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찰청 607전경대 상경 한재선
사랑하는 어머니께
어머니 어느덧 제가 군대에서 맞는 두 번째 겨울이 왔네요. 지지난 가을, 훈련소에서 당황한 나머지 부모님도 잃어버려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헤어진 게 어제일처럼 생생한데 시간이라는 것은 정말로 흘러가기는 흘러가나 봅니다. 군대에 그것도 전경이라는 직책으로 배속되어 저나 부모님이나 많이 당황했었죠. 전경이라고 하니까 텔레비전에서 보이는 시위를 진압하는 모습이 연상되셨겠죠. 하지만 어쩌다 보니 경찰청 자경대, 그중에서도 식당에서 일하는 취사병의 일을 하게 되었네요. 처음 군에 입대할 때는 제가 식당일 같은걸 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는데 말이에요. 정말 세상 일, 주의 뜻은 인간의 생각으로는 예측하기 힘든 것인가 봅니다.
군인들이 흔히 서로 이런 말을 하죠. ‘자기가 하는 업무가 제일 힘들다’고.. 모두의 말이 맞는 말일 겁니다. 육군은 육군 나름대로, 해군은 또 해군 나름대로, 우리 전경도 그 나름대로 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겠죠. 어른들 말씀이 군생활 참 쉬워졌다고 하시지만 그것이 현재 군 생활을 하는 우리에게는 또 그렇지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저 역시도 처음에 많이 힘들었답니다. 집에서 외동아들로 편히 자라던 놈이 군대라는 새로운 환경, 낯선 장소에 적응하기가 난감하기 이를 데 없더군요. 그래서 이런저런 일로 부모님 속도 꽤 많이 썩혀드렸을 겁니다.
그래도 얻은 게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사회에서 다 한 기도보다 군대에 들어와서 한 기도가 훨씬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날 낳아준 사람, 날 현재까지 있게 한 주님에 관해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하고 떠올릴 기회가 밖이었다면 과연 있었을까 싶답니다. 그러고 보니 군대 오기 전에는 어머니께 편지 한번 써본 일이 없는 것 같네요. 24년 넘는 세월동 안 어머니께 편지 한통 안쓰다니, 참 부끄러운 아들입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도 어머니 속을 혹여나 썩힐 일이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 해도 최대한 어머니 이름에 떳떳한 아들이 되기를 다짐하며, 이번 기회에 평소에 해보지 못한 이 말이 해보고 싶네요. 어머니, 정말 사랑합니다.
<2> 5기동단 55중대 수경 윤제욱
이제 군 생활 한 달 반 정도 남았는데 입대하고 나서 현재 이 시간이 오기까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환경과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에서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비통함(?) 그리고 모멸감...
처음에는 어떻게 이런 생활을 2년 동안 하면서 버틸까... 참 걱정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 중에서는 좋은 일도 있었고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했는데 왜 그 당시에는 부정적으로만 느꼈는지 모르겠습니다.
생각을 긍정적으로 하면 힘든 상황도 쉽사리 헤쳐 나가고, 현재 겪는 역경이 시간이 지나면 밑거름이 되고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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