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은 곱게 피부에 젖어든다. 삼월 중순으로 접어드니 불어 온 바람 속에 따스함이 숨어있다. 동두천 대로 변에 풍경이 왠지 정겹게 보이는 봄날의 시작이다. 아랫녘 홍매화는 지기 시작하고 구례의 산수유는 피기 시작하는데 북쪽에 자리한 동두천은 아직 기미가 없다. 붓을 잠시 내려놓고 담배 한대 베어 물고 뜨락에 나와 낙엽 수북히 쌓인 곳을 쳐다보니 히야신스 새순이 삐꼼히 머리를 내밀었다. 대문 옆 화단에 심은 금강초롱 또한 붉은 머리를 빼꼼히 내밀며 부드러운 햇살에 부비적 거리는 것만 같다. 언제 오려나 했던 봄이 저 전령들을 통해 "다 왔어요"한다. 머리를 들어 살구나무를 보니 움이 트느라 나무가지가 울퉁불퉁해 졌다. 아마도 올 봄은 사오일 정도 이르게 개화를 할 것 같다. 살구꽃이 피면 賞春祭를 해야지. 이제는 장년을 훌쩍 지나 알수도 없이 가버린 세월이 주는 선물로 어느새 노인네가 되어버린 벗들을 불러 봄바람 타고 하늘거리는 杏花 그늘 아래서 삼겹살을 굽고 쉰 김치 한 점 얹어 소주 한잔하는 봄날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