.
8. # 거리
은채가 좀 전까지 걸었던 거리....
무혁, 숨가쁘게 뛰어 와 선다. 두리번거리며 은채를 찾지만...은채의 모습 보이지 않는다....허탈해지는 무혁.
카메라, 무혁 앞 건물을 비추면,
건물 모퉁이 담벼락(또는 도로 옆 복권파는 간이 점포. 무혁은 볼 수 없는 위치)에 쪼그리고 앉은 채
터져 나오는 울음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울고 있는 은채의 모습 보인다.
힘이 쑥 빠진 무혁....천천히 걸음을 되돌려 가고...은채는 흐느껴 울고 있고...
그렇게 어긋나는 애틋한 두 사람의 모습.
9. # 병원 주차장 / 오들희 차안
오들희 차, 와서 멎는다.
오들희 : 정말 오해야, 오빠....내 진심은 그게 아니라니까.....
대천 : (그대로 말없이 운전석 문을 열고 나가 뒷 좌석문을 열어준다)
오들희 : (내리며...대천 눈치 살피며) 그게 아니라구....난 정말 순수하게...걔들한테 정이 가구, 잘해주구 싶어서...
대천 : (대꾸도 않고 저 앞으로 가는 택시를 잡는다) 택시!! (하며 그쪽으로 가는)
오들희 : 이제 내 꼴두 보기 싫다 이거야? (답답한 마음에 중얼거리는) ....달란다구 그게 함부 루 줄 수 있는 거야?....
준다구 함부루 받을 수가 있는 거야, 그게?...어젠 내가 눈이 뒤집혀서 앞뒤 분간두 못하구 잠깐 돌았다니까.....
난 정말 진심으루 걔들한테 잘해 주구 싶었단 말야, 오빠.!
대천 : (택시 잡아 타고 가 버린다)
오들희 : (속이 상한다...스스로가 원망스럽다...억울한 표정으로 한숨 뱉는)
10. # 오들희 대문 앞
넋이 나간 은채, 절룩거리며 걸어오다가 바닥에 널려 있는 깨진 쥬스병과 두부, 파 등을 본다.
...은채, 멍하게 보다가....몸을 굽혀 유리 조각을 봉지에 담는다.
대천, 택시에서 내려 걸어오다가 그런 은채를 본다.
대천 : 은채야!
은채 : (대천에게 잠깐 힘없는 시선 주다가 외면하고 유리 조각을 줍는데)
대천 : ....은채야!
은채 : (유리병 주워서 담으며 담담하게) 무혁이 아저씨 아픈 거....왜 숨기셨어요?
대천 : ......(흠칫 당황하는)
은채 : 내가 윤이 버리구 갈까봐....윤이 버리구 아저씨한테 갈까봐....그러셨어요?
대천 : .......(괴롭다)
은채 : (이를 앙물고 감정을 누르며 무서울 정도로 담담하게) 아줌마가 부탁하셨어요?
나, 윤이 곁에 붙잡아 두려구....아줌마가 숨겨 달라구 부탁했어요?
대천 : (표정 굳어지며) 들어 가자. 집에 들어 가! (은채를 일으킨다)
은채 : (일어나며...) 그래두, 말 좀 해주지, 아빠.
대천 : .....
은채 : (결국 격앙돼서) 말을 쫌 해주지!!....내가 무혁이 아저씨한테 무슨 짓을 했는데...무슨 짓을 했는데에!!
대천 : (은채 이마의 상처며...몰골에...가슴이 찢어진다) 얼굴이 왜 이래? 어디서 다쳤어?
은채 : 좀만 일찍 말을 해 주지!....내가 무혁이 아저씨한테 얼마나 독하게 굴었는데....얼마나 잔인하게 굴었는지 알아요, 아빠!!
대천 :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지더니...뭔가 결심한 듯 은채의 손목을 잡는다) 들어 가자!
은채 : 윤이한테 갈래요.
대천 : 은채야!
은채 : 가서 말할래!.....이제라두 나, 무혁이 아저씨한테 가야 겠다구 윤이한테 말할래요!!
대천 : (가슴이 무너진다)
은채 : 무혁이 아저씨한테 보내달라구....윤이한테 무릎 꿇구 사정이라두 할래, 아빠!!
대천 : (그대로 우왁스럽게 은채의 손목을 집으로 끌고 간다)
은채 : 놔요, 아빠! 이거 놔요...이거 놔 주세요!! (대천의 완력에 다리를 절룩거리며 끌려가고)
대천 : (굳은 표정으로 은채를 끌고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은채 : 놔요, 아빠!! 이것 좀 놔 주세요, 제발..이거 놔줘요오오!!
대문, 쾅 닫히고.
카메라, 길 아래쪽을 비추면....옆집 담벼락에 몸을 숨긴 채 무혁이 서 있다.
무혁, 두 사람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역시 알았구나...그래서, 그랬구나...
은채가 느꼈을 충격에 자신도 깊은 충격을 느낀다. 굳은 표정...무혁의 손에 약봉지 들려 있다....
무혁, 약 봉지 안의 내용물을 꺼내 본다...소독약과 연고, 일회용 밴드 들어있다.
11. # 은채 거실
숙채와 민채, 콩나물 다듬고 있다. 혜숙, 주방에 있다가 나오며.
혜숙 : (걱정스런) 은채 이 년, 왜 이렇게 안 들어와? 두부 사러 나간 지가 언젠데?
숙채 : 내 말이...콩밭에 가서 두부를 만들어 올라 그러나?
혜숙 : 혹시 길가던 사람이 쬐끄맣구 귀엽다구 호주머니에 덥석 넣어 가버린 건 아니겠지?
민채 : 내 말이....(하다가) 건 아니지, 엄마...당신 자식에 대해 너무 꿈이 크시네....은채가 귀엽긴 한데, 그 정도는 아냐, 엄마....
나라면 모를까.
혜숙 : 아우, 걱정 돼 죽겠네....숙채, 나가서 은채 좀 찾아봐.
숙채 : (민채 보며) 니가 나가봐.
민채 : 너보두 나가라 그랬잖아, 엄마가....싫어, 추워.
숙채 : 이게 그냥 확!
민채 : 말 막히면 폭력이냐?
혜숙 : 징그러, 징그러....(밥풀 묻은 주걱으로 숙채와 민채를 한 대씩 패고) 니들 같은 것들을 언니라구 동생이라구 둔
은채가 불쌍하다, 이것들아!...에라이! 은채가 죽어 나자빠져두 눈 하나 깜짝 안 할 년들!
이때, 현관문 열리고, 대천, 은채의 손을 끌고 들어온다. 은채, “이것 좀 놔줘요, 아빠!!” 계속 소리치며 절룩이며 끌려 들어오고.
혜숙, 숙채, 민채, “은채야!” “언니야!” 부르며 보고.
혜숙 : (놀라며) 은채야! 얼굴이 왜 그... (하는데)
대천 : (절룩거리는 은채를 거칠게 끌고 오더니 은채 방문 열고 끌고 들어간다)
은채 : 아빠...이것 좀 놔...이것 좀 놔주세요, 제발.....(소리치고 있고)
혜숙, 숙채, 민채, 무슨 일인가....벙한 표정.
12. # 은채방
대천, 방안으로 은채를 끌고 와...그제서야 손을 놓는다.
혜숙, 숙채, 민채, 방문 사이로 고개 내밀고 무슨 일인가...눈이 동그래서 보고.
은채 : (야속하게 대천을 보는)
대천 : (노기 서린) 지금부터 이 방에서 한 발자욱도 나가지 마!!
은채 : ....아빠.
대천 : 윤이한테두 무혁이한테두....누구한테두 안 보낼거다, 너!!
은채 : .....(당황하는) 아빠.
대천 : (화장대에 얹힌 은채 핸드폰의 밧데리를 빼더니 자기가 갖고 방문 닫고 나간다)
은채 : (멍하게 서 있다가....침대에 털석 주저 앉는데...)
이때, 밖에서 쾅쾅 못질하는 소리 들린다.
은채 : (기가 막히다)
13. # 은채 거실
대천, 은채 방 문에 못질해서 자물쇠 고리를 단다.
혜숙, 숙채, 민채...기함한 표정으로 보는데.
14. # 오들희 대문앞
무혁, 아직 대문 앞을 떠나지 못하고 서 있다.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는데, 핸드폰이 꺼져 있어 받을 수 없다는 안내음만 들린다.
무혁, 핸드폰을 내리고, 계속 기다릴 작정으로 담벼락에 등을 대고 선다. 무혁의 약봉지를 호주머니에 넣는다.
15. # 은채방
침대에 앉아 있던 은채...밧데리를 뗀 화장대 위의 핸드폰을 보다가....
벌떡 일어서더니 다리를 절룩이며 방문 앞으로 가 문을 두드린다.
은채 : 문 열어줘요....문 좀 열어주세요, 아빠....문 좀 열어줘요, 제발!!
16. # 은채 거실
대천, 자물쇠를 걸어 열쇠를 채우고 있다. 은채, 안에서 계속 문 열어 달라고 두드리고 있고.
혜숙 :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며) 다..당신...어..어쩔려구 이래요?
대천 : (돌아서며 혜숙과 숙채, 민채를 무섭게 보며) 니들 중 누구라두 은채 방 문 열어주는 사람 있음, 내가 가만 안 둘 줄 알어!!
17. # 은채방
문을 두드리는 은채, 결국 문 두드리는 것을 멈추고, 방문에 등을 댄 채 암담한 표정으로 서 있다.
혜숙(E) : 아니...아까 보니까...은채 얼굴 피딱지두 앉았구....다리두 절룩거리구, 다친 거 같던데...약이라두 발라줘야..(하는데)
대천(E) : (말자르며) 숙채, 민채! 오늘부터 엄마 아버지 방에서 자!! 아버진 거실에서 잘 테니까 니들은 거기서 자!!
은채 : (절망하는...)
18. # 은채 거실
숙채 : (한번도 본 적 없었던 대천의 무서운 표정에 떨며) 저기 아빠...내 지갑이랑 옷이랑...다 저 안에 있는데....
내일 면접두 보러 가야 되는데...
민채 : (떨며) 내 가방두 저 안에 있어요....숙제두 해야 되구...내일 학교 가야 되는데....
대천 : (O.L.)가지 마!!
혜숙, 숙채, 민채, 어이없어서 보고.
대천 : 면접이구 학교구 다 가지 마!!
혜숙, 숙채, 민채, 쫄아서 더 이상 말 못하는.
혜숙 : (눈치 보며) 밥은...은채 그럼 밥은 어떡해?....죄수처럼 저렇게 가둬 놓구 밥두 굶겨요?
대천 : 굶겨!!!
19. # 은채방
은채, 절망적인 표정으로 주르르 미끄러지듯 방바닥에 주저 앉는다.
혜숙(E) : 이 양반이 지금 제 정신이야?....저러다 우리 은채 죽으면 어떡할래? 우리 은채 죽일 라구 그래, 당신?
우리 은채...(하는데)
대천(E) : (버럭) 안 죽어!...걱정 마!!
은채 : (괴로움에 눈을 감는)
20. # 은채 거실
세 모녀, 대천의 강압적인 모습에 어쩌할 바를 몰라하며 당황해 하고 있다.
대천 : 당신, 지금부터 짐싸! 이사 갈 준비해!!
혜숙 : (더욱 기함하며) 이사라니?....아니...난데 없이 어디루?
대천 : 어디든!!....당장 민채 전학 수속도 밟아!!
민채 : (울상이 되어) 아빠!....아무 예고도 없이 갑자기 이러시면...(하다가 대천의 무서운 얼굴에 입을 닫는)
대천 : 나가서 이사갈 집 알아 볼테니까....당장 짐 싸!!...(나가려다가 다시 돌아보고 무섭게) 다시 한번 말하는데,
은채 방문 열어주면, 당신은 그날루 이혼이구, 니들 둘은 그날루 호적에서 파 버린다. 알아서 해!!
(하고는 나가다가 다시 돌아보고) 윤이네서 전화오면...은채, 시골에 보냈다구..언제 올지 모른다구 그렇게 말해. (나간다)
대천이 나가자 마자, 세 모녀, 다리에 힘이 풀려 다 함께 철퍼덕 주저 앉는다.
민채 : 엄마...저 분 우리 아빠 맞어?
혜숙 : 아닌 밤에 홍두깨두 유분수지, 갑자기 벼락을 맞은 것도 아니구.....진짜 벼락 맞았나, 저 양반?!
숙채 : 내가 딱 지금 벼락 맞은 거 같다!
혜숙 : (문득 은채 생각하고 자물쇠를 열려 하는) 은채야...잠깐만 기다려...엄마가 문 열어 주께...민채야! 망치! 망치 좀 갖구 와.
숙채 : 이혼 당하구 싶어, 엄마?
혜숙 : (그제야 흠칫)
숙채 : 아빠, 한다면 하는 분이잖아!...뒷감당 자신 있어?
혜숙 : ....(고개 젓는다...방문 톡톡 두드리며) 은채야...괜찮아?....(눈물이 그렁해지며 목이 메인다) 다친 거 같던데....안 아퍼?
약두 못 바르구 어뜩하니?
21. # 은채방
눈물이 그렁해서 방문에 기댄채 주저 앉아 있는 은채.
혜숙(E) : 어딜 얼만큼 다친거야, 응? 밥두 못 먹었을 텐데....배 고프지?.
숙채(E) : 무슨 죽을 죌 진건데?...무슨 죽을 죌 졌길래, 아빠가 저려서? 응?
은채 : (눈을 감아버린다)
22. # 오들희 집 대문앞
대천, 대문을 닫고 나오다 뭔가 발견하고 멈칫 멈춰 선다.
무혁, 담벼락에 눈 감은 채 기대 서 있다가...인기척 소리에 눈을 뜬다.
무혁 : (인사도 않고 서늘하게 대천을 보는)
대천 : ....무슨 일루 왔나?
무혁 : 은채...만나러 왔습니다.
대천 : 은채, 시골에 보냈네. 집에 없어. 돌아 가게.
무혁 : 만나게 해 주세요.
대천 : 집에 없다구 했잖나?
무혁 : 만나게 해주세요.
대천 : 돌아 가...(보다가 걸음을 옮겨 간다.....가슴이 아프다....)
무혁 : (은채집 쪽을 보다가 계속 기다리겠다는 듯 팔짱을 끼고 담벼락에 등을 댄다)
23. # 은채방
은채, 새우처럼 몸을 오무린 채 누워 있다.
24. # 윤 병실
윤, 어이없는 표정으로 오들희가 핸드폰하는 것을 듣고 있다.
오들희 : 무슨 소리야, 그게?.....은채가 어딜 가?.....시골엘 갑자기, 왜 가?....언제 돌아올지 모른다구?
....아니, 오빠 그게 지금....(하다가 윤 눈치 보고 밖으로 나간다)
윤 : (무슨 일인가....긴장하는 표정)
25. # 윤 병실 앞
오들희, 한쪽으로 가서 전화한다.
오들희 : 오빠...잠깐만....나한테 화난 걸 이런 식으루 우리 아픈 윤이한테 풀면 안되지....우리 윤이 이제 은채 없음 안돼!
안되는 거 알잖아....유치하게 이러지 말구, 은채 보내줘, 오빠...오빠! 오빠!! (핸드폰 끊어지자 어이없어 폴더를 닫는다...
기가 막힌다...송은채 이름을 찾아서 통화 버튼 누르는데, 핸드폰이 꺼져 있다는 안내음 들린다....어이없음에 열받았다)
은채 너까지 왜 이래?
26. # 윤 병실 안
윤, 서늘한 표정으로 생각하다가...갑자기 호흡이 힘들어 지는 것 느끼고...
가슴을 누르며 안정을 찾으려 애쓰는....
27. # 오들희집 대문앞 (해질녘)
무혁, 여전히 그 자세로 담벼락에 기대 서 있다.
잠시후, 대문 열리고, 민채와 숙채, 나오며 대화하는.
민채 : 연수네 집에 가서 책 빌려서 숙제하구 와야지...넌 엄마 옷 입구 면접가라.
숙채 : (부츠 껴 신으며) 우리야 뭐 대충 이리저리 해결하면 되는데, 은챈 어뜩하냐, 저렇게 갇혀서?...야, 부츠 자크 좀 올려줘 봐.
무혁 : (자매의 대화 들으며 표정이 굳어지는....은채가....갇혔나?)
민채 : (숙채 부츠 신는 것 도와 주며) 내 말이...화장실은 어뜩하냐?.....하기야 뭐 먹은 게 있어야 싸지..
아빠 정말 은채 언닐 죽여버....(하다가 자기도 끔찍하다) 죽이지는 않겠지, 설마? (하다가 숙채의 표정을 보는데)
숙채 : (무혁을 발견하고 긴장한)
민채 : (숙채의 표정 보다가 고개 돌려 본다....무혁이 서 있다)
무혁 : ....은채, 방에 갇혀 있냐?
숙채 : (엉겁결에)...네.
민채 : (동시에) 아뇨...(숙채를 째려 보는)
무혁 :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민채 : (쪼그린 자세에서 대문을 가리고 막으며) 안돼요...못 들어 가...우리 언니 없어요. 우리 언니 시골 갔어요.
무혁 : (민채를 밀어내고 가려는데)
민채 : (무혁의 다리를 꽉 잡는) 안돼요....오빠가 이럼 우리 언니 진짜 죽어요.
우리 엄만 이혼 당하구요, 우린 호적에서 짤린다구요!.....(숙채에게 대문 닫으라 눈치주는)
숙채 : (얼떨결에 얼른 대문을 닫아버리고...안에서 철컥 잠기는)
무혁 : .......
민채 : 살려 주세요, 오빠...살려주세요.
무혁 : (돌 것 같다)
28. # 은채방
은채, 새우처럼 움츠린 채 여전히 그 자세로 있다...방안이 점점 어두워져 간다.
29. # 오들희 집 대문앞(밤)
무혁, 담벼락에 여전히 꿈쩍도 않고 서 있다.
30. # 윤 병실
윤, 굳은 표정으로 천장을 보고 있다. 오들희, 괴로운 표정으로 윤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오들희 : 은챈....급한 일이 있어 시골에 심부름 보냈대....며칠 있다가 온다 그랬어....온다 그랬다니까...
윤 : (그대로)
오들희 : ....엄마가 그럼 잠깐 집에 갔다 오께....시골 어디에 가서 정확히 얼마나 있다가 올 건지 자세히 물어보구 올께....
(한쪽에 있던 외투 들고 나가려는데)
윤 : 엄마.
오들희 : (보는) 어.
윤 : 가지 마.
오들희 : .....
윤 : 집에 가지 마....여기 있어요, 그냥. (손을 잡아 달라고 내민다)
오들희 : (윤의 손을 잡는다)
윤 : 그래...오겠지 뭐...올 때 되면 오겠지....(하며 오들희의 손을 꼭 잡고 눈을 감는다)
오들희 : (윤이 안쓰럽고...대천과 은채가 괘씸하다)
이때, 밖에서 후두둑 빗소리가 난다.
오들희 : ....밖에 비오나 부다, 윤아. 우리 윤이 좋아하는 비 오나 부다...(윤의 머리를 쓰다듬는)
31. # 오들희 집 일각
무혁, 그대로 비를 맞으며...전혀 표정의 동요 없이...담벼락에 기대 서 있다.
저 앞으로 숙채와 민채, 호빵 먹으며 함께 우산 쓰고 오고 있다.
“그래서, 숙제는 다 했냐?”“면접때 입구 나갈 옷은 빌렸냐?”
서로 얘기하며 오다가 무혁 발견하고 당황한 표정으로 함께 딱 발걸음을 멈춘다.
숙채 : (놀라며) 아직두 안 갔어요, 오빠?
무혁 : .....은채 좀 만나게 해줘.
민채 : 어우, 안된대니까요....우리집 줄 초상 나요, 진짜.
무혁 : (고집스레) 은채 좀 만나게 해줘.
숙채 : (불쌍하고, 안스럽고...멋지다)
민채 : (기가 막히는)
무혁 : (은채를 만날 때까지 언제까지라도 기다리겠다는 듯 결연한 표정이다)
32. # 은채방
빗소리 들리고 있고.
은채, 여전히 새우처럼 오무린 채 누워 있다.....
어두운 방안, 바깥에서 희미한 불빛 만 흘러 들어오고 있다.
혜숙(E) : 괜찮어, 은채야?....조금만 참어...조금만 참어, 응?
33. # 은채 거실
혜숙, 은채 방문 앞에 붙어 앉아 애가 타서 은채에게 말하고 있다.
혜숙 : 아버지 오시면 열쇠 열구 밥 주께...니 아버지가 설마 자식을 죽이기야 하겠어? 욱하는 마음에 괜히 겁만 주는 거지...
조금만 참어....조금만 참어. 응?!!!
이때, 문 열리고 숙채와 민채, 들어온다.
민채 : 어뜩하냐, 엄마?....집 앞에 윤이 오빠 매니저 와 있어.
혜숙 : 엉?
숙채 : 아, 가슴 찢어진다, 진짜...날두 대따 추운데 비를 아주 쫄딱 맞구 서 있어..멋지긴 겁나 멋지더라.
34. # 은채방
은채, 그 소리에 벌떡 몸을 일으켜 앉는다.
민채(E) : 언니 만나겠다구 아까 낮에서부터 계속 서 있었어...어뜩하냐? 저러다 아이스케키 되겠던데, 딱.
혜숙(E) : 그 놈이 우리 은챌 왜 만나?
은채 : (눈빛이 흔들린다....문을 다시 힘껏 쿵쿵 두드린다) 문 열어...문 좀 열어 줘, 엄마.... 문 좀 열어줘요!!...엄마!
언니! 민채야!! 이 문 좀 열어줘, 제발!!
35. # 은채 거실
방안에서 은채가 문 두드려대는 소리 들리고, 혜숙, 숙채, 민채, 난감한 표정으로 어 쩔 줄 몰라하며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은채(E) : 부탁이야! 이 문 좀 열어 줘!! 언니야! 민채야!! 엄마!!! 제발!! 제발! 응?!!
36. # 은채방
은채, 눈물이 그렁해서 힘껏 방문 두드려 대고 있다.
은채 : 아저씨 집에만 보내구 오께....정말이야! 집에만 보내구 올거야.....저 아저씨 저러구 있음 안돼....
저러구 있음 정말 죽는단 말야, 저 아저씬.....약속하께!! 집에만 보내구 오께....1분만...1분만 나갔다 오께...
집에만 보내구 오께, 응?!!...(하다가 안되겠는지 머리로 쿵쿵 방문을 들이 박는다)
37. # 은채 거실
쿵쿵 머리를 부딪히는 소리 고스란히 들려온다.
숙채 : 엄마...은채 방문에다 머리 박치기 하나봐..
민채 : 어뜩해......어뜩해애....
혜숙 : 이 기집앤 또 왜 이래? 은채야! 안돼!! 하지 마! 하지 마!! 안돼, 은채야..하지마..하지 마...은채야!
38. # 오들희집 대문앞
무혁, 그 자세로 꼼짝 않고 비를 맞고 있다....한치의 흔들림도 없다....
그러다 다시 극심한 두통을 느낀다...자신도 모르게 짧은 신음 소리 뱉고, 머리를 감싸쥐고, 고개를 숙이는....
무혁, 이를 앙물고 참는다....그렇게 얼마간을 견디고....고통이 점차 사그라든다.
이때, 무혁의 머리 위로 씌워지는 우산.
무혁, 고개 들어 보면....은채가 우산을 자신에게 받쳐주고 서 있다.
무혁 : (힘겹지만...반가운 표정으로 환하게 웃는다)
은채 : (눈물이 그렁해서 안타깝게 보는)
무혁 : 약...발랐냐?....
은채 : .....
무혁 : 이마 다친 데....약 발랐어?
은채 : (고개 젓는)
무혁 : (힘겹게 웃으며) 그럴 줄 알았지.....그럴 줄 알았다...(고개를 약간 돌리는데, 통증 끝물이 남아 이를 잠깐 악물지만...
금새 밝은 미소 지으며 주머니에서 소독약과 연고 꺼낸다) 아저씨가 우리 돌팅이 약 발라 주러 왔다, 그래서.
은채 : (가슴이 콱 메인다....웃는....눈물이 툭 떨어진다)
39. # 모텔 욕실 (밤)
밖에선 여전히 빗소리 들리고.
은채, 물에 젖은 무혁의 윗 옷을 힘껏 손으로 비틀어 짠다. 욕조에 무혁의 젖은 바지도 있다.
40. # 모텔 방안 (온돌방)
안온한 조명등이 켜진 모텔방.
온 몸에 담요를 두르고 벽에 기대어 앉은 무혁...흐뭇한 미소로 어딘가를 본다. 모텔방을 가로 질러 간이 빨래 줄 쳐져 있다.
은채, 세수대야 딛고 올라 가 돋움발을 하고 무혁의 윗옷을 넌다.
시간 경과.
간이 빨래줄에 걸린 무혁의 바지와 윗옷에서 물이 뚝뚝 흘러 내린다. 그 밑으로 수건(혹은 세수대야나 바가지) 받쳐 놓았다.
무혁(몸을 담요로 싸고)과 은채,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다.
무혁, 은채의 앞머리를 위로 올려 핀(은채가 흘리고 간)을 꽂아준다.
은채, 씁쓸한 미소 짓는.
무혁 : (소독약 뚜껑 열며) 좀 따가울 거야. 참어.
은채 : (울컥하지만...애써 미소 짓는)
무혁 : (은채의 이마에 소독약 발라주며...후후 불어 주며) 따갑지?
은채 : 아니요.
무혁 : (연고를 다시 은채의 이마에 후후 불며 발라주고...일회용 밴드를 붙여준다)
은채 : (눈물이 그렁한)
무혁 : (은채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가만히 감싸 안고 본다)
은채 : (눈물이 툭 흐른다)
무혁 : 우리 돌팅이 진짜 못 생겼다....이마는 깨지구, 볼따구엔 시퍼런 멍까지 들구...너무 못생겨서 차마 눈을 뜨구 볼 수가 없다.
(장난처럼 두 눈을 각각 번갈아 떴다 감았다 하는)
은채 : ......(씁쓸하게 웃는)
무혁 : 그래, 웃어...웃으니까 좀 낫네....웃으니까 훨 이쁘다.....예전에 내가 사겼던 미스 호주보단 많이 딸리는데...
그래두 슈렉보다는 낫다.
은채 : (그 말에 풋 웃다가....애틋하게 보는)
무혁 : (같이 활짝 웃으며...애틋하게 보는)
41. # 은채 거실
대천, 서늘한 표정으로 자물쇠 고리가 뜯겨 나간 은채 방문을 보고 있다.
혜숙, 숙채, 민채....나란히 줄줄이 무릎 꿇고 앉아 있다.
혜숙 : 이혼 해요! 이혼 하자구!!.....차라리 이혼하구 말지, 내 새끼 죽는 건 못 봐, 난.
숙채 : 엄만 죄 없어요. 절 호적에서 빼주세요....제가 망치루 자물쇠 깼어요, 아부지.
민채 : 너 혼자 깼냐? 나두 같이 깼지....저두 호적에서 빼주세요, 아빠.
대천 : (굳어서 아무 말 않는)
혜숙 : (갑자기 울컥해서) 대체 뭔데?...뭔데에?....나한테두 설명을 좀 해줘 봐요, 응?....
당신이 왜 갑자기 벼락 맞은 사람처럼 이러는지....윤이 매니전 왜 은채 땜에 비까지 쫄딱 맞구 저러는지....
은채 기집앤 왜 지 머릴 들이박으며 그렇게 윤이 매니저 만날라구... (하는데)
대천 : (돌아서서 자기 방으로 휭 가버린다)
혜숙 : (대천의 등 뒤에 대고 소리치는) 말을 좀 해봐요!! 나두 은채 엄마잖아!...
우리 새끼 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나두 좀 알자구!! 우리 은채한테 뭔 일이 생긴거야, 대체?!!
42. # 모텔방 안
빨래줄에 널린 무혁의 옷에선 더 이상 물이 흐르지 않는다.
무혁(벗은 윗 몸은 담요로 감고, 추리닝 바지 입었다. 손에 보리차 쥐고), 흐뭇한 미소로 은채를 보고 있다.
은채, 빌려온 다리미로 열심히 무혁의 런닝을 다리고 있다.
은채 : (무혁 보지 않고) 여기 주인 아저씨 되게 고맙다....빨랫줄두 주시구...추리닝두 빌려 주시구....복 받으실거야.
무혁 : (피식 웃는)
은채 : (어색함에 수다 떠는) 내가 코디네이터 5년 차 잖어요....젖은 옷 말리는 건 도가 텄어요,
그래서...박사 학위 받어두 될 걸, 아마? (무혁에게 주며) 자, 입어요.
무혁 : (은채에게 받아서 입고...피식 웃는)
은채 : (무혁의 윗 옷도 다림질하려고 빨래줄에서 내리려는데)
무혁 : 겁나냐?
은채 : (흠칫)
무혁 : 내 얘기 듣는 게 겁나서 자꾸 나한테 등만 보여주구 있는거야?
은채 : (그렇다. 듣기가 겁난다...무혁의 웃옷을 쥔 손에 불끈 힘이 쥐어진다...돌아보고) 아니요.
무혁(런닝과 추리닝 입은)과 은채, 나란히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빨랫줄에 널린 무혁의 옷을 본다.
(물컵에 따뜻한 보리차 담아 각각 들고)
무혁 : (남의 일처럼 담담하게 말하는) 와이프 결혼식장에서....총을 맞았어.
은채 : (흠칫....무혁을 보는)
무혁 : 유탄이 너무 위험한데 박혀서 수술을 못했다더군....(자리 머리를 가리키며) 여기있어, 그래서. 총알이.
은채 : (가슴 아프게 보는)
무혁 : (아무렇지도 않게 은채 보고 빙긋 웃으며) 무섭지?
은채 : (고개 젓는)
무혁 : (물 마시고)....그래, 무서워할 거 없어...죽는 것도 그래...그게 뭐 무서운 건가?...그냥 정상적인 거지....
사람은 원래 한번은 다 죽는 건데.
은채 : (울컥한다....눈물 참기 위해 떨리는 손으로 보리차 마시고)
무혁 : 심각하게 생각할 거 없다구....불쌍하게 여길 것도 없고.
은채 : .......
무혁 : 아, 이런 말 하면 내가 손핸가?......취소!...방금 한 말 취소!!
은채 : .....
무혁 : 나 불쌍해...열라 불쌍해..나처럼 불쌍한 인생은 찾는 것도 일일 거다...나 굉장히 가엾은 놈이야..
니가 그러니까 나 많이 동정 해주구, 구박하지 말구, 어쨌든 불쌍하게 여겨 주구, 안됐게 생각하구...(하는데)
은채 : .......(말하는 무혁의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댄다...입맞춤하는)
무혁 : (당황하는데)
은채 : ......(떨어지며, 따뜻하고 서글프게 웃는) 아저씨 하나두 불쌍하지 않아...배신한 와이프 대신해서 총까지 맞을 만큼...
그렇게 가슴에 사랑이 많은데...그렇게 가진 게 많은데....뭐가 불쌍해?
무혁 : ......
은채 : 나...아저씨 동정 안해....한번도 동정한 적 없었어...앞으루두 동정, 안 할 거예요.
무혁 : ......(보다가 은채에게 다시 따뜻하게 키스한다)
유리창에 떨어져 내리는 빗방울.
두 아이, 이불 위로 부드럽게 스러진다...
무혁, 은채의 이마와 뺨에 부드럽게 입맞춘다. 은채, 조용히 눈을 감으며 거부 하지 않는다.
두 아이의 꼭 잡은 손.
무혁, 은채 옷의 단추 하나를 푸는데....갑자기 지독한 두통이 다시 엄습한다.
윽! 저도 모르게 비명 소리를 내며 은채의 가슴 위로 툭 머리를 대는 무혁.
은채, 당황하며 눈을 뜬다.
무혁, 고통을 참으려고 이를 앙물지만...참아지질 않는다...두통으로 인해 오바이트 끼 마저 느끼는.....
무혁, 벌떡 일어나더니 화장실로 달려 간다.
창백한 은채, 그대로 꿈쩍도 않는다.
43. # 모텔 화장실
무혁, 변기 문을 잠그고, 변기로 가더니 괴롭게 토한다...몹시 고통스런 표정.
44. # 모텔방
머리와 옷을 추스린 은채, 화장실 문 앞으로 간다. 무혁의 토하는 소리, 고스란히 들려온다.
은채, 문을 열려고 하는데...문이 잠겨 있다.
은채 : 많이 아파요?....많이 힘들어, 아저씨? (안타까움으로 눈물이 그렁해지는)
45. # 모텔 화장실
기진맥진해서 화장실 벽에 머리를 대고 있는 무혁, 죽을 힘을 다해 씩씩하게 소리 친다.
무혁 : ...괜찮아....괜찮아...걱정 하지마....괜찮아.
46. # 모텔방
은채 :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문 좀 열어봐요, 그럼.....내가 들어가께...내가 들어 가께, 아저씨.
47. # 모텔 화장실
무혁 : (힘겹지만)....쪽팔리게 어딜 들어 와?!.....금방 나간다!.....금방 나가... (하다가 다시 괴롭게 토하는)
48. # 모텔방
은채, 화장실 문에 등을 댄채 무너지듯 주저 앉는다....무혁의 괴로움이 자신에게도 고스란히 전해 지는 것 같다.
49. # 윤 병실
오들희, 윤의 침대에 엎드려 잠들어 있다.
윤, 눈을 뜨고 천장을 보고 있다. 빗소리는 여전히 들린다.
50. # 모텔방 안
은채, 여전히 그 자세로 화장실 문에 등을 댄채 앉아 있다.
무혁(E) : 집에 가라, 은채야.
은채 : (흠칫)
51. # 화장실 안
무혁, 창백한 안색으로 화장실 문에 등을 댄 채 힘겹게 앉아 있다.
무혁 : (힘겹지만 씩씩하게) ...집에 가....니네 식구들 줄 초상 나면 어뜩하냐?...집에 가.
52. # 모텔 방안
은채 : ......(화장실 문쪽으로 몸을 돌리고 서며) 얼굴 보구 가께요, 그럼...아저씨 얼굴만 보구....가께.
53. # 화장실 안
무혁 : (씩씩하게).....싫다....너무 못 생겨져서 보여 주기 싫어, 임마!....가아.
54. # 모텔 방안
은채 : (눈물이 그렁해지며 화장실 문에 가만히 뺨을 댄다)...아저씨.
55. # 화장실 안
무혁 : 가아....어서 가아...가아.
56. # 모텔 방안
은채 : .....(힘겹게) 가면....다시 오기 힘들거야, 아저씨.
57. # 화장실 안
무혁 : ........(흠칫...당황하는)
58. # 모텔 방안
은채 : 윤일 외면할 수가 없어요.....그럴 수가 없어요. 이제 와서 다시 윤일 떠날 수가 없어요.
59. # 화장실 안
무혁 : (다시 상처다...눈빛이 흔들리는)
60. # 모텔 방안
은채 : ...내가 윤이 저렇게 만들었어요...아저씨한테 가구 싶다구...아저씨 손 잡구 싶다구...윤이 가슴에 못을 박았어요, 내가....
아저씨한테 오구 싶어서 윤일 저렇게 만들었어요, 내가.
61. # 화장실 안
무혁 : (결국 윤이도 내가 저렇게 만든 게 아닌가....내가 판 함정에 내가 빠졌구나...괴롭게 눈을 감는)
62. # 모텔 방안
은채 : (눈물이 툭 떨어진다) 미안해요....아저씨한테 주구 싶은 게 참 많았는데.... 아저씨가 받은 건 상처밖에 없네....
상처밖엔 줄 게 없네요, 내가...미안해요, 아저씨.
63. # 화장실안
무혁 : .......(그대로 눈 감은 채)
64. # 모텔앞
비는 어느새 그쳤다.
은채, 약간 다리를 절룩거리며 모텔을 걸어나온다.
은채, 오열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아 손바닥으로 입을 힘껏 가린다.
은채, 울지 않으려 애쓰며...그렇게 견디며 절룩절룩 걸어간다.
65. # 화장실 안
무혁, 천천히 눈을 뜬다...멍해서 넋나간 듯 앉아 있는....쓰디쓴 웃음이 흐른다.
66. # 은채 거실
은채, 집 안으로 들어선다.
대천, 거실에 혼자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은채의 기척을 듣지만 돌아보지 않는다.
은채 : (대천 앞으로 걸어간다) ...아빠.
대천 : (그대로 술만 마시는)
은채 : .....아빠가 걱정하시는 거 뭔지 알아요....저 때문에 다른 식구들까지 힘들게 하지 마세요....알아서 잘 할께요, 제가.....
주무세요. (인사하고 돌아서서 방쪽으로 가는데)
대천 : (은채 보지 않고) 아빠가 죄가 많다.
은채 : ........
대천 : (은채 보지 않고 술 마시며) 미안하다, 은채야.
은채 : (씁쓸하게 웃고 절룩이며 방쪽으로 가는)
67. # 은채방
은채, 들어서면, 숙채와 민채는 벌써 잠들어 있다.
은채, 조용히 자신의 자리로 가 눕는다.....멍하니 천장을 보다가 이불을 끌어올려 머리 끝까지 덮는다.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하는 이불....비로소 은채, 흐느껴 운다.
68. # 모텔방
무혁, 문 열고 나와보면.....무혁의 윗 옷과 바지, 잘 말리고 다려서 반듯하게 개어져 있다.
옆으로 양말도 잘 말려서 반듯하게 놓여 있다.
무혁....허탈하고 쓸쓸하다.
F.O.
69. # 윤 병원 외경 (아침)
70. # 검사실
무혁, 검사를 받고 있다. (흉부외과에서 심장 조직 적합성 검사와 혈액 정밀 검사를 받는....혈액도 체취하고)
유리창 밖에서 윤의 주치의, 보고 있다.
71. # 윤 병실
윤, 밤 사이 훨씬 핼쓱해져 있다.
윤 주치의, 윤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오들희, 옆에서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주치의 : 잠깐 저 좀 보실까요? (밖으로 나가자고 눈짓 주는)
오들희 : (불안하게 은채와 주치의를 번갈아 보는)
윤 : (핼쓱한 표정으로 천장만 보고 있다)
72. # 의사 진료실
오들희, 주치의 앞에 앉는다.
주치의 : 윤 군의 상태가 전혀 호전이 없습니다.
오들희 : (철렁하는)
주치의 : 그리구, 얼마전에 말씀 드렸던 장기 공여자 문제 있지요. 대전에서 뇌사 판정 받은 스물 세 살 청년이 있다구...
오들희 : (번쩍)....네...네, 선생님.
주치의 : 가족들이 기증 의사를 밝혀서 적합 여부 검사까지 했었는데....오늘 거절 의사를 밝혔습니다.
오들희 : (실망하는)
주치의 : 그래두 희망을 잃지 말구, 다시 기다려 봅시다.
오들희 : (암담해지는)
73. # 진료실 앞 복도
오들희, 온 몸에 기운이 빠져 휘청휘청 걸어오다가 현기증으로 넘어질 뻔 하는데, 오들희를 부축하며 잡아 주는 손.
오들희, 당황해서 보면....무혁이 자신을 부축하고 있다. (무혁의 손에 서류 봉투 하나 들려 있다)
오들희 : (죄책감에 당황하는데)
무혁 : (태연한 표정으로 미소 짓는)
74. # 병원 휴게실
오들희, 스스로 찔려서 자책감으로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무혁, 비타민 음료를 하나 들고 온다. 들고 있던 서류 봉투는 테이블에 두고, 비타민 음료의 뚜껑을 따서 오들희에게 내민다.
오들희 : ....고...고마워...고마워요...(무혁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무혁 : 지난 번에 갖다 줬던 선물들...
오들희 : (찔려서...돌겠다)
무혁 : 누나 옷이랑 갈비랑 연탄이랑 과일이랑....고맙게 잘 입고 잘 쓰고 잘 먹고 있습니다.
오들희 : ........
무혁 : 영양제랑 비타민도 잘 먹고 있고.....그 약두...(잠깐 말을 끊는)
오들희 : (불안하게 보는)
무혁 : 심장에 좋다는 그 약두....잘 먹고 있어요.
오들희 : (들고 있던 비타민 병을 떨어뜨릴 뻔 한다)
무혁 : (남의 일처럼 편안하게 말하는) 근데, 검사를 받아봤는데...제 심장이 워낙 건강해서...그런 약까지 먹을 필욘 없다더군요.
오들희 : (뭔가 알고 있나? 눈치를 챈건가...피가 마른다)....저기...내가 잠깐 실수를 했어요...
우리 윤이 먹일라구 했던 건데....내가 모르구 그걸 미스타 차 집에....
무혁 : (O.L. 웃음띠고 말하는) 사실은....제가....얼마 살지 못할 거 같아요.
오들희 : (창백해지는)
무혁 : 오늘 당장 길을 가다가 죽을 수도 있구....내일 아침에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고...
운이 좋으면 이 삼 개월쯤 더 버틸수도 있구요.
오들희 : ....미스타 차....
무혁 : 그래서, 오늘 (서류 봉투를 오들희에게 내밀며) 장기 이식 센터에 대상자 등록을 했습니다.
오들희 : (흠칫)
무혁 : 윤이랑 혈액형도 일치하구, 조직 적합성 검산가 뭔가....그것도 꽤 훌륭하게 잘 맞다구 하더군요.
오들희 : 미....미스차...지...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무혁 : ....만약에 제가 먼저 죽게 되면....제 심장을 윤이에게 주고 가고 싶어요.
오들희 :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기쁘기보단 당황스럽고, 갑자기 무섭다. 눈물이 그렁해지는)...
왜 이래? 미스타 차?..어디서 무슨 소릴 어떻게 들었는지 모르겠는데..오해한 거야. 오해라니까..
무혁 : (피식 씁쓸하게 웃는)
오들희 : (무혁의 표정 보다가...) 그래, 내가 미쳤었어....자식 때문에 내가...이성을 잃구 돌았었어, 잠시..
싫어요. 안 받어...안 되면 차라리 내 심장을 떼서 줬음 줬지....안 받어. 싫어어...(울음 터뜨리며) 싫어어... 싫어어...
무혁 : (연하게 웃으며 일어선다) 사다 주신 누나 옷....진짜 이뻤습니다.
오들희 : ....미..미스타 차....
무혁, 씨익 웃으며 인사하고 돌아서 가는...웃던 표정이 서늘해 진다.
오들희,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기 시작한다. 그 위로 들리는.
무혁Na : 어머니! 제발 울지 마세요.
75. # 병원 복도
무혁, 껌을 꺼내 씹으며 서늘한 표정으로 걸어간다.
무혁Na : 내가 원한 건 지금 당신의 가증스런 눈물이 아닌데....제발 울지 마세요.
76. # 윤 병실
오들희, 훌쩍 거리고 울며 병실 문 열고 들어선다.
침대에 앉아 책보고 있던 윤, “왜 그래? 왜 울어, 엄마? ” 놀라서 묻고,
오들희, 윤에게 다가오더니 윤을 와락 껴안으며 울컥 눈물을 쏟는다.
무혁Na : 당신의 눈물이 나를 위해 흘리는 눈물이라면....더더욱 지금은 울지 말아주세요.
77. # 병실 복도
무혁, 걸어 오는데, 다시 코피가 흐른다. 아무렇지도 않게 손등으로 닦으며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무혁.
무혁Na : 앞으로 당신이 흘릴 숱한 눈물을 위해....
78. # 병원 화장실
무혁, 수돗가에서 덤덤한 표정으로 코피를 씻어내고,
덤덤한 표정으로 거울을 보다가 서늘한 웃음 씨익 웃는....뭔가 다른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듯한....
무혁Na : 나로 하여 당신이 흘릴 피 눈물을 위해...
79. # 윤 병실
윤, 기가 막힌 표정으로 서류 봉투에 든 내용물을 꺼내 보고 있다. 무혁의 검사 결과와 장기 기증 의사를 밝힌 서류들.
윤, 안색이 창백해져 이게 어떻게 된 거냐는 표정으로 오들희를 본다.
오들희,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무혁Na : 지금은 제발 눈물을 아껴두세요, 어머니.
80. # 병원 로비
무혁, 털레털레 걸어나오다가 뭔가 발견하고 걸음을 멈춰 선다.
저 앞으로 은채가 오고 있다. (보온병 같은 가방 들고) 멍하니 넋이 빠져 나간 사람 같다.
무혁, 한쪽으로 몸을 숨긴다.
로비로 들어서려던 은채, 갑자기 걸음을 딱 멈추더니....휙 걸음을 돌려 어디론가 부지런히 간다.
무혁, 허허로운 표정으로 눈 앞에서 사라지고 있는 은채를 보는.
81. # 서경집 골목
무혁, 몸을 움츠린 채 걸어오고 있다.
82. # 서경집 앞 일각
걸어오던 무혁, 뭔가 발견하고 기운 빠졌던 표정에 화색이 돈다.
눈 앞에 은채가 와 있다. 은채, 애틋한 표정으로 서경집 쪽을 바라보고 있다. 표정에 무혁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이 묻어난다.
무혁, 다시 몸을 숨기고...은채를 지켜본다...무혁의 입가에도 애틋한 미소가 흐른다.
그렇게 얼마를 서경의 집을 바라보고 있던 은채.....시선을 떨구고 힘없이 발걸음 돌린다.
남의 집 담벼락에 몸을 숨기고 있는 무혁을 보지 못하고, 무혁을 스쳐서 지나는 은채....
바로 눈 앞에서 그런 은채를 지켜보는 무혁.
무혁, 은채의 뒷 모습을 다시 눈 속에 담고 있다.
83. # 윤 병실
윤,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보고 있다. 예전에 무혁과 즐거웠던 시절에 찍은 동영상.
화면 테스트 용으로 찍은 무혁의 얼굴이 핸드폰 화면에 나온다.
(무혁, 모자를 이리저리 돌려서 써보고, 이런 저런 표정 다 짓고 있다)
84. # 인서트 동영상 (밴 안에서 함께 얼굴을 맞대고 찍은듯한)
무혁 : (핸드폰을 향해 장난스럽게 손 흔들며) 안녕! 나는 인기 가수 최윤의 막강 매니저 차무혁이다!
윤 : (무혁의 얼굴을 밀고 들어오며) 나는 무혁이 형의 영원한 밥 최윤이다!
무혁 : (피식 웃고) 니가 왜 내 밥이냐?
윤 : 형 없으면 못 사니까 형 밥이지....화장실두 못가구, 밥도 못 먹구.
무혁 : (활짝 웃으며) 그래, 그럼 배도 고픈데 밥 한번 먹어보까?......(입을 앙 벌려 윤을 먹을 듯이 하며 장난하는)
윤 : 아, 형...왜 그래애? (그 바람에 흔들리다가...끝나는 화면)
85. # 윤 병실
윤, 그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 나는 듯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떠올리다가...씁쓸 해진다.
윤, 다음 동영상을 클릭한다. 은채의 모습이 나타난다. 밴 뒷자리에서 잠들어 있는 은채.
86. # 인서트 동영상
화면은 잠든 은채를 비추고 있고, 무혁과 윤의 음성이 들려온다. 함께 장난치며 은채를 촬영 하고 있는 듯한...
은채, 자면서 뭔가를 먹는 듯 입도 다시고, 뺨도 긁고, 히익 웃기도 하고 하는 위로.
윤(E) : 지금 화면에 비치고 있는 이 여자분은....저 여자 분이 누구시죠, 차무혁씨?
무혁(E) : 글쎄요....어디서 많이 본 얼굴 같은데....맛있는 걸 혼자서만 얌체같이 먹구 있는 거 같죠?
윤(E) : 아유, 좋다구 칠뜨기처럼 막 웃네요...야! 칠뜨기! 송 은채!!
은채 : (부시시 눈을 뜬다....전혀 상황 파악 못하고 있는 표정)
무.윤(E) : (낄낄대는 웃음 소리)
은채 : (그제야 정신 차리며) 아, 뭐야...찍지 마...핸드폰 치워어...찍지 마아... (손을 내저으며 얼굴을 가리는)
87. # 윤 병실 앞
은채,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멍하니 벽에 기대 서 있다...마음은 무혁에게 두고 껍질만 와 있다.
오들희, 세수하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오다가 은채를 발견한다.
오들희 : (반가운) 은채야!!
은채 : (멍하니 오들희를 보는)
오들희 : 은채야아....(하며 달려 가 은채를 꼭 끌어 안는다)
은채 : ....죄송해요, 아줌마...걱정 많이 하셨죠?
오들희 : 아냐...걱정 안했어....은채 넌 분명히 와 줄 줄 알았어....걱정 안했어, 아줌만.
은채 : (멍한)
이때, 병실 복도쪽에서 나타나는 대천...두 사람의 모습을 씁쓸하게 본다.
은채, 대천과 시선을 마주친다....제가 알아서 할께요...하는 표정.
88. # 윤 병실
은채, 애써 미소 지으며 윤의 손을 가만히 잡아 준다.
윤, 눈물이 그렁해서 은채를 본다.
윤 : 시골엔 잘 갔다 왔니?
은채 : 응...
윤 :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은채 : (눈물이 그렁해져...그래도 웃어주며) 나두 그럴 줄 알았는데....그냥 빨리 왔어.
윤 : (가만히 은채를 안는다)
은채 : (눈물이 툭 떨어진다)
89. # 서경방
무혁, 팔베개를 하고 누워 천장을 보고 있다.
이때, 막대 사탕 문 서경, 문 열고 들어온다.
서경 : 외삼촌!
무혁 : (보는)
서경 : 노랑 할아버지가요, 외삼촌하구 나하구 사진 찍어 준다구 밖으로 나오래요.
무혁 : .......
90. # 서경 마당
서경, 갈치와 나란히 마루에 앉아 사진 찍을 포즈 잡고 있다.
민현석, 수동 카메라를 조절하며 각도를 잡고 있고....무혁, 한쪽에 서 있다.
민현석 : (무혁 보고) 뭐해? 누나랑 갈치 옆에 어서 가 앉어.
무혁 : .......(여전히 서서 서경과 갈치만 보며...생각하는)
서.갈 : 어서 일루 와요! 일루 와!! (하며 손을 흔들어 댄다)
민현석 : 뭐해? 귓구녕에 말뚝 박았어?!!
무혁 : ....갑자기 사진을 왜 찍는 건데요?
민현석 : 쓸데가 있으니까 찍지....가, 앉어.....이래봬두 사진 기자 경력이 5년이야, 내가...믿구 맡겨 봐.
무혁 : 사진을 왜 찍는 건데요?
민현석 : 하, 거 참....책에다 넣을라구. 왜?
무혁 : ......(의아한)
민현석 : 내가 지금 거의 마무리 중인 책이 있는데.....거기다 넣을거야.
무혁 : ...무슨 책인데요?
민현석 : (앵글을 다시 조절해 보며) 비운의 여배우 오들희, 그녀의 세 아이 이야기.
무혁 : (흠칫 눈빛이 떨린다)
민현석 : 안 찍을래? 니들 각각 몰래 찍은 사진은 있는데....함께 정면으루 찍은 사진이 없어서 그래.
무혁 : .......
민현석 : 안 찍을래? 찍기 싫어?
무혁 : ......(서늘하게 시익 웃고) 찍으께요.
무혁, 서경과 갈치의 옆으로 가 앉는다.
민현석, 무혁의 반응에 내심 놀라며 렌즈를 통해 세 사람의 모습을 본다.
무혁과 서경, 갈치,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다.
서경 : 브이 자 같은 거 해두 돼요?
민현석 : 맘대루....
서경 : (브이자 그리고)
갈치 : (따라 하고)
무혁 : (카메라를 향해 알 듯 모를 듯 묘한 미소만 머금고 있다)
민현석 : 자! 그럼! 찍는다....하나...둘....
무혁과 서경, 갈치의 다양한 모습, 사진으로 찍힌다.
(서경과 갈치는 장난도 치고, 갖가지 포즈를 다 취하지만, 무혁, 그저 환하게 웃고만 있다)
그 위로 들리는.
무혁Na : 어머니! 지금은 제발 눈물을 아껴 두세요....앞으로 당신이 흘릴 숱한 눈물을 위해....
나로 하여 당신이 흘릴 피 눈물을 위해...
91. # 윤 병실
은채, 멍하게 넋나간 사람처럼 앉아 있다.
윤, 그런 은채를 허허롭게 보고 있다가.
윤 : 은채야.
은채 : (듣지 못하고 멍한)
윤 : 은채야.
은채 : (여전히 듣지 못한 채 멍한)
윤 : (큰소리로) 은채야!!
은채 : (흠칫하며 윤을 보는)....어, 윤아.
윤 : 집에 가.
은채 : 응?
윤 : (밝은 표정으로) 그냥 오늘은 혼자 좀 있구 싶어. 집에 가.
은채 : ....윤아.
윤 : 오늘만 좀 혼자 있게 해주라....음악두 좀 듣구 혼자 있구 싶어. 그렇게 해줘.
은채 : ......
92. # 거리 (밤)
은채, 털레털레 걸어 와 길 건너기 위해 신호등 앞으로 와 선다.
빨간 불의 신호등...은채, 고개를 떨구고 있다.
무혁(E) : 돌팅아!!!
은채, 그 소리에 흠칫 고개를 든다. 길 맞은 편에서 무혁이 활짝 웃으며 두 팔을 힘껏 흔들어 대고 있다.
은채, 반가움에 활짝 웃으며 “아저씨!!”하며 같이 손을 흔들어 대다가 표정이 서서히 굳어진다.
길 반대편에 무혁은 없다. 은채의 환청이고, 착시다.
은채, 흔들던 손을 힘없이 내리며....다시 멍한 표정이 된다.
93. # 레스트랑
웨이터, 민주의 잔에 와인을 따르고 있다.
민주, “감사합니다!” 목례하고, 잔을 부딪히기 위해 “자! 건배!” 하며 잔을 들다가 황당한 표정 짓는다.
맞은 편에 앉은 무혁....건배도 하지 않고 원샷으로 와인을 다 마셔 버린다. (테이블엔 스테이크 접시 놓여 있다)
민주 : (피식 씁쓸하게 웃고 와인잔을 내려 놓는데)
무혁 : (와인잔에 와인을 따르다가...아예 병 째 와인을 들고 마신다...
주변에 앉아 있던 사람들, 어이없다는 듯 보지만, 모든 시선 무시했다)
민주 : 이봐요! 차 무혁씨!
무혁 : (계속 마시고 있는)
민주 : (기가 막혀서 보고 있는)
무혁 : (계속 와인을 들고 물처럼 꿀꺽꿀꺽 마시는)
94. # 서경집 앞길
무혁, 털레털레 걸어오고 있다. 민주, 거리를 두고 무혁을 뒤 따라온다.
민주 : 차무혁씨!
무혁 : (그대로 앞만 보고 걸어가는)
민주 : 이봐요!
무혁 : ......
민주 : 야!!!
무혁 : .......
민주 : (걸음 멈추고 서며) 그래..한번 해보자, 차무혁!..강민주가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어디까지 구질구질해 질 수 있는지..
내 바닥이 어디까진지..나두 궁금해...한번 해 보자, 차무혁!! (씁쓸하게 웃다가 서늘하게 굳어지는)
무혁 : .......
95. # 서경 마당
무혁, 대문 열고 마당으로 들어서다가.....뭔가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윤이 마루에 앉아 있다.
윤 : (무혁을 발견하고 환하게 웃는다) 형!
무혁 : (당혹스럽다)
윤 : 10분만 더 기다리다 안 오면 갈려구 했었어.
무혁 : .....이렇게 나다녀두 되냐?
윤 : 안되지....병원에선 나 찾아서 뒤집어졌을 거야, 지금.
무혁 : .....어서 돌아 가, 그럼...데려다 줘?
96. # 서경집 대문밖 계단
민주, 잠깐 망설이다가 계단을 올라온다. 그러다 윤의 목소리에 멈칫 걸음을 멈추고 선다.
윤(E) :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왔어.
무혁(E) : ....난 들을 얘기 없는데?
윤(E) : 엄마한테 얘기 들었어...나한테 심장을 주고 싶다....그랬다구?
민주 : (놀라는)
97. # 서경집 마당
무혁 : ....(피식 웃고) 고맙단 말 같은 거 안해두 돼....그건 주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냐. ......가자, 데려 가 주께.
윤 : (이를 앙무는 느낌) 나한테 지금 무슨 짓을 시키는 거야?
무혁 : (보는)
윤 : 형을 죽이구, 내가 살라구?.....(버럭) 나한테 무슨 짓을 시키는 거야, 지금?!!!
무혁 : .......
윤 : 싫어! 안 받어! 나 그냥 죽을래! 안 받어!!..그 말 하러 왔어. (일어나더니 무혁을 스쳐 밖으로 나가려는데 )
무혁 : (윤을 잡으며) 왜 싫어?....널 위해 일부러 죽겠다는 것도 아니구, 너도 알다시피 어차피 죽을 목숨이니까...
좋은 일 하나 하구 천당가구 싶어 그러는데?....왜? 것두 배아퍼?
윤 : 차라리 그럼 다른 사람 주구 가!...왜 나야?...왜 하필 나야?!!
무혁 : 내가 니 형이니까!!!
윤 : (흠칫)
무혁 : 넌 내 동생이구, 난 니 형이니까!!
무혁의 빙긋 웃는 표정에서.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