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체와 보증사가 하자보수 보증기간이나 대상을 특정해 보증계약을 체결했더라도 보증기간이 중복된 하자의 경우 하자보수비가 보증금을 초과했다면 보증사는 아파트에 보증금을 전용해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최근 서울시 은평구 H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건설공제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하자보수 책임기간이 10년, 5년에 해당하는 아파트 주동 외벽 건식균열이나 지하주차장 천장 건식균열의 하자는 보증기간 3년에 해당하는 콘크리트 하자로 전용해 보증금을 구할 수 없다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환송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구 공동주택관리령 제16조 제1항 별표 7에서 정하고 있는 ‘하자보수 책임기간 1년, 2년, 3년에 해당하는 각 공사별 하자’와 ‘하자기간 5년 또는 10년에 해당하는 공동주택 내력구조부의 하자’는 상호간에 중복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자보수 책임기간 1∼3년차에 해당하는 각 공사별 하자가 내력구조부(기둥·내력벽 또는 보·바닥·지붕)에 발생한 경우 그러한 하자는 하자기간 5년 또는 10년에 해당하는 내력구조부 하자에도 동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업주체인 H사와 피고 보증사 사이에 보증기간과 대상을 특정해 하자보수 보증계약을 체결하면서 달리 각 보증계약 사이에서 보증기간이나 대상이 중복되는 것을 배제키로 하는 등의 특별한 약정을 했음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아파트 주동 외벽 건식균열 하자는 이 사건 제3보증계약(하자보수 책임기간 3년인 철근콘크리트공사 하자를 보증대상으로 하는 보증계약)의 보증대상에 해당함과 동시에 제1보증계약(하자기간 10년인 기둥·내력구조부 하자를 보증대상으로 하는 보증계약)의 보증대상에도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하주차장 천장 건식균열 하자는 제3보증계약의 보증대상에 해당함과 동시에 제2보증계약(하자기간이 5년인 보·바닥·지붕 하자를 보증대상으로 하는 보증계약)의 보증대상에도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같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하자가 제1, 2보증계약의 보증대상에 해당할 뿐, 제3보증계약의 보증대상에는 해당하지 않다고 봐 이 하자에 제3보증계약에 의한 보증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하자보수 보증계약의 보증대상에 관한 법리오해로 인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어 이 점을 지적한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며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이 아파트 대표회의는 하자가 발생해 사업주체에 보수를 요청했으나 여전히 하자가 잔존, 지난 2006년 6월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대표회의는 “주동 외벽 건식균열이나 지하주차장 천장 건식균열 하자는 하자기간이 10년과 5년에 해당하면서 보증기간 3년인 철근콘크리트 공사에도 해당하므로 제1(보증기간 10년)·2(5년)보증계약에서 정한 보증금 3천4백49만여원이 이들 보수비 9천1백26만여원에 부족하므로 그 차액 5천6백76만여원에 대해 보증기간 3년인 제3보증계약의 보증금액의 범위 내에서 전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인 서울서부지법은 지난해 7월 대표회의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보증사는 이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다. 서울고법은 지난 3월 “보증기간 10년과 5년에 해당하는 하자를 보증기간 3년에 해당하는 하자로 전용해 보증금을 구할 수 없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후 대표회의는 2심 판결에 불복, 상고를 제기해 이같은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 원고 대표회의의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새빌의 주규환 변호사는 “그동안 건설공제조합은 대한주택보증과 달리 5·10년차 하자보증금을 초과한 하자보수비를 3년차와 중복된 경우에도 3년차 보증금에서의 전용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은 건설공제조합의 이러한 관행을 깬 판단으로써 앞으로 보증기간이 중복된 하자의 경우 하자보수비가 보증금을 초과하면 아파트에서는 보증금을 전용해 받을 수 있게 돼 입주민 입장에서 상당히 유리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