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2일 영산강 6공구에서 ‘4대강살리기 희망 선포식’이 열렸다. 영산강이 4대강살리기 사업 중 가장 먼저 첫걸음을 뗀 것이다.
영산강은 한때 ‘호남의 젖줄’이었다. 전남 담양군에서부터 호남·나주평야를 거쳐 서해로 흐르는 길이 1백36킬로미터의 이 강엔 유량도 풍부해 많은 배들이 오갔다. 그러던 영산강이 ‘죽음의 강’으로 전락해 신음하고 있다. 영산강 유역에서 가장 큰 도시인 광주는 영산강 물 대신 대부분 섬진강 수계인 동복호와 주암호에서 물을 끌어다 먹는다. 부지런히 영산강을 떠다니며 고기잡이하던 어선들은 강기슭에 묶여 있다.
영산강이 이처럼 황폐해진 것은 어쩌면 예상된 결과였다. 1972년 영산강 유역 종합개발사업이 시작되면서 댐이 지어졌다. 1977년엔 수운(水運) 기능을 상실했고, 1981년 하굿둑마저 들어서자 상류에서 흘러들어온 공장폐수, 퇴적물, 쓰레기 등이 쌓여갔다. 수생태계를 망치는 건 시간문제였다.
환경부는 2008년 5월과 10월 영산강 36개 지점에서 수생태계 건강성 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영산강에 서식하는 어류는 총 38종으로 금강(69종), 낙동강(58종), 섬진강(57종)의 절반 수준이었고 배스, 블루길 등 외래어종의 분포가 영산강 26개 지점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수질 악화와 함께 유속이 느리고 수심이 얕은 환경적 특성이 그 원인으로 꼽혔다.
지난해 여름 전남도청의 영산강 뱃길탐사에 참여한 전남 보건환경연구원의 이해훈 환경연구사는 “영산강 중·상류인 구산포에서 수질측정을 했더니 생물학적 산소요구량 기준 3급수로 판정됐다. 영산강 수질은 오래전부터 좋지 않았지만, 뱃길탐사 때 보니 영산호는 이미 녹조현상이 시작돼 보기 흉했고, 녹조 위에 오염원 띠가 생겨나 근처만 지나도 역겨운 냄새가 진동했다”고 안타까운 실태를 전했다.
4대강 중에서 수질오염이 가장 심각한 영산강은 ‘수질 개선’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깨끗한 영산강’을 되찾기 위한 방법을 마련했다. 먼저 중점관리유역을 선정해 관리하고 수질환경과 방류수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염이 가장 심한 광주천을 최우선관리유역, 영산강 중·하류는 핵심관리유역, 영산강 하굿둑은 중점관리유역으로 지정했다.
화학적 산소요구량(COD)과 총인(TP)의 하천 수질기준이 없어 그동안 체계적인 수질 관리가 부족했던 점은 보와 보 사이를 연결하는 하천에 COD·TP 하천 수질기준을 도입해 관리하기로 했다. 과거에는 공공수역 수질오염의 총량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에 한해 수질오염 총량제를 시행했지만, 조류 발생을 억제하고 비점오염원을 중점 관리하기 위해 TP의 총량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총량제를 실시한다.
이해훈 환경연구사는 “영산강의 수질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유역 전체에 산재한 점오염원으로부터 강을 보호하고, 비점오염원의 저감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생활하수 처리 문제도 함께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환경기초시설과 하수처리장이 대폭 확충된다. 강의 부영양화와 조류 원인 물질을 저감하는 화학적 TP 처리시설을 13곳 설치할 예정. 중점관리유역인 하굿둑 근처에는 15개의 하수처리장이 신설된다. 또한 산업폐수 종말처리시설과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 등이 마련돼 2012년까지 영산강을 2급수의 맑은 물로 되살리는 데 한몫할 전망이다.
영산강 살리기는 대규모 생태 복원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수질 개선을 위한 시설기반을 바탕으로 하천의 환경생태 기능을 회복하고 자연정화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그 초점을 맞춘다. 생태하천은 34개 구간에 걸쳐 1백30킬로미터가 복원되며 섬진강 등 4곳에 생태습지가 조성된다. 영산강 생태 복원의 주축은 2011년 말 완공될 수중보(洑) 공사. 보는 가뭄과 홍수에 대비한 수량 조절, 수질 개선, 여기에 동식물이 어우러지는 생태 복원까지 이뤄내 영산강 살리기를 주도하게 된다.
지난해 11월 착공한 영산강 6공구 승촌보에서는 생태 복원의 바탕이 될 수질 개선 비법이 눈에 띈다. 승촌보 상단에 자동 수위조절장치 및 자동 수문을 만들어 갈수기나 비상시 보의 어도 내 유량을 조절할 수 있게 만들고, 아랫부분에는 물 흐름을 돕는 저층수 배제시설을 설치해 강 상류의 퇴적물이 하류로 쉽게 빠지게 한다. 또한 수질 정화를 돕기 위해 태양광 전력을 이용한 물 순환 장치가 갖춰진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 영산강살리기사업팀 서정원 주무관은 “승촌보를 중심으로 수질이 정화되면 영산강을 대표하는 은어를 비롯해 뱀장어, 황어, 참게 등 경제성 생물의 서식이 늘어나 주민 소득증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생명의 씨알’이라 불리는 나주쌀을 형상화한 승촌보는 광주시 남구 승촌동과 전남 나주시 노안면의 경계에 있는 학산교 부근 영산강 둔치에 위치한다. 승촌보 주변에는 유역통합관리센터, 승촌생태호수공원, 역사문화마당, 수변전망데크 등 주민들을 위한 친수공간이 마련되는데, 무엇보다 강변에 생태습지를 조성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기존 습지의 형태는 최대한 살리면서 유입되는 소하천의 유량으로 인공습지 구간을 조성한다.
이렇게 되면 기존 습지식생으로 남아 있는 갈대, 달뿌리풀, 버드나무 군락 등을 보존할 수 있고, 앞으로 갯버들, 줄 등 수변식물을 조성하면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수달을 비롯해 맹꽁이, 흰목물떼새, 삵의 서식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명 ‘정화형 습지’라 불리는 승촌보 주변 생태습지에는 용두합류생태공원, 수질정화습지원, 신창자연학습원 등 다양한 자연생태 습지체험장이 조성돼 오붓한 가족 생태관광지로 인기를 끌 듯하다. 일부 습지에는 어린이들이 습지의 흙과 풀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체험공간이 만들어져 생태교육을 돕게 된다.
담양과 화순에 만들 홍수조절지 2개소와 나주 강변저류지도 평상시에 습지 여건을 갖추도록 운영해 다양한 야생동식물의 쉼터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하천습지 중 습지의 모습을 원형 그대로 간직한 담양 남산습지, 광주 월산보습지 등 10개 습지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승촌보와 죽산보가 설치되면 수생태계가 다시 살아나는 기적도 일어난다. 승촌보와 죽산보 부근에 보의 상류와 하류를 연결하기 위해 각각 4.2킬로미터, 1.9킬로미터 길이의 국내 최대 규모 친환경 인공하천 어도가 조성되기 때문. 몸집이 작은 어류도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어도 계단 높이를 20센티미터로 제한한다. 또한 어도의 기울기를 높이 1미터 길이 20미터 이상, 즉 1 대 20의 비율로 만들어 물고기의 이동이 편리하도록 설계했다.
영산강살리기위원회 수자원분과 전시영 위원장은 “영산강 살리기 사업은 건전한 수생태계를 조성하고 친환경적 생태 복원이 이뤄지는 중요한 계기”라며 “친환경 가동보를 활용해 언제나 퇴적물을 주기적으로 방류해 수질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김민지 기자 /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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