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스바루 포레스터를 시승했다. 정말 궁금하던 차였다. 상시 4륜구동의 비싸지 않은 차로 3700만원대 정도다. 아웃백이라는 차종이 리거시라는 세단을 베이스로 만든것과 비슷하게 이 차의 베이스는 임프레자 왜건과 세단을 합친 것이다. 차의 가격은 기아의 모하비 고급형과 비슷하다(경쟁 차종은 현대의 투싼, 혼다 CRV, 니싼 로그와 토요타의 RAV4 라고 한다).
4바퀴에 모두 동력이 전해지는 상시 4륜 구동의 차량은 아우디 콰트로나 레인지로버 그리고 험비라고 하는 거대한 SUV가 있다. 상시 4륜에 대해서는 예전 컬럼에서 한참 적은 적이 있다. 그런데 2.5L 이긴 하지만 포레스터는 상시 4륜이면서도 3천만원대이다. 하지만 더 저렴한 모델인 임프레자의 일본이나 미국 가격에 비하면 비싼 편이다. 하지만 차의 기본기는 상당히 좋다.
우선 신형 바디의 안전성은 상당히 높게 평가된다. 2009년 가장 안전한 차종중의 하나로 선정된 적이 있다. 측면추돌이나 전복시에도 다른 차에 비해서 안전하다. 차체의 구조가 사람의 늑골처럼 고장력강판 링과 비슷한 구조로 보강되어 있다. 그냥 철판을 모노코크로 접은 차종들보다는 훨씬 튼튼하다. 그리고 수평대향 엔진이라는 낮은 무게중심의 엔진배치와 항상 4바퀴에 일정한 양 이상의 토크를 배분하는 상시 4륜구동의 장점을 갖고 있다. 서스펜션도 맥퍼슨과 더블위시본을 앞뒤로 사용하는 특이한 구조다. 비슷한 경쟁사의 차종이 없을 정도로 독특하다. 등판 능력도 좋고 주행안정성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재 공간도 아주 넓게 나온다. 등판능력에 대해서는 yutube.com에 많은 동영상이 있다. subaru forester 같은 검색어를 입력하면 등판능력이나 주행특성에 대한 많은 자료들을 볼 수 있다. 2009 Subaru Forester라는 동영상은 이 차의 강점들을 모아 놓은 자료다. BBC톱기어에서는 테스트 드라이버가 차에 대해 상당히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타보아야 했지만 5월부터는 매우 바빴다. 사실이지 그 동안은 궁금했다. 스바루는 예전에 임프레자 터보 버전을 타보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 차는 너무 튜닝이 많이 되어있어서 일반적인 스바루의 차들을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다. 아무튼 호기심 때문에라도 타보아야 했다.
매장은 청담동 안세병원 옆에 있었다. 옛날 키노극장 옆에 맥도날드 매장이 있고 그 바로 옆 건물이다. 담당자는 윤영정 과장으로 소탈한 사람으로 보인다. 시승하는 날 BMX 자전거를 타고 매장에 시승하러온 이상한 고객을 처음으로 만나는 이상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질문이 이어졌다.
△스바루의 고객층은?
-40대가 많다.
△많이 팔리는 차는?
-리거시, 아웃백, 포레스터 순이다.
△연말까지의 목표는?
-스바루라는 차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 그 다음은 스바루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
△회사의 판매 목표량은?
-1년에 1천대에 근접하는 것이다(쉬워보이지는 않는다).
△포레스터를 처음 시승기종으로 타는 이유는?
-가장 스바루다운 차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시승차는 4단 자동변속기이다. 같은 2.5리터지만 cvt 변속기를 사용하는 아웃백 2.4보다 연비가 떨어지는 것은 변속기의 차이로 보인다. 변속기는 자동 4단이다. 출력은 170마력 정도이고 차량의 무게는 1500Kg 정도다. 높이는 170cm 정도이고 폭은 178cm 길이는 460cm 정도다. 기아의 스포티지보다 25cm 정도 길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25cm는 상당히 큰 차이가 난다. 훨씬 더 길어 보인다.
차에 타고나서 시동을 건다. 계기판과 센터파시아가 아주 간단하다. 복잡하거나 이질적인 요소가 없다. SUV로 분류되기도 하는 차치고는 그다지 높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4각의 사이드미러는 약간 작다는 느낌이 든다.(그러나 작지는 않았다) 약간 낮은 RPM으로 아이들되는 엔진은 상당히 조용하다. 페달을 밟는다. 차는 마력에 비해 초기 토크가 높아 쓱 나가고 만다. 사람들이 디젤같은 느낌이 드는 반응이라고 한다.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저 rpm에서도 힘이 남는다. 낮은 RPM에서도 최고토크보다 조금 떨어지는 출력이 나온다고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시내에서 차들의 추월은 별로 어렵지 않다. 차는 빠르다기 보다는 민첩하다고 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반응이 빠르고 무엇보다 출렁거리지 않는다. 핸들링과 브레이크는 아주 좋다. 후면시야도 아주 좋다.
시내를 돌아보고 나자 조금 더 달리고 싶어져서 구리시까지 몰아보았다. 차가 편해지기까지는 몇 분도 안 걸렸다. 브레이크를 세게 잡아도 불안하지도 않았으며 가속이나 커브에도 상당히 안정적이었다.(SUV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필자로서도 의외였다). 부족하지도 않았지만 힘이 넘치는 것도 아니다. 약간씩 커브와 추월의 강도를 증가시켜도 격한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SUV 특유의 출렁거리는 느낌은 거의 못 느꼈다.
시승을 끝내고 내려도 별로 힘들다는 느낌이 들지도 않았다. 시내와 교외의 주행에는 아주 편한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나중에 기회가 되면 논현동의 언덕길들을 올라가 보면 좋겠지만 첫날 이정도면 많이 다닌 셈이다) 어지간한 차들은 거의 타보았지만 특이한 경험이었다.
포레스터는 고가 모델이 아니라서 크게 비싸지는 않다. 상위차종인 아웃백이나 리거시에 비하면 천만원 가까이 싸다.(그래도 구입하려면 물론 무리를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차를 바꾸어야 하는 시점이라면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바루라는 차는 물론 타보지 않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 그래서 일단 궁금하면 시승할 필요가 있다.
다음주에는 아반떼 신형과 스바루 아웃백을 시승할 예정이다. 메이커들이 너무 많은 모델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