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요한의 사역(누가복음 3:1-14)

[kaporet]

세례요한의 사역

누가복음 3:1-14

누가는 1장에서 세례요한의 탄생에 대한 배경을 전하고, 2장에서는 예수님의 탄생과 성장과정을 설명합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 누가는 그 과정을 깊이 설명합니다. 하나님께서 성령의 능력으로 동정녀 마리아의 몸을 덮으시어 그녀를 통해 예수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태어나게 하신 신비한 이야기를 설명합니다. 특히 12세가 된 소년 예수가, 유월절 절기를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에 올라갔던 부모와 함께 갔을 때의 이야기는, 신성을 가지신 예수님을 이해하기 전에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신비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누가는 마리아가 그 모든 말을 마음에 두었다고 표현합니다. 누가는 이제 예수님이 공생애를 시작하기 전에 그의 길을 예비한 세례요한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예수님을 소개합니다.

1. 회개의 세례를 전파한 세례요한

디베료 황제가 통치한 지 열다섯 해 곧 본디오 빌라도가 유대의 총독으로 헤롯이 갈릴리의 분봉 왕으로 그 동생 빌립이 이두래와 드라고닛 지방의 분봉 왕으로 루사니아가 아빌레네의 분봉 왕으로, 안나스와 가야바가 대제사장으로 있을 때에 하나님의 말씀이 빈들에서 사가랴의 아들 요한에게 임한지라.요한이 요단 강 부근 각처에 와서 죄 사함을 받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전파하니(3:1-3)

“디베료 황제가 통치한지 열다섯 해”(1절)에 관해서는 학자들 간에 견해가 다소 다릅니다. 그것은 디베료 가이사의 통치 연대 때문입니다. 디베료는 전임 황제이자 양아버지인 가이사 아구스도가 A.D. 14년 8월 19일에 죽자 그의 뒤를 이어 황제 자리에 즉위했습니다. 당시 근동 지방에서는 왕위에 즉위한 때부터 연대를 계산하지 않고 통치한 햇수에 의해서 연대를 계산했습니다. 율리우스력에 의하면 디베료는 A.D. 28년 8월 19일에서 12월 사이에 즉위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열다섯 해'는 로마의 일반적인 연대계산법으로 계산할 때 A.D. 28년 8월에서 A.D. 29년 8월까지가 됩니다. 그러나 안디옥 태생인 누가가 시리아의 연대 계산법(군주의 통치 연대를 셀루시드(Seleucid)시대부터 사용해온 방법에 따라 계산하는 법, 통치의 기원을 9, 10월로 잡음)을 따랐다면 '열다섯 해'는 A.D. 27년 9월 21일부터 A.D. 28년 10월 8일까지가 됩니다. 그렇지만 저자 누가 자신이 속해 있는 문화적 배경이나 이 책의 독자들을 고려하건대 로마의 계산법을 따랐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본디오 빌라도는 A.D. 26-36까지 유대의 제5대 총독으로 있었습니다. 이 '총독'(헤게모뉴온토스)은 고대의 로마 지방 장관(procurator)을 가리킵니다. 헤롯은 보통 헤롯 안디바스(Herod Antipas)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아켈라오의 친형제이며 헤롯 대제의 아들입니다. 헤롯 안디바스는 아켈라오의 유언에 의해 갈릴리와 베레아 지방의 분봉왕으로 지내다가(B.C. 4-A.D. 39) 고울지방의 리용으로 추방당하여 폐위됩니다(Hendriksen). 사복음서 상에 나타나는 헤롯은 대부분 안디바스를 가리킵니다.

빌립 역시 헤롯대제의 아들입니다. 그의 어머니는 예루살렘의 클레오파트라입니다(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가 아님). 그는 팔레스틴의 북서부 지방 이두래(Iturea)와 드라고닛(Traconitis ; 바위돌로 된 마당이라는 뜻)을 B.C.4-A.D.33/34까지 통치했습니다. 요세푸스(Josephus)에 의하면 빌립은 훌륭한 인격자이고 선정(善政)을 베풀었던 왕이라고 합니다. 그는 바네아스를 고쳐 가이사랴 빌립보라 명명하고 벱새다를 고쳐 매셔새다 쥴리아스로 명명했습니다.

안나스(2절)는 A.D. 6년로마 황제 구레뇨에 의해 대제사장에 임명되어 활동하다가 A.D. 15년 로마 황제 발레리우스그라투스(Valerius Gratus)에 의해 해임되었습니다. 안나스가 해임되고 파비(Pabi)의 아들 이스마엘과 엘르아살(Eleazar)과 가미데스(Gamithes)의 아들 시몬(Simon)이 A.D. 18-19년 사이와 A.D. 25-26년 사이에 그 뒤를 바로 계승했습니다. 그리고 그후 안나스의 조카 요셉이 그 뒤를 계승했는데 이 대제사장이 바로 가야바(Caiaphas)입니다(Jos. Antiq. 20, 198). 가야바는 A.D. 18-36년까지 대제사장직에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에서는 원래 대제사장직이 종신직(민 35:25)이었으나 로마인들에 의해서 정치적 목적에 맞게 통제되었습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율법에 따라 대제사장직을 계속해서 종신직으로 여겼습니다. 따라서 유대의 최고기관인 산헤드린에서는 로마정부에 의해 해임되었지만 유대인에게는 여전히 대제사장으로 추앙(推仰)되는 대제사장과 로마정부에 의해 새로 임명된 대제사장이 함께 남아있게 되었고, 이로 인해 '대제사장들'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Jeremias, Jerusalem, 157). 안나스는 봉직 기간이 길었고 권력과 영향력이 산헤드린에 강력하게 미쳐, 그는 이스라엘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가야바는 또한 안나스의 사위이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여러 이유로 공식적으로는 가야바가 대제사장이었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은 안나스가 행사했습니다(요 18:13-29).

세례 요한은 황량하고 거친 빈들에서 기거했습니다(1:80). '빈들'은 유대의 황무지를 가리키는 것으로 서쪽의 유대산지와 동쪽의 사해 그리고 요단 저지대 사이에 있는 기복이 심한 지형을 일컫습니다. 이 지형은 석회질로 이루어져 땅의 굴곡이 심하고 자갈과 암석 조각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이곳은 광야 특유의 잡목들이 많고 독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 '빈 들' 북쪽으로 길게 뻗으면 요단강과 합류하게 됩니다(Hendriksen). '빈 들'이란 유대인들에게는 애굽을 탈출하여 이스라엘 민족이 방랑했던 장소로 연상되는 곳입니다. 또한 이스라엘 사람들은 '빈 들'(광야)이라는 말을 들을 때 종말과 연관된 것을 연상하기도 합니다(사 40:3; 호 2:14).

'말씀'을 나타내는 헬라어 '레마'는 실제로 말하여진 말씀(the actual words spoken)을 의미하는바 세례 요한이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 임함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결국 이 '하나님의 말씀'은 그의 사역을 시작하게도 하셨지만 사역을 끝마치게도 하실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모든 것의 시작이며 모든 것의 끝이기 때문입니다(계 22:13).

요한은 요단강 근처에서 회개의 세례를 전파했습니다(3절). 하나님은 수세기 동안의 침묵을 깨시고 요한에게 임하여 당신의 말씀을 대언케 하셨습니다. 그런데 요한이 주로 요단 강변에서 복음을 전파한 것은 '빈 들'의 특성상 땅이 메마르고 바위가 많으며 물이 귀하였으므로 세례를 베풀기에 적합한 물을 찾아 요단강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요 3:22). 한편 간과할 수없는 것은 요한은 한 곳에서만 머물러 전도하지 않고 각 처를 두루 돌아다니며 복음을 전파했다는 것입니다. 누가 역시 다른 복음서 저자보다 요한이 순회 전도자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세례요한이 베풀었던 세례는 회개의 세례였습니다. '회개'를 뜻하는 헬라어 '메타노이아'의 동사형 '메타노에오'는 '마음을 바꾸다', '회개하다'라는 뜻입니다. '회개'는 요한이 전하는 메시지의 핵심으로서 모든 죄악을 사하시는 그리스도의 불세례로 인도하는 길잡이 역할을 했습니다. 부언컨대, '회개의 세례'란 진정으로 회개하는 자가 죄사함을 얻는다는 약속의 구체적인 표시였습니다. 왜냐하면 그 세례는 바로 메시야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예표하기 때문입니다(3:1-20). 그는 심판이 임박했음을 선포하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고 계시므로 우리도 하나님을 사랑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의 권고는 종말론적 계시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긴박성을 보여줍니다.

2.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

선지자 이사야의 책에 쓴 바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가 있어 이르되 “너희는 주의 길을 준비하라 그의 오실 길을 곧게 하라.모든 골짜기가 메워지고 모든 산과 작은 산이 낮아지고 굽은 것이 곧아지고 험한 길이 평탄하여질 것이요.모든 육체가 하나님의 구원하심을 보리라” 함과 같으니라(3:4-6)

세례 요한의 출현과 그의 사역은 사 40:3 말씀의 예언 성취입니다(4절). 이사야서 40:3의 인용은 사복음서가 모두 공통적입니다. 그러나 누가만이 사 40:3-5전체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쿰란 공동체에 속했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광야에서 격리된 생활을 하는 것에 대한 이론적인 근거로서 사 40:3을 제시했습니다. 그들은 광야에 격리되어 율법을 계속해서 연구함으로써 주의 길을 예비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마태와 마가와 마찬가지로 누가는 사 40:3이 분명히 세례요한의 사역을 언급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한편 '책'을 나타내는 헬라어 '비블로스'는 구약의 개별적인 낱권의 책들을 가리키는 것이며 '비볼리온'은 '두루마리'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너희는 주의 길을 준비하라 그의 오실 길을 곧게 하라”는인용 구절은 바벨론의 포로 생활을 끝내고 기쁜 마음으로 고국 유대 땅으로 돌아오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여호와께서 주실 구속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부분입니다. 바벨론과 유대 땅사이에는 시리아 사막이 있습니다. 이 사막을 통과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귀환하게 됩니다. 따라서 여호와의 구속의 행차를 맞이하기 위해 그 곳에 길이 닦여져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 일을 전담할 하나님의 사자가 행차를 위한 준비를 외치게 됩니다. 따라서 '...준비하라...곧게 하라'라는 이 말은 좀더 정확한 의미에서 위대한 자유와 평강의 시대를 도래케 할 그리스도의 앞길을 예비하는 세례 요한의 출현에 대한 예언인 것입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게 될 때 세례 요한은 당연히 외치는 자의 소리입니다. 하나님은 요한을 통하여 말씀하시며 메시야의 오심을 위해 모든 백성들을 준비시키고 그를 맞을 채비를 갖추도록 촉구하십니다. 이사야는 “여호와의 손이 짧아 구원치 못하심도 아니요 귀가 둔하여 듣지 못하심도 아니라 오직 너희 죄악이 너희와 너희 하나님 사이를 내었고 너희 죄가 그 얼굴을 가리워서 너희를 듣지 않으시게 했다”고 외쳤습니다(사 59:1,2). 그렇다면 주의 오심을 예비하고 평탄하게 하기 위해 제거되어야 할 것은 바로 죄입니다. 왕의 행차를 위해 왕의 사자가 먼저 길을 예비하고 평탄(平坦)하게 하듯이 세례 요한은 그리스도의 오심을 위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돌이켜 회개하게 하고 그를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했습니다.

5절은 은유적 표현으로, 누가는 세례 요한과 메시야 예수를 잘 대비해 메시야의 탁월성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고대에 왕의 행차가 골짜기나 높은 산, 굽고 험한 길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행로를 평탄하게 만들었던 것은 흔한 일이었습니다. 마샬(Marshall)은 '평탄하여지다'는 말이 교만한 이들의 낮아짐을 암시하며 '굽은'이라는 말은 비뚤어진 인간들을 나타내는 은유적 표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한편 렌스키(Lenski)는 '굽은'과 '험한'이라는 말에는 도덕적이고 영적인 의미가 비유적으로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즉 '굽은'은 히브리적 표현으로는 '속이는'(아크자브)을 뜻하고, 이것을 곧게 하는 표현의 히브리어는 '정의'와 '공정'(미쇼르)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그리고 '험한 곳'은 모든 종류의 악이 모여 있는 곳(르카심)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또한 풀핏(Pulpit) 주석에서는 낮추어야 할 산을 바리새인들의 교만으로 비유하고 있고 메워야 될 골짜기들을 사두개인들의 도덕적, 종교적 무관심(無關心)으로 비유합니다. 결국 이 비유들을 종합해 보면 이 구절은 인간의 죄된 심성의 교만과 거짓과 불의와 불신 등을 회개하고 정의롭고 순결한 심성으로 구속의 메시야를 맞이해야 함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6절에서 누가는 이 부분을 70인역(LXX) 사 40:5 에서 인용하였는데 그 전반부에는 '여호와의 영광이 나타나고'란 구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위에서 모든 육체(즉 유대인들만이 아닌 세계 만민)가 하나님의 구원을 본다는 것은 메시야로 인한 세계적 구원의 토대가 마련되었음을 뜻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아들의 성육신(incarnation)사건 및 공생애로써 구체화되며, 사도시대 이후 오늘날까지 온 세상의 모든 육체를 향해 그 복음의 소식이 계속 전파되고 있고, 궁극적으로 마지막날 큰 구원에서 그 절정을 맞이할 것입니다(Lenski). 이는 이방인에 대한 관심을 현저하게 드러내 보이는 본서의 신학적 특징과도 그 맥을 같이 합니다.

3. 세례요한의 책망

요한이 세례 받으러 나아오는 무리에게 이르되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에게 일러 장차 올 진노를 피하라 하더냐?그러므로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고 속으로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 말하지 말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나님이 능히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시리라.이미 도끼가 나무뿌리에 놓였으니 좋은 열매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혀 불에 던져지리라”(3:7-9)

'무리'를 가리키는 헬라어 '오클로스'는 '백성'을 가리키는 '라오스'와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리펠드(Lifeld)는 '오클로스'가 '라오스'와 달리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모인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누가는 여기서 이 무리가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 정확히 밝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마 3:7과 요 1:19, 24은 그들이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이었다고 밝힙니다.

세례요한은 자신에게 오는 무리에게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에게 일러 장차 올 진노를 피하라 하더냐”라고 말합니다(7절).세례 요한의 메시지는 구약성경에 나타난 선지자의 경고성 선포처럼 매우 날카롭고 엄합니다. 이 설교는 마 3:7-10과 동일합니다. 여기서 '독사'는 사단을 상징하는 동물로서 악인(시 58:3-5; 사 59:5)과 메시야를 적대하는 자(시 91:13)에 대한 표현입니다. 요한은 세례받으러 나오는 사두개인과 바리새인들을 향하여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불렀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세례를 받으러 나오기는 했지만 진실된 회개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형식적인 율법 준수와 세속적인 명예심 등으로 부패한 마음이 가득차 있었던 것입니다. '독사의 자식들'이라는 표현은 8절의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표현과 대조를 이룹니다. 후에 예수님 역시 바리새인들에게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힐난(詰難)했습니다(마 12:34). 그리고 '누가 너희를 가르쳐 장차 올 진노를 피하라 하더냐'라는 요한의 질문에는, 그들이 세례를 받으러 그에게 나아오는 것이 마땅하지만 세례를 받으려는 마음의 동기에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하나님의 진노라는 표현은 구약 성경에서 30회 이상 언급되었고 신약 성경에서도 수차례 언급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불의와 죄에 대한 하나님의 공의롭고 거룩하신 반응입니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 그 진노를 때마다 일마다 표현하시지는 않으십니다. 하나님께서 오래 참으사 아무도 멸망치 않고 다 회개에 이르기를 원하시는 분이십니다(벧후 3:9).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오래 참으시되 끝까지 회개하지 않는 자에게는 반드시 엄한 심판을 행하십니다. 또한 마샬(Marshall)은 지적하기를 이 질문은 수사적 질문으로서 종말에 있을 마지막 심판이 이러한 형태의 외적 종교예식(religiousrite)으로도 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상황임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요한이 사람들에게 요구한 세례는 심판을 모면하기 위한 방도가 아니라 회개의 표현으로서 촉구되었던 것입니다.

세례요한은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고 합니다(8절). 성경에서 '열매'는 사람들의 행동을 통하여 나타나는 선악간의 결과들을 표현하는 말로 종종 사용됩니다(시 1:3; 렘 17:8; 행 26:20). 나무는 그 나무에 맞는 열매를 맺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회개는 그 구체적 결실을 드러내게 마련입니다. 물론이 열매는 가시적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내적변화에 의해 외적으로 표현되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인적(全人的) 변화가 일어나야만 합니다. 회개란 죄에 대한 단순한 외적 고백만이 아니라 근본적인 인격적 변화, 곧 하나님의 품성을 닮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품성의 변화들이 열매를 맺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합니다.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 말하지 말라”는 말은, 종교적 특권이나 혈연적 계보나 의식(儀式)이 구원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유대인은 단순히 아브라함의 후손이라는 이유와 율법에 따라 할례를 받은 자들이라는 이유로 구원받을 수 있으리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따라서 패역한 유대인들은 세례 요한이 요구하는 진정한 회개에서 자신들을 제외시키려고 했습니다. 세례 요한은 이러한 유대인들을 향해 칼날같은 메시지를 전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첫인간 아담을 흙에서 취하셨습니다(창 2:7). 그렇기 때문에 빈 들이나 강가의 돌들을 통하여서도 아브라함의 자손을 삼으실 수 있는 것입니다. 진정한 아브라함의 후손은 혈통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믿음으로 말미암은 자들을 가리킵니다(갈 3:7). 렌스키(Lenski)와 슈어만(Schurmann)은 이 '돌들'이 바로 이방인들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어쨌든 '돌들'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될 수 있다는 것은 하나님의 절대적인 은혜와 주권적 권능을 강조한 말입니다. 이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통해 확연히 드러납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진실된 회개입니다. 우리의 구원은 외적조건에 있지 않고 진정한 회개를 통한 삶의 변화에 있기 때문에 항상 우리에게는 바로 삶에의 결단이 요청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사랑을 가지고 인내하시면서 모두가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기를 원하고 계십니다(벧후 3:9). "너희가 그리스도께 속한 자면 곧 아브라함의 자손이요 약속대로 유업을 이을 자니라"(갈 3:29).

요한은, “이미 도끼가 나무뿌리에 놓여있다”고 말합니다(9절). 8,9절에서 요한의 설교는 두 가지의 이미지(image)로 묘사됩니다. (1)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찍혀서 제거된다는 것입니다. 이후에 예수님도 좋은 열매와 나쁜 열매를 맺는 나무에 대해서 언급하십니다(6:43-45). 그리고 예수님은 비유로써 열매를 맺지 않은 나무를 찍어버리는 것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13:6-9). 요한은 아마도 '나무'라는 이미지를 통해서 무화과나무나 포도나무로 비유된 이스라엘을 연상케 했을 수도 있습니다(사 5:1-7). (2) 이미 도끼가 '뿌리에 놓였다'는 것은 당장에 어떤 급격한 행동이 취해진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다시 말해서 나무 전체가 찍혀서 곧장 불에 던져진다는 것입니다(Liefeld). 이 구절에서는 상황의 긴박성과 다급함이 강조되었습니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으며 일순간 아차 하는 사이에 나무는 찍혀 넘어가게 되고 맙니다. 우리는 세례 요한이 구약의 선지자인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는 이사야와 예레미야처럼 예루살렘의 앞날의 운명을 감지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세례 요한이 활동했던 시기는 A.D. 30-32년 사이입니다. 결국 세례 요한의 경고의 메시지가 있은 지 약 40년 후 A.D. 70년 예루살렘은 멸망하게 됩니다. 이러한 운명을 깨닫지 못한 유대인들은 세례 요한의 경고를 가볍게 여겼습니다. 그들은 회개하고 믿기에 적합한 때를 놓치고 있었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오히려 그들은 회개하여 좋은 열매를 맺기는커녕 악의 싹을 계속해서 키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4. 회개에 대한 질문과 답변

무리가 물어 이르되 “그러면 우리가 무엇을 하리이까?”대답하여 이르되 “옷 두 벌 있는 자는 옷 없는 자에게 나눠 줄 것이요 먹을 것이 있는 자도 그렇게 할 것이니라” 하고,세리들도 세례를 받고자 하여 와서 이르되 “선생이여 우리는 무엇을 하리이까” 하매,이르되 “부과된 것 외에는 거두지 말라” 하고,군인들도 물어 이르되 “우리는 무엇을 하리이까” 하매 이르되 “사람에게서 강탈하지 말며 거짓으로 고발하지 말고 받는 급료를 족한 줄로 알라” 하니라(3:10-14)

세례 요한의 설교에 대한 무리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10절). 무리들 중에는 하나님의 뜻을 추구하며 구원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기 위해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물었던 것입니다. 이 질문을 한 무리는 세례 요한에게 질문한 세 무리중 세리와 군인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로 짐작됩니다.

세례 요한은 진정한 회개란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는 구체적 행동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11절). '좋은 열매'란 작은 사랑의 실천으로부터 나타납니다. 본문에서 '옷'을 나타내는 '키톤'은 기다란 겉옷 '히마티온'안에 입는 옷을 가리킵니다. 팔레스틴 지방은 일교차가 심해 밤에 기온이 떨어질 때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여벌옷을 가지고 다니거나 껴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요한은 이러한 여벌옷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스스로 삶의 결단과 실천으로써 가진 것을 이웃에게 나누어 줄 것을 요청한 것입니다. 또한 음식물에 대한 경우에도 동일한 원칙이 주어졌습니다. 이것은 세례 요한이 주변 대다수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정황들을 보고서 그것을 전제로 한 이야기임이 분명합니다. 이웃 사랑에 대한 계명은 이미 율법 시대 때부터 가장 중요한 규범 중 하나로 규정되어 왔었습니다(레 19:18). 그리고 '나눠줄 것이요'를 나타내는 '메타도토'는 '함께 나누다'라는 뜻이며 '복음을 나눈다'는 의미도 포함합니다. 한편 여기서 우리는 기독교인의 올바른 물질관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재물은 축적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어도 안 되고 자신의 가족만을 위해 사용되어서도 안됩니다. 필요한 만큼 정당하게 사용되고 남은 몫은 주위의 가난한 이웃을 위해 사용될 때 그 재물은 귀한 가치를 나타내게 되는 것입니다(마 25:31-46; 딤전 6:18; 약 2:14-16).

세리들은(12절) 유대인들의 미움의 대상이었으며 심지어 '죄인들'이라 지칭되었습니다. 이들은 로마 정부로부터 관세나 통과세 등 각종 세금을 징수하는 권한을 위탁받고 같은 동족인 유대인의 주머니를 털어갔습니다(막 2:14). 그들은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 로마에서 요구하는 금액보다 더 많은 액수를 징수하였고 그 일을 위해 직접 세금을 징수하는 하급 세리를 고용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그들은 세금 관계 등의 일로 그들의 압제자인 로마 사람들과 접촉하였습니다. 이로인해 그들은 '부정한 사람들'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들의 친구가 되어 주셨고(마 11:19), 요한도 그들에게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세례 요한은 세리라는 직업 자체에 대해 정죄하는 입장에 서는 대신, 기존 상황을 직시하여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되 다만 가능한 한 최선의 개선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요한은 사회 제도 자체를 전복시키려 한 것이 아니라, 단지 사회적인 폐단을 시정할 것을 주장했습니다(13절). 결국 사회적 폐단은 개인의 탐욕스런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세리들은 그들의 행위가 근본적으로 변화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세리들이 그들의 직업을 포기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요한의 요구는 그들이 지위를 남용하거나 개인의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위해서 지나친 과세(課稅)를 하지 말고 공평하고 정의롭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씀은 현대에 있어서 권력을 가진 자들이 공정하고 정직하게 법을 지키며 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레 19:35,36; 잠 11:1).

본문에서 '군인'을(14절) 나타내는 헬라어 '스트라튜오메노이'는 아마도 로마 군인이 아니라 국내 정세를 담당하는 유대의 군인들을 언급하는 말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군인들은 업무상 특정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소지가 많았습니다. 예컨대, 그들은 세리들의 징세 업무를 도와 수탈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강포'(强暴)를 나타내는 '디아세이오'는 '맹렬히 흔들다', '협박하다', '강탈하다'라는 뜻을 내포합니다. 또 '무소'(誣訴)를 가리키는 '쉬코판테오'는 '억압하다', '착취하다'라는 뜻입니다. 즉 이들은 강압적 수단으로 백성들에게 돈을 강탈해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웠던 것입니다. 이는 당시의 군인들이 얼마나 폭압적이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당시 군인들은 월급이 매우 적어 생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따라서 그들의 부정은 갈수록 심화되었다고 합니다. 한편 원어상 '우리는'에 해당하는 헬라어 '헤메이스'는 강조 어구로서 군인들의 심한 도덕적 갈급함을 암시해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에게도 역시 요구 되는 바는 정의롭고 공평한 회개의 열매입니다. 이와같이 요한이 각 집단에게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어떠한 직업에 종사하든지 선을 위해 일을 해야지 악을 위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실로 세 무리의 질문에 대한 요한의 대답은 '진정한 사랑을 나타내라'는 한 마디로 요약될 수 있으며, 이 사랑은 각자가 처한 일상적인 생활에서부터 맺혀져야 할 회개의 열매들인 것입니다.

적용: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는 삶

세례요한은 세례를 받으러 온 무리들에게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 했습니다. 그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물었고 요한은 이에 대답하였습니다. 첫 번째는 옷 두벌 있는 자가 없는 자에게 나누어주고 먹을 것도 그리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재물을 가난한 자들에 베풀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부과된 세금이외에 과도하게 징수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는 십계명의 말씀과 부합합니다. 세 번째는 남의 것을 강탈하지 말라는 것과 거짓으로 고발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것도 십계명의 말씀에 부합합니다. 그러므로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는 삶은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