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7차 백두대간 구간종주 (지리산 연하천대피소-노고단대피소구간)
※지리산구간 제3일차
▲대간구간: 제1대 구간 (제1소 구간)
▲도상거리: 12km
▲대간일차: 제14일차
▲산행일시: 06/06/05 월요일
▲산행구간: 지리산연하천대피소→명선봉-토끼봉-화개재-삼도봉-임걸령-노고단대피소
▲동행산행: 8人(북청. 산바람.강바람.소피아.다래.알콩.옆지기 달콩. 평산)

연하천대피소 -
간밤에 화장실을 가기위해 헤드랜턴을 찾는 소음과 코고는 소리 등으로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다. 잠깐 잠이 든 사이 이미 날은 훤히 밝아있었다. 계획은 4시기상이었으나 1시간이 늦은 시간이다. 급하게 서둘 이유는 물론 없지만 손해 본 느낌이 든다. 그만큼 일찍 일어나서 산행을 하면 많은 시간을 벌 수 있는 - 하루가 길게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신선한 산속에서의 아침을 맞는 기분은 상쾌하기가 그지없다. 쉼 없이 흘러내리는 샘물이 차갑게 느껴진다. 가뭄과 겨울에도 끊임없이 산객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연하천의 샘물은 늘 그렇게 시원하다. 동물들도 물을 찾아 둥지를 틀듯, 대피소도 물이 넉넉한 곳에 이렇게 자리하니 볼품없는 시설물이야 어찌되었든 위치선정은 그만이다. 간단한 세면을(국립공원에서는 자연생태계를 위하여 치약사용금지, 고양이세수가 고작) 하고 노고단 대피소를 향한 산행 제3일차의 발걸음을 내 딛는다. 여기에서 천왕봉은 도상거리로는 16km에 이른다. 그러니까 실제거리는20여km가 넘으며 중산리에서부터의 거리를 합산하면 이틀간 산행한 거리는 대략25km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gps 장비를 휴대하지 않았기에 추정할 뿐이다. 노고단대피소까지의 도상거리는 10여km이다. 물론 실제거리는 그 이상이리라.
명선봉에 오른 후 크고 작은 봉우리들을 지나면 총각샘이 있는 터가 잇지만 메워져 버린 상태다. 조금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가면 쉬었다 갈 수 있도록 나무로 만들어 놓은 의자 등 좋은 시설물을 만난다. 여기가 화개재다. 족히30여명은 둘러 앉아 쉴 수 있다. 이미 여러 명이 조촐한 안주와 대형 소주병을 놓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먼저 도착하여 보니 우리 일행 중 소주를 한 잔 했으면 하는 산우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그곳에 자리하고 있으니 아니나 다를까 소주를 권하고 원하고 하더니 대화가 쉽게 이루어진다. 똥개도 똥을 누려면 자리를 잡으려 이리저리 서성이듯 역시 자리를 잘 잡아야 하는 법! 이곳 화개재에서 뱀사골 대피소까지는 우측으로 약200여m를 내려서면된다. 적당히 소주 대접을 받고 난 후 화개재를 뒤로하고 지루하고도 지루한 계단 길을 오른다. 오르고 또 오르고를 반복하는 동안 오름이 힘에 부치는 듯 쉬어가는 산객이 오징어를 찢어 건넨다. 산을 오르는 자는 산을 오르는 자의 마음을 읽어낸다. 그리고 쉽게 대화가 된다. 또한 어느새 함께하게 된다. 오름의 경사 또한 만만치 않아 빠르게 오를 경우 숨이 턱에 걸린다. 이렇게 오름이 심한 곳에서는 보폭을 적게 하고 꾸준히 오르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 계단 옆에는 계단의 숫자가 적혀있다. -595-
산은 늘 그렇듯 힘들게 오른 사람은 잠시 쉬어가라고 나무그늘과 돌이 있는 쉼터가 있다. 모든 산이 다 그렇다.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쉼터의 조화 있는 섞임은 자연스럽게 자리했으리라 생각이 든다. 후미를 기다리며 쉬다가 잠시 진행하면 삼도봉에 이른다. 경상남도와 전라 남, 북도의 경계가 만나는 봉우리다. 정상표지 석은 산객들의 손때가 묻어 빛을 발할 정도로 광택이 난다. 멀리 이름모를 산들의 능선들이 겹치며 조망이 끓임 없이 이어진다. 작은 평탄지를 찾아 그늘아래에서 잠시 쉬어간다. 모두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기 위해서 말도 걸어보고 선 그라스 넘어 로 얼굴도 살펴보지만 문제는 전혀 없는 듯하다. 오늘의 산행코스를 아침에 일러 주었듯이 상황에 따라서 반야봉을 오르든지 아니면 우회하든지 한다 했는데 여유로움을 더 찾기 위해서 , 또한 1사간을 늦게 기상한 이유로 우회하기로 한다.
두개의 봉우리가 함께 하는 반야봉은 백두대간 상에서는 비켜나있다. 그렇기 때문에 반야봉을 오르기 위해서 일부러 왔다면 몰라도 거의 오르는 산객을 보기가 어려웠다. 이곳 노루목에서 반야봉 까지는 불과 1km에 불과하다. 허나 오름이기에 약40여분은 올라야하며 내려 설 때는 약30여분이 소요 된다.오늘도 반야봉을 비켜가는 이들뿐이다. 다음기회에 오르기로 하고 오늘도 또 우회로로 접어든다. 너덜이 좀 심하다. 더욱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자칫 잘못하면 발목에 부상을 당하기 십상이다.
끓임 없는 너덜을 지나 산로의 옆에 위치한 임걸령 샘터에 이른다. 아직도 이곳을 모르고 지나는 이들이 꽤나 많다. 아마 지리산을 처음 찾은 이들이라 생각된다. 이곳에서 늘 식수를 보충하곤 했다. 이곳에 도착하니 인적이 없다. 지리산의 주능선 상에서는 풍족하게 흐르는 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은 선비 샘과 임걸령 샘뿐이다. 그만큼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샘터란 이야기다. 불이난 발을 식혀 주기도 하고 데워진 머리를 식혀주기도 하며, 주위에서 간단한 점심을 조리하기도 한다. 막힌 수로도 정비 하고 청소하여 깨끗한 샘터로 가꾸는 작업도 했다. 다음에 오는 이들은 샘터의 깨끗함에 기분이 상케 할 것이다. 일단의 여성단체산객들이 물을 보충하며 우리에게 떡과 토마토를 건다. 백두대간도 경험했다는 여자산객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여기에서 간단한 중식을 해결한다. 시원한 물을 만나니 모두가 동심의 세계로 되돌아간 양 즐거워보였다. 코믹한 이야기 거리들로 언제나 박장대소하며 산행하니 이 얼마나 즐거운 산행인가 싶다. 누가 감히 지리산을 종주하며 ,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이렇듯 즐기며 산행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앞서가는 이의 등산화만 보고 따라갔다 왔다는 둥, 어디에서 어디를 거쳐 어떻게 갔다 왔는지를 전혀 모르는 산객들에 비하면 우리네의 산행은 귀족 산행이 아닐 수 없다.
임걸령 샘터에서 벗어난 그늘진 곳을 찾아 오침을 하기로 했다. 적당한곳에 깔판을 깔고 1시간이상의 여유로운 시간을 주었다. 3일간의 연속산행 탓 이련가 그새 코도 골고 침을 흘리며 자고 있다. 오로지 나만 앉아 보초를 선다. 자리를 조금만 지나도 - 주 능선의 산로를 조금만 벗어나도 주위엔 온통 지뢰(화장실)밭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장을 고칠 때에도 스틱을 가지고 숲을 헤쳐야한다. 그만큼 산객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평온하게 잠든 모습을 보니 산행주관자인 나를 믿고 동행해준 것이 몹시 고맙게 느껴진다. 쉽게 깨우기가 민망하여 시간을 지체하니 어느새 1시간30여분이 지난다.
돼지령에 이르러서 남자산우들이 시원한 맥주생각이 나는 모양이다. 노고단대피소나 성삼재 에서는 주류를 접할 수 있냐고 묻는다. 하여 방법은 있다고 했다. 구례구의 택시기사 나재선씨에게 전화로 연락하여 구입물품을 일러준 뒤 성삼 재 까지 가져다 줄 것을 요구하면 되고, 우리는 노고단 대피소에서 성삼재까지 맥주를 가지러 가면된다고 했더니 그렇게 한단다. 군대에서 훈련 중 술 생각이 간절했던 어떤 전우는 왕복4시간을 걸려 마을에 내려가 술과 노가리안주를 사다가 전우들과 함께 나누었던 추억속의기억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술<소주와 맥주, 음료수>값에 택시비만 별도로 지불하면 되기에 구례구역에서 성삼재까지를 여러 번 이용하고 지금도 유대를 맺고 있는 나재선 기사님에게 부탁을 하니 쾌히 응해준다. 해서 북청님과 산바람님은 성삼재로 내려서기로 하고 남아있는 우리네는 저녁준비와 내일의 조식을 준비하는 시간을 갖기로 한다. 노고단은 예약에 의해서만 탐방이 가능하며 월요일은 개방하지 않는다.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하고 예약한 대피소인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하니 어느새 연속3일간의 산행이 마무리된다. 이곳 대피소는 행/사/모 회원님들이 예약을 해준 덕택에 잠자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백두대간 구간종주를 할 때였기에 회원님들께 예약을 부탁했었다. 이곳의 노고단대피소는 가장 시설이 잘 되어있으며, 수용인원도 많다. 그 이유는 일반 탐방객들이 많기 때문이리라.
내일은 성삼재를 거쳐 묘봉치-만복대-정령치-고리봉-고기리-가재마을로 이어진다. 이 구간은 지리산 주능선의 지리산종주구간이 아닌 백두대간의 구간이다. 서울을 출발하기 전에 효주님과 약속을 했듯이 내일은 함께 산행하기로 되어있다. 하여 노고단대피소에서 휴대폰으로 효주님과 여러 번 통화한 끝에 결론은 이렇게 내렸다. 성삼재에서 합류하며 차량과 약초님은 고기리에서 대기하기로 하고, 무거운 장비는 차량에 두고 가자고한다. 또한 막걸리와 돼지족발을 준비해 온다고... 누가 감히 이렇게 함께 함에 즐거워하며 준비 해주리오. 고맙기 그지없다. 그는 전주에서 출발하여 성삼재까지 오고, 다시 고기리에서 서울까지는 모두가 함께 그들의 차량에 함께 할 것이다.
모든 식사준비가 끝날 무렵 성삼재로 갔던 북청님과 산바람님이 도착했다. 픽쳐맥주 두병과 소주두병, 캔 커피10개. 그렇게도 시원한 맥주가 그리웠던가보다. 취사장에는 우리와 몇 안 되는 인원만 있어 분위기는 우리가 이끌어나가고 있었는데 바로 옆에 있는 분에게 술을 권하니 부인이 하는 말이 산에서 만나 부부 연을 맺었다고 한다. 순간 박수가 터지고 그의 산행실력은 등산학교선생 등 가히 수준급이었다. 자연히 많은 대화가 오가고 함께 기념촬영도 할 수 있었다. 연속3일간의 산행에서 산을 진정사랑하고 아끼며 경험이 많은 이들을 매일 만나니 기쁨이 배가된다. 식사시간은 그야말로 파티수준이 아닐 수 없다. 상차림과 찬과 술과 산객들이 함께 웃음이 넘치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다. 기분 좋아 저녁식사를 겸한 못하는 술 한 잔을 하는데 대피소 측에서 예약자들의 방 배정을 한단다.
대피소 입실에 대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난 후 식은 밥으로 기분 좋은 노고단대피소에서의 저녁식사를 끝낸다. 내일 새벽에는 이곳을 떠나 성삼재 방향으로 진행하기에 기념촬영을 하고 오늘의 산행결산시간을 대피소 앞에서 갖는다. 효주님은 불필요한 장비들만 차량에 두고 가자고 했었지만 거기에 내 생각을 보완하여 적용시키기로 했다. 다시 말해서 내일은 취사를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남자들은 불필요한 장비를 차에 두고 갈 것이니 여자들의 꼭 필요한 물품은 남자들의 배낭으로 옮기고 여자들은 배낭을 차에 두고 갈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니 여자들이 좋아한다. 산행4일째는 보다 가볍게 산행 할 수 있어 더 좋은 내일이 기대되는 모양이다. 내일의 일정을 모두 상세히 설명하고 오늘 밤에 배낭을 정리 할 것을 일러줬다. 다래와 나를 제외한 모두는 야음을 틈타 3일간 씻지 못한 몸을 청결히 하고자 남은 술병을 들고 어둠 속으로 발길을 옮겼다. 나와 다래는 남아서 옷도 갈아입고 세면을 하는 등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한 후 잠자리에 들었다. 대피소와 오늘 산에 오른 이들에게 물으니 내일도 날씨는 쾌청이다. 나흘 전의 일기예보에 의하면 비 소식이 있어 많은 걱정을 했었는데 천만다행이다. 날씨까지 이렇듯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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