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아랫재 -가지산- 상원산-배너미- 아랫재로 이어지는 참으로
폼나는 산행을 계획 했었다.
근데 안되는 어장에 해파리만 꾀고 추수논에 메뚜기가 지천이더라고
일이 묘하게 꼬인다.
토욜 저녁,,
곁이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후배눔들과의 계모임이 있었다.
뭐 서시의 얼굴이 아님 담에야 포사의 몸매가 받쳐줄리 만무하니
어딜 가든 별스런 대접이 없는 곁에게 이모임 만큼은 발벗고 나선다.
이유인즉, 회원들 모두가 객보다 연소한 후배이다보니 자연히 큰형수로
대접을 받고 금상첨화로 회원중에 40을 왔다갔다하는 노총각 두눔이
있는데 이놈들이 오랬동안 독수공방 고린내 속에서 생활하다보니
계집에 상승을 했는지 만만한 곁을 탐해서는 지들 맘대로 애인을 삼아
수작에 농탕질이 임의롭다.
오뉴월 묵은지 처럼 쉬어빠진 홀애비들이기는 하나 분명 총각은 총각
인지라 개가 똥을 마다하면 했지 곁이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여편네가 가장 기다리는 날이 이날인바 총무로부터 모임을 공지 받으면
온갖 마사지로 모양을 내고 오후에만 하는운동을 오전에도 기를 쓰고
다니며 몸매 만들기에 정성을 쏟아 붓는다.
글구는 서너시간 전부터 분단장으로 공들여 살쩍을 곱게 다스리고
허리와 다릿살이 빠지지 않는것을 한탄하며 앞집 새댁에게 빌린 치마를
차마 못입는 설움을 부엌 강아지 걷어차는 못된 며느리 처럼 괜한
객에게 화풀이를 한다.
연장자 꼴값을 하느라 10분쯤 늦게 모임에 도착하면 아니나 다를까
벌써 서너순배의 대포질에 개기름이 번들거리는 불콰한 낯짝의 노총각
한눔이 초인사로 딴죽을 건다.
"아따 갑장은(곁) 머할락꼬 그 화상을(객) 데불고 오능교. 기찬꼬로"
객과 한살 터울로 호적이 잘못되어 동상이 되었노라 늘상 투덜 거리며
곁의 애인을 자처하는 박부장눔이다.
놈은 객이야 오건 말건 본체도 않고 곁만 끌어다 제 옆자리에 앉히고
한훤수작에 정신이 없다. 썩을눔,,,
총무가 술잔을 돌리며 한잔을 권하지만 내일 산행이 있다며 애써 외면
하니 체육관 후배인 놈은 더이상 채근을 못하고 뒤로 물러 앉는다.
벌써 5년째 총무를 맡아오는 신실하기 그지없는 해병대 하사 출신인
녀석은 옷을 벗으면 엔간한 사람은 바로 쳐다보기가 힘들 정도로
우람한 몸을 자랑하고 있다.
그 좋은 술을 앞에 두고도 맛보지 못하는 객의 심정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데 옆에서는 벌써부터 죽이 맞은 곁과 노총각 박부장눔이 히히 호호
아주 꼬락서니에 신바람이났다.
총무 부인이 식사나 하시라며 밥을 챙겨 오지만 그게 어디 목구멍을
넘어가나. 저렇듯 하이얀 하양이(화이트 소주)가 감실거리며 슬프게
쳐다보고 있는데 ,,,
수전증이 재발해 수각이 황란하고 정신이 아득해 어서 빨리 집에 가기
만을 기다리는데 문득 고려와 조선의 대주객 김자의와 손순효가 떠오른다.
고려때 예부상서를 지낸 김자의는 의종때의 문신인데 강직하기가 쇠꼬챙이
보다도 더해 그가 뱉은 말은 곧 조정의 기강이 되었다니 그의 중후한
인물됨을 알수 있다.
그 역시 어쩔 수 없는 한가지 병폐가 있었으니 술을 너무나 좋아한다는
점이였다.
하여 사람들이 서로 이르기를,
"호랑이를 만날지언정 술취한 김자의는 만나지 말아야 한다" 고 수근거리더라.
그런 김자의가 지방의 방백으로 떠나게 되었는데 그를 아끼는 왕은
친히 그를 불러 당부를 한다.
"경의 학문과 재주는 천하에 떨쳐 부족함이 없으나 단지 술이 과하여
건강을 돌보지 않으니 이후에는 경계하여 석잔 이상을 마시지 말라"
김자의는 배사하고 물러 났으나 천하의 대주객인 그에게 석잔 이상을
마시지 말라는 어명은 참으로 가혹한 겄이였다.
장차의 일을 걱정하며 임지에 도착해 선정을 베푸는데 김방백이 젊을적
부터 교분이 두터운 어느 스님이 소식을 듣고 김자의를 절로 초청했다.
두사람은 오랜만의 해후에 서로 기꺼워 하며 즐기는데 술을 좋아하는
김자의를 아는 까닭에 스님이 술을 대접하러 드니 방백이 손사래를 치며
술을 사양한다.
"어명이 있어 석잔 이상의 술은 마시지 못하니 차라리 마시지 않는겄이
좋겠소이다"
그러자 스님이 가로되
"과연 상(임금)의 국량이 넓고도 크시외다. 석잔씩이나 허락 하시다니요"
하고는 절에서 사용하는 쇠바리때를 가져다 술을 따라 석잔을 마시게
하니 김자의가 대취 하더라.
전해오는 얘기에 따르면 그 쇠바리때를 채우려면 한말의 술을 담아야
했다니 스님의 뛰어난 기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손순효의 얘기도 이와 비슷한데 나중에 따로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
겄이다.
이는 술욕심을 주리 참듯 하다가 도저히 더는 참지 못하고 김자의를
본받아 맥주잔에 딱 석잔을 마셨는데 그때서야 갑갑하고 답답하던
속이 오장육부를 어루만지는 술의 먀력에 끌려 편안해진다.
자리가 파하자 박부장눔은 2차를 빌미로 곁을 끌고는 주점으로
나서는데 이제 그만하고 집으로 갔으면 좋으련만 한번 술맛을 본 속은
자꾸만 더 들이라며 제촉에 성화가 추상 같아 결국 객도 칠월 더부살이
마누라 속곳 걱정한다고 따라 나서고 말았으니 이후야 불문가지 써봐야
더 이상 무슨 소용이 있으랴,,
아픈 머리를 감싸고 겨우 일어나니 총각눔의 지극한 환대를 받은 곁은
아직도 한밤중이다.
어차피 처음 계획은 물건너 사라진지 오래라 가보지 못한 쌍두봉이나
안면을 터자 싶어 간식으로 쑥떡 몇개와 물 두어병 달랑거리며 삼계리로
내닫는다.
매번 다니는 밀양 방면 길이 지겨워 청도로 길을 잡았으나 훨씬 멀기도
하려니와 도로 사정도 과히 좋지 못해 산에 들기도 전에 진을 뺀다.
천문사 공터엔 벌써 선객들의 차량이 분주하고 목청 좋은 스님의 독경이
청아하게 울린다.
가리온 얌전히 맡겨 두고 배너미 재를 향하여 천천히 오른다.
계곡을 따르는 완만한 길은 뛰어가도 별 무리가 없으련만 술 덜깬 발길은
이리비척 저리 비척 거리며 힘들어 한다.
담배 한대 태을 참을 오르니 오른편으로 폭포 가는길이란 리번이 뵈는데
나중 배너미 날등을 올라서니 그 길은 돌탑봉으로 구불 구불 이어져 있다.
숨을 헐떡이며 오매불망 그리던 배너미고개에 오른다.
그림에서 익히 봐왔던 곳인지라 오르자마자 단박에 아 여기 하는 알음새가
절로 나온다.
명성에 걸맞게 대여섯평의 자리가 사미승의 깎은 머리처럼 단정해 쉬어
가기엔 그만 이더라.
한참을 쉬엇다가 떨어지기 싫은 발길을 겨우 다잡는다.
오는 도중에 생강꽃도 보았는데 웬 바람이 이리도 모질고 극성스러운지
등에 땀 채일 겨를이 없다.
낙엽이 소복이 쌓인 길은 이리저리 휘돌아 가며 된비알을 올라서는데
등로 한켠에 아직은 어리고 성긴 진달래가 꽃봉우리를 반쯤이나 피워
올렷다.
어린것이 아직 세상 물정를 몰라 꽃송이를 펼치기는 했으나 이 살에는
한풍을 어찌 견딜런지 여린 꽃잎이 애처럽기만 하다.
모두가 가지산으로 몰려 갔는지 어쩌다 만나는 인기척이 되려 반갑고
무주공산이 전부 내것인양 여유롭다.
전망이 좋을 듯한 봉우리를 왼편으로 우회해 돌비알을 딛고 올라서면
학심이골의 조망이 기가막힌 쉼터가 나온다.
언제던가 상운산에서 안개에 묻혀 길을 잃고 여기까지 밀려 와서는
하염없이 가지산을 찾았던 기억이 아련하다.
쑥떡 한개를 내어 입에 넣어 보았으나 소태를 씹는듯 입맛이 써 학심이
골에 보시를 하고는 신발 툭툭 털어 일어선다.
빨랫줄 상거 만큼에 헬기장과 함께 쌍두봉 갈림길이 나타난다.
상운산 까지 잇고 싶었으나 어차피 다음주에 다시 걸을 길이라 동하는
욕심을 매어두고 쌍두봉으로 내려선다.
쌍두봉은 멀리서 보면 진해의 시루봉처럼 여인의 젖꼭지를 연상케 하는
대단히 매혹적인 봉이였으나 막상 오르니 떨어져서 보던 때보다 되려
흥취가 못하다.
지족선사를 파계 시킨 명월(황진이)이가 서화담을 시험하러 일부러
비오는 날 저녁 홑치마 홑저고리에 비를 맞아 속이 훤히 드러나는
육감적인 몸매로 화담을 찾았으나 선생은 따뜻한 아래목을 권할 뿐이엿다.
그날밤 혼자서는 무서워 못잔다는 핑계로 선생과 한밤에 들어 갖은
교태와 아양으로 간릉을 떨었으나 선생은 도무지 요지부동이더라.
이튿날, 명월이 의복을 단정히 하고는
"선생님 아름다운 꽃을 보면 꺾고 싶은 겄이 인지상정인데 선생님은
오히려 태연하니 저의 미모가 부족한 탓인가요?"
이에 화담이 답하기를
"꼭히 그렇지만은 않다. 꺾은 꽃은 금방 시드는 법이니 시든꽃을 즐겨할
까닭이 없지 않느냐. 두고 보며 사랑하는 것이 선비의 운치니라."
이에 진이는 크게 감복해 몇년을 더 모시며 스승으로서의 대접을 아끼지
않는다.
성깔 있는 모양새에 비해 쌍두봉 올라 서기는 그리 어렵지가 않다.
앙징맞은 오석의 정상비가 단아하고 주위의 풍광이 참으로 훌륭하다.
그러나 시샘 많은 바람쌀이 워낙 세차 오래 머물지는 못하고 바위 등걸에
매어 놓은 줄을 타고 내려 서는데 객도 어디가서 똥깨가 적다는 소리는
안 듣는데 강풍에 몸피가 휘둘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이후의 길은 부드러운 오솔길로 바뀌어 천문사로 순후하게 이어진다.
산의 형세가 저리도 요염하고 이름마저 쌍두봉이니 쌍두봉 아래 어째
쌍과부집 옥호가 걸린 주막 하나쯤 없을까 보냐.
바람쌀에 자지러지며 천문사를 빠져 나오는 길이 급하고 급하다.
허 근데 어디가서 쌍과부 주막을 찾아보누. 거참..
2006년 3월 12일 난테 진맹익 .
첫댓글 과연!!! 쌍두봉이라 하여 대체 어디쯤에 있는지 내 산행기(영남 알프스의 막내들)에서 찾아 보니 있구료^^ 맥주잔에 하양이(하이트소주) 석잔에다가 2차까지 가셨으니 안봐도 알것소. 그날 강풍으로 아우님 같은 몸짱도 몸이 흔들렸나 봅네다.
그 쌍과부 주막은 찾았소? 언제 어느때 읽어도 아우님 산행기를 읽으면 엔돌핀이 팍팍 돕네다. 아우님 산행기를 더욱 폼나게 하기 위해 내가 파노라마 사진 하나 아래에 올려 놓았수 ^^
지난 주말에 산행하신분들이 꽃샘 강추위와 강풍에 모두 혼쭐이 났지요..ㅎㅎㅎ 사진으로나마 보면 좋을것 같은 쌍두봉입니다.ㅎㅎㅎ 수고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