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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나라 밀란국과 여왕벌 붕붕이
1
저 남쪽지방 어딘가엔 자작나무 물푸레나무 팽나무 떡갈나무 느티나무 등 그 종류를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온갖 나무들이 빼곡하게 우거진 온두라의 숲이 광활하게 펼쳐져있습니다.
그리고 그 숲 중심부에는 지극히 풍요롭고 평화로운 가운데 밀란국이란 나라가 번영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밀란국은 오랜 역사를 지닌 꿀벌나라로서 제법 큰 도시로 형성되어 있고, 그 도시 중앙엔 여왕벌이 거주하는 제법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백성인 꿀벌들 모두가 협동적이고 열심히 일만 해 온터라 창고에는 먹을거리가 풍족하게 쌓여있고, 수많은 육각형 밀랍 인큐베이터 안에는 밀란국의 미래를 더욱 풍요롭게 할 아기씨들과 아기꿀벌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습니다.
밀란국 지천에는 수 만가지 꽃들이 사시사철 끊이질 않고 다투어 피었기에 부지런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질 좋은 꿀과 화분을 채집할 수 있어 꿀벌들로선 걱정거리가 하나도 없는 셈입니다.
온두라의 숲에는 꿀벌 외에도 온갖 종류의 나무나 풀이 무성하듯 사슴이며 멧돼지며 두더지며 여우며 뱀이며 온갖 종류의 동물도 살고, 딱정벌레며 사슴벌레며 풍뎅이며 거미며 개미며 온갖 종류의 곤충도 살지요.
그 모든 생명체들은 때론 서로 잡아먹고 잡아먹히기도 하지만, 그저 한 끼의 식사만 해결되면 그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았기에 그런대로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가 있었습니다.
기후도 온화하고 습기도 적당하여 모든 생물들이 만족하며 잘 살아갈 수 있는, 마치 천국과도 같은 곳이랍니다.
어느 날 말벌 한 마리가 그렇듯 풍요롭고 평화로운 밀란국을 찾아온 겁니다. 그런데 말벌은 어찌나 덩치가 우람하던지 꿀벌들에 비해 무려 여덟 배 가까이 몸집이 더 크고, 또 생김새도 험상궂어보여 그것만으로도 꿀벌들은 오금이 저려올 지경이었습니다.
게다가 꽁무니에 지니고 있는 창도 마냥 굵고 길어 위협적인데다 집개이빨도 엄청나게 크고 무시무시했지요.
“와, 엄청난 거인이닷!”
“저 꽁무니창으로 찔리면 우리 같은 꿀벌은 찍소리도 못하고 죽을 거다.”
“저 집개이빨을 또 어떻고? 저 걸로 물어뜯기면 우리 같은 꿀벌은 단번에 두 동강이 나겠지?”
소문으로만 듣던 말벌을 난생 처음 가까이 접한 꿀벌들은 한편 겁이 났고 주눅이 들었으나 일부러 찾아온 손님이라 여기고 깍듯이 맞이했습니다.
원로꿀벌들이 나섰습니다. 나머지 꿀벌들은 원로꿀벌들 뒤에서 그들이 주고받는 얘기를 엿들었고요.
“어느 나라에서 오셨는지요?”
“에….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왕탕제국에서 온 말벌이라오.”
“네, 왕탕제국이라고요? 왕탕제국이라…. 그렇다면 왕탕제국은 어느 곳에 위치한 나라이옵니까?”
원로꿀벌들은 저마다 꿀벌로서는 제법 오래 살았음에도 말벌같이 큰 벌을 실제 본 적이 없을뿐더러, 왕탕제국이란 말벌나라가 있다는 것도 말벌 입을 통해 처음 들었습니다.
“북쪽으로 쭉 올라가다보면…, 그러니까 이 숲이 끝나는 곳에 너른 강이 나타나고, 그 너른 강을 건너면 큰 산이 가로막는다오. 그 큰 산을 넘으면 또 넓은 숲이 나타나는데, 바로 그 넓은 숲에 우리 왕탕제국이 있다오.”
“참으로 머나먼 곳에 왕탕제국이 있군요. 그 먼 길을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고생은 뭔…. 그저 여기저기 정세나 살피고자 떠돌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오.”
“그렇다면…. 혹 왕탕제국의 모든 벌들도 손님처럼 기골이 장대한가요?”
“그렇소. 우리 왕탕제국 말벌들은 모두 나처럼 몸집이 크다오. 뿐만 아니라 우리 모든 말벌병사들은 하나같이 전투와 살상에 능한 장수들뿐이라오.”
자랑스레 떠벌리는 말벌의 얘기를 듣고 원로꿀벌들은 몰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머릿속에 언뜻 불길한 예감이 스쳤거든요.
“편히 쉬시고, 원하는 것이 있으시면 말씀해 보시지요.”
“고맙소.”
2
말벌의 거만하고도 위압적인 모습에 한편으론 두려움에 떨면서도 인정 많고 베풀기 좋아하는 밀란국 꿀벌들은 앞다퉈 말벌에게 맛있는 꿀과 화분으로 대접을 했습니다.
“부족한 것은 없는지요?”
원로꿀벌들은 겸손이나 예의 따위를 도무지 모르는 말벌의 눈치를 살펴가며 그의 비위를 맞춰주려했습니다. 대접이 소홀했다는 이유만으로 혹 전투와 살상에 능하다는 말벌병사들이 떼지어 쳐들어올까 겁이 났던 겁니다.
“밀란국이라 했소이까? 도시의 규모가 참으로 대단하오. 그리고 살림도 넉넉해보이고…. 내 실례를 무릅쓰고 찬찬히 구경 좀 하리다.”
말벌은 융숭한 대접을 받으면서도 연신 밀란국 구석구석을 휘둘러 살펴보는 것이었습니다. 뭔가를 자꾸 정탐하려는 듯 힐끗힐끗 거리는 그 기분 나쁜 눈빛도 그렇지만, 더욱이 꿀벌들은 말벌의 느닷없는 출현으로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겠기에 안절부절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꿀벌들은 하던 일들을 중단하고, 끼리끼리 모여앉아 말벌의 눈치를 살펴가며 소곤거렸습니다.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었지요.
“저, 덩치 큰 말벌 말인데…, 뭔가 수상쩍지 않아?”
“그러게…. 먹기도 엄청나게 먹어대는데…. 글쎄 우리 꿀벌 백 인분을 혼자서 단숨에 먹어치우는 것을 보니 정말 먹성 하나는 끝내주더라고.”
“여기에 아주 눌러 살기로 작정하고, 우리에게 계속 해코지하면 어쩐다지?”
“그건 말도 안 돼. 일을 한다면 모를까, 일도 안 하면서 양식이나 축내면 그땐 별 수 없이 내쫓아야지.”
“내쫓는다고? 저 꽁무니창과 집개이빨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온단 말이지?”
“그렇다고 마냥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
“저 덩치…. 아마 우리 같은 꿀벌 백 마리가 한꺼번에 달라붙어도 못 이기겠다.”
“그러게…. 먹을거 먹고, 얼른 제 갈길로 갔으면 좋겠다.”
“너무 무서워. 두 번 다시 안 나타났으면 좋겠어.”
엄청난 식성으로 배를 그득 채운 말벌은 꿀벌들의 배웅을 받으며 왔던 길로 유유히 되돌아갔습니다.
“어쩐다지? 저 말벌이 동료들을 잔뜩 데리고 또 다시 이곳을 찾아온다면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말벌이 돌아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말벌은 3백 여마리를 헤아리는 덩치 큰 말벌들을 이끌고 밀란국으로 들이닥쳤습니다. 그 말벌은 약탈을 목적으로 한 사전탐색을 위해 왕탕제국이 파견한 밀정이었던 겁니다.
‘위잉… 윙윙윙윙…!’
‘부웅… 붕붕붕붕…!’
그 거대한 날갯짓에 의해 온두라의 숲이 진동하는 소리가 마치 천둥소리를 방불케 했습니다.
“말벌들이 떼거리로 몰려옵니다.”
사방에 흩어져 있던 전령꿀벌들이 속속 날아들면서 여왕벌과 원로 꿀벌들한테 사태의 위급함을 알렸으나 그들로서도 특별한 계책이 있을 리 없습니다.
“밖으로 일 나간 모든 꿀벌들을 급히 불러들이고, 성을 비롯한 도시의 모든 입구를 철저히 봉쇄하라!”
꿀벌들은 자신의 몸을 방패 삼아 도시와 성을 이중 삼중으로 에워쌌습니다.
곧이어 먼저 도착한 말벌의 전위대가 엄청난 크기의 집개이빨을 서로 맞부딪혀 ‘딱딱! 딱딱딱딱…!’ 위압적인 소리를 내가며 협박하였습니다.
“죽기 싫으면 순순히 길을 비켜라!”
원로꿀벌들이 말벌들 앞을 가로막고 나섰습니다.
“단지 양식뿐이라면 모를까, 아기씨나 아기꿀벌들은 절대로 내드릴 수 없습니다.”
“이것들이…, 빨리 비켜나지 못할까?”
“절대로 비킬 수 없습니다. 그러니 되돌아가십시오.”
“이런 겁대가리 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말벌의 그 큰 집개이빨이 허공을 한번 내리긋는 순간,
“으읔~!”
한 원로꿀벌의 몸이 두 동강으로 나뉘어졌습니다. 미처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말입니다. 꿀벌보다 여덟 배나 더 큰 몸집을
지닌 말벌들은 그 크고 억센 집개이빨과 무시무시한 긴 꽁무니창으로 눈에 띄는 꿀벌들을 다짜고짜 무자비하게 학살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목숨을 걸고 방어를 한다지만 애당초 꿀벌들은 말벌들의 싸움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 수효가 말벌들보다 백 곱절 천 곱절 많아도 결국 압도적인 체격과 힘에 뒤질 수밖에 없었던 꿀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3
“아니, 어찌 이럴 수가?”
왕탕제국 말벌병사들의 침략으로 쑷대밭이 된 밀란국은 아무 것도 건질 것이 없는 폐허의 아수라장 그 자체였습니다. 하루아침에 처참하게 무너진 밀란국을 놓고 살아남은 꿀벌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말벌들은 숨어있던 여왕벌마저 찾아내어 잔인하게 죽인 다음, 밀란국의 모든 창고를 부수고 그간 열심히 모아 둔 모든 식량을 약탈해 갔으며, 인큐베이터의 아기씨들과 아기꿀벌들도 모두 휩쓸어갔습니다.
한땐 백만 마리 이상을 헤아렸던 그 많던 꿀벌들이 3백 마리 남짓밖에 안 되는 괴물 같은 말벌들의 억센 집개이빨과 꽁무니창에 무참히 살육되었습니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일부 꿀벌들조차 온몸이 찢기거나 팔다리가 잘려나가거나 눈이 멀어 몸이 성한 꿀벌은 아주 극소수였습니다.
“비록 엄청난 화를 입었다 해도 이렇듯 맥 놓고 주저앉아 통곡만 할 수는 없습니다. 살아남은 우리끼리라도 힘을 모아 어떻게 해서든 다시 재기해야만 합니다.”
폐허가 된 밀란국의 살아남은 꿀벌들은 다시 재건의 목소리를 드높였습니다. 꿀벌들은 먼저 인큐베이터를 샅샅이 뒤진 끝에 붕붕이를 비롯한 몇몇 아기꿀벌을 어렵사리 찾아냈습니다.
일벌인 꿀벌들은 모두 중성이라 아기씨를 낳을 수가 없거든요. 오직 여왕벌만이 아기씨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붕붕이에게 집중적으로 로열젤리를 먹여 마침내 여왕벌로 키웠고, 그 외의 몇몇은 여왕벌과의 수정을 위해 수펄로 키워졌습니다.
붕붕이는 꺼져가던 밀란국의 불씨와 같은 존재로서 살아남은 몇몇 원로꿀벌들에 의해 철저한 여왕벌 수업을 받았습니다.
“이제 붕붕이는 밀란국의 여왕벌로써 밀란국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게 되었단다.”
원로꿀벌들은 붕붕이에게 밀란국의 장구한 역사와 지혜를 가르치는 한편, 세상에는 생각지도 못할 무서운 적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인식시켰습니다.
“부지런히 일해서 열심히 부를 축적하는 것만이 번영을 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다. 세상에는 오로지 힘만으로 남이 평생 이룬 것을 한 순간에 빼앗아가려는 악의 무리도 있단다. 그 악의 힘을 경계하고 물리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도 우리가 갖춰야할 덕목인 게야.”
원로꿀벌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폐허 위에 새로이 밀란국을 건설하자는 의견과 이참에 아예 새로운 장소로 이주하여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자는 의견이었습니다.
“이곳은 너무 위험합니다. 이미 왕탕제국의 침략을 받았던 곳으로 언제 또 다시 왕탕제국의 말벌들이 쳐들어올지 모릅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보다 먼 곳, 왕탕제국의 영향이 전혀 미치지 못할 그런 아주 먼 곳으로 옮겨서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좋습니다만, 그러기에는 장소 물색과 적응하기까지 엄청난 모험과 노력이 뒤따릅니다. 또한 위험을 피해 자꾸 쫓겨다니다보면 우리가 영구히 머물 장소는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살다간 이 땅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타당하며, 대신 왕탕제국 말벌병사들을 대적할만한 힘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원로꿀벌들 간의 갑론을박 끝에 폐허 위에 다시 밀란국을 건설하자는 의견으로 모아졌습니다. 그리고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말벌 병사들을 대응하기 위해 병정꿀벌을 대거 양성하기로 했습니다.
4
여왕벌로 거듭 태어난 붕붕이는 폐허로 변한 밀란국을 다시 재건해야한다는 엄청난 사명이 주어졌음에도 모든 것이 생소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무엇보다 붕붕이는 몸집이 너무 작은 꼬마라 수많은 아기씨를 낳으려면 몸집부터 크게 키워나가야 했습니다. 인구를 늘리는 것이야말로 밀란국을 번영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여왕벌 붕붕이는 지혜를 익혀가는 한편, 몸집을 키워가며 많은 아기씨들을 낳기 시작했습니다. 보다 많은 인큐베이터가 만들어졌고 그럴 때마다 인큐베이터 안에 아기씨를 낳았습니다. 일부는 수펄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일벌로 키워져 왕국을 재건하는 일에 동원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창고에는 맛있고 영양 많은 식량들이 차곡차곡 쌓여갔고, 수많은 인큐베이터
안에도 아기씨와 아기 꿀벌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걱정은 언제나 끊이질 않았습니다. 언제 또 다시 왕탕제국의 말벌병사들이 떼지어 쳐들어올지 알 수 없었으니까요.
여왕벌 붕붕이는 원로꿀벌들과 병정꿀벌들을 광장에 소집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고심하여 얻은 지혜를 발표했습니다.
“우리는 남에 대한 지나친 친절과 믿음이 결국 우리 밀란국을 망하게 할 수도 있었다는 크나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앞으론 우리도 대응 않고 순순히 짓밟히기만 해서는 안됩니다. 말벌들은 그 큰 덩치때문에 한꺼번에 떼를 지어 노획물을 찾아 떠돌지는 않을 것입니다. 틀림없이 먼저 밀정을 풀어 은밀한 탐색부터 할 것입니다. 말벌이 찾아오면 손님이라 하여 무턱대고 대접할게 아니라 되돌아가서 저희 무리에게 우리 밀란국의 소재를 알리지 못하게끔 반드시 죽여야합니다.”
한동안 꿀벌들 사이에선 웅성거리는 소요가 일었으나 곧 가라앉았습니다. 마음이 여린 꿀벌들 입장에서는 찾아온 손님을 굳이 죽여야한다는 것이 내키는 짓이라 할 순 없어도 밀란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짓이라 여긴 겁니다.
여왕벌 붕붕이는 말을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우리 꿀벌들의 꽁무니에 하나씩 지닌 작은 창으로는 말벌을 직접 상대할 수가 없습니다. 이유는 우리 꿀벌의 경우 꽁무니창을 사용하면 그 즉시 잃게 되어 결국 죽을 수밖에 없는데 반해, 말벌은 몇 번씩 꽁무니창을 사용해도 얼마든지 회수할 수가 있거든요. 그리고 말벌은 꽁무니창보다도 그 억센 갈고리모양의 집개이빨을 사용하여 우리 꿀벌의 몸을 토막 낼 수 있습니다.”
한 원로꿀벌이 궁금증을 밝혔습니다.
“직접적으로 상대하기가 어렵다면…, 그럼 어떤 방법으로 그 같은 말벌을 죽일 수가 있단 말이지요?”
“그래서 인해전술이란 걸 생각해냈습니다. 우리는 수효가 저들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수효로써 저들을 이겨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제부턴 저들이 밀란국으로 못들어오게 입구를 겹겹이 막는 따위의 소극적인 방법을 쓸 게 아니라, 저들을 에워싸서 꼼짝 못하게 하는 적극적인 방법을 써야합니다.”
여왕벌 붕붕이의 확신에 찬 어조에 모든 꿀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인해전술이라? 첨 듣는 전술입니다만, 뭔가 대단한 전술이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에워싸서 꼼짝 못하게 하는 방법은 뭡니까?”
“우리 꿀벌들이 말벌을 빈틈없이 에워싼 뒤 날갯짓으로 체온을 높여가면서 가스를 발산하면, 저들은 꼼짝없이 질식하여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날 우려했던 대로 말벌 한 마리가 또다시 밀란국을 찾아들었습니다. 여왕벌 붕붕이의 지시대로 이번에는 수많은 꿀벌들이 말벌을 빈틈없이 에워쌌습니다. 당황한 말벌이 틈새를 비집고 빠져나가려 발버둥쳤으나 그때마다 더욱 많은 꿀벌들이 가세하여 겹겹이 에워싸는지라 어림없는 짓이었습니다.
꿀벌들은 날갯짓으로 말벌의 체온을 뜨겁게 달구는 한편 말벌을 향해 이산화탄소를 마구 뿜어대었습니다. 말벌의 체온이 급격하게 올라가기 시작했고, 갑자기 높아진 체열과 이산화탄소에 질식한 말벌은 어이없게 죽고 말았습니다.
그 다음에 또 찾아 든 말벌도 똑같은 방법으로 죽였습니다. 마침내 여왕벌 붕붕이를 비롯한 꿀벌들은 손 하나 까딱 안하고도 말벌을 쉽사리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것입니다.
결국 남의 것을 손쉽게 약탈만 해왔던 말벌들은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하나씩 죽어갔습니다. 그리고 현명한 여왕벌 붕붕이가 이끄는 바지런한 꿀벌나라 밀란국은 예전처럼 풍요롭고 평화로움 속에 또다시 번영을 누릴 수가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