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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멎을 것 같은 겨울 백두산 글/사진: 이종원
인천에서 16시간 배를 타고 단동에 도착해서 다시 버스에 올라타 통화까지 거친 눈길을 헤쳐 달려갑니다. 신흥무관학교가 있었던 통화에서 여장을 풀고 싶었건만.... 다시 야간열차에 올라탔습니다. 그리고는 만주벌판을 달리고 달렸습니다. 망국의 한을 억누르며 백두산 자락 이곳저곳 옮겨다니면서 독립을 꿈꾸었던 선혈들은 밤하늘 별만큼이나 빛이 납니다. 백두산 향내에 슬그머니 눈을 떠보니 기차는 이미 백두산 자락에 들어선 겁니다. 다시 짚차를 갈아타고 타고 두툼한 눈길을 달려 백두산 입구인 산문 앞에 섰습니다. 꼬박 이틀을 쉬지 않고 달려온 셈이지요. 그 사무친 감회를 어찌 표현하겠습니까? 백두산. 당신은 누구시길래 ...왜 나를 이 멀리 끌고 왔습니까? 엄밀히 따지면 제 발로 이곳에 찾아 온 것이 아니랍니다. 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겨울백두산이 저를 초대한 것이지요. 그러니까 제가 자석에 딸린 쇠붙이마냥 이끌려 온 겁니다. 백두산은 우리민족 모두에게 이런 자력을 가지고 있지요. 바로 정신적 원천의 샘이기 때문입니다.
산문을 벗어나면 백두산의 우렁찬 나무가 멀리 남쪽에서 온 손님을 맞이합니다. 사스레나무, 잎갈나무, 가문비나무...남쪽에서는 생전 보지 못한 나무들이 도열병처럼 서 있답니다.
귀염둥이 대장은 이를 놓치지 않고...모놀포즈를... "아이 귀여워"...순전히 저 혼자만의 생각입니다. 지금이야...기분 좋게 웃지만...조금만 기다려 보셔요. 혹한속에 벌벌 떨고 있는 대장모습을 공개합니다요.
겨울 백두산은 중국 스키선수들의 훈련장이랍니다. 차가 도로를 달리다가 스키선수들이 튀어나올 수 있으니....조심하라는 안내판도 설치되어 있답니다. 그렇게 연습했는데...동계올림픽에서는 메달하나 못땄잖아요...한국한테 백두산 무상양도하면 금메달 따서 그냥 줄 생각도 있는데.....^^
2월 26일 오전 9시. 드디어 백두산 천지를 향해 출발합니다. 남쪽은 지금 봄마중이 한창인데....이곳은 아직 동토의 땅입니다. 천지에도 꼭대기에 온천이 있어 아무리 추운 날씨라도 이렇게 물이 흐른답니다.
그 아름답던 장백폭포가 꽝꽝 얼었습니다. 폭포인지 눈덩이인지 영 구분 되지 않을 정도로...
슬슬 날씨가 좋아진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폭설로 한치 앞도 볼 수 없었는데... 백두산에만 오르면 이렇게 날씨가 도와주니....어찌하오리까..아마 모놀회원들의 염원 때문이 아닐까요
저 앞에 보이는 건물이 천지 올라가는 매표소랍니다. "40분만 오르면 천지를 만질 수 있습니다." 등반객을 유혹하는 간판인데...꽝꽝언 겨울천지를 접하는 것도 의미있답니다.그런데 40분은 턱없습니다.1시간 반은 걸릴겁니다.
무릎팍까지 빠지는 눈을 혜쳐고 가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처음 산행하기 때문에 등산로를 우리가 만들면서 올라갔습니다. 어찌나 춥고 힘들던지.....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 '참아야 되느니라.'
고지가 바로 저긴데....저 고개가 바로 달문입니다. 빨리 천지가 보고 싶다.
양영훈 작가가 천지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딥니다. 빨간 스패치 샀다고 자랑하던데...
사진을 잘못 찍어 정확히 보이지 않지만 장백폭포 눈사태 장면입니다. 한 무더기가 떨어지는데... 그 굉음이 요란했지요.
중턱쯤 가면 이런 터널이 나옵니다. 여름에 왔을 때 백두산 분위기 다 버린다고 손가락질 했는데....아마 이 터널이 없으면 겨울백두산은 꿈도 꿀 수 없을 겁니다.
눈과 바람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사가 무지 급하지요.
긴 터널을 벗어나면 이런 장관이 펼쳐진답니다. 승사하 이좁은 계곡을 지나 여러갈래 백하가 되어 송하강이 되어 만주를 적시고 북으로 흘러 우리민족의 뿌리인 바이칼호수까지 흐르게 될겁니다. 남쪽으로는 백두대간이 흘러...지리산까지 이어지구요. 그 족보를 들쳐보니...한없이 자랑스럽고..한편으로는 서럽고...
그리고 천지를 향해 평탄한 길을 걷지요.
결코 쉬운길은 아니지요. 푹푹 발이 빠지고, 칼바람이 목과 가슴을 파고듭니다. 아이고 시원해. 다행이 몸무게가 많이 나가 넘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천지를 향해 하염없이 걷습니다. 과연 백두산은 어떤 존재이길래 이런 날씨에 이런 곳을 찾겠습니까? 왜 이다지도 가슴이 설레게 하고 찢어지게 하는가?
지금 겨울 백두산은 오로지 청정함만 남아 있습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광명이 떨어집니다. 칠색 무지개가 휘감고 있는 광명입니다. 그리고는 천지(天池)를 덮고 있습니다. 이곳이 인간의 세계인지...신선의 세계인지...
앞사람이 천지를 눈앞에 두고 갑자기 쓰러집니다. 너무 힘들고 지쳐서 그렇습니다. "바로 저 앞이 천지랍니다...어여 힘 내세요. 힘내."
걷고 걸었습니다. 웅장한 바위를 하나 넘으니 천지가 제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아....
눈썹도 얼고, 입도 얼고...안경도 얼어 붙었고 카메라까지 말썽이더군요. 아마 제 머리통도 얼었을겁니다. 단 천지를 녹인 제 가슴 하나만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9명의 일행중에서 가장 늦게 올랐습니다. 체력의 한계를 절감했습니다. 천지를 본 순간부터 담배를 끊었습니다. 면세점에서 산 담배는 중국사람들께 전부 나눠주었습니다. 죽을 때까지 천지를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그것도 건강한 상태에서 천지를 만나야 면목이 설 것 같습니다.
세상을 삼킬 듯한 고요
백두산 괴물 동상이 목만 내밀고 있고 임시 휴게소는 지붕만 간신히 보이고 있답니다.
바로 저 봉우리가 중국에서 가장 높은 천문봉이랍니다. 짚차를 타고 올라가 천지를 바라볼 수 있답니다.
예수님은 갈릴리 호수를 걸었지요. 저도 천지를 걷고 싶었습니다. 여름에는 걸을 수 없지만 겨울에는 원없이 천지를 걷을 수 있습니다.
저 봉우리가 있는 곳까지 걷게 되면 바로 우리 동포가 살고 있는 북녁땅이 나오지요. 어여 빨리 그들을 만나야 하는데....그러나 바람과 살을에는 듯한 추위는 더 이상 발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등산화가 땅바닥에 붙어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념의 바람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눈물을 흘리니 가느다란 고드름이 만들어지네요. 그래도 일없습네다. 이 장면을 보기 위해 수천리를 돌아서 이 곳에 선 겁니다.
영하 30도. 바로 이 간이 휴게소에서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습니다. 한 잔에 2천 원. 천지 물을 데워 만든 커피라서 더 맛이 진합니다. 그 뜨거운 것이 목구멍을 타고 들어갔을 때 제 심장도 꿈틀거렸습니다. 이 곳에서 차 파는 사람들..정말 대단하지요. 어찌나 발걸음이 빠르던지...우리보다 늦게 올라왔는데 먼저 도착해서 차 끓이고 늦게 끝나고 먼저 하산을 했습니다. 백두산 다람쥐들입지요.
천지를 건너 가고 싶지만...못가는 신세. 한국에 돌아와 북한지도를 들쳐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백두산까지 가는 길을 그려보았습니다. 서울-개성-사리원-평양-회천-강계_혜산-백두산 통일되면 가장 먼저 이 길을 달려가렵니다.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곳이 북한에서 가장 높은 장군봉이랍니다.
천지를 둘러싸고 있는 봉우리. 성난 기세가 느껴집니다.
시선
드디어 천지를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아까보다 봉우리가 더욱 선명하게 보인답니다. 조금만 더 머물면 좋은 장면을 잡을 것 같습니다....일행은 벌써 달문을 벗어났지만 제 발등이 떨어지지 않는 겁니다. "마음으로 담아야돼....절대 잊지 말아야돼." 혼자서 뭐라고 짓껄였는지도 모릅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제 머리가 무지 얼었거든요. 지금 기온이 영하 30도, 바람까지 거세니까..체감온도는 영하 40도에 육박합니다. 바로 한반도의 북극입니다.
미련 때문에 자꾸 뒤를 돌아봅니다. 괜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댑니다. 아까도 찍은 장면인데...그래도 눌러댑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감동은 영영 제 기억속에서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합니다.
마지막 천지장면입니다. 시야와 기억속에 마지막 잔영들을 구겨넣었습니다. 이젠 다시는 보지 않을겁니다. 떠날 때 뒤돌아보면 저는 백두산 소금기둥이 될 것 같아서요. 소돔과 고모라 처럼 말입니다.
그 청명했던 날씨가 눈보라로 돌변했습니다. 서둘러 하산해야 합니다.
장백폭포를 지날 때였습니다. 누군가 눈밭에 어머니라는 글을 써놓았더군요. 그걸 보는 순간 가슴에서 울컥!!! 오마니
백두산 유황온천에 계란이 익고 있어가고 있습니다. 메추리알, 오리알도 있고.... 들바람님 남편분이 좋아하는 중국산 천하장사도 온천물에 몸을 데우고 있습니다.
상점에서 등산화를 빌릴 수 있고...농산물도 구입할 수 있지요. 상점이 거의 눈에 덮혔어요. 지금이 거의 3월인데...산타할아버지는 고향으로 갈 때가 되지 않았나요?
백두산 온천...온도가 78도랍니다. 바깥온도는 영하 20도. 주변의 경관을 천하절경. 미끈미끈한 물이 죽이더군요. 저 수영도 했어요. 수영복 사진은 절대 공개 불가
사스레나무는 줄기까지 눈속에 파묻혀 있습니다. 하얀 눈이 물들었는지...나무에 희끗희끗 새치가 보이더군요.
은가락지 호수인 소천지...그 맑던 물이 이렇게 눈을 뒤집어 쓰고 있어요.
소천지.
뜨거운 온천물에 몸을 담궜다 나와 백두산을 벗어납니다. 쭉쭉 뻗은 침엽수 사이로 달리는 기분이 끝내줍니다. 민무늬 타이어로 눈길에도 마구 달립니다. 중간에 기름을 다 사용하여 앞 짚차에 의해 끌려갔습니다.
백두산 북파에서 서파까지 짚차를 타고 달렸습니다. 3시간여 걸리는데...비포장이지만 울창한 삼림이 좋더구요. 천헤의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더군요. 다음에도 다시 달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답니다.
동북쪽에서 바라본 백두산입니다. 석양에 물든 금빛 산입니다.
하늘아래 첫동네 송강하의 서민식당에 들렸습니다. 5천원어치 만두를 시켰더니 25종류의 만두가 나옵니다. 소, 닭, 돼지, 양...야채...기타 등등..왠 만두 종류가 이리 많아.
잣입니다. 모델도 이영애가 아니라 이영애 비스무리한 여인네를 모델로 삼고 있지요. ^^ 대장금 열풍이 이 먼 동북3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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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 천지 보고 담배 끊었습니다. 건강한 몸으로 이 땅을 살아가겠다는 생각이 들어군요. 앞으로 담배로 저를 유혹하지 마셔요.^^ 천지를 보고 약속했습니다. 참 골초 양영훈 작가도 함께 끊었습니다. 오래 살아야 우리나라 많이 소개하지요....
대장님! 옆지기 카메노는 좋아하는 담배 끊으면 스트레스 받아서 더 빨리 죽는다고 그냥 좋아하는거 피우면서 살겠다는뎁쇼?^^
아이고~~ 보는것만도 칼바람이 부는 듯 숨이 찹니다....대장님 한 몸 불살라 우린 뜨듯한데서 구경 잘합니다요..그 맛난 담배하고 이별했다고라라라?
아.. 숨찹니다 겨울천지도 역시 장관일것 같았는데 눈앞에서 보신분들이 너무 부럽습니다. 다음에 저도 꼭 겨울 천지에 가볼거예요..
이런 이런 그 곳에 가고 싶다 내가 다니든 그 발길이 머무든 백두산이 그리워지네요,,,사진 즐감이네요,,
보기만 해도.. 아이고~추버라. 지는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에는 죽어도 못가겠네요! 대장님의 용기가 부럽습니다
나도..죽기전에 다시 가 볼 수 있겠지요? 백두산 눈위에다 '아버지'라는 글자를 쓰고 오고 싶습니다.내가 부어놓은 술은 얼었겠군요. 고생하셨습니다. 양작가님께도..안부를...
캬~~~~너무 멋지네요~~~고생 많으셨습니다.........
대장님은 행운아 네요 지난번 에도 천지를 볼 수 있었고 이번에도....ㅎㅎ 담배를 끓으면 술을 먹어도 그다음날 몸이 다르다 하네요. 대장님 담배 끊으면 담배값 내리는데~~~~
하루 빨리 특별회원이 되야 쓰갔네요..백두산도 가고..담배도 끊고...대장님 수고하셨습니다..그림 죽입니다.. 근디..수영복 사진이 상당히 궁금한데요??ㅋㅋㅋ;;
눈물이 날만큼 감동입니다
사진으로 봐도 저 정도인데 가히 상상이 갑니다. 그 깊은 감동을 저도 잠시 느껴보고 숨이 가빠 집니다.
눈 위를 러셀하며 다녀오셨군요. 정말 감동입니다. 보는내내 가슴이 뛰더군요./추운데 수고많으셨습니다.
왜 코끝이 찡~하고 눈시울이 빨개질까요..^^;;
모놀과 함께 했던 그 길을... 다시 하얀 설원의 그 길을 다녀 오신것을 보니 또 한번 감회가 새롭고 콧등이 씨큰 해 지려고 합니다...아~~너무 가고 싶은 겨울 백두산,,사진으로 만족하고 대장님의 그 감동을 충분히 함께 느낄수 있습니다요..그리고 담배 끊으시겠다는 그 약속 꼭 믿습니다..양작가도 함께요~금연 축하!
보기에도 그 어려운 길을 다녀오셨군요. 거기에다가 안경까지도... 안경이 필요한 저도 실감이 납니다. 장엄한 백두산을 잘 다녀오시고 이렇게 귀한 사진도 보여주시니 감사합니다. 대장님 화이팅!!!
아우~~~~ 또 가고 시포요...대장님..수고 많으셨어요..부러버..^^;
하나 된 나라를 생각하는 대장님 가슴속에서 우러나온 감동이 천지의 무지개 빛으로 폐부 깊숙한 곳까지 다가옵니다.
어려운 백두산 겨울 장정을 마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사진 한장한장을 보면서 여름철에 비를 맞으며 내가 왜 이고생을 사서하나? 했던 기억과 함께 천지에 올라서 역시 오르기를 잘했노라고 했던 생각이 함께 떠 오릅니다. 다시한번 축하 드립니다 ^^
같이 갔던 백두산이 새록새록 다시 살아납니다. 겨울 백두산도 언젠가는 꼭 가봐야할 것 같습니다.
멋져요~고생한 보람이 있으셨네요. 폐속에 담아온 백두산공기~금연 성공하세요!
늘~그런거지만, 오늘따라 더욱 가슴 절절한 전체메일 읽으며 소름이 돋고 왈칵! 눈물까지.. 우리 대장님 최고!!
백두산의 모습...감동 그 자체입니다. 답사시 버스이동 할때마다 내리자마자 담배 꺼내 물은 모습보곤 하였는데 이젠 그 모습 보기 어렵겠네요. 늘상 끊는다 끊는다 하면서 카메노 님 생각처럼 저역시 실천 못하고 있는데 부럽습니다.
너무 좋은 풍경과 경치와 아름다운 백두산의 장엄함이 절로 느껴지네여^^*
대단하십니다~~ 칼바람이 일고, 눈보라 몰아치고, 눈속에 빠지며 기여코 백두산 천지를... 사진으로 보는 백두산 겨울~~ 감동입니다. 저는 여름에 쉽게 갔었는데.... 힘들수록 그 추억은 더욱 값지실 것 같네여~~~~
감동입니다.. 세상에서 여행작가가 제일 힘든 직업이네요.. 한국이 작은 나라라 말들 하지만.. 그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우리동네는 가로수마다 한창 물이 오르고 있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