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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우수작품상|
이달의 우수작품상 선정 발표
2월의 우수작품상 선정 결과를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수상 작품
동시 부문 : 기린 (안영선 작, 시와동화 겨울호)
동화 부문 : 나무 신랑 나무 신부 (서석영 작, 열린아동문학 겨울호)
•심사위원
예심위원 : 김춘남 신새별 김자연 김경자 고수산나 박민호
본심위원 : 남진원 문삼석 김은숙 김향이
시상 내용 : 상패와 기념품
시상식 : 2012년 정기총회 시
•심사 경위
2월 우수작품상 역시 운영 규정을 준수하였다. 이번에는 <월간문학 1월호>, <어린이와문학 12월호>, <시와동화 겨울호>, <열린아동문학 겨울호>, <창비어린이 겨울호>에 실린 회원 작품을 심사 대상으로 하였다. 예심을 통해 본심 추천 작품(동시 6편, 동화 3편)을 뽑았으며, 예심과 본심위원들은 구정 연휴와 짧은 2월의 촉박한 일정 가운데서도 대상 작품을 꼼꼼히 살피고 토론하여 최종 수상작을 선정하였다. 예심 대상 작품 중 분재로 실린 작품은 분재가 끝나는 계간지의 심사 때에 맞춰 함께 심사를 할 예정이다.
우수작품상 선정은 가능한 많은 회원들의 창작열을 돋우고 격려하기 위한 것이다. 2011년 역시 사무국에서는 우수작품상 선정에 대한 취지를 더욱 알리고, 대상 문예지의 영역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며, 엄정한 심사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2월의 우수작품상 심사평-동시 부문
살아 움직이는 작품
동시를 보다 보면 큰 감동을 주는 작품을 자주 대하곤 한다. 그러나 그 감동이라는 것이 어른인 우리들의 눈으로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의 높이에 맞는 눈으로 빚은, 빛나는 동심의 감동적인 작품을 만나는 경우는 드물다. 동시는 일반 시보다 까다롭고 힘든 작업을 요하기에 동시 쓰기가 일반 시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른들의 눈에서 본 우수한 동시 작품이 어린이들에게는 어렵고 낯설게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깊은 인식의 바탕에서 그려 낸 뛰어난 작품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아이들과 호흡을 같이할 수 있는지는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한 동시가 지나치게 산문화해 가는 추세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자칫 만연체가 되어 핵심을 전달하기에 미흡하고 지루해질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하고 감각적인 어린이들에게 시 읽기를 포기하게 할 수도 있다.
동시의 본질은 동심이요, 동심을 드러내는 언어는 재미와 감동을 안겨 주어야 한다. 또한 고통과 괴로움도 이겨 낼 수 있는 천진난만한 웃음이 깃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모든 지식과 감성에서 자유로워진 순수한 감성이야말로 동시를 동시답게 하는 방법이라 여겨진다.
이런 면에서 이번에 안영선 작가의 동시 '기린'을 우수작으로 선정하는 데 두 사람은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작품 속에 깃든 상상력은 재미와 감동을 줄 뿐만 아니라 무소불위의 웃음을 안겨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심의 본질에 닿아 어린이와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살아 움직이는 작품이라 여겨졌다.
-심사위원 : 문삼석, 남진원
동화 부문 심사평
동화의 특질을 비교적 잘 보여는 작품
심사를 부탁받은 작품은 지난해 12월과 마찬가지로 세 작품이었다.
‘나무 신랑 나무 신부’'노인 유감’'꽃나라로 떠나는 기관차’심사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처음 읽었을 때 감응이 오는 작품을 만나면 반갑다.
감응의 농도에 따라 번호를 매기고 다시 또 읽어 보며 작가의 수고를 면밀히 살폈다.
심사 대상이 우수 동화인지라 선정 기준에서 벗어난 작품을 우선 내려놓았다.
길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나 일단 동화의 특질을 비교적 잘 보여 주고 독자 수용에 제한을 받지 않을 작품으로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해서 이달(2월)의 우수작품으로 고른 것이 서석영의 '나무 신랑 나무 신부'다. 쥐똥나무의 이름과 들쥐들의 생태를 접목한 발상이 돋보였다.
엄마의 기도로 뿌리가 내린 지팡이와 나팔꽃으로 치장한 막대기가 신랑신부가 되는 끝마무리도 산뜻하다.
다만 약식 경어체,‘~요'를 쓰는 것에 대해 한 번 생각을 했으면 한다. 유아 동화에서 가볍게 터치하듯 쓰는 글이나 아주 짧은 대화체 이야기가 아니고 굳이 써야 하는지. 최근, 이것도 유행처럼 번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우리글의 정식 어미는 경어체 '~입니다' 아니면 반어체 '~다'이다.
-심사위원: 김은숙, 김향이
∣2월의 우수작품상-동시-안영선
기린
기린이
밥을 먹으면
밥들이
미끄럼을 탈 거야
긴
미
끄
럼
틀
꿀떡
밥들이
엉덩이 아프겠다
긴
미
끄
럼
틀
쿵덕.
•수상 소감
나는 죄인입니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 어린이들은
처음 와 보는 학교에서도
자기 이름을 찾아 가슴에 붙이고
줄을 서며 초롱초롱한 눈으로
애국가도 부르고 할 말을 다하면서도
옆 어린이들과 금방 친해집니다.
생글생글 웃으며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어린이는 어린이입니다.
걱정하고 긴장하는 건 어머니입니다.
다른 어린이들은 글을 다 읽는 것 같고
음악도 미술도 다 잘하는 것 같고
딱 보니 영어도 아주 잘하는 것 같습니다.
부모의 잘못으로 아이가 바보라도 된 듯
어머니는 기가 푹 죽어 집으로 갑니다.
이런 어린이와 어머니를 보고도
나는 내일부터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마음 끝 팔을 뻗으며 자랄 수 있는
이 어린이들을 화분에 자라는 나무같이
학교라는 화분에 시험의 틀에 맞추어
철사로 얽어매어 모양을 잡아야겠지요.
햇순을 자르고 때로는 상처가 나는 큰 가지도 자르며
정해진 모양으로 만들어 가겠지요.
뒤에서 보고만 있어도 자연미 넘치는 모양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걸 찾아 죽죽 벌려 나갈 걸
고 작은 가슴에 멍을 들이고 기를 죽이고
나는 내일부터 또 죄인이 되겠지요.
동시를 쓰면서 선생이 된다는 것 참 어렵습니다.
•약력
경상북도 의성에서 태어났다. 2004년 아동문학평론 신인상, 농민문학 신인상, 문학공간 신인상을 받았다. 2005년 교원문학상, 2006년 공무원문예대전 최우수상, 2007년 문예진흥원 창작지원금을 받았고, 2008년 해양문학상을 받았다. 현재 대구 신성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동시집으로 <잠시를 못 참고>가 있다.
∣2월의 우수작품상-동화-서석영
나무 신랑 나무 신부
쥐돌이는 산 아래 언덕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아요.
엄마가 일하러 나가면 쥐돌이는 온 산을 휘젓고 다니며 놀아요.
어느 날 쥐돌이는 산 중턱에 있는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있었어요. 그런데 건너편에서 찍찍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쥐돌이는 벌떡 일어나 징검다리를 건넜어요.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쥐똥나무가 좋아서 앉아 있는 거야.”
쥐순이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어요.
“뭐 쥐똥나무? 이름이 되게 웃긴다.”
“다 익은 열매가 우리 똥처럼 생겨서 쥐똥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대.”
“어서 가을이 됐으면 좋겠다. 열매가 정말 우리 똥처럼 생겼는지 보게.”
봄비가 촉촉이 내린 뒤였어요. 그날도 쥐돌이는 산 중턱에 있는 쥐똥나무한테 갔어요.
‘쥐순이는 오늘도 와 있을 거야. 쥐똥나무를 매우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폴짝폴짝 징검다리를 건너자 쥐순이가 활짝 웃으며 반갑게 맞아 주었어요.
“먼저 와 있었구나.”
“으응, 어서 와. 비온 뒤라서 그런지 나무 냄새가 정말 향긋해.”
쥐돌이는 쥐순이를 따라 킁킁 냄새를 맡았어요.
“쥐돌아, 우리 쥐똥나무 가지 꺾어서 심을까?”
“그래도 살아?”
“응. 쥐똥나무는 가지만 꺾어 심어 주어도 어디서나 잘 자란대.”
쥐돌이와 쥐순이는 쥐똥나무 가지를 꺾어 심었어요. 그 일은 며칠이나 계속되었어요.
쥐똥나무를 심은 뒤부터 쥐돌이와 쥐순이는 날마다 산 중턱에 올랐어요. 풀을 뽑아 주고 계곡 물을 날라다 밑동을 촉촉이 적셔 주었어요.
쥐돌이와 쥐순이가 쏟은 정성 때문인지 쥐똥나무는 잘 자랐어요.
“쥐똥나무 숲이 되었네.”
놀러 온 친구들이 입을 모았어요.
그 뒤부터 쥐들은 너나없이 힘을 모아 쥐똥나무 숲을 가꿨어요.
여름이 되자 쥐똥나무 숲은 하얀 꽃으로 뒤덮였어요.
“눈이 온 것만 같아. 흰 눈꽃 천지가 되었어.”
쥐똥나무 숲은 들쥐들의 자랑거리가 되었어요.
가을이 되자 정말 쥐똥처럼 생긴 까만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렸어요. 쥐똥을 보겠다고 모여든 들쥐들은 폴짝거리고 찍찍거리고 야단들이었어요.
“여기 좀 봐. 나무에 열매가 열렸어.”
“진짜 앙증맞다. 쥐똥처럼 정말 예뻐.”
쥐돌이와 쥐순이는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앞으로도 계속 쥐똥나무를 심자. 쥐똥나무 숲을 점점 더 넓혀 가는 거야.”
“그래. 그러다 보면 이 산이 온통 쥐똥나무 숲이 되겠지?”
어느 날 갑자기 산에서 우르릉 쾅쾅 소리가 들렸어요.
‘무슨 일이지?’
문을 박차고 나간 쥐돌이는 깜짝 놀랐어요. 산 위에서 흙과 돌이 굴러 내리고 있었거든요.
쥐돌이는 다짜고짜 뛰었어요.
산 중턱에 올랐을 때예요. 계곡 건너편 쥐똥나무 숲에 괴물이 있었어요. 괴물은 마구잡이로 흙과 돌을 들어 엎으며 내려오고 있었어요. 괴물이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요란했어요.
그 사이 모여든 쥐들은 괴물이 휘젓고 다니는 계곡 건너편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렀어요.
“쥐똥나무 숲을 다 깔아뭉갤 건가 봐. 어떡해.”
그 순간 계곡물에 텀벙 몸을 던지는 쥐가 있었어요.
“계곡물이 불어 위험한데 누구지?”
쥐돌이는 재빨리 주위를 살폈어요. 곁에 있던 쥐순이가 온데간데없었어요.
쥐돌이는 더 생각할 것 없이 계곡물 속으로 뛰어들었어요. 급한 물살에 몸이 금방이라도 떠내려갈 것만 같았어요.
가까스로 물살을 헤치고 건너편에 이른 쥐순이와 쥐돌이는 쥐똥나무 숲을 가로막고 소리쳤어요.
“여긴 안 돼요. 우리들 숲이에요. 우리들이 가꾼 쥐똥나무 숲이란 말이에요.”
쥐돌이와 쥐순이는 목이 터져라 외쳤어요. 하지만 으르렁거리는 괴물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어요.
그러는 사이에도 괴물은 흙더미와 돌덩이를 쏟아 부으며 점점 더 가까이 내려오고 있었어요. 우지직거리며 그루터기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통째로 뽑혀 나가기도 했어요.
“위험해. 어서 몸을 피해!”
계곡 건너편의 들쥐들이 소리쳤어요.
괴물은 흙과 돌멩이를 쥐돌이, 쥐순이 머리 위에 들이부었어요.
그 순간 고함을 지르던 쥐들이 갑자기 조용해졌어요. 어느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어요. 너무나 조용해서 그대로 시간이 멈춘 것 같았어요.
풍덩풍덩, 모여 있던 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계곡물에 몸을 던지기 시작했어요.
들쥐들이 우르르 몰려들자 괴물을 운전하던 사람이 말했어요.
“재수 없게 왜 쥐들이 떼로 몰려온 거지? 심상치 않은 징조야. 오늘은 일을 그만하고 내려가야겠어.”
들쥐들은 흙을 파헤치기 시작했어요.
한나절이나 땀을 흘렸을까. 쥐들은 흙무더기 속에서 쥐순이와 쥐돌이를 찾아냈어요.
하지만 쥐순이는 이미 변을 당한 뒤였어요. 쥐돌이는 자갈에 눈을 맞았는지 두 눈을 뜨지 못했어요.
그 뒤로 쥐순이 엄마를 다시 볼 수 없었어요.
“자식이 그리 된 후 슬픔을 못 이기고 여길 떠난 거야.”
눈을 다친 쥐돌이는 늘 집 안에 있었어요. 앞을 못 보게 된 걸 슬퍼하며 짜증을 냈어요.
“이러고 사느니 죽는 게 낫겠어요. 저세상으로 간 쥐순이가 부러울 뿐이에요.”
절망에 빠진 쥐돌이는 엄마 가슴에 못을 박았어요.
어느 날 시름에 잠겨 있던 쥐돌이 엄마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쥐돌이 엄마는 쥐똥나무 숲에 올라가 나뭇가지를 주워 지팡이를 만들었어요.
‘쥐돌이가 가꾼 나무이니 쥐돌이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거야.’
쥐똥나무 지팡이가 생긴 뒤부터 쥐돌이는 바깥출입을 했어요. 지팡이로 더듬으며 산중턱에 오르는 게 쥐돌이의 하루 일과가 되었어요.
하지만 쥐똥나무 숲까지 가진 못했어요. 안 보이는 눈으로는 계곡의 징검다리를 건널 수 없었거든요. 쥐돌이는 바윗돌에 앉아 바람에 실려 오는 쥐똥나무 냄새를 맡으며 쥐순이 생각을 했어요.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공사가 중단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숲이 형편없이 망가지긴 했지만 그래도 쥐똥나무 몇 그루는 살아남았잖아.’
그날도 쥐돌이는 쥐똥나무 지팡이에 몸을 의지해 산에 올랐어요.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데 갑자기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분명 장화 신은 사람의 발자국 소리였어요.
‘괴물을 운전하는 사람일 거야. 쥐순이와 날 이렇게 만든 바로 그 사람.’
괴물이 으르렁거리기 시작했어요.
‘어떻게든 막아야 해.’
쥐돌이는 계곡물에 뛰어들었어요. 하지만 눈이 보이지 않는 쥐돌이는 방향을 잃고 물살에 떠내려가고 말았어요.
쥐돌이 엄마가 계곡에 올랐을 땐 지팡이만 남아 있었어요.
쥐돌이 엄마는 지팡이가 아들이기라도 한 듯 끌어안고 몇 날 며칠을 울었어요.
“이럴 게 아니라 우리 아들을 살려 내야 해.”
쥐돌이 엄마는 지팡이를 울 안 꽃밭에 꽂았어요.
“이제부터 지팡이 네가 내 아들 쥐돌이여. 내게 남은 건 지팡이 하나뿐이니까.”
쥐돌이 엄마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꽃밭의 지팡이에게 가 말을 건넸어요.
“잘 잤니? 지난 밤 춥진 않았어? 그려, 감기 걸리니까 조심해야지.”
이를 본 쥐들은 수군거렸어요.
“지팡이하고 말을 하다니, 쯧쯧.”
“자식을 잃은 슬픔에 정신이 나간 거야. 정말 안됐다니까.”
얼마나 지났을까. 믿어지지 않는 일이 일어났어요. 지팡이에 움이 트기 시작한 거예요. 자세히 보니 싹은 하나가 아니었어요.
쥐돌이 엄마는 쥐돌이가 다시 살아난 듯 반겼어요.
“쥐돌아, 고맙다. 돌아와 줘서 정말 고마워!”
그러자 쥐들은 말을 바꿨어요.
“쥐돌이 엄마 정성에 감복한 지팡이가 마법을 부린 거야.”
“그럼. 정성이 기적을 만든 거지.”
싹은 자라 푸른 잎이 되고 망울은 꽃으로 피어났어요.
지팡이에 꽃이 피자 쥐돌이 엄마에게 웃음이 돌아왔어요. 쥐돌이 엄마는 어느 때보다 행복한 얼굴이었어요.
그런데 지팡이가 무성해질수록 쥐돌이 엄마는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어요.
‘밤이나 낮이나 한 데서 혼자 서 있으려니 얼마나 춥고 외로울까.’
그날부터 쥐돌이 엄마는 온 산을 헤매고 다니며 쥐똥나무를 찾았어요. 하지만 괴물이 뭉갠 뒤로 산에는 쥐똥나무 한 그루 남아 있지 않았어요. 쥐돌이 엄마는 괴물이 할퀴고 간 자리에서 말라비틀어진 쥐똥나무 막대기 하나를 가져오는 데 만족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 막대기도 지팡이처럼 싹을 틔우면 좋으련만. 그럼 여한이 없을 텐데.’
쥐돌이 엄마는 막대기를 잎으로 꽃으로 무성한 지팡이 옆에 나란히 꽂았어요. 쥐돌이 엄마는 흙 묻은 손을 탈탈 털며 말했어요.
“쥐돌아, 이제 훨씬 덜 외롭지야?”
쥐돌이 엄마는 막대기에 마법이 걸리길 바라며 날마다 물을 떠 놓고 빌었어요. 하지만 기적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았어요.
‘괜한 욕심이지. 말라비틀어진 막대기가 싹을 틔울 리 없잖여.’
쥐돌이 엄마의 희망이 스러지던 때예요. 늘 화단에서 할머니 기도를 듣던 나팔꽃이 막대기를 휘감고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나팔꽃은 막대기의 맨살이 보이지 않을 만큼 풍성하게 막대기를 휘감았어요. 그 모습이 꼭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 같았어요.
‘꼭 쥐순이처럼 곱구먼. 쥐순이가 살아난겨. 그려, 이참에 결혼을 시키는겨. 쥐돌이 쥐순이 둘 다 잘 차려입었으니 따로 예복을 장만할 필요도 없잖여.’
쥐돌이 엄마는 화단 앞에서 말했어요.
“쥐돌아 쥐순아, 오늘이 니들 혼인날인 것 알지? 결혼도 못 하고 세상을 떠나 늘 가슴이 아팠는데 이렇게라도 결혼식을 올리게 되어 기쁘구나. 저세상에서나마 부디 행복하게 살려무나.”
그때 언제 날아왔는지 새들이 축하 노래를 불렀어요.
나무 신랑과 나무 각시는 더없이 행복해 보였어요.
•수상 소감
동화의 마술에 씌길 기다리며
혼자일 수 있고 고요가 좋아 새벽 일찍 일어나 책상에 앉습니다.
새벽에 마시는 차는 더 따듯합니다. 외로워하지 말라고 위로하고 길을 잘 가라고 응원해 줍니다.
신이 내리길 기다리는 무당처럼 예비하고 앉아 집중하며 동화의 마술에 씌길 기다립니다.
가끔은 마술의 끈을 붙잡기도 하지만 언저리만 서성이다 물러날 때가 더 많습니다.
그쯤이면 세상의 소리가 들립니다. 새벽 기도를 가는 이는 문을 나서고 신문 배달 하는 이는 아파트 계단을 바삐 오르내립니다.
새벽 기도 하는 이처럼 문학 앞에서 경건하고, 신문 배달 하는 이처럼 건강한 동화를 지어 아이들 행복을 챙기라는 주문으로 들립니다.
장편을 주로 쓰다 오랜만에 단편 <나무 신랑 나무 신부>를 썼습니다.
그런데 우수작품상에 선정되고, 다른 출판물에도 실리게 되었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동화 문학의 진수는 단편이다. 그러니 단편도 열심히 쓰라’는 말씀으로 알고, 헐겁고 허술한 점을 차분차분 채워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약력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으며 1999년 아동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샘터동화상, 한국아동문예상을 수상했다. 동화집으로 <날아라! 돼지 꼬리>, <동물 대장 엉걸이>, <소원을 들어 주는 마법 과자>, <착한 영어 팝니다> 등이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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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상자 두 분께 축하 인사를 드립니다!
아 좋은 작품을 이렇게 다시 읽을 기회가 되는 것도 참 좋아요
수상하신 두 분께 진심으로 축하 인사를 드립니다.
좋은 글로 기쁘실 두 분께 꽃내음 가득한 봄향내를 모아 담아 축하 선물로 보냅니다.
두 분 축하드려요. 또 읽어도 좋더군요. 파이팅!
안영선, 서석영 두 분 축하드립니다. 늘 건강과 건필을 빌면서 이준섭
수상자들께 축하의 꽃다발을 보냅니다. 더욱 좋은 작품 꾸준히 쓰기를 바랍니다.
안영선 선생님, 서석영 선생님! 이 달의 우수작품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동심 그리고 생태의식과 일본의 천재지변의 여러 위기사항들이 떠오르는 동화 두 분에게 짝짝!
축하합니다
늦었네요. 하지만 축하하는 마음은 하늘만큼 땅만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