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극복의 여정이다. 오늘은 누구를 만날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크고 작은 수많은 사연과 감정이 연이어 일어난다. 끌어들이는 욕망과 부드러운 희열을 자극하는 삶이 찾아온다. 내일의 희망을 찾아 노력하는 삶을 열어가는 것이 오늘 하루의 인생이다.
방하착放下着은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마음속에는 우월감, 자책감, 갈등, 원망. 집착 등이 얽혀 있다. 이런 욕심에 얽혀 있지 말고 홀가분하게 벗어 던지라는 말이다. 마음을 편안히 가지면 새싹이 돋아나서 잎이 생기고 아름다운 꽃이 핀다. 가벼운 손으로 이러한 인생길을 걸으려면 많은 수양이 필요하다.
나는 초년 시절에 노름에 빠진 경험이 있다. 하루는 멋모르고 동료와 근무지 동네 지인들과 화투 놀이에 빠졌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시작하였으나 점점 돈을 잃고 판돈을 올리면서 노름판이 되었다. 밤샘해도 끝이 나지 않았다. 초년생 화투 쟁이는 전문노름꾼에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이 되어서야 한 달의 봉급을 잃었다는 후회를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봉급을 빌려서 집에 갖다 준 후에 돈 잃고 바보 되는 게 세상이구나 하는 것을 실감했다. 누구도 점칠 수 없었던 하루의 일진에 멍이 든 후부터 노름과는 확실히 거리를 두었다. 어울리기 위해 부득이하게 화투놀이를 했지만 후회하는 일은 만들지 않았다.
사람은 욕망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태어나 걷는 데서부터 욕심이 생긴다. 하나를 얻으려고 집착하고 둘을 얻으려고 화를 내고 셋을 얻기 위해 싸움도 한다. 과욕이 불편부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욕심에 눈이 어두우면 남을 모함에 빠뜨리고 해치기도 한다. 욕심이 없어서도 안 되지만 너무 많아도 골칫거리다. 분수에 맞게 행동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스님이 탁발하려고 길을 떠났다. 산세가 험한 절벽을 지나는데 ‘사람 살려 달라’는 절박한 소리를 듣고 찾아갔다. 장님이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언덕에서 나뭇가지에 매달려 발버둥 치고 있었다. 스님은 살고 싶으면 손을 놓으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끝내 힘이 빠진 봉사는 바닥에 툭 떨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정신을 차린 장님은 졸지의 상황이 멋 적어 그 자리를 황급히 떠났다고 한다.
봉사는 나뭇가지는 생명 줄로 여겼다.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놓아버리면 곧 죽을 것처럼 아등바등했다. 죽기 살기로 움켜쥐듯 인간은 끝없는 욕망에 집착하며 달려가고 있다. 이 이야기는 산사의 스님들 사이에 예화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앞 못 보는 장님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의 아쉬움이 찾아온다. 매월 모임을 함께 하는 고향 친구가 있었다. 모이는 날에는 친구들과 반주를 즐겼다. 나는 퇴직 후 술을 가급적 마시지 않은 편이다. 한번은 술 한 잔 더 하지고 자꾸 졸랐지만 왠지 피하고 싶어 집으로 돌려보냈다. 며칠 후 그 친구가 갑자기 쓰러져 이 세상을 하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친구들과 장례식장에 가보니 친구는 이미 떠나고 하나둘 사라져갈 친구와 지인들이 보였다. 이제는 정말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해본다.
순리를 거스른 사건이 있었다. 과거 어느 서울시장이 성추행 때문에 갑작스러운 주검으로 평생 다져온 성과를 하루아침에 잃어버렸다. 한때 내가 잠시 모셨던 전 부산시장 한 분이 역시 성추행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때는 성실하고 그럴 분이 아니었는데 욕심 때문에 순식간에 일어난 예측불허의 일들이 마냥 아쉬움으로 남는다. 비록 행위는 나쁘다고 욕하지만 불안한 나날을 얼마나 보냈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있다. 평소에 자신의 욕구를 어떻게 인내하고 통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주는 사건이다.
우리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버릴 줄 아는 것도 지혜이다. 지나친 욕심이 사람을 망가트린다. 화투 놀이에 빠져 정신을 탕진할 때, 열심히 살겠다고 발버둥 치다가 건강을 잃었을 때, 성추행으로 사직을 해야 하는 일, 돈을 벌겠다고 무리한 투자를 해서 돈을 날린 사람 등 모두가 끝없는 욕망에서 비롯한 일들이다.
삶의 현장을 들여다보면 편안한 모습들을 많이 엿볼 수 있다. 길에서 폐지를 줍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불평 없이 묵묵히 일하는 모습, 시장의 길가에서 선하고 편안한 할머니의 채소 파는 모습, 공원 의자에 앉아서 시름을 잊으려고 편안하게 않아 있는 노인들이 자연스럽다. 나이 먹은 얼굴에서 느끼는 표정이 동자처럼 순수해 보인다.
거리를 산책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괴로움과 즐거움을 잊으려고 길을 걷는다. 모든 것이 생각 여하에 달려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걸으면 정신이 고요하게 물들어간다. 내가 기쁘면 기뻐할 일들이 많이 생기고 내가 슬프면 슬퍼할 일들이 자주 생긴다. 화나고 속상한 일은 구름 따라 날려 보내고 근심은 강물에 흘려보낸다. 마음이 아프고 힘든 일은 바람에 실어 보낸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은 하늘에 맡긴다. 그러면 모든 일이 은혜로운 운명으로 바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한 끼는 마음먹기이다. 진실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최선의 밥이다. 진실은 너그러움의 표상이고 마음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생활의 밭에 근면의 씨를 뿌리면 더욱 발전할 것이고 마음의 밭에 여유의 씨를 뿌리면 한결 안정된 생활을 할 것이다. 무엇보다 너그러운 마음이 편안하게 사는 길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첫댓글 감명 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