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중.일고 32회 동창모임(6월) 인사말
2016 06 25 김 행 민
오늘 대체로
건강하고 밝은 친구들의 모습을 대하니 무척 반갑고 기쁩니다.
오늘이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66주년이 되는 바로 그날(6월25일)이기에
우리들의 오늘모임은 더욱 뜻이 깊다 하겠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철의 날씨로 접어들면서 장마전선도 남북을 오르내릴 거라 합니다.
우리 노약자들은 후텁지근하고 눅눅한
이러한 날씨일수록 각자가 자신의
건강을 각별히 추슬러야겠습니다.
그동안 우리
동창모임에 대략 40명 정도 참석해주셨습니다.
오늘도 활동하기엔
부담스런 더운 날씨임에도 많이들 참석해주셔서
대단히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예상보다 참석
인원이 많게 되면 모임의 주관자 입장에서는 뿌듯한
보람이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매번(每番) 동창모임안내문을 보내는데 그 대상은 150여 명입니다.
(이중 2016년도
연회비를 보내주신 인원이 91명임).
그런데도 동창모임에
참석하신 인원은 30%정도에 불과합니다.
얼마 전에 6월모임 안내문을 작성하면서 우리 동기(제32회)동창들의
근황을 나름대로 정리해봤습니다.
이미 별세하신
분들이 113명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실제로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졸업(卒業)을 기준해서 당초의 동기(同期)들의
수를 추산해보면 900여명 정도였을 것입니다.
(서중776명. 일고350명, 중.고교의 중복을 감안).
그런데 현재
연락이 되고 있는 인원은 서울지역에 150여명, 광주지역에
50여명 합계 200여명 정도입니다.(참고하셨으면
합니다).
80해(歲)라는
오~랜 세월의 강(江)을
헤쳐 오면서 지금껏 다행스레
살아남게 된 우리들 생존자(生存者)와
반면에 불우하게 세상을 떠나버린
고인(故人)들로 유명(幽明)이 나뉘게 됐습니다.
지금 생존자들일지라도
비교적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과 건강이
온전치 못한 사람, 경제적으로도 여유 있는 사람과 살림살이가
어려운
사람 등 살아가는 형편들이 같지가 않습니다.
이런 현실을
직면할 때 “인간의 수명은 하늘에서 정하는 바이고,
건강은 자기하기 나름이다(人命在天,健康在我)”라는
속설에도 공감하게 됩니다.
각자(各自) 귀중한 생명을 받아 살아오면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갖가지
우여곡절을 겪지만 삶의 끝자락(終局)인 죽음 앞에는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평등(平等)의 진실에도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같은 실존적
상황을 직시하면서, 우리들이 세상을 떠난 친구들의
명복(冥福)을 빌고, 고인(故人)들은 저 세상(彼岸)에서
우리들의 평안(平安)을
보살피는 신령(神靈)한 기운〔산자와 죽은 자의 통공(通功)〕으로 동창
학우들의 우정(友情)이 더욱 돈독해졌으면 하는 바람(願)을
특히 호국원호
(護國援護)의 달(6월)에 가져봤으면 합니다.
우리들은 인생세월의
꼭대기(頂點)라는 80해의
언저리에서 가끔은
사무엘 울만이 되어 그의 유명한 시(詩) ‘청춘(The Youth)'을 읊조리기도 하고,
오승근의 노래 ‘내 나이가 어때서’를 흥얼거려보기도 합니다.
아일랜드 출신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94세의 나이로 사망하기 직전에
“나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유훈을
남기며 자신의
묘비에까지 이를 새기도록 했다는 유명한 이야기도 떠올리면서,
이게 시간(時間)의 비가역성(非可逆性)과 인생(人生)의 일회성(一回性)을
깨우치는 촌철살인의 경구(aphorism)라는
걸 늘그막에야 실감하게 됩니다.
이윽고 스러질
저녁노을 앞에 서있는 우리들인지라, 위안(慰安) 삼을
시구(詩句)라도
찾아내 간간이 음송(吟誦)하면서 음울한 세속(世俗)에서
초탈해보시는 게 어떨지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천상병시인의
귀천(歸天)〕
이 세상살이가
소풍나들이라면 우리 모두 알뜰하게 그리고 뻔뻔하게
(fun fun =즐겁게) 남겨진 생(餘生)을 누리다
가십시다.
아무쪼록 오늘모임(6월)이 즐겁고 유익한 시간들이 됐으면 합니다.
조촐하나마
차려진 음식 맛있게 드시고, 음료수도 양껏 드시고,
가슴
속에 익혀두신 덕담들 나누시면서, 때 묻지 않았던 소싯적
시절로 돌아가 보십시다. 친애하는 친구들, 참으로 고맙습니다.
재경서중.일고32회동창회회장 김행민드림 (2016년 6월 25일).
첫댓글 동기 회원들을 향한 김행민 회장님의 절절한 사랑의 말씀을
모임 날에 맞춰 준비하시고 친히 낭독하여 주신 정성과 열의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