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진정한 친구이고 싶다.
다정한 친구이기보다는 진실이고 싶다.
내가 너에게 아무런 의미를 줄 수 없다 하더라도
너는 나에게 만남의 의미를 전해 주었다.
순간의 지나가는 우연이기보다는 영원한 친구로 남고 싶었다.
언젠가는 헤어져야 할 너와 나이지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친구이고 싶다.
모든 만남이 그러하듯
너와 나의 만남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진실로 너를 만나고 싶다.
그래. 이제 더 나이기보다는 우리이고 싶었다.
우리는 아름다운 현실을 언제까지 변치 않는 마음으로 접어두자.
비는 싫지만 소나기는 좋고
인간은 싫지만 너만은 좋다.
내가 새라면 너에게 하늘을 주고
내가 꽃이라면 너에게 향기를 주겠지만
나는 인간이기에 너에게 사랑을 준다.
[이해인, 너에게 띄우는 글 全文]
만남이 언제나 기쁘고 즐겁기만 하다면 그보다 더 바랄나위가 없겠지만 애석하게도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오늘은 조금은 악연이었던, 혹은 색달랐던 만남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한다.
그라나다의 흑인 소매치기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에서...]
우리가 그라나다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 40분경이었다.
우리에게 가장 급한 것은 숙소를 잡는 것이었다.
부랴부랴 역을 빠져나와서 시내버스가 끊어질세라 버스를 잡아탔다.
아까 친절한 청년이 가르쳐준대로 우리가 가려는 호스텔에서 가장 가까운 'Paseo de la Bomba'라는 정류장에 내렸다.
시간을 보니 밤 11시 반경이었다.
휑한 거리에는 인적이 거의 없고 그나마도 총총 걸음으로 바삐 제 갈길을 가버리는 분위기였다.
아무리 장정 두사람이라고는 하지만 모르는 동네에서 마냥 태연할 수 만은 없었다.
죠셉이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연신 번호만 누르고 있어 물어보니 전화를 받지 않는단다.
유럽사람들 11시 반 경이면 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지. 이를 어쩐다...?
그때 흑인 한명이 나타나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녀석이 나타나자 우리는 바짝 긴장을 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녀석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공중전화박스에서 약 10미터 쯤 떨어진 야트막한 담에 앉는 것이 아닌가.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지만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갑자기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실제 상황이었다.
나는 가빠지는 숨을 진정시키면서 녀석을 가끔씩 노려봐주고 있었는데...
이때 저만치에서 다른 덩치가 좋은 다른 흑인 녀석이 나타난 것이다!
[죠셉이 걸던 전화와 동일한 전화]
약간 비만형의 이 흑인은 죠셉의 맞은 편에서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전화를 하는 것인지, 칼을 꺼내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면 좋을까...
그런데 그때 문득 카메라 삼각대가 떠올랐다.
주저없이 배낭을 풀어제치고 삼각대를 꺼냈다.
다리를 쭉쭉 펴서 길게 만든 다음 소리가 나도록 붕붕~ 돌리기도 하고, 바닥의 돌멩이를 거칠게 차기도 하고 침을 탁 뱉어주기도 했다.
무척이나 긴장하고 있던 나는 그녀석들이 조금이라도 이상행동을 보이면 삼각대로 후려갈길 작정을 하고 있었다.
그때 그라나다 여나무개 숙소 가운데 '주리타 호스텔'에 연락이 된 것이었다.
잠시 죠셉과 그 얘기를 하는 동안 아까 담에 앉아있던 녀석이 한 10분을 앉아있다 어디론가 또 어슬렁거리며 가는것이었다, 흑인 특유의 맹수같은 걸음걸이로.
우리는 주저할 것 없이 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숙소로 향했다.
정말 살떨리는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만일 혼자 여행하는 중이었다면 전화하는 동안 다가와서 무슨 일을 저질렀을지 모를 것이었다.
특히 삼각대로 '무력 퍼포먼스'를 한것이 주요한것 같았다.
사실 무겁게 삼각대 가져가서 한번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유럽여행동안.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의미있게 삼각대를 사용한 때였다.
물론 엉뚱한 용도이긴 했지만. ㅋㅋ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에서...]
바르셀로나의 어린 펑크족 녀석들
앞서 구엘공원편을 읽어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이곳까지 가는데 무척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가는 도중에 이상한 녀석들을 만났다.
나이는 15에서 17세 가량. 어린 녀석들이었다.
떼거지로 약 8,9명정도가 길의 반을 막고 서있었다.
우리는 구엘공원까지가 멀었기 때문에 바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이녀석들의 눈에 우리가 조금 튀어보였나 보다.
보니깐 머리를 바짝 세우고 여러 장신구들 하며 청자켓을 입고 한 것이 양아치 녀석들이었다.
그런데 자기들 옆으로 신기한 동양애들이 지나가니 한번 건드려보고 싶을 수 밖에.
하룻강아지 범무서운 줄 모르듯이 한 녀석이 내 다리를 슬쩍 건 것이다!
탁 걸리는 순간, 어린 녀석들에게 이런 '수모'를 당하다니 어이가 없다는 것과 만일 우리가 여기서 저것들하고 맞짱을 뜨면 어떻게 될까(일단 명수에서 밀리는데다 설령 이긴다고 해도 우리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앞으로 관광일정이고 뭐고 강제 추방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한 1~2초동안 뇌리에 예상답안이 주욱 지나갔다.
그때 옆에 죠셉이 황당해 하는 모습이 보였고, 그와 동시에 그가 흥분하면 안되겠기에 "그냥 가자."고 하며 얼른 그곳을 빠져나왔다.
사실 그전까지만 해도 바르셀로나의 추억이 좋은 편이었는데 이 사건으로 인해 조금 기분이 나빠졌다.
그래서 유쾌하보이는 '구엘공원'여행기 편도 사실 상당히 우울한 감정이 베이스에 깔려있었다.
그런 기분에 그 먼 구엘공원까지 걸어가니 힘이 더 들고 지치는 것이었다.
다만 지금 생각해도 걔네들에게 대응을 안한 것은 현명한 일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마드리드의 거리 가수
이제는 조금 분위기를 바꾸어서... 마드리드의 어느 지하철역 통로다.
바삐 어디론가 가는데 저만치서 목청좋고 애절한 노래가 들려왔다.
가까이 가보니 흑인인데 레게 파마를 하고 청자켓에 선글라스를 낀것이 쿠바쪽에서 온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가 부르던 노래가 바로 지금 흘러나오고 있는 'Bob Marley'의 'No woman no cry'였다.
어찌나 목청이 좋고 꺽음이 좋은지 원곡보다 더 나은듯 싶었다.
또한 반주로 곁들이는 기타도 일품이어서 잠시 서서 그의 노래를 감상해주었다. 물론 약간 떨어져서.
그 이후로 죠셉에게 나는 "야, 어제 그 흑인 노래 죽이지 않았냐? '
no woman no cry~~' 으에에에~!" 하며 흉내를 내면 너무 웃긴다며 하지 말라고 배꼽을 잡곤 했다.
그 이튿날인가 우리는 문득 그 '거리가수'를 떠올려내고 한번 거기 있는지 가보자고 했다.
만일 있으면 신청곡을 한뒤 돈통에 얼마라도 넣어주겠다는 마음이었다.
그자리에 가보았다.
그는 없었다.
여행하는 사람이 다른 데로 옮겨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대충 예상은 했지만 조금 아쉽기는 했다.
지금도 그의 호소력 있는 노래가 떠오른다.
나중에 유럽 가시는 여러분, 거리에서 이 노래 부르는 흑인 보시면 저한테 연락주세요! ^^
생활 스페인어
자, 이제 우리 스페인을 방문할 경우를 대비하여 간단한 생활 스페인어를 배워보자.
Hola! [올라]안녕하세요! - 가장 범용적인 인사말. 영어의 Hi에 해당한다.
zCuanto vale? [꽌또 발레]얼마예요?
Vale![발레] 좋아요. 영어의 okay에 해당.
Agua [아구아] 물
salida / entrada[살리다 / 엔트라다]-지하철 역에서 출구와 입구는 구별해야겠죠?
billeto[비예또] 영수증. 영어의 bill이죠.
servicio[세르비씨오] - 중요한 거죠, 화장실.
tren[뜨렌] - 기차
Proxima Estacion[프록시마 에스따시옹] - 다음역이라는뜻. 지하철 안내방송에 나오죠. "Proxima Estacion, **@@, **@@~" 요런 식으로요.
abrir[아브리르] -누르다라는 뜻. 지하철 개폐장치에 씌여있죠. 탈고 열차에도 씌여있구요. 손가락으로 눌러야 문 열리는 거 아시죠??
Sin sal, por favor! [씬 쌀 뽀르 파보르] - 전에도 얘기했지만 스페인은 음식이 전반적으로 매우 짜기 때문에 우리 입맛에 맞지 않다. 그러므로 음식을 시킬때 꼭 이말을 해야 한다. 뜻은 '소금은 거의 넣지 마세요!'이다.
Gracias![그라시아스] - 감사합니다.
Perdon![뻬르돈] - 실례합니다 또는 미안합니다.
[인간의 진화를 나타낸 재미난 그림. 맨 마지막은 컴퓨터라죠?ㅋㅋ 바르셀로나의 어느 찻집벽에 붙어있는 그림을 찍었다]
스페인어에 얽힌 일화
스페인 사람들중 의외로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많아서 당황하기가 일쑤였다.
특히 가게에서 하우머치같은 간단한 영어도 못알아들으면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던 것이다.
그래서 민박집 아저씨한테 스페인어로 '얼마예요?'가 뭐냐고 여쭈었더니 '꽌또 발레?'라고 하면 된단다.
그래, 이제 됐구나! 영어를 못알아 들어도 이제는 문제없다!
우리가 스페인어를 아니까.
그러고는 이튿날 관광에 나섰다가 식당에 들어갔다.
계산을 하려는데 마침 어제 배운 말도 있고 해서 의기양양하게 물었다.
"꽌또 발레?"
이말을 해놓고 별의별 상상을 다하고 있었다.
동양인이 스페인어를 잘해서 신기해하지는 않을까?
아니면... 우리를 관광객인줄 알았다가 능숙한 스페인어를 보고 현지인으로 아는건 아닐까? 등등...
그런데 그 점원, 아무런 반응없이 말한다.
"누에베 씨엔또 꽈뜨라따~~ @#$$&* "
헉, 이 점원, 가격을 자기네 말로 해준 것이다!
질문을 하면 뭘해, 답을 못알아듣는데!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 바보같은 일이었다.
어쨌든 당황한 죠셉과 나, 움추린 어깨를 조금 펴면서 다시 말했다.
"하, 하우머치...? -_-a"
오늘 얘기 끝. ^^;
▒ ▒ C l u b M e d i t e r r a n e a n ▒ ▒
첫댓글 새글이네요~이번편이 여행에서 만난 나쁜사람들이군요~~조심...ㅡ.ㅡ+음악 너무 좋네요~~몇번듣구 중독 되버렸어요~~
헙...그새 바껴버린 음악..아까음악이 더 좋은데..
어쩔수 없어염. 글 내용에 이 노래 얘기가 나와염. ㅋㅋ
아까 그노래가 글에 나오던 그 음악이 아니군요...난 아까 그음악이 글에 나온 노래인줄 알았어요...그래도 아까노래가 더좋아요..ㅡ.ㅡ;제목적어놔야지...
ㅋㅋㅋ 일등빼낏땅~~ 저두 울과장님이 삼각대빌려주면서 사진찍을 생각말구 호신용으루 쓰래요... ㅋㅋ 생각보다 무지 무겁던데... 일등먹을라구 걍 내용안보구 리풀부텀 달랬는데 쩌금 흘낏 봤는데 웃겨서리 끝까지 보구야 말음...ㅋㅋㅋ
새글이 올라왔군여.. 근디 왜 전 사진이 안보일까여? 지중해소년님 바르셀로나에서 혹시 투어버스 이용안하셨나여?
^^ 나두 삼각대가져가려고 했다가 포기했는데... 넘 무겁잖아요! 삼각대을 붕붕돌리는 모습넘 재미있게 상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