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국내판매를 시작한 스바루의 간판모델인 아웃백 3.6모델을 시승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같이 글쓰기를 하고 있는 윤형철기자의 배려로 잠깐이나마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이 차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깔끔한 엔진커버 아래에 위치한 수평대향 6기통엔진. 흔히 볼 수 있는 V6형 엔진은 양쪽에 3기통씩의 엔진이 V자형태로 60~90도의 각도로 마주보는 배열인데 이 엔진은 그 각도가 완전히 누워버린 180도 배열입니다. 엔진부품이 죄다 아래에 깔려있기 때문에 무게중심을 낮출 수 있고 상하진동이 없기 때문에 진동 소음 면에서도 매우 유리합니다. 다만 부피가 커지기 때문에 엔진을 배치하기가 까다롭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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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이 독특한 수평대향형 엔진을 적용하고 있는 차량모델은 스바루의 전 모델과 독일 포르쉐의 박스터, 케이맨, 911모델이 유일합니다.
구동계열도 상당히 진보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바루에서는 자신의 4륜구동 시스템을 Symmetrical 4WD라고 칭하는데 사전적 의미 그대로 네바퀴에 고르게 힘을 분배합니다. 이에반해 국산 4륜구동차량의 경우 평상시에는 앞바퀴 또는 뒷바퀴에 구동력을 두고 있다가 필요시 6:4정도 더 치우치게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진정한 4륜구동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독일 아우디의 콰트로 시스템에 버금가는 성능이라고 합니다.
스바루의 4륜구동과 험로 및 눈길주파능력은 사실 해외에서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눈이 많이 오는 미국 동부, 북부지역 및 로키산맥지역,그리고 캐나다에서는 스바루의 인기가 매우 높습니다. 애석하게도 이번 시승에서는 스바루 4륜구동의 진가를 100% 다 맛볼 수는 없었지만 고속 코너링을 통해 일부나마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차를 구경해보았습니다. 사실 디자인을 보면 좀 투박해 보입니다. 투박하다 못해 세월의 흔적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구식으로 보입니다. 인테리어의 구성도 소박하고 내장재도 그다지 고급스럽지 않습니다. 편의장비 또한 4천만원 중후반대의 차량에는 걸맞지 않게 간단합니다.
차를 세워놓고 흔들어보고 앞뒤 범퍼를 눌러보았습니다. 서스펜션이 상당히 무르게 세팅되어 있습니다. 큰 힘을 주지 않아도 아래로 쑤욱 눌리는 것은 물론 아래위로 한두 번 출렁거리기까지 하였습니다. 2년 전 기아 모하비를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그 불안함과 출렁거림이 느껴졌습니다. 차를 타보지 않고 구경만 했을 때의 느낌은 다소 실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의자에 앉고 시동키를 돌리면서 일전의 실망감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합니다. 일단 시트의 느낌이 너무나 편안합니다. 적당한 사이즈에 몸을 잡아주는 날개부분은 단단하게 되어있고 몸이 닫는 쿠션과 등받이는 푹신하게 되어있습니다. 몸이 의자에 밀착되는 느낌이 상당히 좋습니다. 엔진소리는 기존에 들어왔던 6기통엔진과는 다른 특이한 소리가 납니다. 잘 튜닝된 나팔소리라고나 할까요? 차체를 통한 진동은 역시 수평대향엔진답게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초반가속력은 그다지 빠르지 않지만 엔진회전수가 올라가면 갈수록 더 강한 힘으로 차를 밀어주는 느낌이 상당합니다. 3면이 탑승하고 에어컨까지 켠 상태에서도 고개가 젖혀지고 몸이 시트에 파묻힐만큼 맹렬하게 가속이 됩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우려했던대로 앞뒤로 출렁거림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같은 과속방지턱을 더 빠른 속도로 넘으면 오히려 출렁거림이 감소하면서 상당히 안정적인 거동을 보입니다. 무른 서스펜션 덕분에 승차감은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출렁거리는 듯 하다가도 중심을 잡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점점 필자의 머리에 스치는 유행어가 있습니다. "괜찮다~~!"
고속으로 코너링을 하니 "괜찮다~~!!"는 "올레~!!"로 바뀝니다.
차체도 높고 서스펜션도 무른데 코너링성능은 독일 스포츠세단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입니다. 같이 타신 동승자분들의 안전문제 때문에 제대로 몰아치지는 못했지만 상당한 운전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좋지 않은 머리로 나름 분석을 해보자면 낮은 무게중심과 100% 4륜구동의 만남이라 생각합니다. 일단 무게중심이 낮으니 좌우로 흔들거림이나 기울임이 적어지고 그만큼 서스펜션을 무르게 세팅해도 주행안정성을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4륜구동의 우수성은 이미 증명이 되었지요.
몇년 전 인기리에 상영되었던 영화 식객의 마지막 화두는 대령숙수의 비법의 탕이였습니다. 놀랍게도 그 비법의 탕은 흔히 접할 수 있는 육개장이였죠.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드는 최고의 맛. 그 감동을 보면서 이 차의 진가를 보게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 수저가 가면서 종국에는 그릇을 들고 국물까지 다 마셔버리는 대령숙수의 육개장처럼 투박한 디자인, 소박한 내장재와 편의장비, 흔해보이는 패키지에 실망하다가 직접 운전을 하면서 느껴지는 탄탄한 주행성능과 승차감에 감동하게 되었습니다.
"남자한테 차암~ 좋은데, 정말 좋은데....직접 말하기도 그렇고~"를 걸죽한 경상도 사투리로 연발하는 모 식품회사 회장님의 탄식이 들어가는 광고처럼 스바루 관계자도 비슷한 고민에 빠져있을 것입니다. 정말로 괜찮은 차를 어떻게 마케팅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