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왔던 길로 돌아서 내려가는 길이다.
오면서 자세히 보지 못했던 길들을 다시 자세히 보며 가야지, 마음먹고 새벽에 버스를 타러갔다.
깜깜한 길에 버스 한 대가 서있고, 차 지붕위에 배낭들을 싣고있다.
버스 조수가 실어주겠다는데도 나는 안심할 수가 없어 직접 지붕으로 올라가 배낭을 묶고, 다시 체인과 자물쇠를 이용해서 버스에 고정을 시켰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그 버스 안에서 스리나가르를 거쳐서 오는 20대 중반의 청년과 30대 초반의 세아가씨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일행은 금방 5명이 되었다.
학생들, 특히 남학생들이 돈 조절을 못해서 충동적으로 한군데에서 많은 돈을 써버리고, 돈이 부족해서 쩔쩔매는 모습을 보곤 했는데, 이 청년도 스리나가르에서 400불을 며칠 만에 써버리고 돈이 없어서 하루 한 끼씩으로 해결해 가는 중이라 한다.
라다크 아주머니
타그랑라에서
타그랑라를 다시 지나며
휴게소
가야할 길
타고간 버스
눈 녹은 물
산!!
덜 녹은 눈
길...
밤에 사추에 도착해서 텐트에서 잠을 자는데 상황은 올라갈 때와 똑같다.
텐트에서 자는데 일인당 200루피, 식사는 한 끼에 100루피,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 모두가 텐트에 짐을 푸는데, 우리의 일행들, 이 의지의 한국인들은 200루피씩이나 주고 텐트에서 안자겠다고, 버스에서 자겠단다.
그래서 해발 4,250m의 사추의 버스 안에서는 한국인 남자1명과 여자 3명이서 밤새 추위와 싸우며 800루피의 외화를 절약했다.
다음날 새벽에 버스에 가보니 담요만 하나씩 뒤집어쓰고 덜덜 떨고 있다. 두 번째 가는 길이라 적응이 되어서 그런지 처음보다 좀 쉽다. 숨쉬기만 좀 힘들뿐 경치를 감상할 마음의 여유로움이 많아진 느낌이다. 오후 5시에 버스기사가 마날리라고 이야기하자 모두들 환호와 기립박수!! 우리 일행이 된 다섯명은 릭샤를 타고 바쉬쉿 근처의 숙소로 오게 되었다.
마날리에서
1. 마날리스케치-일행들
아침에 밥을 해먹고 온천을 다녀온 후, 새로운 곳을 찾아 올드 마날리로 숙소를 옮겼다.
올드 마날리는 바쉬쉿에 비해서 더 번화하고, 관광지의 모습을 풍긴다.
히말라야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 가장 큰 결점이라면 마날리에 접근성이 좋아 걸어서 마날리를 다녀 올 수 있다는 점이 최대의 장점인 것 같다.
숙소를 옮긴후 우리 일행은 델리행 버스표를 예약하기위해 함께 마날리로 걸어가다가 전나무 숲길을 가게 되었다.
입장료가 5루피인데 우리의 일행들은 입장료를 내지말고 그냥 들어가 버리자고 하더니 그냥 가버린다.
내가 조금 뒤쳐져서 갔더니, 입장료를 받는 사람이 나에게 와서 5명분 입장료를 내라고 한다.
5루피를 줬더니 25루피를 주던지 나가라고 한다. 그래서 그냥 나와 버렸다.
바깥쪽 길을 걸어가서 나오는 쪽 입구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일행들이 나오지를 않는다.
버스스탠드로 가봐도 없어서 버스스탠드에서 사람들 구경을 하며 한시간 이상을 기다려도 아무도 안온다.
나혼자 의리도 없이 표를 사갈수도 없고, 시간이 너무 오래되어 숙소로 다시 돌아가려고 가다가 배가 고파서 아무 식당이나 보이는 대로 들어갔는데, 아니! 일행들 4명이서 그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다.
이렇게 공교로울 수가!!! 이 사람들도 내가 올 줄 전나무아래서 한시간 이상 기다리다가 나와서 찾다가 도저히 못 찾겠어서 포기하고 들어와 밥을 먹는 중이라 한다.
그래서 우리는 25루피만큼의 이별과 재회를 경험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세 아가씨들은 머리모양을 만든다고(레기머리?) 미장원(??)에서 머리를 하는데 별로 할 일도 없는 우리들은 옆에서 구경을 했다.
무려 세시간이상이나 걸리는 머리를 하면서 너무너무 행복해 하는 모습을 아무런 감동없이 지켜보면서, ‘사람은 각자 자기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때 참 행복해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기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어보이는데도, 본인은 너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남의 인생에 끼어들어서 간섭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음인가가 느껴졌다. 사람은 모두가 각자 자기의 인생을 살고 있을뿐,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것을 해라, 하지마라 간섭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공연히 남의 행복을 가로막고 있을 뿐이다.
마날리의 아름다움
꽃밭에서
머리하기 시작
3시간후
마날리 시장에서 고기에 말아준 25루피짜리 국수
2. 마날리스케치-술이야기
마날리를 다녀오다가 술을 살려고 와인샵을 찾는데 와인샵이 이 근처인것 같은데 안보인다.
사람들에게 와인샵을 물어보니 그 옆이 맞다. 그런데 참 신기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가게의 셔터가 내려져있고, 셔터에는 가로 세로 20cm쯤 되어 보이는 구멍이 뚫어져있고, 그 구멍을 가리고 한 사람이 서서 돈을 받고, 구멍 안에다 술 이름을 이야기하고 돈을 넣어주면, 안에서는 신문지에 둘둘 말린 술병이 나오고, 술을 산사람을 티를 올려서 바지 속으로 술병을 집어넣고, 티로 가리고 가는 모습이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계속 그렇게 판매를 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오늘이 광복절이라, 공휴일이기 때문에 술을 판매할 수가 없는 날이란다.
그러니까 불법으로 술을 판매하는 현장이다.
인도에서는 술과 고기가 아주 저급한 음식에 속한다.
술이나 고기는 브라만 계급은 절대 입에 대지 않는다.
영국에 항거해서 일어난 세포이의 항쟁이 고기기름을 입에 묻히면서 총을 닦으라는 명령에 불복하는 브라만들의 항거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정도이니, 브라만은 물론이고, 좀 점잖은 인도사람이라면 술이나 고기를 먹는 일은 아주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것은 신분이 아주 낮은 사람들이 먹는 저급한 음식이다.
게다가 술은 아무 곳에서나 먹을 수가 없다.
식당에서 술을 마시는 일은 허용되지 않고, 더군다나 술을 마시는 주점은 인도전역에서도 허용된 곳이 몇군데 되지 않는다.
고아, 디우등등의 불과 몇 군데에서만 술집에서 술을 마실 수가 있다.
다른 도시에서는 오직 잉글랜드 와인샵에서 술을 판매만 하는데 그것도 공휴일은 판매가 불법인가 보다, 이런 신기한 모습을 보고, 사진을 안 찍는다면 여행자라고 할 수가 없지,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이 인도사람들은 포즈까지 취해준다. 경찰에게 사진 보여주면 절대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데 하나도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다. 그래 노프로브램~~~
술을 이렇게 판매~~~
3. 마날리스케치-고급레스토랑
다섯이서 버스를 타고 인근의 나가르성을 갔다.
나가르성은 언덕위에 있는데 성이라기보다는 커다란 저택이라는 표현이 맞을것 같다.
땀을 뻘뻘 흘리며 언덕을 올라가 성에서 내려다보는 나가르의 풍경은 참 아름다웠다.
사이사이 나무로 지르고 그 안에 돌을 쌓아올린 건축양식은 참 독특해 보였다.
성에서 내려다보는 집들도 지붕에 기와를 얹듯이 넓적한 돌들을 올려놓았다.
나가르성에서 내려다본 마을의 지붕-넙적한 돌을 기와대신으로 사용했다.
이 지방에서는 넓적한 돌들이 많이 나오나보다 생각하며 마날리로 돌아왔는데, 5루피도 아까워 벌벌떨며 안쓰는 이 꼼쟁이 아가씨들이 마날리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송어구이를 먹으러 가자고 한다.
함께 가서 송어구이를 시켰는데, 조그만 생선 한 마리, 감자 반개, 토마토 세쪼각, 빵 한조각이 나오는데 1인당 가격이 380루피다, 윽, 이 돈이면 25루피짜리 후라이드 라이스를 15그릇을 사먹을 돈인데...
380루피짜리 송어구이-인도를 다니는 도중의 가장 비싼 식사
살짝보니 380루피짜리 송어구이를 시켜놓고 세아가씨는 너무나 행복한 표정이다.
5루피를 아끼려고 전나무숲을 도망쳐 들어가고, 20루피짜리 빵은 비싸서 안 사먹고, 200루피를 줘야하는 텐트에서 안자고, 버스안에서 담요뒤집어쓰고 밤새 덜덜 떨며 견디고, 380루피짜리 이 정도의 밥상을 받아들고 행복해 하는 모습에 나도 그냥 따라서 행복해 하기로 했다.
저 분위기에 어찌 감히 내가 다른 발언을 할 수가 있을까보냐??? 다 먹고나서 송어구이가 너무 맛있지 않느냐고 묻는 말에 얼른 대답을 안 했더니 기분이 나빴느나고 묻는다.
흔쾌하지 못함은 나의 잘못이다.
내가 그들과 동화되지 못하고 내 방식만을 옳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방식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흔쾌하지 못함을 만들어냈고, 그들은 이미 그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나의 잘못이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방식이 있고, 내게는 내 방식이 있다. 나 혼자 다닐 때에는 내방식대로 다니면 되지만 함께 다니기로 했으면 흔쾌히 방식에 동의해야 하는데 마음속에 담고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송어구이에 얽힌 불편한 생각들을 그대로 내려 놓았다.
4. 마닐리스케치-숙소에서
인도의 곳곳에서 마약을 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곳 올드마날리는 제일 심한것 같다.
특히 이스라엘 청년들의 마약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군대에 다녀온 이스라엘 청년들에게 1년씩의 해외여행을 국가가 부담을해서 보내준다고 하는데 대체적으로 이스라엘 청년들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은 것 같다.
특히 마약을 하고잇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이스라엘 청년들이다. 우리 숙소에서도 10여명의 이스라엘 청년들이 대낮부터 마약에 취해 눈을 거슴치레뜨고 레스토랑을 점령하고 있다. 그래도 마약에 취해다니는 한국 사람을 한명도 만나지 않은 것만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이 생일이라는 동행 청년의 말에 세아가씨가 나갔다 들어오더니 조각빵들의 모임으로 급조한 케익을 들고들어왔다. 그래서 우리는 마날리에서의 마지막 밤을 세상에서 가장 멋진 케익으로 생일축하노래를 부르며 놀 수 있었다.
조각빵으로 급조한 케익
야크
첫댓글 감사합니다
레게머리.. 송어구이..
입장료내지 않고 전나무숲으로 가는 건
아주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됩니다.
돈이 없어서 그런것도 아니고
비싼 송어구이는 먹으면서 그리 하는건 더더욱 아니지요...
공원관리하는 유지비도 상당히 들터인데...
잘잘못 가리지말고 그냥 봐 주시지요,,ㅎㅎ
여행 다니는 여유 멋있어요~ ` 참 즐거운 인생을 사시네요
님도 늘 즐거운 인생을 살아 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